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사람에 따라 혐오스러울 수 있습니다. 만약, 식사 중이라면 이 글을 읽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겠습니다. ^^;  

 

"으아 기생충이라고요? 생각만 해도 온몸이 근질거리는 것 같아요."

"우럭에서 기생충이 나왔다고요? 나 이제 우럭 안 먹을래"

"고래회충은 들어봤는데 길이 30cm짜리 우럭 기생충은 처음 들어봅니다."

"이 글 혐오주의 아닌가요?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지"

 

기생충이란 말을 꺼내 들었을 때 사람들은 대체로 '극혐이다.', '징그럽다.', '안 먹어' 정도의 반응을 보입니다. 기생충이란 생물에 갖는 편견도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아는 대다수 기생충들은 건강한 식탁을 위협하고 각종 부작용을 유발하는 아주 지독한 녀석들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생긴 것 좀 보십시오. 몸 속에 지렁이 몇 마리가 꿈틀대고 있다 생각하니 끔찍하기 짝이 없지요. 그런 끔찍한 모습도 평소 낚시를 즐기며 자주 접하게 되니 무뎌지더군요. ^^;

 

무뎌지기만 하겠습니까? 심지어 손으로 갖고 노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제 아내 ^^;) 그런 사람도 이번에 발견한 기생충만큼은 징그러워서 선뜻 손이 안가(?)더군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아래 사진을 보면서 설명하겠습니다.

 

 

이 사진은 평소 선상낚시를 즐긴다는 어느 독자분이 제보해 준 사진입니다.


 

우럭에서 나온 정체불명의 기생충

 

주로 우럭 낚시를 즐긴다던 그분은 우럭 항문에서 매우 길쭉한 기생충이 꿈틀대며 나오는 것을 종종 보아왔답니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같은 우럭이라도 여밭(암초 지대)보다 인공어초에서 잡힌 우럭에 이런 기생충이 자주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숙주(우럭)의 서식 여건과 기생충의 상관관계가 밀접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고기의 기생충 감염은 먹이활동에서 비롯됩니다.

 

기생충은 종류마다 생활사가 다르지만, 해양 생물에 기생하는 몇몇 기생충은 알 상태로 바다를 부유하다가 물벼룩이나 동물성 플랑크톤에 잡아먹힙니다. 그렇게 알은 1차 숙주의 몸속에서 부화해 유생으로 자라다가 2차 숙주인 갑각류(게, 새우)에 잡아 먹히고, 이어서 3차 숙주가 되는 우럭, 고등어 등에 잡아

먹힘으로써 성장하게 됩니다. 기생충이 성충으로 자라려면 몇 단계의 숙주를 거쳐야 하는데 최종 숙주가 사람이면 그 기생충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며 사람에 기생하지 못하더라도 해를 끼치면 역시 조심해야 합니다.(예 : 고래회충)

 

 

이 우럭의 항문에는 칼국수 면처럼 생긴 기생충이 나와서 제게 문의가 들어왔지만, 저도 처음 보는 기생충이라 촌충의 종류일 것이라고만 답했습니다. 어쨌든 우럭에서 기생충이 나왔다는 것은 먹이사슬과 관계있고 무엇을 먹고 감염되었느냐가 그 기생충의 생활사를 밝히는 결정적인 열쇠가 되는데 저 우럭을 감염시킨 2차 숙주가 유난히 어초 주변에 많이 서식할 것이라는 추측 외에는 아직 이렇다 할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생충 자료는 물론, 일본의 자료를 뒤져보아도 저 기생충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수가 없어 상당히 답답한 상태였죠. 제가 기생충 학자는 아니지만, 자연산 생선회에 관해 책과 칼럼을 쓰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 우리 수산물에서 나올 수 있는 기생충은 모조리 연구 대상이 될 수밖에 없기에 위 기생충의 연구 미제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것입니다.


 

지난번 침선낚시에서 낚은 대형 우럭

 

그런데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문제가 생긴 것은 지난번 군산 침선낚시 때였습니다. 당시 저는 침선낚시를 처음으로 접했는데 운이 좋아서 그날 6자에 육박하는 우럭을 낚았습니다. 숙주가 아주 큰 성체인 만큼 뱃속에는 적잖은 수의 기생충이 자리잡고 있으리란 희망(?)을 안고서 해체 작업에 들어갔는데요.

 

무엇보다도 연구 미제로 남았던 그 기생충이 발견된다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사진 자료를 만드는 것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나온 기생충은 저를 또 다른 혼란에 빠트리고 말았습니다.


 

58cm급 대물 우럭이 도마에 놓였다.

 

해체 작업을 위해 도마 위에 올렸는데요. 그리 작은 도마가 아닌데 우럭이 워낙 커서 작게 보이는군요.

 

 

이렇게 큰 우럭은 대가리에도 살점이 많이 나오므로 손질할 때는 대가리를 살린 상태에서 부산물만 빼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아래턱과 연결된 아가미를 절단합니다.

 

 

이 아가미는 다시 목젖(울대)ㅡ로 연결돼 있는데요. 역시 끊어줍니다.

 

 

그리고 배를 가릅니다. 평소 낚시하면서 늘 하는 손질이지만, 이때는 왜 그리 긴장이 되던지 휴우~ ㅎㅎ 물론, 고래회충 몇 마리만 나오고 끝날 수도 있고, 뜻밖에도 기생충 하나 발견되지 않는 깨끗한 상태일 수도 있겠지만, 저의 바람은 지난번 독자께서 제보한 사진의 기생충을 직접 보는 것이었습니다.


 

배를 갈라서 보니 일단은 기생충이라 할 만한 게 보이지 않습니다. 좀 더 뜯어보아야 알겠지만 아직은 그러합니다.


 

이제 배를 갈랐으니 아가미를 뜯어내기 위해 대가리와 연결된 딱딱한 부분을 칼로 힘껏 눌러 절단합니다. 이제 아가미를 잡아당기면 여기에 귀속된 내장이 한꺼번에 분리됩니다.


 

자! 이렇게요. 아가미를 젖히면 식도며 위장이며 여기에 딸린 모든 소화기가 딸려 나오니 이를 통째로 버리기만 하면 됩니다. 매운탕을 할 것이라면, 애 정도는 따로 챙겨두는 것이 좋겠지요. 원래는 모자이크를 안 하려다가 우럭이 워낙 크고 내장도 많아서 징그럽게 보일까 봐 할 수 없이 처리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내장을 떼 내자 뭔가 길고 허연 게 눈에 들어옵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소화기 일부인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가만 보니 움직이네요. ㅠㅠ


 

 

"네 정체가 뭐냐?"

 

분명 고래회충과는 다른 충입니다. 길이는 약 30cm 가량에 희고 납작한 충인데 자세히 보면 검은 점이 몇 개 박혀 있는 것이 서두에 올린 연구 미제의 기생충과는 또 다릅니다. 저는 지금 예상밖으로 새로운 기생충의 출현에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연구 미제의 기생충은 중간중간 편절이 있어 촌충의 종류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 녀석은 그저 매끈하고 납작했으며 편절이 없고 몸이 투명해 중간에 검은 점(내장과 같은 기관으로 추정)이 다 비치고 있어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그중 한 녀석을 도마로 올려봅니다.

 

 

이쪽이 머리 부분인데 칼로 꺼내다가 잘려나갔네요.


 

중간 부분입니다. 처음과 끝은 납작하지만 중간 부분은 통통한 편입니다.

 

 

아마 이것이 꼬리 쪽이라 추정되는데 보시다시피 투명하고 납작합니다. 이렇게 설명해도 사진으로는 어떤 느낌인지 잘 와 닿지 않을 것 같아 친절하게도(?) 동영상을 첨부했습니다. 그래야 느낌 아니까. ㅎㅎ

 

 

동영상을 재생하세요. 이왕이면 화면을 키워서.. 그래야 느낌 아니까 ^^;

 

 

동영상을 재생하세요.

 

어쩌면 이 자료가 국내에 유일무이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찾아본 자료에 의하면 국내에 3~4건, 일본에 3~4건의 문서가 발견된 게 전부인데요. (서두의 연구 미제 기생충은 아예 0건 대부분 의문만 있지 이 기생충의 정확한 학명과 생활사에 대한 답변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렇다 쳐도 해양 생물 기생충 연구가제법 진행된 일본에 자료가 없다는 사실은 뜻밖이었는데요.

 

아마도 조피볼락(우럭)의 서식 지역이 매우 한정적이어서 그런가 싶습니다. 조피볼락은 비교적 냉수성 어종으로 홋카이도를 비롯해 혼슈에서도 고위도에서만 서식하고 있어 일본에서는 그리 대중적으로 소비하는 어류가 아니지요.

일부 락피쉬를 낚는 낚시꾼들에 의해 간간이 잡힐 정도인데 거기서도 이 칼국수 가락 같은 기생충이 나와 사진이 공유되고 있지만, 제가 원하는 답변은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네이버 지식인과 까페에도 '길이 10cm가 넘는 칼국수 같은 기생충을 보았다.'는 일부 낚시꾼이 의문을 제기했지만, 답변은 엉뚱하게도 고래회충에 관한 내용뿐이었습니다. 아직은 조피볼락(우럭)에서만 발견되는 두 종류의 연구 미제 기생충. 충체의 모양과 크기로 보아 촌충의 일종으로 보이며 최종 숙주가 우럭과 같은 어류에 머물고 있어서 사람에게 피해사례는 보고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낚시로 잡은 자연산 우럭에서 종종 발견된다는 것은 우리 연안에 적잖은 개체 수가 서식하고 있다는 의미이므로 이 기생충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 두 종류의 기생충에 대해 아는 분이 계시면 제보를 부탁합니다.)

아울러 우리가 주로 소비하는 양식산 우럭에는 고래회충은 물론, 이러한 기생충이 나올 확률이 거의 없으니 안심하고 먹는 데는 지장이 없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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