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VS 감성돔, 처절했던 여섯시간의 기록(황제도 봄 감성돔 낚시)


    3월 한달 동안 기상악화로 꼼짝 못하다가 겨우 첫 출조를 하게 됐습니다.
    지난 주 황제도로 봄 감성돔 탐사를 다녀왔는데요. 지금 이 시기, 참으로 애매~~~~합니다잉 ^^;
    영등철에서 봄 시즌으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보니 수온은 수온대로 떨어져 있었고 영등 감생이와 봄철
    오름 감생이의 경계에서 애매한 낚시를 하게 됐지만 그래도 전날 4짜급 감성돔이 몇 마리 나왔다는 소
    식에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출조하게 되었습니다. 
    몇몇 분들이 행여나 기대감을 안고 보실지도 몰라서 글을 읽기도 전에 미리 말씀드리자면요.
    다소 김새는 결과지만 "출초 인원 전원이 몰황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조행기는 공략기로 봐주십시요.




    이른 아침 갯바위에 하선하는 꾼들, 자세히 보면 딱 두사람이 설 수 있는 평평한 자리가 있다.

    조행기는 왜 쓰는 걸까?
    요즘 고기가 하도 안잡히다 보니 별의 별 생각을 다합니다.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몇 차례 조행기를 썼지만 고기다운 고기를 보여드린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꽝친 조행기를 사진빨로 커버해 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물론 그 속에 스토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혹자들은 "조과 없는 조행기가
    과연 필요할까?"
    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기에 여기에 대해 제 생각을 적고자 합니다.
    확실히 조과없는 조행기는 쓰는 이나 보는 사람이나 맥빠지는 부분입니다. 낚시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모름지기 손맛과 눈맛 그리고 입맛으로 귀결되어야
    그게 참 맛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그런 결과를 얻고자 자연을 이기려고만 든다면 한낱 미물에 불과한 사람의 힘으론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기 마련이고 거기서 좌절감을 맛보게 될 지도 모릅니다. 

    제가 생각하는 조행기란?
    단순히 고기를 잡아서 자랑하는 글이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고기를 잡아서 보여주는 것으로 보는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시킬 수 있겠지만
    조행기란 자신이 걸어온 길에 + "낚시 정보"를 담아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성공기이든 실패기든 곱씹어 봄으로써 자신이 했던 낚시 방법을 되돌아 보고 느꼈던 점들을 공유함으로써 간접경험치를 드릴 수 있다고 봐요.
    비록 봄 감성돔 포획엔 실패했지만 이러한 상황, 이러한 포인트에선 이렇게 공략하는게 좋더라~ 식의 이야기를 전달하는게 제 조행기의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것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나름대로의 '조행일지'가 되면서 스스로에겐 자산이자 소중한 "입질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

    어느 유명한 낚시인이 말씀하셨죠. 낚시는 '과정'이고, '방법'이다라고..
    정말 낚시라는 행위 자체를 즐길 줄 안다면 결과에 연연할 이유가 없겠지요.
    만약에 제가 조과만을 쫒는 낚시를 고집했다면 굳이 이 힘든 시기에 고생해가며 갯바위 낚시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로지 고기만을 잡을 목적이라면 선상낚시, 카고낚시를 했겠지요. 아무리 힘든 영등철이라도 선상과 카고를 하면 어지간해선 고기를 낚습니다.
    하지만 찌 보는게 좋아서 시작한 낚시였기에 이 추운날 확률이 떨어져도 저는 갯바위를 찾는 것입니다.


    이 날 제가 선 자리는 닭벼슬이라고 하는 지역에 있는 홈통 포인트였어요.
    원래는 알매섬에 내리기로 했지만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이미 현지꾼들로 자리가 없었답니디.
    그래서 섬을 빙빙 돌다가 18명 중 가장 마지막으로 내린 자리가 바로 저 자리였습니다. 행여나 이것이 불러올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정대로 도착해 알매섬에 내렸다면 더 좋은 조과가 나올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는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게 '포인트 탓' 이예요.
    물론 감성돔 낚시에서 포인트가 가지는 의미는 상당히 크지만 이 모든 결과의 근본적인 원인은 포인트도 장비도 아닌 바로 "내 자신"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정확한 지명을 모르는 홈통 포인트에서 낚시가 시작됐다.

    이 날 제가 내린 자리는 직경 30m가 넘어가는 꽤 큰 규모의 홈통인데요. 그 중에서도 정 중앙에 내렸습니다.
    사진은 제가 선 자리에서 오른쪽을 쳐다본 모습이구요.


    정면에서 왼쪽으로 본 모습입니다. 전방에는 감성돔 포인트로 유명한 꾸중여가 있구요.
    그곳엔 낚시계의 금발머리인 맨땅의 헤딩님이 내려서 열심히 낚시중입니다.(빨간옷)


    오늘 저와 함께 하실 파트너는 저는 이 날 처음 뵈었는데요.
    갯바위에 내려 인사를 나누고 공략지점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뒤 각자 낚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이 날 항구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밑밥 갤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갯바위에 도착하자마자 밑밥개는 모습인데요.
    이날 주어진 밑밥은 크릴 6장 + 집어제 2봉 + 압맥 1봉 중에서 저는 밑밥을 이원화하려고 크릴 4장 + 집어제 2봉 + 압맥 1봉만 섞었고, 남은 크릴 2장은
    생크릴로 뿌릴 생각입니다. 왜 그런고 하니 발 밑 지형이 쭉 째진게 포말이 근사하게 쳤거든요.
    포말이 씻겨 내려가면서 생크릴을 좀 더 깊고 멀리 운반할 수 있기에 그런 효과를 노리고자 생크릴(알크릴)을 쓰겠다는 판단입니다.
    이 방법이 맞을지 안맞을진 장담 못합니다. 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낚시는 시작이 되었고 첫타로 나온건 작은 노래미, 방생하고요.


    옆 파트너가 바다 거머리를 잡아내네요.
    아이고 징그러워라~~ ㅠㅠ
    저 언젠간 초짜님과 동행하면 이 멘트 써버릴껍니다.

    "저거 바다 거머리라고해서 잘못하면 피 빨리거든..독도 있어 그러니 조심해야혀~~"

    속을까요? 안속을까요? ㅋㅋㅋㅋ
    속을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혹시 알아요? 낚시 처음하시는 분이라면 벌벌 떨지도...
    암튼 푹 삶아 먹음 정력에 좋다는(?) 베도라치가 오랜만에 얼굴을 내밉니다만 방생.


    제 밑밥인데요, 크릴과 집어제는 2:1 비율이고 남은 크릴 두장은 생크릴 상태로 따로 뿌리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살포시 패인 지형에 포말이 일고 있는데 이 부분에다 생크릴을 한두 주걱씩 투척해 줬습니다.
    갯바위에 맞아도 되니 가까이 던져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포말이 크릴을 씻겨내리면서 들어갈테니깐요.


    그리곤 사진에서 보이는 것 같이 밑밥을 투척하는데 조류가 미약해서 입질 예상지점에다 직접 던져도 좋지만 저는 포말이 소멸되는 지점에다
    던져 넣었구요.(들물이라 조경지대가 전방 10m 근방에서 횡렬로 형성되었습니다. 이는 발밑에 반탄조류가 나가고 있다는 증거로 밑밥을 투척하면
    안으로 들어오는게 아니라 밖깥으로 밀려 나간다고 판단했기에 밑밥투척 지점을 발앞으로만 줬습니다.)
    채비는 멀리 던져서 충분히 가라앉힌 후 살살 끌어오면서 입질을 유도하는 방식이 여기선 맞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선장님이 이 포인트를 설명할 때 감성돔이 나오는 자리가 대부분 정면에서 왼쪽(저 붉은색 지점을 포함) 지점이라고 귀뜸을 줬답니다.
    그 반대지점인 오른쪽은 공략해봐야 잘 안나온다네요. 그러니 밑밥도 채비도 사진에 보이는 저 구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게 관건이라고 합니다.


    찌가 떠 있는 뒷쪽으로 조경지대(거품띄)가 일렬로 형성되어 있는 모습이다.

    아침에 반짝 잡어들의 입질이 있었지만 이후로는 아무런 반응이 없자 파트너께서 소주나 한잔 하자고 권하십니다. ^^;
    이른 아침부터 먹는 소주맛이 어땠냐구요? 좀 씁니다. ㅋㅋㅋ
    아침에 소주 먹어 본적이 도대체 몇 년 만인지...(그간 너무 FM으로 살아왔는지 그런 기억이 없네요 ^^;)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가 아니고 거의 한잔 받아놓고 고사지내는 동안 파트너께선 두 세잔을 연거푸 벌컥벌컥.. 허거걱..;;
    주량이 상당하신가봐요. 저렇게 따라 준 종이컵 소주를 무슨 맥주 마시듯 하세요 ^^;;
    제가 못따라가겠습니다. 아침에 소주 두병이 갯바위에서 순식간에 사라지는 사태가.. ㅋㅋ(저도 이래저래 3컵 정도 마신거 같아요)


    안주는 조미 오징어로 ^^


    그러면서 낚시는 계속 하고 있엇지만 노래미 한마리를 끝으로 입질은 뚝 끊겼습니다.


    예전에 소개했던 자체발열 도시락이 오늘도 등장하였어요.(관련글 : 야외에서 먹는 자체발열 도시락)
    이상하게 자체발열 도시락만 가져 오면 꽝을 치네요.(이런게 징크스가 되면 안되는데..)


    맛은 카레지만 보이는건 설사밥..;;


    밥을 먹으면서도 낚시는 계속 진행중입니다. 이날 물때가 오전 7시 반에 간조 찍고 철수때까지 들물이 이어지는 상황이라서 언제 어디서 입질이
    들어올지 몰라요. 저는 밥 먹는 내내 찌에서 눈을 떼지 않고선 수저를 입으로 갖다대고 있습니다.


    저 멀리 꾸중여에선 맨땅의 헤딩님(빨간옷)이 맨땅에 헤딩중이시구요. 
    낚시 고수신데 아침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대를 세우지 못하고 계십니다. 대신 밑걸리는 장면만 두어 번 봤네요. ㅋㅋ


    만조에 다다르자 미약하게나마 흐르던 물도 스톱이 되고..
    지금까지 1호 반유동으로 공략에 나섰던 저는 과감하게 채비를 바꿔봅니다.
    B찌 전유동으로 채비를 교채했는데요. 사용하던 원줄이 3호로 필요이상 굵어서 채비가 13m 바닥을 찍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보니 목줄엔 2B 봉돌을 물렸습니다. 목줄 길이는 이 날들어 다소 길게(약 4.5m 가량) 사용했습니다.
    이유는 수심이 깊고 조류는 약하기 때문에 최대한 채비의 자연스러운 연출을 내서 감성돔을 꼬득일 요량이였어요. 
    봉돌은 바늘에서 약 70cm 떨어진 곳에다 물렸습니다.
    이렇게 했더니 먼 곳의 공략은 채비가 안내려가 힘들고 전방 10m까지는 바닥층 공략이 되는 상황입니다.
    중간에 쏨뱅인지 몰라도 작은 잡어가 툭툭 건드린 것 말곤 이렇다할 입질도 못받은 채 철수시간을 기다리게 됩니다.


    멀리 꾸중여에서 낚시하던 맨땅의 헤딩님, 뭐가 잘 안풀리는지 포인트를 옮기시네요.



    그렇게 두시간 가량을 지루하게 보내고 난 후 아무런 소득도 올리지 못한 채 철수하였습니다.
    속속들이 철수하는 꾼들의 손에는 텅빈 살림통 뿐이였어요.


    여기도 꽝, 저기도 꽝. 속속들이 들어오는 꾼들 손엔 힘없이 텅 빈 살림통만이 쥐어져 있습니다.
    그래도 이곳은 발판이 참으로 예술이네요. 어린아이와 함께 내려 낚시해도 될 정도로 좋아 보입니다.



    황제도 특급 포인트인 땅콩여 전경

    저는 낚시하다 꽝을 치게 되면 보통 두가지 예감을 갖곤 합니다.
    하나는 "오늘 후회없는 낚시를 했지만 나를 포함해 대부분이 꽝 쳤겠군"이라는 확신이 들 때가 있습니다.
    둘째는 "포인트 공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너무 아쉬울 때, 어쩌면 나만 꽝 쳤겠다란 불길한 예감이 스칠 때가 있습니다.

    이 날은 '전자'였어요. 낚시를 하면서 이건 "90%가 몰황이다"란 느낌이 왔습니다.
    날씨는 좋았지만 수온이 전날 대비 무려 3도나 내려갔다는 점.(이건 말 다했죠. 너무 치명적이여서 감성돔을 잡은 사람이 이상합니다.)
    하지만 이 날 물때가 13물이라 적당히 조류가 잘 가는 알매섬과 땅콩여는 몇 마리 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원래 내릴려고 했던 자리가 알매섬이기도 했구요. 그렇게 알매섬에 대한 조과를 기대하고 살펴봤지만 출조객 18명을 비롯 현지꾼까지 합해
    수십명이 이 날 "전원 몰황"이라는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더군다나 어지간하면 잡는다는 감성돔 선상낚시도 5척이나 나갔는데 단 한마리도 못잡았다네요.(이런 분위기에서 한마리 잡았어야 했는데)

    21세기 시대에 낚시기술도 낚시장비도 최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그래봐야 인간은 자연앞엔 무기력한 존재일 뿐이라는 것을 세삼 깨닭았습니다.
    원래 감성돔 낚시란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지만 이 날은 "인간 VS 감성돔"이라는 싸움에서 인간이 몰패를 당한 격이지 않을까. 
    저 바다 밑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감성돔들의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낚시도 승부욕을 불태우는 해양 레포츠라는 점에서 승산없는 게임을 한 것도 어찌보면 실력의 한 축으로 볼 수 있겠지요.
    앞으론 승산없는 게임은 지양하려고 합니다. 4월은 승률이 적은 갯바위 낚시를 잠시 보류하고 선상쪽으로 외도를 할까 생각중이예요.
    출조지는 통영과 제주도가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진 그저 찌 낚시가 좋아 결과 관계없이 즐겨왔지만 결과도 그만큼 중요하다면 장르를 바꿔서라도
    보여드리겠습니다. 실은 저도 회가 고파서요. ^^;
    이번 조행기는 꽝을 쳤지만 홈통에서의 공략과 밑밥운용에 대해 자그마한 참고가 되셨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달린 댓글 중 인상깊은 댓글이 있어서 뽑아봤는데요 ^^;


    멋진 댓글 남겨주신 두분 감사드립니다. 사은품이라도 드려야 할 것 같은데 미처 준비하지 못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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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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