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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감자수제비 '뇨끼'로 차린 저녁 밥상
매번 끼니 걱정에 진절머리가 난 요즘. 오늘 저녁에는 뭘 먹어야 할지, 어떻게 먹어야 몸에 부담이 적은 건강식이 될지, 또 어린 딸도 먹을 수 있는지 등등.
이러한 고민은 늘 그렇듯 제가 아닌 아내가 떠앉곤 합니다. 오늘도 냉동실을 뒤적거립니다만, 깡깡 언 생선만 눈에 보입니다. 한두 마리 꺼내 반찬으로 해결하면 되는데 문제는 '생선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몹쓸 남편' 때문에 반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는 것이겠지요. ^^;
대신 파스타와 샐러드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외식 고민은 덜하지만 말입니다. 생선은 질리고, 그렇다고 맘 편히 외식하자니 총알이 걱정되고. 그러던 어느날 입니다. 고든램지의 레시피를 보면서 한 번쯤 만들어보고 싶었던 요리가 있었습니다. 계속 미루다가 이날 작정하고 만들어 봅니다.
"이게 어떤 음식인 줄도 모르고"
#. 감자 뇨끼 재료( 2~3인 기준)
구운 감자(小) 3개, 완두콩 2컵, 리코타 치즈 1큰술(선택), 밀가루 1컵, 달걀 1개, 레몬 1개, 타임, 버터, 소금, 후추, 파마산 치즈.
※ 참고
- 감자는 오븐이나 군고구마 냄비를 이용해 통째로 굽습니다. (삶은 감자를 사용해도 됩니다.)
- 계량은 밥숟가락과 종이컵을 씁니다. 1큰술은 밥숟가락으로 수북이 풉니다.
- STEP1 : 완두콩 데치기
완두콩은 소금물 1숟가락이 들어간 물에 살짝 데칩니다. 너무 오래 삶으면 싱그러운 초록색이 변색되니 끓는 물에 10초 내외로만 삶고 건지세요.
- STEP2 : 구운 감자는 으깨고 한김 날리기
구운 감자는 반을 갈라
숟가락을 이용해 재빨리 속을 파냅니다. 이 작업은 반드시 뜨거울 때 해야 합니다. (장갑 끼고 하세요.)
속을 파낸 모습입니다.
뒤집어서 껍질을 벗겨줍니다.
그리고 홀라당 먹는데요. 이건 정말 맛있죠. 딸에게도 한 웅큼 먹이는데 주는 족족 받아먹네요. ^^
이런 식으로 속을 파낸 감자입니다. 여기서는 작은 감자 3개를 사용했습니다. 넓은 도마에 감자 속살을 피고 숟가락을 이용해 으깨줍니다. 이 과정에서 뜨거운 김이 날아갈 겁니다. 굽자마자 바로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김을 날리기 위함인데요. 김을 머금고 있으면, 뇨끼 반죽이 매우 질척이게 됩니다. 반죽이 실패하는 거죠. 김을 빨리 날리고 싶다면 부채질을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 STEP3 : 뇨끼 반죽하기(매우 중요)
이제 뇨끼 반죽을 만듭니다. 사진의 숫자로 설명할게요.
1) 으깬 감자에 밀가루를 적당량 뿌립니다. 재료에는 1컵인데 한꺼번에 모두 붓지 말고 조금씩 뿌리면서 반죽해 나가는 겁니다.
2) 반죽에 타임 잎만 섞어준 다음, 가운데 자리를 만들어 달걀 1개를 깨트립니다.
3) 달걀을 휘저어 흰자와 노른자가 잘 섞이도록 합니다.
4) 리코타 치즈 1큰술(선택)과 달걀, 적당량의 소금과 후추(매우 중요)를 반죽과 잘 섞이게 한 뒤, 질척임을 줄이기 위해 남은 밀가루를 뿌려가며 반죽합니다.
※ 참고
반죽에 소금 간을 꼭 해주세요!
이렇게 커다란 덩어리로 반죽합니다. 감자의 수분 여하에 따라 질척일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밀가루를 조금씩 첨가합니다. (물론, 여기서 제시한 양인 종이컵 1컵 이내에서만, 그 이상 첨가하면 맛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정확히 계량한 것이니 믿고 따라해 보세요.)
※ 참고
우리나라 감자는 기본적으로 수분기가 많은 점질 감자입니다. 전분 함량이 적기 때문에 삶거나 찌면 포슬포슬하기보다 끈적끈적합니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수미나 점질 감자로 반죽을 하시려면, 밀가루가 많이 들어가는데 그러면 맛이 없고 텁텁합니다. 그러니 감자가 구워지고 나면 곧바로 속살을 파내어 김을 날려주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분질 감자를 많이 재배하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뇨끼 반죽은 단단해지지 않게 살짝만 주무릅니다. 질척이지 않을 정도로만. 너무 많이 치대면 반죽이 단단해지고, 삶을 때 크게 부풉니다. 크게 부풀면 간이 속까지 배지 못하면서 전반적으로 싱거운 뇨끼가 될 것이며, 그랬을 때 요리는 더 많은 소금을 필요로 하면서 결과적으로 나트륨 섭취량을 늘리게 할 것입니다.
이 음식의 주된 재료는 탄수화물(뇨끼)이지만, 완두콩을 섞어 나름대로 건강식에 초점을 맞추었고, 저렴한 재료로 근사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둡니다.
반죽이 다 됐으면 사진과 같이 반으로 가릅니다.
이 반쪽이 2인분입니다.
- STEP4 : 모양 잡고 썰기
도마에 밀가루를 추가로 뿌리고, 지금부터는 뇨끼 반죽을 손으로 밀어 기다란 시가 형태로 만듭니다. 손에도 밀가루를 살짝 뿌려 반죽이 달라붙지 않게 해주세요.
골고루 밀어서 일정한 두께를 가지게 합니다.
칼에 밀가루를 살짝 뿌린 뒤 사진과 같이 썰어줍니다. 꼭 무슨 울릉도 호박엿 자르는 모습 같죠?
이탈리아 감자수제비인 '뇨끼' 반죽 완성
뇨끼는 삶을 때 부풀기 때문에 그것을 감안해서라도 작게 써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어림짐작으로 가로세로 1cm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요.
- STEP5 : 뇨끼 삶기
냄비를 앉히고 올리브유를 살짝 뿌린 뒤 뇨끼를 넣어줍니다. 뇨끼가 바닥에 들러붙지 않게 냄비를 좌우로 흔들어주시고요. 그 상태로 끓으면 뇨끼가 익는데요. 다 익은 뇨끼는 사진처럼 떠오릅니다. 뇨끼가 다 떠오르면 불을 끄고요.
- STEP6 : 뇨끼 굽기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충분히 두르고, 방금 삶은 뇨기를 건져 물기를 털어낸 뒤 팬으로 옮깁니다. 이때 치익~ 하며 익어가는 소리가 근사하지요.
뇨끼를 뒤집어 줍니다. 노릇노릇하게 갈색으로 구워주세요.
이어서 완두콩과 타임 잎을 넣어줍니다.
버터 한 큰술을 넣고, 소금과 후추(이왕이면 그라인더로 간 입자가 굵은 후추)를 뿌립니다. 취향에 따라 후추를 좀 더 뿌려도 좋습니다. 뇨끼와 후추의 궁합이 매우 좋거든요.
화룡점정으로 레몬 껍질을 갈아 넣어 향긋함을 더합니다.
※ 팁
수입산 레몬은 기본적 농약 걱정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껍질을 식용할 것이면, 굵은 소금과 베이킹 소다를 이용해 껍질 표면을 박박 문질러 씻고, 과일용 세재까지 동원해서 닦아주길 권합니다.
이탈리아 감자수제비 '뇨끼' 완성
- STEP7 : 접시에 담기
접시에 담고 파마산 치즈를 갈아서 뿌립니다. 고형의 파마산 치즈를 즉석에서 갈아 뿌리는 것이 가장 좋고, 그게 없으면 사진처럼 슬라이스 된 파마산을 뿌린 뒤, 전자레인지에 30초~1분 정도 돌려주면 됩니다.
고든램지의 뇨끼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해 보니 제법 그럴싸한 요리가 되었다
맛은 정말 감자수제비 먹는 느낌. 레몬 껍질과 타임이 주는 향긋함이 참 좋습니다. 이국적인 맛과 향이 어디서 나는가 싶었는데 이게 다 타임 때문이었군요. ^^
감자 뇨끼와 에일 맥주를 곁들인 한 끼 식사가 완성되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 본 이탈리아의 감자수제비 '뇨끼'. 저는 한번의 경험으로 만족합니다. 맛은 참 좋은데 만드는 과정이 참 복잡하고 어렵네요. ㅠㅠ 저처럼 요리에 취미가 없는 분들은 그냥 사 먹는 게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이 음식을 만들려고 일부러 사야 했던 재료가 있습니다.
리코타 치즈와 파마산 치즈, 레몬, 타임 등인데요. 인건비와 시간까지 따져보니 저도 그냥 사 먹는 게 맘 편하겠더라고요. ^^; 어쨌든 정확하게 계량해서 쓴 레피시니 뇨끼 관심있는 분들에게만 참고가 되겠군요.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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