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니컬한 매력을 느꼈던 캐나다 풍경
캐나다 밴프 국립공원에서 본 시니컬한 풍경




캐나다 밴프 국립공원

 

캐나다 밴프 국립공원은 천혜의 자연유산이 많은 곳입니다.
운전자로부터 온전히 드라이빙을 즐길 수 없게 만드는 그런 매력이 있는 곳. 산, 호수가 그림처럼 펼쳐지고 언제 어디서 야생동물이 나올지 몰라 운전할 땐 항상 쌍심지를 키고 있어야 합니다. 혹시라도 놓친 풍경은 없는지, 곰이나 여우가 지나가진 않는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온천지에 널려있어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닿을 것 같지만 그저 눈으로 감상하는것에 만족해야 하는.. 한번은 작은 오솔길을 달리다 뭔가를 보고선 급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영문도 모르는 아내는 운전 좀 살살하라며 다그칩니다. 달리는 차에서 어떤 풍경을 보았거나 동물을 보고 지나칠 때 브레이크를 밟으면 그땐 이미 늦는다는 점.

 

그래서 저는 차를 세운 후 20~30m 가량 후진해서 놓친 풍경을 감상하곤 합니다. 이번엔 대단한 풍경도 아닌데 나를 멈춰 세운 것은 뭘까?


살아있는 나무들


그리고 그 옆으론 죽은지 오래되 보이는 나무들

캐나다 밴프 국립공원의 이름없는 풍경

 

캐나다 밴프 국립공원을 다녀오신 분들에게 이곳이 어디냐고 묻을 때 답변하실 수 있는 분들은 많지 않을거 같습니다. 지명이나 이름이 딱히 없는 풍경입니다. 관광지는 아니구요. 관광지 근처도 아닙니다. 그냥 길을 달리다 숲 사이로 살짝 보고 지나쳤는데 그게 0.몇 초 정도의 시간이였어요. 내려서 둘러봐도 손해는 아니겠다 싶어 들어왔는데 딱히 아름다운 풍경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저에겐 묘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캐나다 밴프 국립공원의 이름없는 풍경

 

죽어 있는 고목들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이곳은 호수라고 하기엔 민망한 작은 웅덩이가 있었고 푸른색의 잠자리와 풀벌레들만이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그 뒤로는 병풍처럼 둘러쳐진 로키산맥의 일부분이 감싸고 있구요. 항상 느끼는거지만 죽은 나무뿌리가 있는 풍경. 전 너무나 좋아합니다. ^^


왜냐곤 묻지마세요. 고사목이 있는 풍경은 본능적으로 저의 관심을 이끄는거 같습니다. 제가 워낙 그늘진 환경에서 자라와서 그런지 몰라도 밝고 행복하고 따듯한 풍경보단 어둡거나 음침하거나 세기말적인 풍경을 좀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 이렇게 맑고 화창한 날씨속에 죽은 나무가 주는 풍경은 시니컬한 자연의 법칙이 드러나 있는 듯해 본능적으로 제 눈길을 끌었던거 같아요.



보통은 사람의 태도나 성격을 보고선 '시니컬하다'란 말을 붙이지만 여기선 자연이 주는 '냉소적인' 표정이랄까요. 죽은 나무 뿌리는 그걸로 끝이지만 그 주변에는 이제 막 새생명을 갖고 태어나는 미생물과 이끼들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유난히 고사목이 많은 이곳. 삐죽삐죽한 모양새로 보아 톱으로 쓸어간 것은 아닌 강력한 외부압력(이를테면 토네이도 같은)에 의해 꺽여져 나간듯한 흔적으로 보여집니다. 그래도 이래저래 의문증이 풀리지 않더라구요.

- 주변의 다른 나무들은 멀쩡한데 어째서 여기만 그런걸까.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이 나무들이 이곳에서 뿌리 채 뽑혀 말라 비틀어진지 몇 년이 경과한 걸까?
- 혹시 수백년 동안 이 모습 이대로 있어왔던 것은 아닐까?
-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지 얼마나 된 걸까?




시니컬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풍경

 

캐나다의 밴프 국립공원은 그 자체가 넓고 광대해 사람의 밟길이 닿지 않은 곳이 수두룩 하지만 저는 그곳의 수백만분의 일, 아니 수천만분의 일에 해당되는 풍경을 이제 겨우 보았습니다. 아마도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나 또 다시 이곳을 찾아도 저 풍경 그대로를 가지고 있을까요?

눈을 감아봅니다. 자동차 소리, 바람소리 한점 들리지 않은 고요한 상태에서 따사로운 햇빛만을 느낄 수 있었던 작은 순간들 좀 더 집중해보니 유일하게 들리는 소리가 있긴 합니다. 제 귓가를 맴돌며 간지럽히는 잠자리의 날개짓하는 소리 ^^자연이 주는 색과 속삭임에 눈과 귀는 편해집니다. 될 수 있다면 카메라마저 곁에 두지않고 서 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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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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