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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별미, 방어회에 기생충이 나온다면? (방어사상충에 관하여)
부제 : 방어 기생충(방어 사상충) 발견시 행동 요령
이 글은 소비자는 물론, 횟집과 일식 업계에 몸담은 조리장이라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상식 중의 상식'입니다. 방어 기생충은 수온이 내려가는 한겨울에도 곧잘 발견되는데, 특히 7~8kg 이상 대방어를 손질 시 종종 발견되고 있어 업계에서는 그 부분만 도려내고 파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생선회에 기생충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역겹고 혹시라도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충분히 나올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마리당 수십만 원씩이나 하는 대방어를 전부 폐기처분을 할 수 없는 노릇이어서 업계에서는 이러한 사실이 손님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린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겨울철 별미, 방어회의 인기가 한해 두 해로 끝날 것이 아니므로 이러한 정보가 낱낱이 공유돼 이제는 소비자도 알고 먹을 권리를 찾아야 하며, 업계도 좀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올바른 정보가 전제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대방어에서 종종 발견되는 기생충에 관해 알아보고 이것이 발견되었을 때 조리장이 해야 할 일과 소비자(손님)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진 1> 손질 중에 기생충이 나온 방어회
위 사진은 손질 도중에 기생충이 발견된 방어회입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여러분은 이 방어회를 드시겠습니까? 드시지 않겠습니까? 혹자는 절대로 입에 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이러한 방어회를 수도 없이 먹어왔고 또,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다만, 몰랐을 뿐이죠. 저의 답변 역시 "먹는다."입니다. 아래 사진은 비위가 거슬릴 수도 있으니 스크롤을 내리는 데 유의하십시오. 하지만 내용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참고해야 할 사진입니다.
<사진 2> 방어 기생충이 발견된 사례
위 사진은 어느 독자님이 제 휴대폰으로 보내주신 사진입니다. 단골 횟집에서 포장해 온 방어회를 가족과 함께 먹었는데 거의 다 먹었을 즈음에 기생충을 발견하고 그만 젓가락을 놓았다고 합니다. 지역 카페에 글을 올렸더니 다들 내시경을 해야 한다, 위를 뚫고 다닐 수 있다, 게다가 검색하면 할수록 다들 무서운 이야기뿐이어서 제게 문의가 들어온 것입니다. 해당 횟집에서는 죄송하단 말이 전부였고 만약, 내시경을 한다면 비용을 대겠다고 했지만, 아직은 증상이 없고 모두가 바빠서 병원에 갈 시간이 없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답변은 '사과를 받고 음식비를 환불받아라.' 정도입니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방어 기생충이 어떤 녀석인지 알아봅니다.
<사진 3> 부위별로 표시한 방어
아직도 방어를 취급하는 대다수 횟집이 이 기생충을 '고래회충(아니사키스)'로 오해하고 내시경을 운운하는 것은 정보의 부재가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방어 근육 발견되는 기생충은 학명 'philometroides seriolae'으로 우리 말로는 방어 사상충, 혹은 방어 선충 정도로 불립니다. 아직 이 녀석에 관해 제대로 된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방어 기생충의 생활사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내장에 기생했다가 숙주가 죽으면 살로 파고드는 고래회충과 달리, 처음부터 근육에서 부화해 근육에서 생을 보낸다는 사실입니다. 다 자란 성충은 길이 50cm 혹은 그 이상 자라며, 방어 살 속에 굴을 파고 들어가 거기서 일생을 보냅니다. 그러다가 산란이 임박하면 방어의 살을 뚫고 충체 일부를 바깥으로 드러낸 다음 알을 방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화한 유충이 어떤 식으로 방어 몸속에 기생하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모릅니다. <사진 3>은 요즘 인기가 치솟는 방어회 부위를 표시하였습니다.
먼저 살점이 가장 많이 나오는 등살과 중뱃살(사진에 뱃살로 표시)이 있으며, 특수 부위로는 1) 목살(가마살), 2) 배꼽살, 3) 사잇살, 4) 볼살로 나눕니다. 이 중에서 방어 기생충의 발견 확률이 높은 부위는 등살을 비롯해 3) 사잇살로 이들 부위의 공통점은 기생충이 파고들기 용이한 부드러운 근육이란 점과 철분이 함유된 붉은 혈합육이라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조리장은 방어를 손질할 때 특히, 등살과 사잇살에서 기생충이 발견되거나 자리한 흔적(둥지)이 없는지 유심히 살펴야 합니다.
방어 기생충의 둥지
위 사진은 올봄에 손질한 방어입니다. 방어 사상충의 기생 확률은 사계절 중 봄이 가장 높고 여름, 가을, 겨울 순입니다. 겨울에는 기생 확률이 낮지만 그래도 수명이 오래된 대방어에는 같은 기간 생을 함께한 방어 사상충이 나올 확률이 높고,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세를 냈기 때문에 더 굵고 깁니다. (...) 기생충은 숙주와 함께 성장하므로 숙주의 몸집이 크면 클수록 기생충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위 사진은 방어 등살에 발견된 기생충으로 보시다시피 방어 기생충이 자리한 흔적으로 뻥 뚫린 구멍을 볼 수 있으며, 그 안에서 기생충과 함께 고름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 고름은 기생충이 수일 동안 먹고 싸고 먹고 싸고 하면서 낸 분비물이기에 이를 먹으면 배탈, 설사, 식중독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어 기생충 자체는 우리 몸에 기생할 수 없으며, 고래회충과 달리 극심한 통증을 수반하거나 해를 끼친다는 보고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내시경을 할 필요도 없으며, 익히면 안전합니다. 방어를 즐겨 먹는 일본에서는 손질 시 이러한 방어 사상충의 발견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단순히 몸에 해롭거나 해롭지 않고를 떠나 이런 기생충이 손님상에 오른다는 것은 조리사의 자격과 자질을 의심해야 하는 대목이겠지요.
#. 손님 입장에서 방어 기생충 발견 시 대처 요령
만약, 방어회를 먹는 자리에서 방어 사상충이 발견된다면, 횟집 사장에게 보여주고 음식값은 전액 환불받으시기 바랍니다. 내시경을 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그 이상 불필요한 요구를 하거나 금품으로 보상해 달라는 식의 진상은 부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 조리사 입장에서 방어 기생충 발견 시 대처 요령
손질 중에 방어사상충이 발견되면 둥지를 포함해 오염된 부위의 양옆을 여유있게 잘라 폐기처분하고 사용한 칼과 도마를 소독합니다. 만약, 이 기생충에 의한 손님의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부주의에 의한 실수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필요시에는 이 기생충에 대해 설명하고 음식 값을 모두 보상하는 것으로 마무리짓습니다. 물론, 이후에 손님이 배탈이나 식중독 증세를 보인다면 진료비를 부담해 주는 것도 도리일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겠지요.
한겨울이라도 대방어에서는 방어 기생충이 종종 발견됩니다. 이것은 자연의 섭리이며, 조리사로서 골라내야 할 안목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동안 몰랐지만, 바닷속 물고기에는 고래회충을 비롯해 몇 종류의 기생충이 다수 기생해 왔고, 단지 회로 먹을 때 싱싱한 횟감을 사용함으로써 기생충 감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방어 기생충은 싱싱한 방어에도 발견되고 있어 물건을 받을 때 조리사 재량으로 걸러낼 수 없습니다. 손질하다 보면 의레 나올 수 있는 것이므로 꼼꼼하고 위생적인 손질을 통해 이러한 기생충을 조기에 발견하고 처리해 손님상에 오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조리사의 재량일 것입니다. 손질 시 방어에 기생충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지만, 그것이 손님상에 오를 동안 몰랐다는 것은 횟집으로서의 자격이 사람들 입방아에 오를 수 있는 문제인 만큼, 꼼꼼하게 손질하고 살피고 위생적인 처리를 강화해 손님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방어에서 나온 기생충을 고래회충(아니사키스)로 잘못 알고 있는 조리사와 손님의 오해가 이 글로 풀리길 바라며, 정확한 정보를 통해 더욱 위생적이고 맛있는 겨울 방어회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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