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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도만 해도 연어는 참치 캔의 대용품 정도로 이용되는 생선이었습니다. 줄줄이 출시한 연어 통조림은 시장에서 큰 반응을 이끌지 못했고, 연어 특유의 기름진 맛도 우리 국민의 입맛에는 안 맞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중반에 들면서 노르웨이 수산물의 적극적인 마케팅에 우리나라에도 수입산 연어가 대량으로 들어오기 시작, 연어 무한리필부터 훈제연어, 생연어 초밥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각종 외식산업에 없어선 안 될 주요 어종이 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일각에선 가짜 훈제 연어와 살충제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오늘 이 시간은 연어를 둘러싼 몇몇 진실에 관해 알아봅니다.
1. 시중에 판매되는 훈제연어가 가짜라는데 사실인가? → 일부만 사실, 대부분 그렇지 않다.
연어 시장은 해마다 성장해 이제는 수산물의 주요 산업이 되고 있습니다. 연어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고, 이제는 외식 산업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가 되었죠. 그러나 일각에선 이런 말도 나옵니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훈제연어를 먹어본 경험이 없다."
우리 국민은 제대로 된 훈제연어 맛을 여전히 모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판되는 훈제연어 중 일부는 조미료 뒤범벅인 목초액에 담가 두거나 훈제 향이 가미된 액체를 인젝션(바늘)을 통해 주입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때만 해도 훈제연어는 국내 식품 표기의 허점을 이용해 무분별하게 가공돼 판매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연어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몇몇 고발 프로그램에 노출되면서 철퇴를 맞았던 것입니다.
최근에는 전통 건염 방식 또는 국내사 참나무나 독일산 참나무 칩을 이용한 전통 훈연 방식으로 가공된 상품이 제법 나오고 있습니다. 가격은 100g당 7~8천 원 이상으로 저렴한 편은 아닙니다. 여기서는 ‘훈제연어회'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훈제연어란? 말 그대로 훈제한 연어를 의미하며, 그것이 날것인지 익힌 것인지는 별개 문제입니다. 그래서 훈제연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게 됩니다.
a. 고온 훈제
b. 저온 훈제
고운 훈제는 연어살을 훈연향과 열기로 서서히 익혀 살 속 깊이 배게 하는 것이므로 최종적인 형태는 가열음식입니다. 주로 샌드위치, 샐러드, 카나페 같은 음식에 활용됩니다. 반면, 저온 훈제는 50도 이하의 온도에서 콜드 스모크로 향을 입히는 것이므로 살이 익지 않은 '훈제연어회'가 됩니다.
결론은 그렇습니다. 일부 가공 업체에서 목초액과 인젝션 주입을 이용한 자칭 ‘훈제연어’가 유통되곤 하지만, 이러한 제품은 좀 더 높은 품질을 원하는 고객층으로부터 외면을 받기 마련입니다.
시장 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도태된다는 것이며, 식약처에서 정한 기준을 초과하거나 음식물로써 적합하지 못한 성분이 들어갈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만큼 훈제 연어를 구매할 때는 어떤 방삭으로 훈연이 되었는지 상품 표기 및 성분 표시를 꼼꼼하게 살피길 권합니다.
2. 연어의 빨간 살코기는 인위적으로 만든 것인가?→ 일부 사실이다.
우리가 즐겨먹는 햄과 소시지에는 '아질산나트륨(sodium nitrite)'이라는 발색제가 사용됩니다. 발색제가 들어가지 않으면 거무튀튀한 색이 되어버려 먹음직스럽게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인간이 먹는 음식은 대체로 붉고 난색 계열에 밝을수록 식욕을 돋운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양식 연어도 살코기 색을 돋보이기 위해 합성염료를 사용하는데 우선은 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흥미로운 부분을 짚어볼까 합니다.
생선은 저마다 껍질과 살코기에 색을 축적합니다. 참치는 붉은 살을 가졌고, 도미는 흰 살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연어와 송어만큼은 붉은 살도 흰 살도 아닌 선홍색(혹은 주황색) 살코기를 가집니다. 살코기에 축적되는 선홍색 빛깔은 연어 먹잇감 중 하나인 갑각류(새우, 크릴 등)에서 얻습니다.
갑각류에는 '아스타잔틴(astaxanthin)'이라는 천연 색소 물질이 들어있습니다. 갑각류가 주로 먹는 해초에는 녹황색 채소와 해조류에 많이 함유된 '베타카로틴(β-carotene)'이 들었는데 그것을 흡수하여 '아스타잔틴(astaxanthin)'으로 변환시킵니다.
연어는 아스타잔틴이 함유된 갑각류를 잡아먹으면서 근육이 붉어집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연어와 송어에서 익히 보아온 선홍색 살코기가 되는 것입니다. 아스타잔틴은 게나 새우 같은 갑각류는 물론, 세상에 존재하는 수생동물에 대부분 들어 있습니다.
익으면 붉게 변하는데 새우나 꽃게가 익으면 금방 붉어지는 것도 아스타잔틴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색소가 연어 근육에 축적된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입니다. 연어 외 다른 생선도 갑각류를 먹이로 하지만, 유독 연어와 송어는 아스타잔틴을 살에 축적하기 때문에 살이 붉어집니다. 반면에 참돔은 살이 아닌 껍질에 축적하므로 겉모습이 선홍색을 띠는 것입니다.
아스타잔틴은 항산화제로 우리 몸에 이롭습니다. 자연산 연어는 평생 갑각류를 먹으며 아스타잔틴을 살코기에 축적하는데요. 그 결과가 <사진 1입니다. 아스타잔틴의 붉은 색소가 살에 축적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먹음직스러운 밝은 주황색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반면, 양식 연어는 아스타잔틴을 천연 먹잇감으로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합성한 아스타잔틴이 포함된 사료로부터 얻게 됩니다. 그 결과 <사진 1>과 같은 먹음직스럽고 고운 빛깔의 살코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옛 속담이 있듯이 소비자의 선택은 당연히 밝은 선홍색을 가진 양식 연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90% 이상이 양식 연어인 국내 시장은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그렇다면 양식 연어에 사용된 합성 아스타잔틴은 우리 몸에 해로울까요? 이를 검증하는 일은 매우 험난하며, 앞으로 우리가 풀어야 할 난제이기도 합니다.
a. 합성 아스타잔틴은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주장
헤럴드 경제의 '사과와 연어의 배신'이란 기사에는 이러한 합성 아스타잔틴이 석유화학제품에서 인공적으로 합성해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그러면서 합성 아스타잔틴과 천연 아스타잔틴의 화학성분, 분자 모양, 잔여 반응과 용제의 여부가 다르다며 선을 그었죠.
또한, 저명한 식품 영양 학술지인 '뉴트라 푸드(Nutrafood)'를 근거로 합성 아스타잔틴이 "사람에게 직접 사용했을 때 안전하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라고 했으며, 천연 아스타잔틴보다 항산화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b. 천연과 합성 아스타잔틴은 같다는 주장
신라대학교 바이오산업학부 식품공학 전공의 이한승 교수의 글에 의하면, 천연과 합성 아스타잔틴은 같은 물질이라면서, 합성 아스타잔틴을 이용해 연어의 살코기 색을 좋게 하는 것이 정말 부도덕한 일인지, 혹은 자연의 이치를 적절하게 활용한 것인지를 각자의 신념에 맡긴다고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합성 아스타잔틴이 우리 몸에 얼마나 해로우냐이다. 이 문제는 최근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GMO(유전자변형) 식품의 안전성 논란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가 합작해 일반 연어보다 두 배 이상 크게 키우면서 사육 기간은 획기적으로 줄인 GM(유전자재조합) 연어를 출시했다가 소비자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결국, 출시 두 달 만에 판매 정지 처분이 내려졌는데 과연 이것이 인류에게 축복인지 재앙인지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죠.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적어도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에는 갑각류에서 추출한 천연 아스타잔틴과 합성 아스타잔틴을 모두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칠레의 양식 연어에는 '칸타크산틴(Canthaxantin)'이라는 발색제가 사용됩니다. 아직은 이러한 인공 착색제의 유해성 여부가 논란 중인 만큼 연어 제품에 착색제나 첨가물에 들어간 성분 표기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합성 착색제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장기적이면서 치밀한 임상 시험이 전제돼야만 일정 결론에 도달할 것 같습니다. 그전에는 지금과 같은 소모적인 논쟁만 있을 뿐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국민이 연어를 주식처럼 자주 먹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양식 연어가 우리 식탁과 외식 산업을 점령하기 시작한 지 이제 겨우 15년 정도 지났습니다.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양식 연어를 먹음으로써 우리 국민의 체질과 건강이 악화됐다는 어떠한 증거나 조짐을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어떻게 길러지는지, 어떤 항생제와 약품, 착색제가 쓰이는지도 알 권리가 있습니다.
이러한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있고 관련 부처가 있으며, 식품 표기법이 있는 게 아닐까요? 충실하게 표기된 제품을 고르도록 하는 것. 또 그런 제품끼리 자유 경쟁하며 가격을 형성하는 것. 이것이 향후 국내 연어 시장에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3. 양식 연어의 살충제 사용, 진실일까? 음모론일까? → 일부만 사실, 일부는 과장 및 허위보도
그동안 적잖은 의문이 제기되었던 살충제 사용의 실상에 관해 이야기입니다. 국내에서는 미각 스캔들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연어의 두 얼굴'이란 주제로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내용은 EU(유럽연합)에서 사용을 금지한 살충제를 노르웨이가 양식 연어에 사용했고 실제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파장이 커졌다는 내용입니다. 당시 프랑스 국영방송 Fr3의 기자인 이자벨 스포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양식 과정에서 좁은 공간에 많은 물고기들이 있는 한 '바다이(sea lice)'는 없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양식장에서 물고기 수를 줄이면 수입이 감소하는 것이 문제이다. 이러한 이유로 양식장에서는 절대 물고기 수를 줄이지 않는다. 즉, 기생충 퇴치를 위해 '디플루벤주론'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또 다른 성분을 찾아야 한다"
농약 성분 중 하나인 '디플루벤주론(Diflubenzuron)'은 농경지에서 살충 효과를 위해 사용하는 것입니다. 노르웨이 뿐 아니라 연어를 양식하는 스코틀랜드와 캐나다에서는 오래전부터 연어 몸에 기생하는 '바다이(sea lice)'를 퇴치하기 위해 고심해왔습니다.
처음에는 항생제를 투여했는데 내성이 생기면서 디플루벤주론과 같은 극약처방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우선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위성 지도에서 바라본 노르웨이 연어 양식장을 보면서 설명하겠다.
사진은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연어 양식지로 꼽히는 베르겐의 소트라 지역입니다. 소트라의 연어 양식장은 항에서 배로 20~30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데 몇 개의 해상 가두리와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양식 면허를 취득한 건수는 노르웨이 내에서만 1,200여 군데입니다.
양식 종사자 수로는 5,700명을 웃돌 정도로 거대한 산업입니다. 노르웨이는 빙하의 오랜 침식으로 인해 나라 전체가 피오르드 해안(빙하에 의하여 형성된 빙식곡 안에 해수가 침입하여 좁고 긴 내륙 협만에 발달한 해안을 일컫는 말)이 발달하였습니다. 사방이 산으로 가로막혀 바다가 잔잔하니 양식업에는 최적화된 환경입니다.
사진은 해상 가두리를 좀 더 확대한 모습입니다. 가두리마다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해당 양식장을 취재한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의 글을 인용하자면 둘레 160m, 깊이 40m인 거대 해상 가두리에 약 17~18만 마리가 들어있다고 합니다. 위성사진에서 보았듯 여섯 개 가두리를 동시에 가동한다면, 한 양식장에서만 백만 마리가 길러지는 셈입니다.
#. 대량 양식과 기생충 퇴치의 딜레마
사육 밀집도가 높은 연어 양식장에는 바다이가 필연적으로 붙게 됩니다. 바다이는 연어 살을 파먹으며 삽니다. 일단 바다이가 달라붙게 되면 숙주는 물리적, 화학적 손상으로 각종 부작용을 일으킨다. 피부 조직은 찢기고 상하며, 그에 따른 병변과 2차 감염을 일으키면서 또 다른 질병에 노출되고, 성장이 저하되며, 최악의 상황은 양식장 내로 급격히 퍼지면서 집단 폐사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 문제를 피하려면 사육 밀집도를 낮춰야 하는데 그러면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어민 소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초반에는 항생제를 써서 해결했지만, 항생제는 내성을 부추겨 나중에는 효과를 떨어트립니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1990년대 후반부터 살충제의 일종인 '디플루벤주론(Diflubenzuron)'과 '에마액틴(emamectin)', '테플루벤주론(teflubenzuron)' 같은 액상 약물을 양식장에 직접 투여하거나 사료에 혼합하는 방식으로 사용했고, 과산화수소는 아가미 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2013~2014년의 사용량은 전년 대비 4배나 증가한 3만 톤을 넘긴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캐나다의 연어 양식장에서는 방제약의 일종인 '사이퍼메트린(cypermethrin), 한국명 : 피레스'를 투여하다가 인근 해역의 랍스터 수천 마리가 집단 폐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대량 생산에 의한 수익 증대라는 이기적이면서 일방적인 방침 속에 주변국과의 공조 및 협약 사항을 준수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됩니다.
노르웨이 양식 연어에 사용된 농약 성분은 이미 EU 가입국에서 사용 금지 처분을 내린 약품입니다. 그런데 노르웨이는 EU 가입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프랑스 공영방송은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의 문제점을 대대적으로 고발했고, 프랑스 자체 내에서 노르웨이산 연어를 추방하는 동시에 스코틀랜드산 연어로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 현재는 살충제 성분이 불검출
이후 노르웨이의 양식 연어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디플루벤주론을 비롯해 에톡시퀀 등등 유해성분 사용에 대한 의혹이 일어 난지 수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는 몇 년 전, 양식 연어의 살충제 사용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노르웨이 수산물의 한국 지사 이사와 미팅을 가졌고 그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그에게 농약 사용 의혹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고 그는 다음과 같이 해명했습니다.
"방송에서는 노르웨이가 EU 회원국이 아니라는 사실로 규제에서 벗어난 약물을 투여했다고 보도했지만, 실제로는 유럽 연합(EU)와 동일한 규제를 준수하고 있다. 방송은 이슈를 위해 억지로 짜 맞추기도 하고 연어 양식을 반대하는 환경운동가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한 편파보도라고 생각한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조작과 연출도 서슴지 않은 방송 특성을 고려한다면, 일면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가령, 백만 마리의 연어를 양식하는데 고작 두세 명이 관리한다고 보도하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은 연어가 자칫 인력 부족으로 비정상, 비위생적으로 생산될 수 있다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좀 다릅니다. 한 양식장에 두세 명이 관리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양식장 시설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서 가능한 일입니다. 일부 과장된 보도도 있습니다. 프랑스 공영 방송은 연어 양식업자의 인터뷰 내용을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내보낸 것이 그렇습니다.
"살충제가 워낙 독해 가두리에 접근한 물고기뿐 아니라 상어도 그 자리에서 죽는다. 우리(노르웨이 자국민)는 이런 연어를 먹지 않는다."
이는 사안의 심각성을 부풀리기 위한 과장 보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플루벤주론을 액상 상태로 양식장에 투여해도 조류가 흐르는 바다에 투여한 것입니다. 둘레 160m, 깊이 40m인 거대 해상 가두리임을 감안한다면, 근처에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상어가 죽어버린다는 말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습니다.(사실 해당 해역에 상어가 서식하는지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어쨌든 상어는 후각이 매우 발달한 어류입니다.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오염 지역을 벗어나면 그만입니다. 한 어민의 편파적인 인터뷰로 인해 노르웨이의 모든 양식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치부하는 것은 심각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판단해 본 결과, 확인되지 않는 폭로성 내용이 보도된 것은 사실이나 우리가 가장 궁금해하는 살충제 사용 의혹에 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제가 별도로 알아본 바로는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업이 '바다이(sea lice)' 퇴치를 놓고 적잖은 고심을 해온 것으로 압니다.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는 칠레와 캐나다, 알래스카를 넘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시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품질(맛)과 신선도,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국제 시장에서 도태되는 만큼, 이 부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온 것도 사실입니다.
때문에 항생제 사용이 많이 줄었고, 디플루벤주론 같은 살충제의 사용도 대대적으로 줄여나감에 따라 지금은 항생제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고 있습니다. 적어도 국내로 들어오는 연어에 한해서 말입니다.
살충제와 항생제 사용을 대폭 줄이면서 불거지는 문제는 백신으로 해결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노르웨이에는 워낙 양식장이 많고 양식장마다 관리법이 조금씩 달라 일부 양식장에서 살충제와 항생제 사용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현재 노르웨이산 생연어를 판매하는 코스트코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 노르웨이 양식장을 선별해 수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 살충제 문제를 제기한 프랑스도 지금은 노르웨이산 연어를 다시 수입하면서 살충제 문제가 일단락된 것으로 보입니다.
#. 결론
이자벨 스포타는 디플루벤주론과 같은 살충제를 쓰지 않고는 바다이 퇴치가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장도 수출 감소를 의식해 디플루벤주론의 사용을 줄이고 백신이나 다른 약품으로 대체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허가된 약품인지, 어떤 종류의 백신인지 구체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노르웨이산 연어는 훈제연어이든 생연어이든 이러한 성분 표기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공품이 아닌 생물인 경우 더더욱 알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다만, 식약처에서는 수입 수산물에 대해 방사능은 물론, 항생제 및 발암물질, 살충제 성분 등을 검출하기 위해 거의 매일 들어오는 수입품의 샘플을 수거하여 꾸준히 검사를 실시해 왔고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국에 수입된 노르웨이산 생연어가 아무 이상 없이 유통되고, 판매됐으며, 외식 산업에선 빠져선 안 될 주요 식재료로 전 국민이 자주 섭취해 왔던 것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충제나 발암물질 논쟁이 끊이질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식품 위생에 타협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검증되지 않는 언론사의 보도 기사나 일부 현상을 부풀려 이슈를 생산하려는 방송 프로그램의 의도에 쉽게 휘말리고 선동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한 예로, 작년 이맘때 흘러나온 <북한 핵 발전소의 방사능 유출, 그로 인한 서해안 일대 오염>이나, 좀 더 거슬러 올라가 <광우병 = 미국산 소고기>, <조미료 = 몸에 해로워>처럼 당시엔 불같이 일었던 논쟁거리가 지금은 쑥 들어갔듯, 연어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도 언젠간 종식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 그래도 특정 국가의 수입 의존도는 낮춰야 한다
현재 국내로 수입되는 연어는 절반 이상이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입니다. 특히, 생연어는 노르웨이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입니다. 해마다 생연어 소비는 느는데 문제는 소비자로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 수입되는 노르웨이산 연어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음에 따라 이 논란은 일단락되겠지만, 사료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식물성 기름, 연어 부산물 등이 포화지방을 높이면서 생길 수 있는 몇몇 문제들. 여기에 대량 양식 산업에 의한 자연 훼손과 사육되는 연어에 의한 다량의 배설물은 여전히 대량 양식과 야생 연어와의 공존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tvN <난리났네 난리났어>,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 <수산물이 맛있어지는 순간>, <귀여워서 또 보게 되는 물고기 도감(감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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