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라면과 신김치를 대하는 일본인의 태도


    "마약김밥을 처음 먹어보는 일본인의 반응"에 이어 두번째 이야기 입니다. ^^ 저희집에 놀러온 일본인들은 한국 음식, 특히 라면에 관심이 많았던거 같아요. 어떤 라면으로 끊여줄까 하다가 아무래도 매운걸 잘 못드시니 일본인들이 먹기엔 가장 무난한 것으로 선택했습니다. 무슨 라면이냐구요? 그건 밑에다 얘기할께요.^^ 여기에 한국 가정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밑반찬들을 깔았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한국과 일본이 라면먹는 습관에서 상당히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이미 아시는 분도 계시지만 이렇게 한 식탁에서 먹으니 더더욱 극명하게 비교되는거 있죠? ^^
     

     


    라면 좋아하시는 분들은 모양새만 봐도 무슨 라면인지 감이 잡히실껍니다.
    "한국라면은 대체적으로 매운것 같다"라고 말하던 일본인 친구들에게 무엇을 끓일까 고민하던 중 몇 가지 후보들 중에서(돈라면, 스낵면등)
    그나마 무난한 너구리 순한맛으로 골랐어요. 그리고 함께 먹을 밑반찬으론..


    매콤한 오징어 볶음과 참나물, 그리고 메추리알 장조림(자기네들이 먹는 것과 거의 비슷한 맛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김치가 빠지면 안되겠죠. ^^
    생김치면 좋았을텐데 집에는 묵은지에 가까운 신김치밖에 없었어요.
    할 수 없이 내긴 냈는데 우리들이야 라면먹을때 더 없이 좋은 반찬이지만 이것이 일본인의 입맛엔 어떻게 비춰질지도 궁금하였습니다.

    그런데 일본인들 라면먹는 습관이 한국인과는 사뭇 다르더군요.
    보통 우리는 라면을 먹을 때 면빨이 길면 입으로 끊어 먹기도 하지만 이 일본인 친구들은 그런게 전혀 없다는 겁니다.


    뜨거우면 뜨거운대로, 면빨이 길면 긴대로 끝까지 넣어버리는 모습.
    이 부분에 대해선 일전에 지인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어 한번 유심히 관찰해 봤는데요.


    재밌는 사실은 일본인 친구 모두가 면빨을 입에 넣으면 절대로 끊는 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니 우동이나 라멘같은 면 음식은 옛부터 장수를 의미한다고 해요.
    그래서 면을 흡입할 땐 이빨로 끊는 법이 없다고 합니다. 그것이 그들에겐 '복'이 끊긴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일종의 풍습이랄까요.

    또한 면을 먹을때 유난히 큰 소리로 "후루룩'하며 먹는 것도 특이했습니다. 어느 한사람만 그랬다면야 원래 이 사람은 그렇게 먹는가보다 싶었겠지만
    식탁을 지켜보니 일본인 친구 두분은 모두 그렇게 먹고 있었고 우리 가족들은 조용히 면을 먹다가 적당한 선에서 끊는다는 걸 알았어요.
    이것도 문화의 차이를 실감한 게 우리는 남의 집에 초대받아서 식사하게 될 때 일부러 소리를 내면서 먹지는 않잖아요.
    어떻게 보면 살짝 경박스럽다고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니 말입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일본인들의 식사분위기는 꽤 조용히 먹는 분위기인 줄로만 알았지 뭐예요.

    그런데 면 음식을 먹을때 만큼은 최대한 소리를 내며 먹어야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합니다. ^^;
    그런의미에서 '후루룩' 소리는 이 음식이 맛있다는 일종의 표시이자 예의인거지요.
    한국과 일본, 가까운 이웃나라지만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이렇게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한국 국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아키상 ^^

    "고레와 신기무치데쓰"라고 말하자 그는 "신"자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물었습니다.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동생이 있기에 설명하는건 문제도 아닌데요.
    그런데 그것을 나더러 설명해 보라는 겁니다. 일종의 놀이라면서 말이죠. 허허..일어는 잘 못하는데 이거 참 난감하네요 ^^;

    에또 그러니깐..고레와 신김치데쓰!!
    그니깐... 롱~~~타이무!!  오케바리?  롱 타임~ 기무치가 아루! and...기무치가 숙성데쓰.

    아..이것이 나의 한계다 ㅋㅋㅋㅋ
    모두가 깔깔거리며 웃습니다. 근데 신기한건 일본인들 전부 알아들었다는 거예요.(오호.. 성공 성공 ㅋㅋ)
    그리곤 한입먹고 난 반응이..

    "한국 김치는 무조건 매울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신김치는 맵다기 보단 신맛이 더 강해 오히려 먹을만해요" 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죠. "일본의 기무치도 한국처럼 숙성시켜서 먹느냐?"라고 했더니 "그렇지는 않다"고 해요.
    "다만 이것과는 좀 다르지만 신맛이 강한 겉절이같은 게 있다"고 합니다.

    제가 그동안 봐 왔던 아키상과 아싸상은 자기 입맛에 안맞으면 굳이 억지로 먹지 않더군요.
    근데 이 날 자세히 관찰해보니 맛만 보라고 했는대도 라면을 드시면서 신김치를 4~5점 정도 더 드시더랍니다.
    어쩌면 한국 라면이 김치를 부르는 맛이라도 있는 걸까요? ^^
    일본인 친구들에게 물었습니다.

    "라면맛은 어때요?"
    "오이시이~오이시이!(맛있어요). 이런 라면맛은 일본에는 없는 맛이예요."


    또 우리가 국물에 밥을 말아먹자 그걸 본 일본 친구들은 급관심을 보입니다.
    남은 국물에 찬밥 몇 수저 말아서 김치 한조각 올려 먹는 맛. 두말하면 잔소리죠. ^^
    그런데 그것을 본 일본인 친구들이 따라하기 시작하네요.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그런가보다 싶었는데 그들이 말하기를..
    일본에는 국물에 밥 말아먹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해요.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한 식탁에 마주보면서 먹으니 그만큼 문화의 차이를 실감했죠.
    어쩌다 양이 안찰때 말아먹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열명 중 한사람 꼴이라고 해요.
    그래도 우리가 말아먹는 모습이 꽤 맛있게 보였는지 자기도 말아먹는거 시도해 보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밥을 드렸죠.
    드시고나서 하는 말이..

    "이상하네요"
    "왜요?"
    "저도 일본에선 그 열명 중 한 사람에 속하다보니(웃음) 가끔씩 말아먹곤 하거든요. 하지만 그것을 맛있다고 생각한적은 없었죠. 
     그저 양이 안찼을 때 한번씩 말아먹는 정도였구요. 그런데 한국의 라면국물은 생각보다 밥이랑 잘 어울리네요^^"


    후식으론 속이 편해지는 메밀차를 드렸습니다.
    왠지 일본에도 있을거 같은데 이 일본인 친구들은 메밀차가 생소했나봐요? 다소 의외입니다.



    "고레와 난데스까?"라고 묻자 또 나더러 설명하라는 미션이 발동하고 ㅠㅠ

    에또 그러니깐..  고레와 메미르 데쓰..(일본인 고개 갸우뚱하자) 아 메미르가 아닌가 ^^; 일본말로 뭐지..?
    그니깐..너희들이 잘 먹는거 왜 있잖아. 메밀소바? 모밀소바말야. 소바소바! 둘이 쌤쌤데쓰!

    한방에 알아듣더군요 ^^;;



    이 일본인 횽아들을 알게 된 인연은 왠지 일상에선 벌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드라마틱함이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전쯤 괌을 여행중이던 제 동생은 그곳에서 우연히 아키상을 알게 되었고 이후 남은 여정을 함께 어울린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아키상(반바지)이 결혼식을 올리던 날 제 동생이 일본으로 날아가서 한국가요로 축가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아이유의 열렬한 삼촌팬이라고 하시네요 ^^
    그후 지금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홈스테이가 되어주면서 각별한 우정을 쌓아나가고 있습니다.

    7년전엔 제가 끊여준 라면에 이 두분은 눈물을 흘린적이 있었지요.^^;; (일본인 친구 내가 끓여준 라면 먹고 운 사연)
    그때 먹었던 한국라면, 정말 매웠지만 아주 강렬한 인상이였고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최고의 맛이였다며 회상하곤 한답니다.
    아싸상과 아키상은 30년지기 동네친구라고 해요. 아싸상(검은색 바지)은 현재 도요타에서 20년 동안 자동차 관련부서에 근무중인 능력남이고 +_+
    아키상의 본가는 새우 양식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곳은 바다낚시로 굉장히 유명한 곳이기도 하지요.
    저는 올 연말과 신정에 걸쳐 아키상의 고장으로 찾아가 그곳의 새우 양식업과 낚시에 대한 경험을 하고 올 계획이예요.
    아무쪼록 이 두분과 제 동생의 우정이 영원하게 이어졌음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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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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