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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길가는 사람에게 ‘벤자리를 아느냐?’고 묻는다면, 10명 중 10명은 모른다고 답할 것입니다. 낚시인을 대상으로 묻는다면 그래도 몇몇은 안다고 말할 것이고, 몇몇은 들어본 것 같다고 답할 것입니다. 그 정도로 벤자리는 지명도가 낮은 어류지만, 최근 미식가들 사이에서 호평이 이어지며 여름 한철 맛봐야 할 별미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여름 제철 생선으로 알려졌고, 그보다 훨씬 이전에는 소수 마니아들이 즐기는 낚시 대상어로 그 맛도 잡아본 사람만 아는 귀한 어종이었지요. 지금은 한반도의 아열대화로 인해 벤자리의 출현 빈도와 서식지 확장이 예상되고 있어,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고부가가치 어종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업적 가치로서 벤자리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 오고 있습니다.
#. 벤자리에 대해서
표준명 : 벤자리(농어목 하스돔과)
방언 : 아롱이(어린 개체), 돗벤자리(성체)
영명 : Treeline grunt
일명 : 이사키(イサキ)
전장 : 60m
분포 : 제주도를 포함한 한반도의 남해, 일본 중부 이남, 동중국해, 남중국해
음식 : 회, 조림, 구이
제철 : 봄~여름(5~7월)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누구나 아는)
#. 특징과 생태
벤자리는 농어목 하스돔과라는 다소 생소한 어류 분류에 속합니다. 여기에는 조상인 하스돔을 비롯해 아열대 어류인 청황돔, 어름돔, 동갈돗돔이 있으며, 여수에서 금풍생이, 딱돔으로 알려진 군평선이 역시 하스돔과에 속합니다.
이들 어류는 뼈가 굵고 가시가 단단하면서 날카로운 경골어류의 특징을 고스란히 가지는데요. 살이 맛이 있고 탄력이 좋아 전반적으로 식용에 적합한 형태를 가집니다. 벤자리는 유어기 때 해조류가 무성한 얕은 바다에서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으며 자라다가 성어가 되면 외해로 진출하며, 군집을 이루며 생활합니다.
주요 먹잇감은 갑각류와 작은 어류이며, 최대 성장 몸길이는 약 60cm에 이르고, 일반적으로 어획되는 크기는 30~50cm입니다.
벤자리는 성장 크기에 따라 다르게 불리는 농어처럼 출세어의 성격을 가집니다. 30cm 이하는 아롱이로 불리며, 45~50cm가 넘어가는 대형 개체를 돗벤자리라 부르는 등 특별히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벤자리는 수온 20도 이상에서 먹이활동이 활발한 전형적인 아열대성 어류입니다. 주요 서식지는 제주도 이남, 동중국해를 끼고 있는 일본 남부 지방이며, 초여름부터 강하게 발달하는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북상해 대마도와 제주도, 남해 동부에 당도하고, 일부는 대한해협을 통과해 동해로 진출합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벤자리 어획 및 낚시로 잡히는 지역은 쿠로시오 난류가 직접적으로 받치는 제주도 일대를 비롯해 추자도, 여서도, 국도, 경남 홍도로 대단히 한정적이며, 출현 시기 또한 이르면 5월부터 시작돼 늦으면 9월까지 짧은 편입니다. (대마도는 영등철을 제하고 연중 어획됩니다.)
#. 여름 벤자리의 회 맛은 양날의 검
익히 알려졌듯 벤자리의 제철은 여름이며, 이 시기에 많이 잡힙니다. 하지만 여름 벤자리라고 해서 반드시 맛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알을 밴 벤자리와 산란을 마친 벤자리는 회 맛에 적잖은 차이가 납니다. 문제는 벤자리의 산란 시기가 해마다 조금씩 변한다는 점입니다.
통상적으로 6~9월 사이 부성란을 방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비교적 고위도에 속하는 제주 및 대마도는 7~8월 사이 산란이 이뤄지며, 이 또한 절기 따라 유동적입니다.
위 사진은 2013년 7월 초로 산란 전 벤자리를 회 뜬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벤자리는 능성어를 연상케하는 붉은 혈합육에 흰 살이 특징인데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붉은 혈합육 위로 흰 지방층이 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당시 벤자리 회는 50cm급에 달하는 돗벤자리를 활어회로 썰었습니다. 사진에서도 느껴지듯 특출 난 지방감에 이를 맛본 사람들이 극찬을 마다하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반면, 위 사진은 2016년 7월 말로 산란 직후인 50cm급 벤자리를 활어회로 썬 것은 앞선 사례와 같습니다. 붉은색 혈합육도 비슷하나 그 위에 있어야 할 지방층이 보이지 않았고, 이듬해 8월에 맛본 벤자리 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회는 기름기가 빠져 다소 창백한 빛깔을 띠었고, 맛도 밍숭밍숭합니다. 이토록 벤자리는 산란을 전후하여 맛의 변화가 컸음을 경험적으로 느껴왔습니다. 종합해보면, 국내 및 대마도에서 잡히는 벤자리는 7월 초 이전의 것이 맛있고, 7월 중순이 넘어가면 산란 여부에 따라 맛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여기에 벤자리는 하스돔과의 흰살생선임에도 불구하고 등푸른생선 못지않은 회유성과 활발한 운동량으로 인해 여타 흰살생선보다 산소 요구량이 많습니다. 계속 움직이며 호흡해야 하는 특성상 어창이나 수조 등 좁은 공간에 가두어지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폐사합니다.
이러한 점이 지역으로 활어 운송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자 활어 유통이 까다로운 이유입니다. 또한, 벤자리의 회 맛은 돗벤자리라 불리는 몸길이 40cm 이상, 중량 1kg는 돼야 괜찮은 회 맛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씨알 선별도 매우 중요합니다.
#. 벤자리와 낚시
국내에서 벤자리 낚시로 유명한 곳은 제주도 일대와 경남 홍도로 압축됩니다. 선상 흘림 낚시를 통해 씨알급 벤자리를 마릿수로 잡는데 그 시기가 5~9월 사이입니다. 여서도에서는 한여름 야영 낚시에서 야간에 전자찌를 밝혀 잡는데 최대한 멀리 쳐서 본류대를 공략하는 전유동 조법이 잘 먹힙니다.
벵에돔을 노릴 때와 마찬가지로 밑밥에 의한 부상력이 좋아 반드시 밑밥을 준비하고, 미끼는 크릴을 씁니다. 입질 수심층은 매번 변하지만 일반적으로 2~6m 사이에 형성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선상 낚시에서는 마이너스 기울찌를 이용하고, 갯바위에서는 상황에 맞게 B~G2, 00(투제로), 000(쓰리제로)로 공략하면 시원한 입질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벤자리의 식용
벤자리는 살아있을 때 즉석에서 썰어먹는 활어회가 백미입니다. 살이 금방 물러지는 탓에 특별한 숙성 노하우가 없다면, 활어회 또는 짧게 숙성해서 먹는 편이 낫습니다. 부드러운 회를 좋아한다면 일부러 숙성해서 먹는 것도 좋습니다. 산란전 벤자리 회는 살이 차지고 씹는 맛이 좋은데 여기에 혈합육에 낀 흰 지방층이 고소한 맛을 냅니다.
횟감용 선도가 아니라면, 대게 조림이나 구이, 탕으로 먹습니다. 벤자리는 열을 가하면, 복어처럼 살이 단단해지고 탄력도가 증가하는 특성이 있어서 이 부분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간장조림이 유명하며, 벵에돔 껍질구이 회처럼 토치를 이용해 껍질만 그슬려 낸 회도 별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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