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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낚시 에세이 #4
낚시에 미치게 되는 이유
누구나 첫경험이란게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채 어리버리했던 경험.
훗날 이것이 인생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도 모른채 무심코 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낚시를 해도 재미를 못붙이는 분들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남성분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포획하거나
잡아서 손에 쥐었을때의 쾌감, 지배의식, 짜릿함등이 내면 깊숙히 깔려 있지 않나 싶어요.
그것을 경험하지 못해서 모를 뿐, 경험을 하게 된다면 뇌에선 그것을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이면서 내면에
갖고 있던 인간의 잠재적 본능과 더해지고 한번 경험한 기억이 재미 있었다면 계속해서 그런 경험을 하기위해
본능적으로 찾아가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한번 경험하게 되면 헤어나오질 못한다는 낚시, 정말 그럴까요? ^^
때는 2003년, 봄
저는 생애 처음으로 바다낚시를 하러 가게 됩니다.
제가 입사한 직장에선 낚시를 취미로 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대화의 화두는 "낚시"가 많았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함께 어울리기 위해 직장동료나 상사들이 하는 말에 귀를 귀울일 수 밖에 없고 또 따라나서기도 하는데
상사가 여자와 술을 좋아한다면 단란주점을 가게 될 것이고, 골프를 좋아한다면 자연스레 실내골프장에서 연습상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다행스럽게도(?) 나름 건전하다 생각했던 낚시였으니깐요.
"한번 따라와볼래?"
하는 말에 아무생각없이 따라갔던게 화근(?), 지금 이 날까지 낚시질을 취미로 삼고 있습니다. ^^;
대부도 시화방조제
그렇게 처음 바다낚시를 하러 온 곳은 경기도에 있는 대부도 시화방조제였어요.
아무래도 서울에선 가장 가까운 바다낚시터고 거리도 부담이 없거든요.
이때만 해도 저는 바다낚시란게 커다란 대어를 많이 잡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동네 횟집의 수족관에서 노니는 그런 고기들은 흔하게 잡는 줄 알았어요.
바다낚시를 처음 하면서 너무 기대가 컸던 것일까요?
하다못해 손바닥만한 우럭이라도 여러마리 잡아서 회를 친다면 이것 또한 재미가 아니겠어요.
그런데 왠걸요.
저는 낚시대에 바늘을 매달아 던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대 낚시엔 "채비"란게 있었고 이 채비란게 무쟈게 복잡하고 골 아프더군요.
당연히 저는 아무것도 할 줄 몰라 눈팅만 하다가 직장 상사가 채비를 만들어줘서 그걸로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약간의 설레임 그리고 대어를 잡아보겠다는 기대감은 낚시를 시작한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그만
보기 좋게 깨져버렸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낚시초보가 겪어야 할 가혹한 상황이 있었으니
1) 던지면 발 아래로 처박는 폭탄 캐스팅
낚시대의 탄성이 뭔지도 모르고 던지는 자세도 모른채 낚시대를 휘두르니 바로 발앞에 떨어져서 풍덩 ㅠㅠ
2) 땡겼다 하면 바닥걸림
릴을 감아 끌면 자꾸만 바닥에 걸려서 꿈쩍도 안해 어찌 할 줄 몰라하자 같이 간 일행이 결국 낚시줄을 끊어서
다시 채비를 만들게 하는 민폐를 끼침. (이래서 초보랑 낚시 안가게 되죠 ^^;)
3) 이성을 잃게 만드는 줄 엉킴
나는 던졌고 감았을 뿐인데..
일부러 해도 이렇게 엉키게 하긴 힘들겠다~ 라고 말하는 일행.
실눈을 뜨면서 짧디 짧은 손톱으로 엉킨 줄을 풀고 앉아있자니 속까지 울렁거립니다.
5분.. 10분.. 차라리 줄을 끊고 다시 만드는게 더 빠르겠다. ㅠㅠ
시간은 그렇게 허무하게만 흘러갔고 해는 어느새 바다에 빠지려고 합니다.
저녁이 되자 팔뚝만한 숭어들이 내 앞에서 약올리듯 첨벙~첨벙~거리면서 점프질을 하고 있고
저걸 눈앞에서 보고도 잡을 수 없으니 그저 안타깝기만 합니다.
낚시를 하러온건지 엉킨줄을 풀려고 왔는지 바늘이 물속에 오랫동안 있어야 고기를 잡던가 할텐데
물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으니 고기가 잡힐리가 없습니다.
저도 일행도 한마리도 못잡은 채 곧 밤을 맞이합니다.
이쯤되니 살짝 약이 오르기 시작
낚시도 결국 게임인지라, 게임에 지기 싫어하는 심리가 발동한거 같습니다.
"그래 내가 오늘 처음이지만 한마리도 못잡으면 집에 안갈테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함 해보자!"
저는 낚시를 하러왔다가 자연을 상대로 고집을 부리기 시작한 겁니다.
바다는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요?
그저 물속에 미끼를 담궈놓은 채 하염없이 기다리는 나
그것을 본 일행들..
괜한 오기로 똘똘 뭉친 제 뒷모습에서 "포기"란 없어 보였는지 먼저 가겠다고 합니다.
4명중 2명이 떠나고 난 바닷가엔 저와 한명의 직장상사가 계셨고, 결국 둘이서 함께 밤을 지샜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정신으로 그랬는지, 그렇게 밤을 새면서 버틸만한 체력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일인데요 ㅎㅎ
서있다가 다리가 아프면 앉고 또 지겨우면 일어서고..
밤 하늘의 별을 보면서 하품한번 하고 있으니 눈꺼풀이 무거워져 꾸벅꾸벅 졸고..
찌는 아무런 미동없이 떠 있었을 뿐 바늘에 미끼가 달려 있는지 없어졌는지도 모른채 그저 기다리기만 했습니다.
기다려야만 하는 지루한 낚시, 비효율적인 낚시는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너무 졸립고 힘들다."
그냥 집에 갈껄 그랬다면 지금쯤 폭신한 이불에 누워 꿀맛같은 단잠을 자고 있었을텐데..
후회하기엔 이미 늦어버렸습니다.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나고 가족 생각이 납니다.
갑자기 고민거리가 떠오르기도 했고 여자친구(지금의 와이프)생각도 났습니다.
깜깜한 하늘, 환하게 떠 있는 보름달은 수면에 반사되어 일렁거리고 있었고 들리는 소리라곤
이따금씩 방조제 위로 지나다니는 과속차량들의 위협스러운 소음 뿐이였습니다.
낚시하러 오면서 내 손으로 횟감을 마련하겠다는 당찬 포부.
지금 온데간데 없습니다. 낚시란 참으로 힘들고 어렵고 지치고 피곤하다.
이럴려고 온게 아닌데..
이 날은 일요일이였어요. 동이 트고 날이 밝아오자 강태공들이 하나 둘씩 찾아오더랍니다.
그리고 나서 얕은 파도가 살랑살랑 치기 시작하더니 저한테 뭔가 토도독~! 하는 느낌이 전달되었어요.
황해볼락
제가 바다낚시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잡은 고기가 바로 이거였습니다. ^^
처음엔 "우럭"이다! 라고 좋아했었죠. 나중에 알고보니 서해에서만 산다는 황해볼락이더라구요.
황해볼락은 잡어중에 잡어지만 저에겐 바다낚시를 시작하고나서 첫수인겁니다.
그리고나서 신기하게도 입질이 계속해서 이어지더랍니다.
밤새도록 입질 하나 없던게 아침이 되니깐 담그면 올라오고 담그면 또 올라오더라구요.
그렇게 아침시간에만 일행과 저는 총 12마리를 잡았어요. 비록 손바닥보다도 작은 녀석이고 회를 치기에도 애매했지만
매운탕감으로 이보다 좋을 순 없겠더라구요. ^^
저의 낚시 첫경험은 온갖 고생 다 시켜놓고 결국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짓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집에 오니 너무 피곤해서 낚시생각은 추호도 안나더라구요.
근데 이상하게 이삼일만 지나면 또 다시 그때의 낚시기억이 떠오르더랍니다.
방파제서 잡은 우럭
"흠..이번에 다시가면 좀 더 잘 잡을 수 있을것만 같은데"
그리고 꽝치고 돌아오면 낚시가 싫다가도 몇 일 지나면 또 다시 낚시생각.
이번엔 진짜! 기어코! 반드시! 잡을 수 있을꺼 같은데? -> 낚시조력 1개월차의 생각
그래 이제 감잡았어! 이번엔 꼭 잡고 말테야! -> 낚시조력 2개월차의 생각
찌가 문제였어, 좀 더 좋은 찌를 사서 해보자! -> 낚시조력 3개월차의 생각
이번에 못잡으면 사서라도 집에 돌아갈래 ㅠㅠ -> 낚시조력 6개월차의 생각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함 해보자! -> 낚시조력 1년차의 생각
등등등..
비록 한마리지만 꿀맛 같았던 우럭구이
저는 바다낚시의 매력에 슬그머니 눈을 떳고 거금 5만원을 들여서 낚시대와 릴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리곤 회사사람들 따라 다니면서 낚시에 동참하기도 했고, 또 저 혼자 가기도 했어요.
하지만 가혹한 낚시의 현실은 계속 되었습니다.
꽝치고 돌아오는 날은 다반사, 어쩌다 운이 좋으면 위의 사진처럼 손바닥 크기만한 우럭 한마리가 고작.
이것도 자연산이라며 여자친구(지금의 와이프)에게 구워줬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ㅜ,.ㅡ
결혼하고 난 후 지금요?
못해도 이 정도는 잡아와야 대접받습니다. ^^;;
마치며..
낚시라는 취미생활은 빠지면 빠질수록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어쩌면 낚시뿐만 아니라 골프나 등산도 혼자서만 즐기는 취미라면 매한가지가 아닐까 싶어요.
가정과 아내에 소홀히 하게 되고 적잖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낚시를 자꾸 하게 되는 이유는
사람마다 목적은 약간씩 다르겠지만 "좀 더 큰 고기"를 잡아보고 싶은 갈망과 "짜릿했던 손맛"을 잊지 못해서인거 같아요.
여기에 한가지가 더 있는데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화창한 날, 바다풍경을 보며 낚시대를 드리우며 서 있노라면
직장생활의 고충, 인간관계의 갈등, 그외 일상생활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한순간 잊게 하면서 "어떻게 하면 고기를 잘 잡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낚시를 하다보면 아무런 잡념도 근심걱정도 생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음을 다스리고 엔돌핀을 돌게하는 일종의 자연적 치유법인 셈이죠.
하지만 자신의 취미생활만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거 같습니다.
이따금 낚시에 미쳐서 거의 한주도 거르지 않고 낚시를 다니시는 분들을 볼 때가 있는데
이기적인 취미생활은 가족을 병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뭐든 적당히 해야 함은 당연지사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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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미치게 되는 이유
누구나 첫경험이란게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채 어리버리했던 경험.
훗날 이것이 인생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도 모른채 무심코 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낚시가 뭐길래.. |
낚시를 해도 재미를 못붙이는 분들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남성분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포획하거나
잡아서 손에 쥐었을때의 쾌감, 지배의식, 짜릿함등이 내면 깊숙히 깔려 있지 않나 싶어요.
그것을 경험하지 못해서 모를 뿐, 경험을 하게 된다면 뇌에선 그것을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이면서 내면에
갖고 있던 인간의 잠재적 본능과 더해지고 한번 경험한 기억이 재미 있었다면 계속해서 그런 경험을 하기위해
본능적으로 찾아가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한번 경험하게 되면 헤어나오질 못한다는 낚시, 정말 그럴까요? ^^
때는 2003년, 봄
저는 생애 처음으로 바다낚시를 하러 가게 됩니다.
제가 입사한 직장에선 낚시를 취미로 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대화의 화두는 "낚시"가 많았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함께 어울리기 위해 직장동료나 상사들이 하는 말에 귀를 귀울일 수 밖에 없고 또 따라나서기도 하는데
상사가 여자와 술을 좋아한다면 단란주점을 가게 될 것이고, 골프를 좋아한다면 자연스레 실내골프장에서 연습상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다행스럽게도(?) 나름 건전하다 생각했던 낚시였으니깐요.
"한번 따라와볼래?"
하는 말에 아무생각없이 따라갔던게 화근(?), 지금 이 날까지 낚시질을 취미로 삼고 있습니다. ^^;
대부도 시화방조제
그렇게 처음 바다낚시를 하러 온 곳은 경기도에 있는 대부도 시화방조제였어요.
아무래도 서울에선 가장 가까운 바다낚시터고 거리도 부담이 없거든요.
이때만 해도 저는 바다낚시란게 커다란 대어를 많이 잡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동네 횟집의 수족관에서 노니는 그런 고기들은 흔하게 잡는 줄 알았어요.
바다낚시를 처음 하면서 너무 기대가 컸던 것일까요?
하다못해 손바닥만한 우럭이라도 여러마리 잡아서 회를 친다면 이것 또한 재미가 아니겠어요.
그런데 왠걸요.
저는 낚시대에 바늘을 매달아 던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대 낚시엔 "채비"란게 있었고 이 채비란게 무쟈게 복잡하고 골 아프더군요.
당연히 저는 아무것도 할 줄 몰라 눈팅만 하다가 직장 상사가 채비를 만들어줘서 그걸로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낚시에 대한 환상은 버려야.. |
약간의 설레임 그리고 대어를 잡아보겠다는 기대감은 낚시를 시작한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그만
보기 좋게 깨져버렸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낚시초보가 겪어야 할 가혹한 상황이 있었으니
1) 던지면 발 아래로 처박는 폭탄 캐스팅
낚시대의 탄성이 뭔지도 모르고 던지는 자세도 모른채 낚시대를 휘두르니 바로 발앞에 떨어져서 풍덩 ㅠㅠ
2) 땡겼다 하면 바닥걸림
릴을 감아 끌면 자꾸만 바닥에 걸려서 꿈쩍도 안해 어찌 할 줄 몰라하자 같이 간 일행이 결국 낚시줄을 끊어서
다시 채비를 만들게 하는 민폐를 끼침. (이래서 초보랑 낚시 안가게 되죠 ^^;)
3) 이성을 잃게 만드는 줄 엉킴
나는 던졌고 감았을 뿐인데..
일부러 해도 이렇게 엉키게 하긴 힘들겠다~ 라고 말하는 일행.
실눈을 뜨면서 짧디 짧은 손톱으로 엉킨 줄을 풀고 앉아있자니 속까지 울렁거립니다.
5분.. 10분.. 차라리 줄을 끊고 다시 만드는게 더 빠르겠다. ㅠㅠ
시간은 그렇게 허무하게만 흘러갔고 해는 어느새 바다에 빠지려고 합니다.
저녁이 되자 팔뚝만한 숭어들이 내 앞에서 약올리듯 첨벙~첨벙~거리면서 점프질을 하고 있고
저걸 눈앞에서 보고도 잡을 수 없으니 그저 안타깝기만 합니다.
낚시를 하러온건지 엉킨줄을 풀려고 왔는지 바늘이 물속에 오랫동안 있어야 고기를 잡던가 할텐데
물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으니 고기가 잡힐리가 없습니다.
저도 일행도 한마리도 못잡은 채 곧 밤을 맞이합니다.
이쯤되니 살짝 약이 오르기 시작
낚시도 결국 게임인지라, 게임에 지기 싫어하는 심리가 발동한거 같습니다.
"그래 내가 오늘 처음이지만 한마리도 못잡으면 집에 안갈테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함 해보자!"
저는 낚시를 하러왔다가 자연을 상대로 고집을 부리기 시작한 겁니다.
바다는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요?
그저 물속에 미끼를 담궈놓은 채 하염없이 기다리는 나
그것을 본 일행들..
괜한 오기로 똘똘 뭉친 제 뒷모습에서 "포기"란 없어 보였는지 먼저 가겠다고 합니다.
낚시는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 |
4명중 2명이 떠나고 난 바닷가엔 저와 한명의 직장상사가 계셨고, 결국 둘이서 함께 밤을 지샜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정신으로 그랬는지, 그렇게 밤을 새면서 버틸만한 체력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일인데요 ㅎㅎ
서있다가 다리가 아프면 앉고 또 지겨우면 일어서고..
밤 하늘의 별을 보면서 하품한번 하고 있으니 눈꺼풀이 무거워져 꾸벅꾸벅 졸고..
찌는 아무런 미동없이 떠 있었을 뿐 바늘에 미끼가 달려 있는지 없어졌는지도 모른채 그저 기다리기만 했습니다.
기다려야만 하는 지루한 낚시, 비효율적인 낚시는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너무 졸립고 힘들다."
그냥 집에 갈껄 그랬다면 지금쯤 폭신한 이불에 누워 꿀맛같은 단잠을 자고 있었을텐데..
후회하기엔 이미 늦어버렸습니다.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나고 가족 생각이 납니다.
갑자기 고민거리가 떠오르기도 했고 여자친구(지금의 와이프)생각도 났습니다.
깜깜한 하늘, 환하게 떠 있는 보름달은 수면에 반사되어 일렁거리고 있었고 들리는 소리라곤
이따금씩 방조제 위로 지나다니는 과속차량들의 위협스러운 소음 뿐이였습니다.
낚시하러 오면서 내 손으로 횟감을 마련하겠다는 당찬 포부.
지금 온데간데 없습니다. 낚시란 참으로 힘들고 어렵고 지치고 피곤하다.
이럴려고 온게 아닌데..
이 날은 일요일이였어요. 동이 트고 날이 밝아오자 강태공들이 하나 둘씩 찾아오더랍니다.
그리고 나서 얕은 파도가 살랑살랑 치기 시작하더니 저한테 뭔가 토도독~! 하는 느낌이 전달되었어요.
황해볼락
제가 바다낚시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잡은 고기가 바로 이거였습니다. ^^
처음엔 "우럭"이다! 라고 좋아했었죠. 나중에 알고보니 서해에서만 산다는 황해볼락이더라구요.
황해볼락은 잡어중에 잡어지만 저에겐 바다낚시를 시작하고나서 첫수인겁니다.
그리고나서 신기하게도 입질이 계속해서 이어지더랍니다.
밤새도록 입질 하나 없던게 아침이 되니깐 담그면 올라오고 담그면 또 올라오더라구요.
그렇게 아침시간에만 일행과 저는 총 12마리를 잡았어요. 비록 손바닥보다도 작은 녀석이고 회를 치기에도 애매했지만
매운탕감으로 이보다 좋을 순 없겠더라구요. ^^
낚시는 소소한 일탈행위 |
저의 낚시 첫경험은 온갖 고생 다 시켜놓고 결국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짓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집에 오니 너무 피곤해서 낚시생각은 추호도 안나더라구요.
근데 이상하게 이삼일만 지나면 또 다시 그때의 낚시기억이 떠오르더랍니다.
방파제서 잡은 우럭
"흠..이번에 다시가면 좀 더 잘 잡을 수 있을것만 같은데"
그리고 꽝치고 돌아오면 낚시가 싫다가도 몇 일 지나면 또 다시 낚시생각.
이번엔 진짜! 기어코! 반드시! 잡을 수 있을꺼 같은데? -> 낚시조력 1개월차의 생각
그래 이제 감잡았어! 이번엔 꼭 잡고 말테야! -> 낚시조력 2개월차의 생각
찌가 문제였어, 좀 더 좋은 찌를 사서 해보자! -> 낚시조력 3개월차의 생각
이번에 못잡으면 사서라도 집에 돌아갈래 ㅠㅠ -> 낚시조력 6개월차의 생각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함 해보자! -> 낚시조력 1년차의 생각
등등등..
비록 한마리지만 꿀맛 같았던 우럭구이
저는 바다낚시의 매력에 슬그머니 눈을 떳고 거금 5만원을 들여서 낚시대와 릴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리곤 회사사람들 따라 다니면서 낚시에 동참하기도 했고, 또 저 혼자 가기도 했어요.
하지만 가혹한 낚시의 현실은 계속 되었습니다.
꽝치고 돌아오는 날은 다반사, 어쩌다 운이 좋으면 위의 사진처럼 손바닥 크기만한 우럭 한마리가 고작.
이것도 자연산이라며 여자친구(지금의 와이프)에게 구워줬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ㅜ,.ㅡ
결혼하고 난 후 지금요?
못해도 이 정도는 잡아와야 대접받습니다. ^^;;
마치며..
낚시라는 취미생활은 빠지면 빠질수록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어쩌면 낚시뿐만 아니라 골프나 등산도 혼자서만 즐기는 취미라면 매한가지가 아닐까 싶어요.
가정과 아내에 소홀히 하게 되고 적잖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낚시를 자꾸 하게 되는 이유는
사람마다 목적은 약간씩 다르겠지만 "좀 더 큰 고기"를 잡아보고 싶은 갈망과 "짜릿했던 손맛"을 잊지 못해서인거 같아요.
여기에 한가지가 더 있는데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화창한 날, 바다풍경을 보며 낚시대를 드리우며 서 있노라면
직장생활의 고충, 인간관계의 갈등, 그외 일상생활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한순간 잊게 하면서 "어떻게 하면 고기를 잘 잡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낚시를 하다보면 아무런 잡념도 근심걱정도 생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음을 다스리고 엔돌핀을 돌게하는 일종의 자연적 치유법인 셈이죠.
하지만 자신의 취미생활만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거 같습니다.
이따금 낚시에 미쳐서 거의 한주도 거르지 않고 낚시를 다니시는 분들을 볼 때가 있는데
이기적인 취미생활은 가족을 병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뭐든 적당히 해야 함은 당연지사겠지요 ^^
PS : 요즘 일정이 너무 빡빡하여 이웃님 댓글에 신경을 못써드리고 있습니다. 방문하시고 댓글달아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죄송한 맘입니다. 제가 아무리 바빠도 초심을 잃지 않고 늦게라도 답방을 할껍니다. 양해바랄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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