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의 계절, 초보자도 전어를 맛있게 먹는 방법


    입질의 추억입니다.
    지난주 '일반인은 잘 모르는 가을전어의 오해와 진실'편을 발행하고 나서 댓글의 반응을 보니 몇 몇
    분들은 '가을전어 가을전어'해서 먹어봤는데 솔직히 맛있는 줄은 모르겠더라는 반응도 꽤 계셨습니다.
    사실 무리도 아닙니다. 예전엔 그리 각광받지 못했던 전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가을을 대표하는 별미
    가 되더니 이제는 이것을 안먹으면 왠지 소외받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가을에 꼭 챙겨 먹어야 할
    미식재료가 되었습니다. 해서 오늘 준비한 것은 그동안 전어 맛을 잘 모르셨던 초보자들이 구이와 회를
    드실 때 거부감을 최소화 하면서 전어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그리 거창한 얘기는 없습니다. 기존에 전어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 가을 전어 구입하기

    우선 전어를 구입하기 위해 수산시장을 다녀와야 합니다.
    집 근처 재래시장도 좋고 요새는 대형 마트에서도 횟감용 전어를 구입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하지만 제가 그동안 전어를 사먹어 보면서 느낀 것은..

    "마트는 가격이 약간 비싸다"

    그 체감정도를 따져보면 마트>재래시장>수산시장 순으로 마트가 가장 비싸고 수산시장이 가장 저렴합니다.
    그렇다고 마트에 들어온 전어가 품질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접근성이 좋다는 잇점은 있습니다. 이 점은 참고하시고.
    저는 이 날 수산시장을 다녀왔기 때문에 이곳에서 전어 고르는 요령부터 먼저 짚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팔고 있는 전어회

    노량진 수산시장등에 가면 사진처럼 미리 포장해서 판매하고 있는 게 보이실 겁니다.
    이런 것들 사도 될까요? 사면 안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사도 상관은 없다"

    전어 시세는 도깨비 시세라고 앞선 장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지요. 그날 그날 들어오는 물량에 따라 판매가의 변동폭이 커집니다.
    아무래도 전날 해상날씨가 안좋으면 조업을 나갈 수 없거나 나가더라도 어획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음날 위판장에선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고,
    그때는 자연산을 대신해 양식 전어가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이제 추석이 코앞에 왔으니 지금부터는 자연산과 양식산이 세력다툼 하듯 앞다퉈
    어물전에 배치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과 달리 '전어 풍어'여서 합리적인 가격에 자연산 전어를 드실 수 있는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이 날 횟감용 자연산 활전어 시세가 키로그람당 15,000원 선이였는데 위 사진을 보면 언틋보니 1키로그람에 못미치는듯 보이지만 가격은 5천원 가량
    저렴하므로 그냥 싼 맛에 사 먹을 정도는 되겠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이죠. 눈 앞에서 직접 산전어를 회 친 것이 아니므로 포장된 회만 가지곤 신뢰감이 들지 않습니다.
    어쩌면 죽은 전어로 친 것인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지난 글에도 말했듯 전어는 원래 이틀 이상 살지 않습니다.
    특히 자연산의 경우 수조안에 넣어 산소 빵빵하게 틀어줬다 하더라도 이틀 이상 넘기기가 힘들어요. 시간이 지나면 분명 죽어나가는 전어가 나올 것이고
    상인은 이것의 가격을 반으로 내려 구잇감으로 팔거나, 곧바로 회를 쳐 저렇게 포장으로나마 팔거나 둘 중 한가지는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전어의 경우 죽어도 수 분 이내 회를 친다면 선도엔 별 이상이 없습니다. 그러니 저런건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다만 저 같으면 몇 천원 더 주고 그냥 활전어 사먹는게 좀 더 낫겠다란 생각을 해봅니다.


    이것은 구이용 전어를 포장한 건데 간혹 보면 고등어 새끼가 섞여 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고등어 새끼를 어부들은 '고도리'라 부르기도 하고 꾼들은 중등어 내지는 초등어로 불리기도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건 이런건 개인적으로 비추입니다.
    일단 전어 사이즈가 너무 작고(구이용는 큰 게 좋아요), 고등어 새끼는 맛이 없습니다.

    혹자는 방파제서 잡은 고등어 새끼를 곧바로 번개탄에 구워 먹으면 맛이 끝내준다고 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야외에서 구워 먹었을 때의 기분이고 ^^
    어차피 집으로 가져와 굽거나 근처 식당에서 드실텐데 옆 테이블에선 도미나 우럭, 대하같은걸 굵은 천일염 뿌려다 구워드시는데 혼자서 저 고등어 새끼
    잡숴보세요. 


    자연산 전어가 담긴 수조

    이장에선 지난번에 말씀 드렸던 싱싱한 전어 고르기를 초보자분들에게 맞게 다시 리바이벌 하여 드리겠습니다.
    전어는 양식보다 자연산이 더 맛있지만 이를 구별하는 방법은 일반인들 눈에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냥 아주머니한테 물어보고 자연산이면 믿고 사는 수 밖에 없겠지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올해는 자연산 전어 풍어라 양식 전어가 낄 자리가 별로 없습니다. 현재까지는요.

    일단 수조를 봤을 때 크기가 제각각이고 저렇게 몇 마리 죽어나가고 있으면 그건 자연산입니다.
    반대로 양식전어는 대부분이 생생하게 헤엄치고 있습니다.
    자연산 전어는 체형이 날씬하고 길게 빠졌지만 양식 전어는 사료를 엄청 먹고 커서 그런지 배가 불룩한 누은 D자 체형입니다.


    약 1kg에 근접한 전어 양

    1키로에 몇 마리 가량 되냐는 질문에는 확실한 답을 해드릴 수 없습니다.
    왜냐면 1톤을 실을 수 있는 엘리베이터에 몇 사람이 탈 수 있냐와 같은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전어마다 사이즈가 다르기 때문인데요. 위 사진은 그냥 참고용으로만 기억해 두시기 바라며 싱싱한 전어도 위 사진과 최대한 흡사하면 됩니다.

    1) 비늘이 온전하게 붙어 있는 게 싱싱한 전어다.
    2) 전어의 등은 푸른색이 감돌고 배는 은백색을 내며 전반적으로 밝게 빛나야 상품이다.
    3) 뼈째썰기(세꼬시)용은 15~20cm가 적당하나, 일반적인 방법의 횟감이거나 구이용은 클수록 좋다.



      ■ 전어 구이,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까?

    일단 초심자들에겐 회 보단 구이로 접근하는 게 가장 무난합니다.
    다만 전어는 청어과 생선이다 보니 잔가시가 많아요. 여기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셔야 합니다. ^^
    하지만 크게 걱정하진 마세요. 전어의 잔가시는 연한 편이여서 바짝 구워을 때 입으로 꼭꼭 씹어드시면 목에 걸릴 일이 없습니다.


    원래 전어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숯불에 직화로 굽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가정에서 구워드실 땐 그렇게 해드시기가 어렵지요.
    야외에선 번개탄이나 숯불을 이용하시고 가정에선 그나마 할 수 있는 방법이 그릴이나 오븐이 있을 것입니다. 여기선 오븐을 사용했고요.

    손질은 따로 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장에서 사오실 때 "구이용으로 주세요"하면 비늘을 쳐서 주실겁니다.
    그 상태에서 내장도 빼지말고 구우셔야 제 맛이 납니다. 전어 고수분들은 머리와 내장을 함께 먹어야 전어 구이를 제대로 먹은거라고 하시지만, 여기선
    그런거 없습니다. 초보자들은 살 발라먹기도 벅차거든요.^^; 그렇다 하더라도 전어 내장을 빼지 않는 이유는 전어도 볼락과 마찬가지로 내장이 익으면서
    고소한 향이 베이기 때문입니다.

    소금은 반드시 굵은 천일염을 쓰시고(맛소금, 꽃소금은 맛이 반감됩니다.) 칼집도 꼭 내주셔야 합니다.
    가을 전어는 기름기가 상당히 많으므로 칼집을 안넣고 오븐에서 굽게되면 전어가 익는 과정에서 몸속에 기름기가 차 올라 껍질이 터질 수도 있습니다.


    저희집은 오븐따윈 없고 미니오븐 ^^;


    오른쪽 두마리는 실험삼아 팬에다 기름을 두르고 튀겨 본 건데요. 절대 비추입니다.
    사진속 튀긴 전어가 조금 과하게 튀겨진 감도 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구이에 비해 제 맛이 나질 않습니다.


    '가을 전어 대가리는 깨가 서말이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그만큼 고소하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하지만 초보자들이 대가리나 내장까지 드시기엔 좀 부담이죠? 그래서 여기선 그 부분에 대해 따로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초심자들이 먹기에도 좋으면서 제대로 고소함을 느낄 수 있는 부위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바로 이 부분입니다. 잘 보시면 잘 익은 천일염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게 보이실 텐데요.
    정확히 어느 부위냐면..


    저 빨간선이 그어진 뱃살 부위입니다. 저 곳엔 내장이 들어 있지만 내장을 살살 피해 손으로 뜯어내면 분리가 되지요.
    이 부위를 자세히 살펴보면..


    기름을 넣지 않은 구이임에도 기름기가 찼습니다. 저 가운데는 기름이 아예 고여있네요.
    이걸 한번 드셔보면 다닥 다닥 붙어 있던 잘 익은 천일염과 함께 간간하면서 고소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전어를 비롯한 생선기름은 불포화 지방산이므로 많이 드셔도 문제가 안되니 안심하고 드십시요.
    아래는 전어 구이를 맛있게 드실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해 봤습니다.

    1) 전어는 튀김보단 구이가 좋다.
    2) 숯불에 직화로 굽는 게 가장 좋지만 힘들다면 오븐을 이용하라.
    3) 내장은 제거하지말고 통째로 구워라.
    4) 전어 몸통에 3~4개의 칼집을 내라. 칼집을 내지 않으면 껍질이 터질 수 있다.
    5) 전어를 비롯, 생선구이에는 굵은 천일염이 진리다.
    6) 전어 잔가시를 두려워말자.
    7) 바삭하게 익은 껍질은 전어구이의 백미! 껍질과 함께 먹도록 하자.
    8) 전어구이를 먹을 때 젓가락 사용은 만행이다! 손으로 잡아 뜯자 ^^
    9) 고수에겐 대가리와 내장을 추천하고, 초보자들에겐 전어 뱃살을 적극 추천한다.



      ■ 전어회에 어울리는 기막히는 소스 만들기

    전어와 같은 등푸른 생선회는 물론 병어회에도 막장(혹은 쌈장)이 가장 어울리는 소스가 됩니다.
    초보자들은 회를 드실 때 초고추장 맛으로 드신다고 하지만 전어회는 쌈장 맛으로 드셔보세요. ^^
    그런데 쌈장도 격이 있습니다. 대단한 비법은 아니지만 이 방법대로만 한다면 올 가을 전어회는 킬러가 될 것입니다.



    ※ 전어회 킬러 소스 만들기(전어회 2인분 기준)
    - 고추장 1큰술, 된장 1작은 술(고추장이 된장보다 약간 더 많이 들어갑니다.)
    - 다진마늘 2쪽, 다진 청양고추 小 2개
    - 물엿 1T, 참기름 1/2T, 맛술 1/2T, 깨소금 1작은 술
    - 간 양파, 간 파프리카 소량(단맛을 내는 채소 혹은 과일도 상관없슴)
    - 식초 1T(더 많이 넣으면 제주도식 ^^)


    마구 섞어줍니다.


    저는 생선회를 쌈 사먹는 걸 가급적 지양하지만 전어회는 꼭 깻잎에다 싸먹습니다.
    깻잎과 전어, 마늘, 고추, 식초등등... 다들 잘 어울리는 조합이지요.
    깻잎 위에 전어회 두쪽을 올린 후 방금 만든 양념장과 그 위에 고추냉이까지 살짝 얹어서 싸 드시면?
    여전히 전어맛 잘 모르겠다던 분들 중 절반 이상은 넘어오시지 않을까하는 작은 기대감을 갖으면서 오늘의 글을 마칠까 합니다.
    올 가을, 전어의 고소한 맛에 입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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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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