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무수히 많은 동식물 중 가장 압도적으로 수적 우위를 자랑하는 생명체를 꼽으라면 단연 기생충일 것입니다. 그중 일부는 생명의 원천인 바다에 서식하고 있지요. 한때 잘못된 오보로 국내를 시끄럽게 했던 고래회충을 예로 들어볼까요? 

 

고래회충은 고등어 한 마리당 적게는 2~3마리에서 많게는 10~20마리까지 기생합니다. 고등어뿐 아니라 우리가 주로 먹는 갈치, 붕장어, 쥐노래미, 광어, 우럭, 청어, 명태, 대구 등 그 외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어류에 가리지 않고 기생하는데 이들 어류의 개체 수만 해도 60억 인류의 수천 배는 되고 그 속에서 기생하는 고래회충의 개체 수만도 수만 배 이상이라 그 수가 얼마만큼인지 감히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막대한 물량공세로 생명을 유지해 나가야 하는 기생충. 왜 그렇게 종족 번식에 집착하게 된 걸까요?  

 

그것은 기생충의 생활사가 종족을 번식하기에 썩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알을 낳는 성체로 성장하려면 최소 몇 년이 걸리는데 거기까지 도달하려면 몇 번의 숙주를 거쳐야만 합니다. 고래회충의 경우, 바닷물을 떠돌아다녀야 할 유생 시절에는 반드시 새우류에 잡아먹혀야만 1기로 성장하게 됩니다. 

 

거기서 2기로 성장하려면 자신의 숙주가 물고기에게 잡아먹혀야만 할 것이고, 거기서 다시 고래나 상어에게 잡아먹혀야 알을 낳는 성체로 자라게 되니 바늘구멍과도 같은 확률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성체로 자라게 될 생활터전을 마련하게 됩니다. 즉, 이 세상 바닷속에 고래회충이 아무리 많아도 최종 숙주에 도달하는 개체는 전체 개체 수의 0.1%도 안 된다는 것. 그만큼 성체로의 생존율이 떨어지는 생명체일수록 더 많은 알을 낳아 종족을 유지하려는 본능은 그 어떤 동물이든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바닷물고기 기생충 하면 젤 먼저 떠올리는 것이 고래회충이지만, 이 넓은 바다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기생충이 지금까지 밝혀진 기생충보다 더 많고 대부분은 인체에 해롭지 않기 때문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가면서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심연의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기가 어렵고, 실제로 채집된 해양 생물도 전체의 30%에 못 미칠 만큼 일부만을 보고 있는데 이장에서는 최근까지 밝혀진 해양 생물 기생충에 관해 몇 가지 사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연산 우럭에서 나온 고래회충

 

1. 고래회충(아니사키스)

고래회충은 인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바닷물고기라면 대부분 기생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내장과 복강 내에 기생하지만, 숙주가 죽으면 밖으로 기어 나오거나 반대로 살을 뚫고 근육으로 파고들기 때문에 이것을 회로 먹을 시 감염됩니다.

 

특히, 날 음식을 먹는 문화권에서 감염 증상이 많은데 이미 알려지다시피 싱싱하지 않은 생선, 죽어버린 생선 등을 먹다가 감염돼 한밤중에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내과를 찾아야 했던 아찔한 순간도 있었을 것입니다. 고래회충은 제 블로그의 단골 주제이기도 해서 자세한 내용은 링크로 걸어드리고 여기서는 고래회충의 종류에 관해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시청자를 공포로 몰고 간 기생충 뉴스의 심각한 오류

우리가 회를 먹고 고래회충에 감염될 확률

고등어 기생충, 주부들이 꼭 알아야 할 사실

 

 

<사진 1> 길이 4~5cm에 달하는 고래회충 유충

 

고래회충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몸에 기생할 수 없습니다. 사람의 유전형질과 고래회충의 서식 조건상 맞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기생에 실패하고 죽어버리는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심한 복통과 설사, 구토, 알레르기 반응을 동반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를 신속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내시경을 통한 적출 외에 별 방법이 없습니다.

 

고래회충은 회충이나 십이지장충과 달리 숙주의 위장이나 장내에 살기보다 그것을 뚫고 나가 복강에서 기생하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의 위장에 들어가도 마찬가지. 위산을 피하기 위해 위벽에 붙어 점막을 뚫고 나가므로 여기서 오는 통증이 마치 맹장염이나 급성 위염에 걸린 것과 비슷하다고 전해집니다. 

 

결국, 고래회충이 알을 낳는 성체로 자라려면 매우 큰 어류나 해양 포유류여야 합니다. 상어, 물개, 고래 등이 여기에 해당하죠. 그 전에 거쳐온 숙주는 성체로 자라기 위한 기틀을 마련해 줍니다. 그래서 숙주가 크면 클수록 고래회충의 씨알(?)도 큰 것이지요. <사진 1>은 낚시로 잡은 자연산 우럭에서 나온 고래회충입니다. 유충이란 표현을 쓴 이유는 우럭이 종숙주가 아니고 고래회충도 덜 자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충치고는 길이가 상당합니다. 보통 우리가 생선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유충의 길이는 1~3cm가 고작이지만, <사진 1>은 우럭의 씨알이 매우 커서 유충도 제법 자란 상태입니다. 이는 고래회충의 유충이 우럭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음을 방증합니다. 기생충의 목적은 숙주에 큰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생명 활동을 연장해 나가야 하므로 우리가 고래회충에 감염돼 아파한 것과 달리 우럭이나 다른 물고기들은

고래회충을 많이 보유해도 복통이 오거나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

 

학계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고래회충도 몇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서 우리가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는 종류는 3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사진 1>의 고래회충입니다. 가장 흔히 발견되는 타입으로 학명은 "아니사키스 심플렉스 C(Anisakis simplex C)"입니다. 설사 우리가 이것을 먹을 일은 없겠지만, 고래회충 중에서는 가장 조심해야 할 타입이지요.

 

보시다시피 이 녀석은 머리가 뾰족하고 날카로워 위벽을 뚫고 복강 내로 들어가기에 최적화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단, 손바닥에 올리면 살갗을 뚫고 들어간다는 소문은 유언비어입니다.)

 

 

자연산 우럭에서 나온 고래회충

 

고래회충이 회에서 나오면 대략 이러한 모습을 하게 됩니다. 길이가 3cm에 달하기 때문에 육안으로 볼 수 있지만, 술자리에서 무의식적으로 젓가락질을 하다 보면 놓치고 먹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전에 회를 뜨는 과정에서 제거되고, 우리가 주로 먹는 양식산 활어에는 거의 기생하지 않으니 안심해도 됩니다.

 

 

<사진 2> 고래회충은 종류에 따라 모양이 약간씩 다르다.

 

<사진 2>의 고래회충은 '아니사키스 페그래피(Anisakis pegreffi)"란 녀석으로 역시 복강 내에 기생하지만, 위장이나 장의 벽보다는 알집, 간에 붙어 소용돌이 모양으로 몸을 돌돌 말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렇게 몸을 돌돌 말고 있는 고래회충은 심플렉스 타입보다 움직임이 둔하며 다소 순한(?) 편이나 그렇다고 해서 안전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 제가 갈치 낚시를 하면서 약 100마리에 달하는 고등어를 잡아 손질했는데 그 속에는 심플랙스 타입과 페그래피 타입이 반반씩 섞여 나온 것을 눈으로 확인하였습니다. 움직임을 보면 심플렉스는 목을 쳐들고 활발하게 움직여 한눈에 보아도 굉장히 위협적이지만, 페그래피 타입은 몸을 돌돌 말고 꼼짝하지 않고 있어 상대적으로 순해 보이긴 합니다.

 

 

<사진 3> 물개회충

 

낚시로 잡아온 고기를 손질하다 보면 다양한 종류의 고래회충을 보는데 한 눈에 봐도 굵고 길며,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녀석이 바로 이 녀석입니다. 학명은 '슈도테라노바(Psudoterranova decipiens)', 저는 평소 자주 보던 녀석이지만, 사진 자료를 남기지 못해 인터넷에 고래회충이라고 떠돌고 있는 사진을 하나 업어 왔습니다. 

 

위 사진은 슈도테라노바의 가장 좋은 표본으로 씨알은 앞서 소개한 고래회충보다 크고 투명하지 않은 진갈색을 띠고 있어 눈으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사람 위장에 들어가게 되면 심플렉스 타입만큼 격렬한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먹으면 안 됩니다. (...)

 

 

58cm급 대형 우럭에서 나온 촌충

 

2. 우럭 촌충류(1)

이 기생충은 종숙주가 우럭으로 보이며(일본의 자료를 찾아봐도) 정확한 학명이나 명칭은 국내, 일본 자료를 뒤져보았지만 제 능력으로는 알아내지 못하였습니다. 국내에는 자료가 아예 없는 듯하고 기생충학이 어느 정도 발달한 일본에서도 이 기생충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었던 이유는 우럭이 일본 내에서 그리 많이 잡히는 어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럭은 비교적 고위도의 찬 수온에 서식하는 온대성 어류로 일본에서는 혼슈 북쪽과 홋카이도에서만 잡히고 있어 우럭 내에 기생하는 촌충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번에 제가 발견한 이 촌충은 길이 30cm 정도이며 알(혹은 내장)으로 보이는 검은 반점이 훤히 비치는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절편(마디)이 없으므로 기존에 문제시되었던 광절열두조충이나 동해긴촌충과는 전혀 다른 종이고 담수와도 그리 친해 보이지 않습니다. 

 

일본 자료를 찾아보아도 이 기생충은 우럭에서 주로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우럭이 종숙주일 확률이 높고, 여기서 성체로 자라 배변을 통해 알을 낳아 배출하는 생활사일 것으로 추측합니다. 우럭이 종숙주인 만큼 인체에 기생할 확률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이며 이것이 산 체로 인체에 들어간 보고가 없기 때문에 피해사례조차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일단 흔한 기생충이 아니고, 복강 내에 기생하다 숙주가 죽으면 살 속으로 파고들지도 않으므로 대게 이러한 촌충류는 선상낚시꾼들에 의해 간헐적으로 발견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고, 일반인들이 이를 접할 확률은 한없이 제로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3. 우럭 촌충류(2)

위 사진은 어초 낚시에서 낚은 우럭으로 항문을 통해 희고 절편이 있는 기생충이 나오는 모습입니다. 편모운동으로 몸길이를 늘였다 줄였다 하는데 이것도 위에 소개한 촌충류와 마찬가지로 우럭이 종숙주일 가능성 매우 커보이며 인체의 기생할 확률은 매우 낮아보입니다. 자료를 찾다가 결국은 찾지 못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연구 대상도 아니고 표본을 채집했다거나 이것에 의한 피해 사례 조차 없어 아직은 연구 미제의 기생충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오징어에 주로 기생

 

4. 니베리니아(니베린 촌충)

생물 오징어를 손질하다 보면 가끔 이 녀석을 발견합니다. 길이는 5mm로 딱 쌀알 크기이고 오징어 껍질과 살 사이에서 꿈틀대는데요. 주로 기생하는 숙주는 오징어, 대구가 있으며 근육과 뱃속에 기생하지만, 이것을 먹어도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녀석의 입이 갈고리 구조라 살에다 갈고리를 걸고 매달리는 습성이 있어 가끔 식도 벽에 붙어 생선 가시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고 전해집니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는 여름철, 생물 오징어에 주로 발견되며, 이것에 많이 감염된 오징어로 오징어 순대를 만들면 훌륭한 순대 속이 됩니다.

 

 

 

5. 방어 선충

방어를 손질하다 보면 근육에 충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잘 모르는 조리장들은 이를 고래회충이 파고든 것이라 오해하지만 실은 방어 선충입니다. 겨울에 제맛을 내는 방어는 사실 방어 선충이라는 기생충에 취약한 어류입니다. 우리는 겨울이면 대방어를 맛있게 먹지만, 손질 과정은 조리사들은 곤혹스럽게 합니다.

 

포를 뜨고 썰 때 살에 구멍이 뚫려 있거나 고름이 나온다고 하면 그 부위는 전량 폐기합니다. 대방어 자체가 워낙 큰 데다 기생 부위는 좁아 충이 나온 부위를 기준으로 앞뒤로 조금 넓게 잘라서 버리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으며, 충이 발견되지 않는 나머지 부위는 횟감으로 판매합니다. 다시 말해, 선충이 발견되어도 전부 버릴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방어 선충은 길이는 50cm에 달하는 것도 있으며 보통은 10~20cm 내외로 발견됩니다. 색은 원래 무색투명하지만, 대게 피를 빨아먹고 있어 약간 불그스름한 색을 띱니다. 사계절 언제든지 발견될 수 있지만, 특히 봄에 기생 확률이 높습니다. 발견되면 그 부위는 구멍이 뚫려 있고 그 사이로 고름과 함께 충이 쏟아져 나오기도 하는데 여기서 고름은 기생충의 분비물에 해당합니다. 

 

만약, 횟집에서 방어를 먹는데 이와 같은 현상이 발견되면 그 집 사장님을 조용히 부르세요. 그리고 문제의 부위를 보여주면서 "사진을 찍어두었으니 이것을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올리겠다."며 거래와 협박을 일삼는 진상 손님이 되기보다는 일단은 나오는 코스 요리까지 다 드신 후에 사장을 조용히 불러서 항의한 다음, 음식비를 면제받고 나오시면 되겠습니다. 방어 선충이든 고래회충이든 그것이 인체에 해롭든 해롭지 않든 간에 회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것은 조리장으로서 자질을 상실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봄, 고래회충 오보 사건의 주역이었던 필로메트라 선충

 

6. 필로메트라

2015년 3월, 울산의 한 갯바위에서 망상어 낚시를 즐기는 한 남성은 이것의 배에서 기생충이 득실득실하더라는 제보를 하게 됩니다. 소식을 듣고 헐레벌떡 뛰어온 기자는 실제로 망상어의 배에서 길고 불그스름한 기생충이 엄청나게 많이 발견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 기생충의 정확한 이름을 조회해 본 결과 국립수산과학원은 이 기생충이 고래회충에 속하는 '필로메트리(Philometrides)'라는 소견을 냅니다.

 

여기에 내과 의사와 같은 전문가들은 "고래회충에 감염된 생선을 잘못 먹었을 경우 극심한 복통과 구토, 설사가 동반될 수 있다.'며 조심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몇 가지 소견을 들은 기자는 망상어에서 나온 기생충을 고래회충으로 규정하고 뉴스에 내보내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국내는 발칵 뒤집힙니다. 시민들은 불안감에 회를 멀리하게 됩니다. 그 결과 횟집과 일식집, 수산시장은 엄청난 타격을 입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6월 메르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폐업하는 식당도 속출합니다. 기생충에 대해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로 보도한 공영방송 뉴스나 그것을 그대로 받아적어 내보낸 신문사 기자들의 경거망동에 시민들을 불안에 떨었고 관련 종사자들은 생업과 힘겨운 사투를 벌였지만, 돌아오는 보상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보에 대해 해명하거나 책임을 져야 할 방송사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피해자만 늘어난 셈입니다.

 

이런 현상을 지켜보고 있으면 우리나라는 이쪽 분야에서 여전히 미개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공영방송을 통해 보도될 수 있다는 것도, 그것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것도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 전에 국립수산과학원이 '고래회충에 속한'이란 잘못된 표현만 하지 않았어도 사태가 이렇게 번지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기생충학이 발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전 세계에서 생선회를 날것으로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수산물, 생선회 소비량이 세계 1~2위를 다투는 국가가 이런 기생충에 대해 정확한 소견을 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해당 기생충은 필로메트리속에 속하는 필로메트라로 일종의 선충류입니다. 종숙주가 고래가 아니기 때문에 고래회충이 아니며, 고래회충과 같이 내장에 있다가 숙주가 죽으면 살 속으로 파고드는 충도 아닙니다. 당연히 인체에 기생할 수 없고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도 한국, 일본을 통틀어 발견되지 않습니다.

 

필로메트라는 주로 벤자리, 농어, 쏨뱅이, 망상어의 복강 내에 기생하며 특히, 알(난소)에 많이 기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길이는 10~10cm 정도로 붉은 실지렁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앞서 고래회충 때문에 전국이 난리가 났는데요. 설령, 망상어에서 발견된 기생충이 고래회충이라 손 치더라도 그것을 공정하게 보도해야 하는 언론인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뉴스는 평소에 우리가 먹지도 않는 망상어로 보도하면서도 자료 화면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주로 먹는 양식 광어를 송출해 마치 이 기생충이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양식산 활어에도 나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전문성과 객관성의 완벽하게 잃고 말았습니다.

 

 

 

 

7. 학꽁치 아감벌레

해양 등각류의 일종인 학꽁치 아감벌레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학꽁치에 기생하며 아가미에 흡착해 학꽁치 먹이의 부스러기를 받아먹는 벌레입니다. 학꽁치 10마리 중 7~8마리는 감염돼 있으며, 적게는 1마리에서 많게는 3~4마리까지 붙어 있기도 합니다. 이 아감벌레는 우리의 식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는 이물질이므로 조리 시에는 반드시 제거해야겠죠. 그런데 학꽁치란 어류 자체가 대가리(아가미 포함)를 사용하는 요리는 없습니다. 대부분 손질 과정에서 제거되므로 우리가 이것을 먹을 확률은 제로입니다.

 

 

학꽁치 머리 장식에서 나온 아감벌레

 

다만, 학꽁치 머리를 장식으로 쓰는 업소는 아감벌레를 확실히 제거한 상태에서 손님상에 내야 합니다. 학꽁치 아감벌레도 결국은 기생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숙주가 죽어서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수 시간 내로 기어 나와 새로운 숙주를 찾아다니게 됩니다. 그런데 그 장소가 손님의 술상 앞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위 사진은 제가 일부러 아가미를 들춰 아감벌레를 끄집어 냈습니다. 

 

그때의 아감벌레는 죽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기어 나올 순 없었습니다만, 모름지기 기생충이 죽어서 나오면 숙주의 신선도가 좋지 못하다는 방증이므로 학꽁치 회 역시 싱싱하지 못했음을 아감벌레의 상태로 알 수 있게 됩니다. (관련 글 : 초심 잃은 어느 횟집의 중대한 실수)

 

 

구두충(사진 출처 : http://complexcat.exblog.jp/3388219)

 

8. 구두충

2000년대 말, 구두충 사건으로 인해 수산 가공 통조림 업체가 한바탕 곤혹을 치렀죠. 꽁치 통조림에서 주황색 충이 자주 발견돼 반품과 리콜이 빈번했고 소비자의 항의도 빗발쳤습니다. 당시 꽁치 통조림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식약처로부터 구두충이 나오지 않게 조치를 취하라는 시정 명령을 받았지만, 현실적으로 구두충을 제거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을 겁니다.

 

구두충은 주로 꽁치, 가다랑어(그래서 참치 통조림에서도 간혹 발견됨), 고등어, 방어에 기생하면서도 기생 영역이 내장, 항문, 근육을 가리지 않고 더욱이 살 속 깊숙이 파고든 경우도 있어 이를 일일이 검사해 제거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구두충은 인간에 기생하지 않으며 먹어도 해는 없지만, 일단 사람이 먹는 음식에서 이런 게 나오면 혐오스러우므로 이물질로 분류됩니다. 현재는 기술이 좋아져 가공 시 구두충 발견율을 높인 것으로 보이나 완벽하게 제거하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통조림에서 구두충이 나오지 않을 확률이 제로라고는 말 못합니다. 만약, 통조림을 깠는데 구두충이 나오면 저의 경우는 구두충만 덜어내고 먹는 편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이를 권하기가 정서상 어려우니 그냥 반품 처리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구두충이든 고래회충이든 기생충이란 이 세상 그 어떤 바닷물고기에 기생할 수 있으며 그것을 사전에 완벽하게 제거할 방법은 없다는 것입니다.

 

 

9. 쿠도아충

쿠도아충은 주로 광어의 살에서 발견되며 모양은 쌀알처럼 약간 타원형이거나 둥글둥글합니다. 하지만 최근에 변종 쿠도아충이 양식 광어에 발견됨으로써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 변종 쿠도아충은 일반 쿠도아충과 달리 너무 작아 눈으로 식별이 어렵습니다. 역시 근육 내에 기생하고 있어 이것을 회로 먹게 되면 적당히 견딜 만한(?) 복통과 설사를 동반하다가 하루 이틀 사이 자연 치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쿠도아충은 주변 해역의 오염도를 가늠하는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양식장 특성상 주변 해수를 끌어다 쓰기 때문에 그 지역의 해수가 하수처리장과 가깝거나 혹은 사육 밀도가 높아 물고기 배변 등에 의한 오염도가 상당 부분 진행되었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벵에돔 등 아열대 어류에서 주로 발견되는 시모토아 엑시구아

 

 

10. 시모토아 엑시구아

좀 전에 소개한 학꽁치 아감벌레와 마찬가지로 해양 등각류에 속하며 이를 갑각류의 일종으로 보고 있지만, 엄연히 숙주를 찾아 기생 생활을 하기에 기생충 내지는 기생 벌레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이 벌레는 물속을 부유하다 적당한 숙주가 나타나면 일부러 잡아먹히며(?) 혀에 달라붙습니다.

 

이후로는 숙주의 혀를 단단히 붙잡으며 혀를 갉아먹고 혀로 들어오는 피도 빨아먹으면서 본격적인 기생생활에 돌입합니다. 그러다가 혀를 다 먹어치우면 자신이 숙주의 혀가 되는 엽기적인 생활사를 선택하면서 나중에는 숙주의 먹잇감에서 나오는 찌꺼기를 받아먹으며 입안 청소부 역할을 자처해 공생 관계를 유지합니다. '병 주고 약 준다.'는 말은 이 경우에 사용하는가 봅니다. 시모토아 엑시구아는 원래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 서식하는데 최근에는 고수온 여파로 해마다 수온이 상승하는 여름에 남해 일부 지방에서도 발견됩니다.

 

 

 

11. 네로실라 아쿠미나타

이 벌레는 물속을 부유하다 적당한 숙주(느리게 헤엄치는 만만한 숙주)가 나타나면 올라타 기생을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지느러미에 붙다가 점차 근육으로 옮겨 피를 빨아먹습니다. 유영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은 어류로는 숭어가 대표적이어서 우리 연안의 일부 숭어는 이 벌레에 감염되어 있습니다.

 

감염 부위는 주로 지느러미와 접지 부분으로 이 부위가 빨갛게 부었거나 혹은 등에 비늘이 벗겨진 채로 상처가 나 있다면 대게 이 벌레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보면 됩니다. 공격을 받은 것까지는 좋은데 상처 틈 사이로 2차 감염이 일어나 문제를 일으킵니다. 이 벌레가 숭어에서 떨어지면(숭어는 이것을 떨쳐내기 위해 수면 위로 점프를 시도함) 균의 침입을 막아주는 비늘이 소실되고 살갗이 벌어져 있어 이형흡충과 같은 또 다른 충의 감염률을 높이게 됩니다. 그래서 활어를 고를 때는 비늘이 온전한지를 잘 살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학공치 표면에 붙은 흡충, 펜넬라

 

12. 펜넬라(흡충류)

인간에는 기생하지 않으며 주로 꽁치, 학꽁치, 청새치의 껍질에 붙어 기생합니다.

 

 

머리에는 닻과 같은 모양이 있어 그것으로 단단히 고정하고 붙어살며 물고기 몸 밖으로 내놓고 있는 형태입니다. 크기는 사진에 보이는 손가락 길이부터 수십 센티미터에 달하는 것도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 외에 다양한 충들이 있지만, 우리가 그것을 발견할 확률은 거의 없으므로 생략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한 기생충 중에 조심해야 할 것은 고래회충 3종뿐입니다. 나머지는 인체에 기생하지 않으며 심각한 피해를 주지도 않습니다. 제 생각에 기생충이란 동물은 모든 지구 생명체 중에서 가장 많은 개 체수를 보유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바다든 육지든 하늘이든 동물이 서식하는 곳에는 언제나 기생충이 도사리고 있으며 그 수는 동물 개체 수의 몇 배 이상이니 숫자로 헤아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기생충이라고 해서 모두가 인류에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닙니다. 저마다 생활사도 숙주도 다르며, 어떻게 보면 종족을 유지하고 번식하기에는 가장 연약하고 불리하기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기생'이라는 생활사를 선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생은 숙주가 모르게 이뤄져야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거나 화를 불러일으키면 세입자 입장이 난처해지니까요. 기생이 시작되면 결국에는 숙주가 죽겠지만, 그 시간을 최대한 늦추어서 갖은 영양분을 빨아먹어야 하겠지요.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너무 걱정하시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봐야 오늘 소개한 여러 기생충 중에서 우리의 식생활에 영향을 주는 기생충은 고래회충 하나뿐이고 그마저도 양식산 활어에는 기생하지 않으며, 자연산이라 하더라도 싱싱한 것을 손질한 것이라면 모두 제거되니 염려는 놓으시기 바라면서, 징그럽지만 알면 신기한 기생충 이야기를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는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수산물에 관해 새로운 정보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그 대상은 요즘 국내 시장에서 점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주요 수산물이기도 하며, 앞으로 우리 국민이 잘 알고 먹어야 할 수산물이기도 합니다. 그 내용에 관해 어느누구도 다루지 않은 이야기를 제가 먼저 다루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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