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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에서 구매한 大고등어(4마리 5천 원)
요즘 고등어 값이 금값입니다. 작은 고등어는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 없는데요. 몸 길이 35cm가 넘어가는 생물 大고등어를 마트에서는 1손(두 마리)에 5천 원이 넘어갑니다. 만약, 같은 크기 같은 중량인데 간고등어로 팩 포장된 것이면 8천 원을 훌쩍 넘깁니다. 대신 마트는 '위생적인 처리'와 '쇼핑의 편리성', '카드 사용' 등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똑같은 고등어를 재래시장에서 구매한다면,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습니다. 재래시장에 가면 고등어를 무더기로 쌓아놓고 파는 곳을 어렵지 않게 봅니다. 얼음을 깔고 그 위에는 4~5마리씩 얹은 바구니가 놓입니다. 흔히 '한 바구니에 얼마' 식으로 파는데요.
위 사진은 재래시장에서 구매한 몸길이 40cm에 이르는 특대 고등어입니다. 가격은 4마리에 5천 원으로 확실히 대형마트보다는 저렴합니다. 달라고 하자 '손질 여부'를 묻습니다. 저는 직접 손질할 것이므로 그냥 달라고 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손질에 들어갑니다. 총 4마리니 두 마리는 구이용, 두 마리는 조림용으로 손질하는데요. 아시다시피 고등어는 구이와 조림에 따라 손질법이 다릅니다.
구이용 고등어는 배를 갈라 넓게 펼친 뒤 자반 고등어처럼 소금을 뿌려둡니다. 조림용 고등어는 내장만 뺀 상태에서 토막 내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집에서 고등어를 손질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대부분 손질 포장한 것을 사 오며, 손질이 안 된 고등어는 손질해 달라고 합니다.
어쨌든 고등어 배를 가르면 내장이 뭉텅이로 나오는데요. 보시다시피 고온에 녹아서 흐물흐물한 상태입니다. 이는 우리나라 고등어 유통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지금처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면 유통과 보관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데요. 재래시장은 단지 얼음에 올려두고 온종일 팔기 때문에 얼음이 고루 닿지 않은 고등어는 이렇게 돼버리는 겁니다.
그것을 상인이 손질해서 판매하는데, 속도는 빠를지 모르나 사실 대충대충 손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가리 자르고 배 가르고 내장 긁어내고 여기서 구이용이면 배를 갈라 넓게 펼치고, 조림용이면 토막 내서 비닐에 담아줍니다.
그러다 보니 녹아버린 내장이 살 곳곳에 스며들어 비린내를 유발합니다. 여름철 고등어 구입 시 깔끔히 손질한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미리 손질돼 팩 포장한 것이 나은 이유죠. 이럴 때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마트가 나을 수 있다는 겁니다. 반대로 이런 문제를 감수하더라도 저렴하게 드시고 싶다면 재래시장이 답이겠고요.
고등어 내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고래회충들
서두가 길었는데요. 저처럼 집에서 손질할 사람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주세요." 했다가 집에서 고등어 배를 가른다면, 이렇게 험한 꼴을 봐야 할지도 모릅니다.
고등어의 기생충 보유율은 사계절 내내 100%에 가깝습니다. 다만, 여름에는 더 많이 나옵니다. 저는 고등어를 손질하면서 계절별 기생충 보유율을 기록하는데요. 가령, 고등어 한 마리당 겨울에 10마리가 나온다면, 여름에는 수백 마리가 나옵니다. (세다가 포기했습니다.)
그 정도로 우리 연안의 바다가 더워졌다는 증거인데요. 한여름 바다 수온이 25도 이상일 때 잡히는 고등어는 이렇게 고래회충이 쏟아지는 문제뿐 아니라 유통과 보관상 문제로 살이 흐물흐물하고 내장이 녹아내리는 문제까지 겹칩니다. 바짝 구워 먹거나 푹 조려서 먹으면 문제없지만, 서울 수도권 내 재래시장에서 접하는 고등어는 이미 수백 km를 달려온 것이므로 '신선 생물'과 '부패'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기도 합니다.
사진은 내장을 긁어내는 것이 아니고, 살점에 박힌 고래회충을 긁어내는 것입니다. 어차피 익혀 먹으면 단백질밖에 안 되겠지만, 그래도 먹는 도중 발견되면 혐오스러우니 미리 떼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겠지요. ^^;
여름철 고등어는 살이 무른 편이라 고래회충의 근육 침투도 비교적 용이합니다. 내장을 감싼 흉막은 물론, 우리가 즐겨 먹는 순살에도 파고들기 때문에 눈에 뭔가가 꿈틀거린다면 칼로 긁어 빼내는 것이 좋은데 이러한 노력도 결국 에너지 낭비이자 신경 쓰이는 부분이 아니겠습니까? 감수하기 싫으면 다소 비싸더라도 마트 고등어가 답입니다. (그렇다고 마트에서 기생충이 전혀 안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요즘 같은 철에는)
사진에는 표현되지 않았지만, 한 녀석이 고등어 껍질에 대가리를 박은 채 꿈틀거리고 있어 빼내려 했습니다. 그런데 워낙 완강하게 버티더군요. 칼로 긁어도 안 되니까 보다 못한 아내가 손으로 잡아 뽑습니다. (난 못하겠던데 ㅠㅠ)
자반 스타일로 손질한 고등어입니다. 이렇게 손질하고 나면 기생충도 함께 제거돼야 하는데 워낙 개체 수가 많으니 살 구석구석에 도사립니다. 이 문제는요. 시장에서 손질해 온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좀 전에도 말했지만, 다른 계절도 아닌 여름에는 고등어는 한 마리당 수십에서 수백 마리의 기생충이 들어있으니까요.
다만, 구입 시 손질해 달라고 하면 약 90~95%는 내장과 함께 제거됩니다. 나머지 5~10%는 저렇게 화살표로 표시한 부분에 붙어 있을 수 있으니 집에서 감수해야 합니다. 사진의 화살표는 고래회충을 표시한 것이 아니고 고래회충이 숨어 있을 만한 곳을 표시한 건데요. 일일이 확인할 수 없으니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소금을 뿌립니다.
참고로 어떤 주부님들은 고래회충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신선도를 판단하는데요. 살아서 꿈틀거리는 고래회충과 고등어 신선도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고등어에 고래회충이 있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계절에 따라 많거나 적을 뿐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먹어왔었고, 최근에 와서야 고래회충이 조명되다 보니 더 자주 눈에 띄는 것 뿐이죠. 오히려 죽은 고래회충이 발견된다면, 그 고등어는 신선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죽은 고래회충이 발견된다는 것은 숙주(고등어)가 죽은 지 오래됐다는 증거니까요. 그러니 적어도 생물 고등어라면 살아 꿈틀거리는 고래회충이 나오길 바라야 합니다. ^^;
자 이제 고등어를 구웠습니다. 꼼꼼히 본다고는 했지만, 한여름철 고등어 기생충이 좀 많습니까? 어딘가 사체가 된 고래회충이 남아 있을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살 속으로 들어가려다 통구이가 된 이 녀석. 손으로 잡아 뺍니다.
이런 식으로 잡아 뺀 고래회충 사체는 5마리. 여기서 미처 발견되지 못한 녀석은 사랑하는 우리 딸과 아내, 제 입으로 들어갔을지도 모르죠. ㅠㅠ 다만, 모르고 먹었을 뿐. ^^;
참고로 익어버린 고래회충은 먹어도 우리 몸에 해를 주지 않습니다. 단지 눈에 보이면 혐오스러울 뿐, 우리 애가 고등어구이를 먹고 배탈이 났는데 고래회충 때문일 것이라고 말하는 주부님들이 간혹 있는데요. 아마도 그 배탈의 원인은 다른 데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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