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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생선 잡으러간 수도권 낚시꾼의 비애
원랜 가거도를 가려고 예약금까지 걸어놨는데 출조점에서 떠나는 일정을 제가 착각해버리는 바람에
그걸 못가고 꿩대신 닭으로 여수 금오열도권에 있는 연도를 찾았습니다.
새해 첫 출조부터 꼬인다 싶더니만 연속으로 판단 미숙에다 운도 안따라줘 액땜 중인데요 ^^;
최근 가거도는 기상도 양호한 편인데다 계속해서 고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가지못한게 더 안타깝
습니다. 그런 찜찌름한 사정을 뒤로하고 찾은 연도는 유난히 여수권이랑 인연이 닿지 않던 제가 한번
가보려고 맘 먹었던 곳이긴 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차례상에 올려질 생선을 잡으러 간다는 핑계로 적잖은 꾼들이 갯바위를 찾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요즘 차례상 견적이 말도 아니데 말예요. 특히 하늘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생선이라도 살림에 보태주려고(?) 낚시를 가긴 가는데..
핑계한번 좋죠? 아무리 생선이 비싸도 출조비용만 할까 ^^
농담이 아니라 물 좋은 고급어로 몇 마리 사면 금 한돈 값 나오겠습니다. 말그대로 생선값이 금값인데요. 얼마전 마트갔더만 팔목만한 갈치(풀치 수준)
한 마리가 만오천원, 차례상에 올려질 도미나 민어는 살 엄두도 안납니다.
요 손바닥만한 양식 우럭 한마리가 7천원. 낚시꾼으로선 도저히 돈 내고 사먹을 수 없는 물가입니다.
그러다보니 요즘 시기도 시기인지라 제수고기 장만하러 적잖은 분들이 갯바위를 찾고 있는데요 아시다시피 차례상에 올려질 생선은 끝에 "치"짜만
아니면 뭐든 상관없습니다. 요새는 나올만한게 감성돔뿐이니(추석엔 참돔을) 행여나 대물이라도 나올까 싶어 나가봤습니다.
이 날 연도에 내린 자리는 고래여를 마주하고 있는 동쪽 갯바위.
아침 6시 30분 동트기 전, 여수 연도
그렇게 수도권에서 꾼들을 태운 버스는 밤새 달려 여수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새벽 4시에 출항하는 배에 몸을 싣고 연도 갯바위에 도착.
낚시를 시작하니 아침 6시. 생각보다 상당히 포근한 날씨입니다. 너무 껴 입었는지 새벽인데도 더워서 점퍼 하나를 벗었습니다
바람도 한점없는 고요한 새벽. 한겨울에 이런 날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왠지 오늘은 한건 할듯한 분위기.
고요한 새벽바다에 전자찌를 드리우며 낚시하는 기분, 참 묘합니다.
요염하게 빛을 내는 전자찌는 수면에서 깜빡거리며 둥실둥실 떠 있고 그 뒤로 달빛이 수면에 부서지고 있는 풍경보며 낚시하는 기분이란.
머리위의 쏟아질듯한 별은 또 어떻구요. 뼈속깊이..
"자아를 찾아가는 듯한 기분이랄까"
그런데 밤이라서 그런지 고기들도 다들 주무시나봐요. ^^
일단은 갯바위에 내린 후 지형부터 살펴봅니다.
이 날 물때는 1물에 새벽 5시가 만조였고 지금은 물이 빠지는 중이예요. 이따가 11시 넘어 초들물이 받치기에 한차례 더 찬스가 오겠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날물인데다 1물이라 그렇게 좋은 물때는 아닙니다. 저의 어줍잖은 생각이지만 포인트 여건을 봐선 들물 포인트 같단 생각도 들고.
선장이 말해준 수심은 9~10m로 겨울철 감성돔 낚시를 하기엔 그럭저럭 적정수준으로 보였는데 문제는 어디를 공략해야 할지 망설여집니다.
앞자리가 배댄 자리로 이 근방을 노려야 할것 같지만 보시다시피 갯바위 지형이 밋밋합니다.
별다른 굴곡도 특정지대도 없이 횡으로 이어져 있는 단조로운 지형. 그나마 여기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니
홈통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들쑥날쑥한 갯바위 지형이 펼쳐져 있었고 여뿌리도 보이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여뿌리는 물색만봐도 대충 티가 났고(색깔을 저리 칠해놨지만 실제로 보면 저 부근의 물색이 검습니다.)
거기에 포말이 살랑살랑 이는게 포인트다 싶어 공략지점을 이곳에다 정하고 밑밥을 투여해 봅니다.
이날 물때가 1물이라 역시 조류소통은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포인트 여건은 조류가 좌에서 우로 흘러준다면 꽤 매력적으로 보이긴 하는데
제 바램과는 달리 반대로 흐르고 있었고 그마저 가다 서다를 반복하더니 이내 멈춰버리는 조류.
그래서 그냥 찌 언저리에다 직공으로 밑밥을 뿌려봅니다.
첫수는 학공치. 일단 키핑해두고(봐서 학공치 초밥 해먹으려고)
두번째는 망상돔, 놔줄까 잠시 망설이다 씨알이 맘에 들어 키핑해두고..
사진은 맨눈으로 본 것(좌)과 편광안경으로 본 것(우) 입니다.
아직 편광안경을 구입하지 않으신 초보님들에겐 참고하시라고 올려봅니다.
특히 아침에 동쪽을 바라보고 낚시할때 찌보기가 매우 고약한데요. 그나마 낚시모자와 편광안경이 있으면 찌를 보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여수 연도
6시간 동안 잡어 입질이 서너번이 전부, 마지막까지 잡어가 올라오며 오늘 낚시는 마무리 됐습니다.
요즘 낚시가 참 쉽지 않습니다. 철수직전 갑자기 바람이 터지면서 공기가 갑자기 차가워지는게 날씨가 안좋아지기 시작했구나란걸 직감했는데
포근했던 새벽에 비해 해가 중천으로 뜨자 오히려 추워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수온도 굉징히 좋지 않았습니다. 꾼들의 얘길 들어보니 전날 수온주가 8도를 기록했다는데 이 수준이면 몰황이 불보듯 뻔해보였습니다.
어떤날은 제가 꽝을 치면 다른 분들은 꽤 잡았을거 같은 예감이 들때가 있습니다. ^^;
하지만 이 날 제가 꽝을 쳤지만 왠지 전원이 몰황일꺼란 느낌이 딱 오더군요. 날은 포근했지만 바다상황은 그만큼 좋지 않았음을 낚시하는 내내
느꼈기 때문입니다. 감성돔 낚시에서 가장 키 포인트인 수온, 조류, 물색이 모두 엉망이였습니다.
수온은 너무 찼고, 조류는 흐르지 않았으며, 물색은 청물이 들어왔습니다.(나중에 후일담을 들어보니 반대편은 또 뻘물이라 망했다네요)
결국 감성돔 포획은 실패했고 잡아 놓은 잡어들만 가져오기엔 애매한 양, 도로 놔줍니다. 애써 펴논 뜰채는 제 역할을 못한 채 우두커니 있습니다.
바닷물에 한번도 담가보지 못했기에 집에서 따로 씻어줄 필요도 없어 참 편했습니다.(지금 무슨말을..;;)
일급 포인트로 보이는 저 고래여에서도 별 다른 소득이 없었던거 같습니다.
차례상 생선을 마련하러 여기까지 왔것만, 대부분은 빈손으로 철수합니다.
여기도 낚시할 자리가 나오던가요? 대단합니다.
전 무서워서 ^^;
발판이 불편해 보이는 포인트, 그래도 고기 나올만한 자리 같은데 결과는 역시 꽝입니다.
30명에 가까운 낚시꾼들 중 감성돔 얼굴을 구경한 사람은 고작 2명. (그것도 씨알이 너무 잘아요)
나머진 전원 몰황을 기록하며 제수고기 마련은 허무하게 끝이 났습니다. 저는 여수권 출조가 두번짼데요(첫 출조는 평도).
수도권 꾼들은 여수에서 좋은 포인트를 차지가 매우 어렵습니다.
경남쪽에서 온 꾼들과 현지꾼들이 좋은 포인트는 이미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정, 혹은 늦어도 새벽 1시에 출항하는 배에 몸을 실어
포인트로 진입한다고 하네요. 밤낚시를 위해서는 아닙니다. 거제쪽은 밤에도 감생이가 나오는 편이고 저도 몇 번 잡아봤습니다만 이쪽 감생이는
밤에 안나온다고 해요. 포인트가 맞아떨어지면 볼락이나 좀 나올 뿐 감생이는 해가 떠야 합니다.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좋은 포인트를 차지하기 위해
밤을 지샐 생각으로 나간다고 합니다. 전 그렇겐 못하겠어요. 좀 나쁜 포인트라도 좋으니 밤새 떨고 싶진 않습니다. ^^;
여하튼 이런저런 이유로 수도권 꾼들의 조황이 떨어지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구요. 저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그나마 포인트 탓 하기 싫어 열심히 노력은 해보지만 역시 수온, 조류, 물색이 안받쳐주니 낚시가 제대로 될리 없습니다.
오전 7시 경이였나, 그때 한번 입질다운 입질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요. 밑밥을 치려고 주걱을 드는 순간 찌가 물속으로 쑥~하고 들어가는데 그 속도가 거의
총알 수준입니다. 순간 저는 들었던 밑밥주걱을 놓고 릴을 한바퀴 정도 감은 후 챔질을 했습니다.
그리고 대를 세운 순간 바늘이 벗겨져버렸어요. 힘의 크기를 느낄 겨를도 없었습니다.
찌 내려간 속도로 봐서 감생이 같기도 한데 이후 같은 자리에서 씨알 좋은 망상어가 한마리 올라온 걸로 봐서 그때 놓친 녀석을 망상어라 생각하렵니다. ㅋㅋ
(망상어 입이 작으니 바늘이 벗겨졌으리라 믿습니다)
한번은 날이 안좋아 꽝이고, 한번은 바다여건이 안따라주고, 이 핑계, 저 핑계로 고기 안나온다며 새해부터 죽쓰고 있습니다. ^^;
담에 대물 잡으라고 액땜하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저도 그렇지만 수도권에서 오셨던 많은 분들의 허탈함은 또 어떨까요?
이렇게 당일치기로 출조하는데 드는 비용은 평균 17만원.
버스비 + 갯바위 왕복 선비 + 3끼 식사 + 밑밥 +미끼등이 일절 포함된 가격입니다.
출조점들은 버스비(26인승 리무진버스)에서 마진을 남기는 구조라 생각보단 많이 남는 구조는 아닌듯 싶어요.
그래도 이렇게 패키지화 된 상품이 있기에 그나마 경비가 덜한 편이지 개인 출조였음 이 보다 더 나오겠지요.
운전부담은 또 어떻구요. 또 개인 출조는 골수 단골손님(거의 VIP급)이 아닌 한 좋은 포인트에 내리기도 힘듭니다.
아무래도 수년 동안 자기 배를 탄 단골손님을 좋은 포인트에 우선적으로 내려주지 어쩌다 얼굴 비치거나 첨 보는 뜨내기 손님은 거의 후순위입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문제 같아요. 그래서 출조점이나 배를 이용할 땐 가급적 한곳만 꾸준히 이용하는게 좋습니다.
대한민국 최서남단이자 꿈의 낚시터인 가거도. 많은 꾼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이죠.
연신 5짜 대물을 뿜어내며 엄청난 조황을 자랑하기에 누구나 그곳에서 대를 드리우면 대물을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내린 자리가 포인트가 아니면 한마리도 못잡고 철수하는 상황이 충분히 나온답니다.
아시다시피 감성돔은 나오는 자리에서만 나오는 습성을 무시할 수 없기에 포인트에 따른 편차가 꽤 심한 편.
이 시즌이면 가거도 골수 꾼들이 대부분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단골이 아니면 좋은 자리에 내리기가 그만큼 힘이 듭니다.
똑같은 선비(45,000원 정말 엄청나죠)를 내고도 받는 대우가 틀려진다는 얘기.
낚시는 실력도 필요하지만 그래도 포인트의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럴때마다 최소의 시간과 경비를 들여 A급 포인트에서 낚시할 수 있는 현지꾼들이 늘 부럽습니다.
저도 얼마전까지 제주도에 내려가서 살까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저도 제 아내도 지금 사는 집만 아니라면 제주도에 내려가 살아도 될 것 같다고 말해요.
어차피 아내와 저는 프리랜서, 게다가 낚시 관련 블로그를 하니 제주도만큼 좋은 곳은 없으니깐요. ^^
어쨌든 이 날 제수고기 마련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사실 제수고기 장만하러 간다는건 핑계입니다.
아무리 생선물가가 치솟는다 해도 낚시할 돈이면 제수고기 나무박스로 한상자는 샀을 겁니다. ㅋㅋ
기십만원을 투자해가며 낚시를 즐기는 수도권의 꾼들. 그들에겐 현지에서 들려오는 달콤한 때고기 조황도, 쿨러조황도 그저 먼나라 이야깁니다.
그냥 굵은 씨알의 감성돔 한 두마리 잡을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는 소박한 맘으로 출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오전 10시가 넘어가면서 낚시가 생각대로 안된다 싶으면 두 세마리의 소망은 "딱 한마리만"이 되버립니다. 아주 절실히 말입니다.
집에 돌아온 아빠가 가족에게 회 한접시는 멋지게 만들어 줘야 그나마 낚시다녀온 체면이 서지 않겠습니까? ^^
늘 어려운 여건속에서 출조하는 서울, 수도권 조사님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PS : 어제 블로그 개설 2주년이자 제 생일이였네요. ^^;
말 안하고 넘어가려다가도 뭔가 허전한 맘에 자축해봅니다.(생일 파티는 생략했습니다. 파티할만큼 여유부릴 상황은 아니기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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