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색 오징어를 골라야 하는 이유(싱싱한 오징어 고르는 법)


 

 

오징어가 제철을 맞고 있습니다. 우리가 대형마트, 재래시장을 통해 주로 사 먹는 오징어는 표준명 '살오징어'이지만, 그냥 오징어로 통칭해서 불리고 있습니다. 오징어는 난류성 두족류로 한반도 연안의 해수 온도가 오를 때 떼 지어 들어왔다가 해수 온도가 내려가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회유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로 잡히는 철은 여름부터 가을까지이며, 이 시기에는 산 오징어 가격이 대체로 내려갑니다. 한창 저렴할 때는 만원에 4~5마리까지 하기도 하죠. 그런데 올해는 동해산 오징어가 흉어라 산 오징어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겨울에나 볼 수 있었던 '1~2마리 만원'을 한창때인 지금도 보게 되면서 오징어 회를 좋아하는 애호가들에게는 아쉬운 일이 돼버렸습니다. 다른 자연산 제철 생선도 마찬가지지만, 그해 어획량이 감소하면 가격은 뛰고 반대로 어획량이 증가하면 가격이 내려가는 현상이 오징어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지요. (한 예로, 올해 전어는 폭망해서 가격이 엄청나게 뛰었죠.)

 

어쨌든 우리가 싱싱한 오징어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철은 여름부터 가을까지입니다. 맛도 이때가 가장 좋고요. 그렇다면 오징어의 신선도를 알아볼 수 있는 기준, 혹시 알고 계십니까? 일각에서는 초콜릿 색을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왜 그런지 정확히 아는 이들은 아마 드물 것입니다. 어떤 현상 하나를 두고 맹목적으로 외우기보다는 '왜 그런 것인지'를 알았을 때 머리에 쏙 들어오는 법. 그래서 알아봤습니다. 우리가 오징어를 고를 때 색이 왜 중요한지. 그 전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표준명 흰꼴뚜기(무늬오징어)

 

한반도 연안에 서식하는 오징어, 꼴뚜기 종류는 8종 정도 되지만, 우리가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오징어는 살오징어를 비롯해

갑오징어, 한치 정도입니다. 그 외 반원니꼴뚜기(일명 호래기), 흰꼴뚜기(일명 무늬오징어) 등은 주로 낚시로 잡아먹고 있어 일반

사람들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무늬오징어로 예를 들면, 처음 낚시로 잡았을 때의 모양과 색은 대게 위 사진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갓 잡은 오징어의 몸통을 유심히 살피면, 근섬유에 연결된 적갈색의 색소세포가 쉼 없이 움직이는데 이를 확대해서

살피면 마치 만화경과 비슷한 세계처럼 보일 것입니다.

 

오징어는 피부색을 변화시키는 아주 특수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그 색이 적색과 황색, 갈색으로 이루어진 색소세포다 보니 대체로

적갈색을 보이며, 주변 환경에 최대한 색을 맞추는 보호색을 띱니다. 그러다가 위험을 감지하거나 혹은 짝짓기를 할 때면 색으로

감정표현을 하는데 오징어가 자신의 몸 색깔을 바꾸는 데는 불과 3~4초면 충분합니다. 오징어는 자신의 색소세포를 변화시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며, 위협을 감지했을 때는 상대방에게 경고를 보내기도 합니다. 

만약, 이러한 의사 표현으로도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최후의 방어수단으로 먹물을 내뿜게 됩니다.

 

 

먹물을 뿜는 오징어는 매우 흥분한 상태입니다. 일단 흥분이 시작되면 적갈색으로 보이던 색소세포가 더욱 어두워지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몸통 반점이 도드라지게 됩니다. 먹물 주머니에는 연신 먹물을 쏘아대고 있어 몸통 색은 대체로 검게 보이죠.

그래서 흥분한 오징어는 적갈색보다 더 진한 검적색으로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오징어의 감정이 다 똑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람도 개체(?)에 따라 감정의 기복이 다르듯이 오징어도 개체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제각각일 것입니다. 오징어 낚시를 하다 보면 색소세포가 발동하지 않은 채 반투명한 상태로 올라오는 녀석을 더러 보는데, 대게

런 개체는 주변 환경에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몽상가 스타일입니다. 물론, 이 상태로 흔들거나 자극을 주면 위협을 느끼고

먹물을 장전하겠지만, 이렇게 투명한 오징어는 수중에서도 보호색을 띠지 못한 채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지도 않고, 주변 환경에 둔해

홀로 동떨어진 습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오징어는 암수가 명확히 나뉘고 때가 되면 짝짓기를 통해 산란하지만, 무늬오징어의 경우 '게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얼마 전, 한조무역

박범수 대표님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원래는 수컷인데 암컷으로 행세하면서 경쟁자인 다른 수컷을 유인해 자신에게 짝짓기를

시도해 오면 죽이는 꽃뱀 짓을 하다가도 자신이 필요할 때면 원래 성으로 돌아가 암컷을 차지하기도 한다니 이쪽 세계도 오묘합니다.

이런 게이 오징어는 수중에서 보호색을 띄는데 적극적이지 않아 수중에서도 저런 색을 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

물론, 잡혀도 한동안은 저런 투명한 색을 보이게 되는데 이는 오징어 낚시를 해보신 이들이라면 충분히 느꼈을 것입니다.

 

 

표준명 살오징어(우리가 흔히 먹는 오징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수조에 헤엄치는 오징어를 관찰하면 특별히 이상이 있지 않는 한 초콜릿색을 띱니다.

좀 전에 말한 적색, 황색, 갈색의 색소세포층이 겹겹이 나타나면서 우리 눈에는 초콜릿색으로 보이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 오징어가 죽으면

 

 

이런 상태가 됩니다. 오징어 조업은 인조미끼(에기)를 단 채낚기를 자동으로 돌려서 낚아내는데 이때 낚인 오징어는 몸 색깔이 검붉은

상태에서 죽기 때문에 소위 '당일바리'로 새벽 경매를 마친 오징어는 대게 초콜릿 색을 띠게 됩니다. 

 

 

그러다가 수 시간이 지나면서 초콜릿색을 구성하는 색소세포가 차츰 줄어들게 되겠지요.

 

 

오징어가 죽은 지 24~36시간이 지나면, 색소세포가 대부분 사라져 흰색이 됩니다. 

 

 

하루를 훌쩍 넘긴 오징어(왼쪽), 그날 들어온 오징어(오른쪽)

 

그래서 오징어는 초콜릿색으로 골라야 좋다는 말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오징어로 국을 끓이거나 볶아먹게 된다면, 위 두 오징어로는 맛으로 구분해 내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익으면 똑같아집니다.

그래도 우리는 최대한 싱싱한 오징어를 골라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보관력 때문이며, 이는 오징어의 유통기한과 관련 있습니다.

 

위 사진에서 흰색 오징어는 하루 정도가 지났지만, 그대로 2~3일을 둬도 저 색깔 그대로입니다. 며칠이 지났는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2~3일을 지나 5~6일 이상 경과되면 흰색 표피가 되려 붉어지기 시작하는데 이는 부패가 시작된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냉동 오징어를 해동한 후 시간이 흘러도 위와 같이 흰색이 됩니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오징어를 팔 때는 한 마리 단위로 팔지 않습니다. 최소 세 마리 이상 묶어서 파는데 한두 마리를 그날 저녁 반찬으로

먹으면, 남은 오징어를 냉동실에 넣어야 할지, 냉장 보관해야 할지를 망설이게 됩니다. 이때 초콜릿색 오징어는 냉장으로 유통기한이

아직은 넉넉하기 때문에 냉장고에서 2~3일을 넣어두어도 끄떡없지만, 흰색 오징어를 그렇게 넣어두었다가는 언제 상할지 모르므로

결국은 아까운 생물을 냉동시키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위 사진의 두 오징어는 가격이 같습니다.

하루가 지났다고 해서 가격이 더 저렴하지도 않기 때문에 굳이 흰색 오징어로 고를 필요가 없겠지요.

 

 

표준명 창꼴뚜기(제주 한치)

 

제주 한치는 일반 오징어와 달리 색소세포를 부분적으로만 바꾸고 있어, 투명한 몸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잡히는 순간 흥분하게 되고 색소세포가 발동하기 때문에 싱싱한 한치는 적갈색을 유지하며, 이 상태에서 수 시간이 지나면 

결국, 체내 색소세포가 사라지면서 흰색만 남게 됩니다. 그래서 한치와 오징어의 싱싱한 조건은 색소세포가 얼마나 남은 지이며,

생선의 경우 비늘이 떨어지지 않은 것을 골라야 하듯이, 오징어 빨판도 온전히 붙은 것일수록 상태가 좋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냉장 보관은 4~5일까지도 가능하지만, 2~3일 안에 드시는 게 좋습니다. 이점을 잘 참고해 오징어를 드신다면 실수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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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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