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크랩 대게 기생충 논란, 진실은?


 

 

우리 민족이 대게를 먹기 시작한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기생충 문제로 몸살을 앓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수입한 킹크랩을 대량으로 소비하기 시작한 것도 불과 수십 년 안팎의 일인데 기생충 논란은 거의 없었습니다. 아무 이상 없이 잘 먹어오던 킹크랩과 대게에 갑자기 기생충이 생긴 걸까요? 글을 준비하면서 저는 작년 3월에 발생한 '고래회충 오보' 사건을 자연스레 떠올렸습니다. 그것과 이것은 조금 다른 경우이지만,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뉴스로 내보내 국민 먹거리에 불안감을 조성한 것도 그렇고, 아울러 관련 업계의 불경기를 초래해 오보로 인한 피해자가 속출했던 것도 비슷할 것입니다. 아직 게 기생충 소문이 일파만파 퍼지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일각에서는 이것을 '사실'로 믿는 이들 위에 잘못된 정보가 군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오해'에서 비롯됩니다. 오해는 서로가 잘 몰라서 생기는 일이지만, 적어도 뉴스로 내야 할 기사라면 객관적인 사실 검증을 거쳐야 함이 기본 아닐까요?

 

최근 킹크랩과 대게에서 기생충이 다량으로 발견되었다는 소문이 인터넷과 SNS의 확산력을 타고 전염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전염이 아닌 정보의 오염입니다. 어느 인터넷 뉴스 기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옮기기에 바빴고 그것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되면서 우연히 제 눈에 띄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기사 내용에 미심쩍은 부분이 한둘이 아닙니다. 기존에 제가 알던 내용과도 전혀 다릅니다. 어떻게 이런 기사가 나오게 되었는지 소문의 진상을 알아보기로 합니다.

 

 

<사진 1> 킹크랩에 기생충이 나왔다는 사진(출처 : 일본 네이버 마토메)

 

먼저 문제가 된 해당 기사의 원문을 링크로 올립니다. (원문 보러가기) 원문은 문제의 사진을 올리면서, 킹크랩이나 대게 등껍질에 기생충 알이 수없이 붙었고 부화한 기생충이 살 속으로 파고들면서 우리가 먹게 된다는 식으로 왜곡했습니다. 

 

 

<사진 2> 킹크랩 살에서 기생충이 나왔다고 주장하는 사진

 

<사진 3> 지금은 삭제되고 없는 어느 소비자의 글

 

기자는 킹크랩을 사 먹었다 피해를 본 소비자의 예를 들면서, 삶은 킹크랩 살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기생충이 나왔는데 시중에는 이렇게 질 나쁘고 기생충이 번식하는 대게를 많이 팔고 있다는 기사로 킹크랩과 대게에 대해 좋지 못한 인식을 심어주고 있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요? 지금부터는 저의 설명입니다.

 

"킹크랩 대게 기생충, 모르면 무섭지만, 알면 재미있는 이야기"

 

 

게 거머리(카니비루 カニビル)의 알과 성체

 

1) 대게에 붙은 게 거머리 알

2) 게 거머리가 부화하는 장면

3) 게 거머리 성체

4) 게 거머리의 흡반

 

#. 게 거머리는 기생충이 아니다

킹크랩과 대게 껍떼기에는 유난히 저런 원반 모양의 기생 생물이 흡착된 경우를 종종 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것은 바다 거머리의 일종인 '게 거머리'의 알입니다. 일본에서는 게 거머리를 카니(게)에 붙는 히루(거머리)란 의미로 카니비루(カニビル)라 부르며 학명은 'Notostomobdella cyclostoma' 입니다. 이 녀석에 대한 연구가 미비한 탓에 자세한 생활사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로써 알려진 사실은 위 사진 4번에 보이는 둥근 흡착판을 물고기에 붙이고 체액을 빨아먹으면서 생명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게나 킹크랩은 등껍질이 딱딱하기 때문에 게 거머리 성체가 달라붙어 체액을 빨지 못하고, 더욱이 몸속으로 들어가 기생하는 일도 없습니다. 다만, 알을 붙이기에 적합한 몸 구조를 가졌을 뿐입니다. 바다 거머리는 물속에서 천천히 유영하는 물고기에 올라타 피를 빨아먹는 정도의 환형동물이므로 숙주의 몸속에서 기생하는 기생충과는 구별됩니다. 앞서 올린 <사진 1>은 성체가 게에 올라타 알을 낳는 장면입니다.

 

 

15년 산으로 추정되는 박달대게

 

#. 게 거머리 알이 많은 게가 맛도 좋다.

위 사진은 박달대게에 붙어 있는 게 거머리 알입니다. 박달대게는 수명이 14~15년 이상인 대게를 말하며, 몸집이 크고 살도 꽉 차서 일반 대게보다 가격이 높습니다. 대게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상인은 이구동성으로 저런 부착생물(거머리 알이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어)이 많이 붙은 게일수록 맛이 좋다고 주장하는데 그 말은 사실입니다.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게와 게 거머리의 생활사를 알아야 합니다.

 

게는 약 1~2년에 한 번 정도 탈피합니다. 허물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음으로써 갑폭(껍데기의 가장 넓은 지름)이 커지며 몸집을 불립니다. 그렇게 열 몇 번을 탈피하면 빅 사이즈의 게가 되는데 위 사진처럼 게 거머리 알이 많이 붙었다는 것은 게가 탈피한 지 오래되었다는 증거입니다. 맛있는 게는 탈피한 지 오래돼 등껍질이 단단하고 살이 꽉 찬 게입니다.

 

 

#. 게살에 기생충은 없나?

<사진 2>와 <사진 3>을 다시 보면, 소비자가 구입한 게를 끓는 물에 삶았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문제의 사진인 <사진 2>를 보면 게살과 함께 섞여 나온 검은색 실지렁이가 가득한데 이는 기생충이 아니고 변성이 진행된 게살입니다. 게살이 검게 변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1) 게살이 검게 변성

2) 혈액의 흑변 현상

 

이 이야기를 자세히 듣기 위해 대게 산지인 후포에서 수십 년째 대게 공장과 유통일을 해온 지인과 연락했습니다. 첫 번째는 게살 단백질의 변성인데 게를 '끓는 물에 삶거나', '싱싱하지 않은 게를 잘못 익혔을 때' 생기는 현상입니다. 수입산 킹크랩의 경우는 운반선으로 며칠씩 가져오는데 어획 과정과 운반 도중에 일부 게는 죽어버려 '선어'가 됩니다. 죽은 게라고는 하지만 쪄먹으면 문제가 없기 때문에 헐값에 유통되는데 특히, 홈쇼핑에서 킹크랩을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판매한다면 이 경우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랬을 때 일부는 보관과 유통 과정에서 온도가 맞지 않아 선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죠. 즉, 신선도가 떨어지는 게를 잘못 삶거나 끓는 물에 삶으면 단백질에 변성이 생겨 검게 변할 수 있습니다. 만약, 킹크랩이나 대게를 사다 쪘는데 <사진 2>와 같이 나왔다면, 반품하고 환불받아야 하며, 반대로 판매처는 싱싱하지 못한 게를 판매한 것이니 보상해줘야 마땅합니다.

 

두 번째 원인은 혈액의 흑변 현상입니다. 게나 새우 등의 갑각류와 연체동물의 피는 사람의 혈액처럼 빨갛지 않고 투명합니다. 당연히 혈액에 든 성분 또한 다른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헤모글로빈(hemoglobin)이 아닌 헤모시아닌(hemocyanin)이 주성분이며, 이것이 응고된 채로 열에 익혀지면 멜라닌(검은색 색소)으로 변합니다. 

 

하지만 앞서 올린 <사진 2>의 검은 실지렁이 형태는 게살의 결 모양대로 나왔기 때문에 혈액의 흑변이 아닌 게살의 변성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혈액의 흑변은 응고된 피의 변성이므로 부분적으로 몰린 곳에서만 검게 나타납니다. 결론은 어느 쪽이든 기생충이 아니라는 것.

 

※ 여기서 얻는 교훈 한 가지! 게는 끓이지 말고 증기에 쪄먹읍시다. ^^;

 

  

 위 사진은 문제의 기사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해당 기사는 대게 기생충을 조심하자는 취지로 쓴 것이지만, 단순히 SNS에서 얻은 사진과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짜집기해 유포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공포심을 조장했습니다. 나아가 킹크랩과 대게를 취급하는 상인들을 경제적인 피해를 입힐 수도 있습니다. 기사 말미에 적은 대게 고르는 법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서 참고로 올리는 것이니 대게를 구입할 때 참고하시기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 필자가 말하는 좋은 대게 고르는 법

1) 대게의 다리가 붉은 빛깔의 것을 고르되 허연 빛깔의 다리는 좋지 않다? → 사실무근

게의 앞뒤 면이 다르듯 다리 색도 어느 면을 기준으로 한 것인지 정확히 명시해야 합니다. 등껍질 면의 다리 색은 붉어야 좋지만, 배 껍질 면의 다리 색은 희고 밝을수록 좋습니다. 대게는 다리 살이 전체 살점의 70~80%를 차지합니다. 다리 살을 회로 드신 분은 아시겠지만 희고 밝습니다. 그 말은 즉, 살이 꽉 찬 게일수록 다리 색이 희고 밝다는 것입니다. 사람 얼굴에 홍조가 들면 붉게 보이듯 게도 마찬가지입니다.

 

2) 다리가 몸에 비하여 가늘고 긴 것이 좋다? → 사실무근

다리가 몸에 비해 가늘고 긴지를 소비자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사실 여부도 불투명하지만, 기준점도 모호합니다.

 

3) 배 부분이 검정색이 도는 것은 피한다? → 사실무근

이는 반대로 말한 것입니다. 배 껍질이 살짝 거뭇거뭇해야 맛있는 대게입니다. 거뭇거뭇하게 비치는 것은 게의 내장입니다. 살이 꽉 찬 게는 껍질과 내장 사이의 빈 공간이 적기 때문에 내장이 꽉 들어차면서 검게 비치는 것입니다.

 

4) 배 쪽을 눌렀을 때 말랑거리는 것은 살이 덜 차있거나, 기생충이 번식했을 경우가 간혹 있다? → 사실무근

'간혹'이라는 말은 불확실한 지식에 의한 단어 선택으로 보여지는데 대게와 킹크랩에 기생충이 번식하는 경우는 희박합니다. 대게를 숙주로 삼는 기생충이 있다고 이야기는 들었지만, 역사적으로 대게를 먹고 기생충에 감염되었다는 보고나 사례가 없다는 것은 더이상 이 문제를 거론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제아무리 살이 꽉 찬 대게라도 배 껍질을 눌러보면 말랑거릴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등껍질이 말랑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5) 대게 시즌은?

1월을 기준으로 살이 꽉 찬 정도는 수입산 킹크랩과 수입산 대게가 오히려 낫습니다. 국산 대게는 2~4월, 국산 붉은대게(홍게)는 3~5월에 실수율이 높아져 살이 꽉 차게 됩니다.  

 

이 외에 다리의 손상 여부를 반드시 살피고, 수조에 얌전히 있는 녀석을 고르며, 위 네 가지를 만족한다는 가정 하에 들었을 때 다리가 활발히 움직이면 좋은 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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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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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상원아빠
    2016.01.11 13:21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바다 생물은 기생충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네요^^
    알면 알수록 먹기가 꺼려지는...ㅠㅠ
    그래도 없어서 못먹는다는...^^
    좋은 글 감사드리고 가족들한테 아는체 좀 하겠네요.

    좋은 하루되세요.
  2. 2016.01.11 19:54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로 호들갑을 떠는 기레기도 문제지만 합리적인 의심 없이 그냥 제깍제깍 수용해버리는 사람들도 문제인것 같습니다.
  3. 2016.01.12 04:13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비밀댓글입니다
    • 2016.01.12 08: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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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어제 유진님에게 한표 행사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보여야 할 분들이 없어서 섭하더라고요.
      새해에도 좋은 레시피와 활동 기원할게요.
  4. 하나
    2016.01.12 10: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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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개와 기생충???
    오늘도 올려주신 글 잘 보았습니다.
    좋은 대게 고르는법은 다시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5. 2016.01.12 13:33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페북에서 말씀해주셨던 내용을 정리해주셨네요.
    대게는 특히 좋아하는 음식(?)이라 더욱 꼼꼼하게 읽어봤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ㅎㅎ
  6. 2016.01.12 18:20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비밀댓글입니다
  7. 도철이
    2016.01.13 17:19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친한친구가 천안에서 러시아 수입산 킹크랩 식당을 크게 하는데 이런 오보들 때문에 피해 없길 바라며 건강한 먹거리 파수꾼 입질님의
    활동에 추천도장 찍고갑니다~^^
  8. 2016.05.06 18: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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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로 오세요..ㅋ
  9. 2017.10.15 15: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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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부산기장의 모 킹크랩 전문점에 가족끼리 게를 먹으러 간적이 있습니다. 수조에서 게를 고르다가 등껍질에서 머리지름 4mm정도의 벌레같은것이 2cm정도 나왔다가 다시 쑥 하고 들어가는것을 보고 저건 대체 무엇인가.. 먹어도 되는것인지 아연실색을 한적이 있는데... 이번 기사를 보면서도 의문이 해결되지 않아 질문글을 남겨봅니다. 그 벌레의 색은 짙은 밤색정도 였으며 등껍질의 구멍에서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했었습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참조사진1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저것보단 짙은색의 벌레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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