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한 최악의 신진도(마도) 낚시여행


    엊그제 "해무의 엄습에 몽환적인 신진도(마도)방파제" 에 이어 오늘은 최악의 낚시여행으로 추억 될
    신진도, 마도 방파제 조행기입니다. 아내와 마지막으로 낚시했던게 지난해 11월초였었는데 넉달만에
    동반출조를 하게되었답니다. 올해 첫 동반출조지는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신진도(마도) 방파제.

    이 날 물때가 "조금"이였고, 오후 8시가 만조였어요. 만조전후로 두어시간 가량 우럭을 노려볼만한 타임
    이였어요. 만조라 굳이 위험하게 외항에서 할 필요도 없구요. 바람만 안분다면 충분히 우럭 몇 마리 정도
    는 낚을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기상도 좋았고 풍속과 파고도 다 좋았답니다. 다만 겨울에서 봄사이엔
    날씨의 변덕이 심하여 방한대비는 튼튼하게 해왔어야 했는데 육지에서 워낙 날씨가 좋다보니 바다도 그럴
    것이라는 착각을 했던게 화근이였습니다.




    그렇게 서울에서 3시간 정도 달려온 곳은 신진도
    근데 오늘따라 유난히 인기척이 없어보이는게 마치 유령의 마을 같단 생각이 들어요.
    많은 낚시객들을 피해 일부러 한산한 평일날을 택해 왔는데 이렇게 사람이 없을 줄이야..




    신진도 마도 방파제 도착해보니 이렇게 매점과 낚시점은 저 같은 평일 손님을 받기 위해 영업은 하고 있더라구요.
    갯지렁이를 사기 위해 신진도 낚시점들을 몇 군데 들렀지만 지금 시기엔 갯지렁이가 아예 안나온다고 하더라구요.
    갯지렁이 없음 크릴로 해야하는데 지금 같은 어한기에 크릴은 별로 안먹힐꺼 같고 이거 처음부터 삐거덕 거립니다.
    그러다 마도 방파제에 도착했는데 주변이 전부 어두컴컴한데 홀로 밝은 불빛을 내고 있으니 마치 길잃은 산속에서 산장을
    발견한듯한 묘한 느낌이 들었어요. 근데 왠일로 이곳엔 갯지렁이를 팔고 있더랍니다. 아니 신진도 전역에 갯지렁이를 구하기
    힘들다더니 여긴 또 있어.. 희한하네.




    산속에서 길잃은 두 남녀가 가게를 발견하고 꼭 필요했던 물건을 사고 나오는 기분이랄까..
    이제 남은건 길라임과 김주원처럼 몸이 바뀌는 일만 남았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면서 방파제 입구까지 가보니
    실로 칠흙같이 어두운 공간에 홀로 레이져쇼를 뿜어내는 등대만이 우둑하니 서 있습니다.




    "오늘 완전 잘못걸렸군"
    아무도 없는 방파제..
    그리고 희뿌연 바다안개가 방파제로 엄습하고 갑자기 찬 바람이 윙~~ 하고 불어대니



    마도방파제(흰등대)와 신진도 방파제(빨간등대)

    의지할 수 있는 조명이라곤 헤드렌턴과 카메라에 기본으로 장착된 플래쉬가 유일합니다.
    이렇게 된 이상 낚시로 뭔가를 잡는건 이미 힘들어진거 같고 사진이라도 몇 장 건지고 와야 할텐데.
    낚시 포인트에 서자마자 10분도 채 안되어 "낚시포기"를 결심했던건 이번이 처음으로 이미 저는 낚시보다는 블로거의 본능으로
    포스팅에 대한 고민이 수면위로 올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옆엔 제가 억지로 졸라서 데려온 아내가 있었구요. ㅠㅠ
    아내는  오래간만에 바다를 찾았는데 실로 실망감이 가득하였습니다.




    갯지렁이도 한통 샀고 혹시 몰라 크릴도 반각 사놨는데 오늘 낚시는 고사하고 촬영이나 제대로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아내가 먼저 힘찬 캐스팅을 해봅니다. 4개월만의 캐스팅이라 영 어색한가봐요.
    저 역시 사진만 몇 장 찍고 곧바로 낚시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약 30분간 둘이 나란히 서서 낚시를 해봤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어요.
    열심히 흘러도 보고 쪼아봤지만 감각무소식. 물은 얼음장이니 이런 수온에서 고기들이 과연 먹이활동을 제대로 할까 의심도 들고..
    등 뒤쪽으론 매서운 북서풍이 계속 때리고 있습니다.




    빨간 불빛을 내며 수면위에서 요염하게 앉아있는 찌,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아내는 여전히 매의 눈이였습니다. ^^;
    한번의 입질이라도 놓칠새라 찌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그녀는 타고난 낚시블로거의 아내인가요. ㅎㅎ

    "아내와 등대"
    뭔가 공통점이 있는듯 합니다. 늘 옆에서 조력자 역활을 해주며 옳은 판단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아내..
    저에겐 등대같은 존재이니깐요.






    장갑을 꼈지만 계속 불어오는 바람에 손이 시렵습니다.



    아무도 없는 방파제서 아내와 함께한 낚시여행



    아내보고 좀 뒤로 물러나서 낚시하라 이릅니다.




    신진도 마도 방파제 내항쪽은 이렇게 난간이 있고 석축(검은 부분)시작되는데 사리물때엔 저 석축이 전부 잠기며
    오늘같이 조금물때엔 석축이 다 잡기지 못합니다. 그러니 지금과 같이 콘크리트 바닥위에서 낚시를 하기엔 낚시자리가
    다소 높아 안정감이 떨어져요. 원래 같았음 방파제 입구에서 석축을 따라 들어와서 낚시를 하는게 좋지만 너무 어두워서
    지금은 석축을 타고 내려가기엔 위험하더랍니다. 그래서 그냥 위에서 하기로 했어요.
    이때 수심은 5m 전후로 조절해주고 전방 7~8미터를 노립니다. 그 지점이 석축과 본바닥이 만나는 곳 근처라 그쪽에서 입질이
    들어올때가 많더랍니다. 신진도 마도 방파제 낚시를 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구요.




    찌에 미약한 신호가 오자 견제를 해보는 그녀..
    그러데 밑걸림..




    결혼 3주년을 맞이하여 출조나간 우리 부부..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방파제에서 들이닥친 해무에 칼바람이 온몸을 때리고 있으니..
    오늘같이 공포스런 분위기에서 낚시하는 아내를 보며 느낀것은

    "낚시 블로거의 아내로 살아간다는 것, 나 땜에 니가 이래저래 고생이 많다 ㅠㅠ"

    이 날은 자욱한 해무와 추위를 이기지 못해 낚시 시작한지 30분만에 철수를 결정하게된 최악의 출조로 남게 되었습니다.
    3시간 이상 차를 끌고와서 30분 낚시하고 또 다시 3시간을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가야 했어요.
    그나마 다행인건 이런 어둠속에서 사진 몇 장 건졌기에 포스팅은 할 수 있었답니다. ^^;




     바로 전날,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오래간만에 극장 데이트를 했답니다. 

     그런데 결혼기념일 날 고른다는 영화가 "생텀". 생텀은 동굴속에 갇힌 사람들이 탈출하려다 하나씩 죽어가는 미스테리 재난 영화입니다.

     저는 단순히 제임스카메룬이라는 캐리어와 신비주의 블록버스터라는 느낌에 낚여서 보러갔는데 아니였어요.
     
     아내는 보는 내내 음침한 동굴속에서 하나씩 죽어가는 이들을 보며 괴로워했고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니 마치 동굴속에서 탈출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ㅠㅠ  
     결혼기념일에 선택한 영화는 좀 밝고 해피했어야 했는데 생텀을 고른 저는 그야말로 생텀맞았습니다. 

     그리고 맛집포스팅도 할겸 저녁식사를 위해 주변을 둘러봤는데 맛집스러운 가게는 하나도 없었어요. 결국 카메라 전원은 끄고 


     평소에 먹고 싶었던 베트남 쌀국수 먹었습니다. ^^;  결국 맛집도 실패.. 
     
     그리고 다음날 부부동반으로는 낚시여행을 하러 온게 이 날 이였어요. 아주 보기좋게 망해버렸답니다. 
     

     어쩜 제가 선택했던 모든것들이 죄다 NG였을까요?
     
     이제 봄이오는 3월 부부동반 출조지는 
    제주도예요. 생애 처음으로 가보는 제주도에서 멋진 입질의 추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말씀드린대로 비행기 타고 낚시하는게 배타고 가는것보다 경비가 더 싸다는걸 증명하고 싶어요.

    세삼스레 깨닭은게 있다면 지금 시기부터 5월까지 서해 바닷가 날씨는 그야말로 변덕쟁이랍니다. 화창한 날씨였다가 순식간에 해무로
    뒤덮힐 수 있는 변화무쌍함을 가지고 있어요. 신진도 마도 방파제로 낚시를 가시는 분들은 4월까지도 방한대비는 철저히 하시고 갑작스런
    기상악화에 대비를 하고 오시는게 좋습니다.

    어쨌든 이 날 신진도 마도로 낚시여행은 완전 실패.
    그냥 집에서 일이나 할껄~ 이라고 말하는 아내를 보니 충동적으로 선택했었던 제 결정이 후회가 막심하였습니다.
    낚시를 가지 않았다면.. 지금쯤 따듯한 집에 편하게 있었을텐데..
    낚시만 가지 않았다면 내일 끝내야 할 일을 오늘 다 마칠 수 있었을텐데..
    이틀 동안 영화와 낚시로 보기좋게 아내만 고생시켜버린 나,  미안해서 한동안 말을 못했답니다. ㅠㅠ
    다음 조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3971)
    유튜브(입질의추억tv) (581)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3)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03-19 13:02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