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먹다가 깜짝, 기생충일까? 우릴 헷갈리게 하는 사례들


 

 

평소 메일과 방명록을 통해 생선회와 수산물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서 적잖이 문의가 들어오는 것이 바로 기생충에 관한 내용입니다. 관련 자료를 보내오신 분에게는 이건 뭐다, 저건 뭐다는 식의 답변을 하지만, 때로는 정말로 헷갈리게 하는 것도 있습니다. 물론, 기생충을 의심하는 대부분은 기우가 낳는 오해가 많습니다. 수산물을 먹다가 발견되는 짝퉁 기생충(?), 오인해선 안 될 몇 가지 사례를 모아봅니다.

 

 

고래회충(Anisakis)

 

평소 바다낚시를 즐기고 잡은 생선을 다루면서 흔히 보는 것 중 하나가 '고래회충'입니다. 고래회충의 종숙주는 고래와 물개지만, 중간에 새우 같은 갑각류를 통해 감염경로가 시작되므로 그것을 먹이로 하는 무수히 많은 해수어가 감염에 노출됩니다. 주로 명태, 대구, 쥐노래미, 붕장어, 고등어, 갈치, 오징어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말입니다. 고래회충은 갑각류를 먹이로 하는 바닷물고기라면, 대부분 있고 주로 내장에 기생하기 때문에 내장을 생식하거나, 혹은 죽어버린 생선을 날 것으로 먹지 않은 이상 감염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가 주로 먹는 생선회 중 90%는 양식산으로 앞서 말한 갑각류를 먹이로 하는 먹이사슬과 무관하므로 기생충 감염의 우려는 적은 편입니다. 다만, 자연산을 취급하는 횟집과 낚시꾼들은 늘 조심해야 하며 청결에 신경 써야 할 것입니다.  

 

고래회충도 몇 가지 타입(종류)이 있고 타입별로 정리한 글도 썼지만(관련 글 : 우리가 회를 먹고 고래회충에 감염될 확률), 중요한 것은 이것이 꿈틀거리며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기생충마다 길이와 색이 다르고 또 어떤 것은 형태가 완전히 다른 것도 있지만, 일단 움직인다면 기생충으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꿈틀거리는 것 중에는 기생충이 아닌 것도 있습니다. 아래에 소개할 멍게 시라미와 오징어 정포를 알아둔다면, 횟집에서 이를 발견하고도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겠지요.


 

옆새우(Notodelphyidae)

 

멍게는 주로 생식하기 때문에 여기서 뭔가 꿈틀거리게 발견되면 십중팔구는 기생충을 의심합니다. 그러나 멍게는 앞서 말한 일차 숙주(갑각류 등)와 먹이사슬에 놓이지 않으므로 적어도 제 기억에는 고래회충 감염 사례를 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멍게에서 물벼룩처럼 통통 튀는 무언가가 종종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는 옆새우의 일종으로 주로 멍게 껍질에 붙어삽니다. 멍게는 입수공과 출수공이라는 두 개의 구멍으로 물과 유기물을 빨아들이고 내뱉는데 옆새우는 주로 이런 구멍에서 발견됩니다.

 

 

옆새우는 주로 껍질에 붙어살기 때문에 멍게살을 껍질에서 완전히 분리하지 않고 붙여서 낼 때 발견되곤 합니다. 가끔 이것이 뭔지 몰라 항의 소동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앞으로 이것이 발견되면 활발히 움직이거나 벼룩처럼 통통 뛰기를 바래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옆새우가 팔팔할수록 멍게도 싱싱하기 때문입니다.


 

 

생선회를 먹던 중 우연히 발견한 이것. 처음에는 기생충을 의심했지만, 움직임이 전혀 없어 놀란 기분을 추스를 수 있었다는 사례입니다. 지식인을 찾아보면 이런 유형의 질문이 종종 나는데 특히, 초보 주부들이 이런 경우를 접하면 심적으로 받는 데미지가 커서 반품하거나 버려야 하는 것으로 알곤 합니다. 그렇다면 살을 뚫고 나온 이것은 무엇일까요?

 

 

<사진 1>

 

사진의 생선회는 자연산 우럭입니다. 사진에 당면(?)처럼 삐죽 나온 것은 모양과 투명 감으로 보았을 때 고래회충은 아닙니다. 우리가 생선을 먹을 때 기생충으로 자주 오인하는 대부분은 잔가시나 혈관이며, 척추뼈에서 나오는 골수나 신경절일 수도 있습니다.

 

 

<사진 2>

 

<사진 1>은 혈관으로 보이며, <사진 2>는 갈치구이에서 나온 골수로 이것이 익으면, 마치 창자처럼 기다란 모양이 됩니다.

 

 

주꾸미의 난소(알)

 

또한, 기생충으로 흔히 오인하는 것으로 주꾸미 알을 들 수 있습니다. 1~3월의 주꾸미는 개체에 따라 성숙한 알이 있는가 하면, 성숙하지 못한 알이 더 많이 나옵니다. 사진의 왼쪽은 성숙한 알로 익으면 밥풀처럼 변하고 맛이 있어서 흔히 봄철 별미로 여기지만, 오른쪽은 성숙하지 못해 실처럼 기다란 모양이라 기생충으로 자주 오인합니다.

 

 

대게 거머리의 알과 성체

 

대게에서 기생충이 나왔다고 오보된 사례

 

올겨울에 대게 기생충과 관련해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사건은 이러합니다. 어느 인터넷 뉴스 기자가 이것을 기생충이라 하면서, 싱싱하지 못한 대게를 구입하면 알에서 부화한 기생충이 껍질을 뚫고 들어가 살 속에 기생한다는 것. 그것을 삶으면 위 사진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다소 황당한 보도를 제가 정면으로 반박한 적이 있습니다.

 

사진의 알은 기생충이 아닌 바다 거머리의 일종으로 대게 중에서도 고위도 저수온에 서식하는 러시아산 대게(일명 스노우 크랩)일수록 이것이 많이 붙습니다. 흔히 대게 거머리라 불리는데 대게를 숙주로 삼는 기생충이 아니고 단지 껍질에 알을 붙여 종족 번식을 멀리 퍼 나르기 위한 것입니다. 대게 거머리는 일정 시간이 지나거나, 수온이 높아지면 부화하며, 대게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위 사진은 삶았을 때 살의 일부가 검게 변한 것으로 이는 크게 두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합니다. 첫 번째는 신선도가 떨어진 게를 잘못 삶으면(찜기에 삶아야 하는데 물에 완전히 담가서 끓인 경우) 단백질 변성이 생겨 검게 변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혈액의 흑변에 의한 것입니다. 위 사진은 싱싱하지 않은 게를 물에 넣고 끓여서 변성이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대게 기생충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관련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관련 글 : 킹크랩 대게 기생충 논란, 진실은?)

 

 

소고기 채끝 등심 스테이크에서 발견된 이것

 

이것이 나온 자리는 구멍이 뻥 뚫렸다

 

예전에는 소고기에 무구조충이라는 촌충류가 기생했습니다. 민촌충으로도 불리는 이 기생충은 소의 사육 방식이 현대화되면서 지금은 거의 사라졌죠. 우리가 육회를 먹고도 조충에 감염되지 않는 것은 현대화된 사육 방식과 체계화된 먹이와 관련 있습니다. 그런데 사진에서는 기생충과 정말 흡사하게 생긴 것이 채끝 등심에서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채끝 스테이크를 수없이 구워봤지만, 이런 건 처음 보았기에 여기저기 자문을 해도 확실한 답변은 듣지 못했습니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일단은 이것이 기생충은 아님을 확신하였습니다. 조충의 특징인 편절이 보이지 않고, 한우는 늦어도 30개월 미만에 도축하기 때문에 그 사이 이 정도 두께로 자라는 조충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신빙성 높은 답변은 채끝 부근을 관통하는 동맥(혹은 정맥)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진 3> 흔히 오징어 기생충으로 오인하는 사례(출처 : 박시분님 블로그)

 

여름부터 가을은 오징어가 많이 잡혀 가격이 저렴해지는 시기입니다. 만원에 한 마리씩 팔던 오징어회가 이 시기에는 서너 마리씩 팔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시기에 오징어 회를 먹다가 입안과 목구멍이 따끔거려 당황했다는 이야기가 가끔 들리곤 합니다. 횟집에 물어도 이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몰라 어영부영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사진은 오징어의 입으로 그 안에는 흰색의 뭔가가 무수히 박혀있습니다. 가만 보면 움직이기도 해 기생충 논란이 번지기도 했지만, 사실 이것은 기생충이 아닌 오징어의 정포(精包)로 학명은 'spermatophore'입니다. 오징어 정포는 오징어의 정액을 담고 있는 일종의 기관으로 주머니처럼 생겼습니다.

 

 

해외에서는 오징어를 날것으로 먹다가 이것이 입안과 혓바닥에 박힌 채로 부화했다는(?) 다소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가 횟집에서 주로 먹는 오징어는 표준명 살오징어로 10~11월경에 산란합니다. 산란이 임박한 오징어는 내장에 있던 정자 주머니를 암컷으로 쏘기 위해 입으로 장전(?)하는데 이 시기에 놓인 오징어를 회로 썰면 <사진 3>처럼 입 주변에 정포가 박혀 있습니다. 산란기에 접어든 수컷 오징어는 다리 중 하나(오징어를 정면으로 보았을 때 왼쪽에서 네 번째 다리)가 생식기로 변하며, 정자가 가득 든 정포를 암컷으로 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오징어 회는 입가는 물론, 다리도 잘 살펴서 먹는 것이 좋습니다. 

 

오징어의 산란 영상을 보면, 수컷이 암컷과 함께 유영하다가 다리 한 짝을 암컷의 주구막(수정난이 있는 기관으로 눈 근처에 있다.)에 꽂아 정자를 쏘아 수정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모습이 흡사 전투기의 공중 급유를 떠올리기도 하는데요. (오징어 산란 영상 보기오징어 회를 취급하는 횟집이라면, 산란기에 놓인 오징어가 이러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충분히 염두에 둬야 하며 만약, 손님으로부터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충분히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손질 중에 발견되는 정포를 완전히 제거하고 손님상에 올리는 것이겠지요.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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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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