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세포 방파제에서 고등어 낚시


용초도에서 감성돔 낚시를 마친 우리는 숙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곧바로 지세포 방파제를 향합니다.
원래는 한숨 자고나서 갈 계획이었는데 시간이 어정쩡해요. 자고 일어나면 밤이 될 것 같고 다음 날 새벽 3시에도 출조가 잡혀 있어 피곤함을
무릎쓰고 밀어부쳤습니다. 대상어는 방파제 낚시인 만큼 이 시기에 확률이 높은 고등어. ^^
하루 종일 전갱이에 시달렸이게 고등어 얼굴이라도 좀 보고요. 씨알이 만족스러우면 밥 반찬으로 챙겨볼까 해요.
마침 저녁에 만조가 겹쳐있어 물때는 대충 맞습니다만, 낚시란 게 예상하던데로 흘러간 적이 별로 없지요. ㅎㅎ
마음을 비우고 처음 가는 지세포 방파제는 답사나 하자는 기분으로 찾았습니다.
지세포 방파제에 관한 정보는 제 머릿 속에 많지 않아요. 그나마 숙소에서 가깝고 낚시가 좀 된다는 방파제로 알고 있어서 택한 것일 뿐이니까요.
이곳에서 저녁 물때에 맞춰 두어 시간 가량 고등어 낚시를 해봅니다.





지세포 방파제는 초행길이라 이렇게 산길로 가야하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서성이자 현지인들이 길을 알려주었어요.
차 댄 곳에서 방파제까지 거리는 꽤 멉니다. 밑밥은 준비 안 했으니 망정이지 그것까지 챙겼다면 꽤나 고행길이 되었을 뻔 했어요. ㅎㅎ
그런데 쿨러는 왜 가지고 들어가냐고요? 혹시 몰라서 말입니다. 뜻밖에 고등어 대박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겉으로는 마음을 비웠다느니 어쩌니 하면서 쿨러는 가지고 들어가는 이중성이랄까. 혹시 모를 기대감이 있다는 증거죠. ^^;


구불 구불한 산길을 통과하자 말로만 듣던 지세포 방파제가 나옵니다.
참고로 지세포 방파제를 찾아가려면 차를 최대한 안쪽까지 몰고 들어가 주차를 하세요. 차가 더 이상 못 들어가는 곳까지 말입니다.
지금은 공사 중이라 차량이 횟집 포장마차까지만 들어갈 수 있을겁니다. 거기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인데 중간에 산길이 있으니 짐을 최대한 줄이세요.


날씨가 꽤 사납네요. 오전에 용초도에서 낚시할 때와는 딴 판입니다. 
이곳 지세포 방파제는 거제도의 수많은 방파제 중 가장 난바다를 향해 뻗어 있어 바람과 너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일거에요.
그만큼 난류성 어종이 씨알은 잘아도 낚이리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사진은 너울성 파도가 밀고 들어오는 모습인데 실제로 보면 꽤 위협적입니다.


낚싯대만 딸랑 들고 들어가는 아내, 거제도 지세포 방파제

평일임에도 꽤 많은 분들이 낚시 중이에요.
시간은 오후 5시가량 되었고 물이 반쯤 들어오는 상황이라 슬슬 고등어 낚시가 될 만한 상황입니다.


채비를 준비하는 아내

방파제에서는 아무도 안 입는 낚시복을 혼자 입고 있으니 뻘쭘할 줄 알았는데 전혀 개의치 않는 아내.
실은 구명복까지 입겠다는 아내를 뜯어 말렸습니다. 어차피 테트라포트에서 할 것도 아니어서 굳이 구명복이 필요할까 싶기도 하고.
아내는 편의성 때문에(갖가지 도구들이 들어 있어서) 입겠다는 건데 등 뒤에 새겨진 '어복부인'자수의 압박은 어쩔껀지 ㅋㅋ
그냥 X팔릴꺼 같아서 말입니다. ^^; 사람 마음이란 게 참 희한하네요. 갯바위에서는 괜찮은데 방파제라서 은근히 의식이 되는.

어쨌든 고등어 채비를 하는데 곧 있으면 해가 질테니 처음부터 전자찌를 달았습니다. 채비는 별거 없어요.
0.5호 전자찌를 끼운 반유동 채비고요. 수심은 각각 3m와 6m로 달리해서 낚시하다가 고등어가 낚이면 그 수심으로 통일할 생각입니다.
고등어 낚시 십계명 아시죠? 못 보신 분들을 위해 링크 걸어둡니다. (관련글 : 초보자도 꽝이 없는 고등어낚시 방법)


낚시 시작하자 마자 낚이는 전갱이들

어딜가나 전갱이는 천지네요. 그나마 이곳은 전갱이가 치어에서 갓 벗어난 사이즈라 좀 낫습니다.
방파제 들어오면서 낚시하는 분들 살림통을 보니 저만한 전갱이를 여러 수 하고 있었고요. 다른 어종은 구경하기 어려웠습니다.
제로찌 달고 벵에돔 낚시를 하는 분도 계셨는데 지금은 감성돔 낚시를 하는 게 나을 텐데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만한 사이즈의 전갱이는 담그면 올라오는 상황이에요. 작정하고 낚으면 수십 마리는 잡을 것 같습니다.
수심을 적당히 3~4m로 맞춰 놓고 던져 놓으면 몇 초 뒤에 찌가 자물거리거나 쏙 들어가는데요. 문제는 챔질 타이밍입니다. 
조금 늦게 하면 바늘을 삼켜 뒤처리가 늦어지는데요. 이럴 땐 바늘을 조금 큰 걸 쓰는 게 확실히 도움됩니다.
저는 전갱이 씨알이 크지 않아 감성돔 3호 바늘을 사용했는데요. 나중에 씨알 좋은 고등어가 들어오면 4호로 올릴 생각입니다. 


평소 갯바위에서 중무장한 모습만 보여드렸는데 갑옷(?)을 벗고 편한 복장으로 낚시하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네요.
걍 계속 생활낚시나 하지 왜 갯바위 낚시를 건드려가지고 고생하는지. ㅎㅎ
또 방파제 낚시의 묘미가 '갤러리' 아니겠어요. 이렇게 낚시하다가도 뭔가 큰 걸 낚으면 주위 분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이따금 뜰채를 댈 만한 고기라도 낚이면 호기심 어린 몇몇 분들이 모여들기도 하고 말이죠. 낚시는 그런 재미 아니겠어요. ^^

사실 지세포 방파제를 찾은 이유는 30cm급 고등어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전갱이가 계속 낚이는 걸 보니 아직은 고등어가 안 들어온 모양이에요. 전갱이 씨알이 좀 아쉽습니다.
물론, 다른 분들은 씨알이 잘아도 챙겨갑니다만, 우리 부부는 집이 서울이고 내일 새벽에도 낚시를 하다 올라가므로 챙기기가 좀 애매해요.
그래서 손맛만 보고 캐치앤 릴리즈 하고 있습니다.


계속 올라와 주는 전갱이들, 지세포 방파제


"낚고 또 낚지만"
 
고등어는 아직 소식이 없네요. 전갱이, 고등어는 아내에게 맡기고 저는 행여나 낚일지 모를 감성돔을 대비해 수심을 8~10m까지 내렸습니다.
지세포 방파제가 수심은 생각보다 깊은 편이네요. 멀리 치면 10m는 족히 나오는 것 같고 가까운 곳에는 6~8m가량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바닥층까지 내려도 전갱이가 물고 늘어지고 밑밥도 없으니 다시 고등어 낚시나 할까 했는데.


고등어 낚시의 첫 신호탄을 아내가 올립니다. 씨알은 중등어 수준.
그래도 고등어가 올라왔다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을 말하는 걸 겁니다. 예상대로 고등어가 계속 낚이는데요.


갓 잡은 고등어 빛깔이 참 예쁩니다. 조금만 더 컸으면 회 떠먹었을 텐데 그게 좀 아쉽네요. ^^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저기서 고등어랑 전갱이가 섞여서 올라옵니다. 
이곳의 터줏대감으로 보이는 어떤 분은 양반다리로 앉아 여유있게 낚시하며 1타 1피를 거둡니다.
일단 고등어가 들어오긴 했는데 상층에 전갱이 무리가 여전히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고등어를 잡으려면 수심을 좀 더 깊이 잡아야 할 것 같아요.
고등어는 유영층이 수시로 바뀌니 상황에 맞춰 조절해 줍니다. 


꽤 앙칼진 손맛을 보는 아내, 표정이 한껏 고무되었는데

확실히 고등어가 손맛은 좋네요. ^^ 씨알은 25cm급이지만, 양옆으로 째는 손맛이 예전에 신진도 마도에서 느낀 것과 비슷합니다.
캐스팅하면 늦어도 1분 안에 찌를 휙 가져가는 시원한 입질. 그렇게 몇 마리를 낚다가 한 번은 깜짝 놀랄 정도로 강력한 입질이 왔는데요.
기존의 고등어보다 조금 더 컸을 뿐인데 순간적으로 내는 힘에 완전히 속을 뻔 했습니다. ㅎㅎ



아니다 싶으니 금새 표정이 바뀌는 ㅎㅎ

처음에는 낚싯대 휨새가 제법 휘어지는가 싶더만 그 씨알이 그 씨알.
순간적으로 휙 채가는 바람에 아내가 뭐지? 뭐지? 하고 좋아했다가 금새 풀리는 힘에 살짝 실망한 기색이에요.
이제는 해가 넘어가고 주변이 어둡기 시작하더니 고등어 입질도 많이 약아졌습니다. 이제는 던져 놓고 기다리면 안 뭅니다.
그래서 살살 끌어주니 덮석 무네요. 주변에 낚시하는 조사님들은 던져놓고 기다리기만 하는데요.
고등어 입질이 약아질 때 살살 끌어주면 무리가 빠져나가기 전에 몇 수 더 챙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몇 마리를 더 올리자 이제는 살살 끌어도 입질하지 않네요.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전자찌만 동동거리고 있습니다.

"상황 종료"

조금 허무하네요. 6년전 이맘 때 장승포 방파제에서는 씨알과 마릿수가 좋았는데 이 날은 뭔가 여건이 안 맞았나 봅니다.
두 시간 동안 많이 낚기는 했는데 빈쿨러에요. 걍 챙길걸 그랬나요? 티끌모아 태산인데. 
에이 아닙니다. 집에 가져가 손질할 생각하니 그냥 잔 손맛 본 걸로 만족합니다.

지세포 방파제와의 첫 만남은 이렇게 소소한 생활낚시로 대면하였습니다.
우리는 편의점에 들러 갯바위에서 먹을 간식을 사고요. 근처 낚시점에서 민물 활새우를 사 놓습니다. 혹시 모를 잡어에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거제도로 내려온 첫 날은 이렇게 하루가 저물었습니다. 마지막 잠을 잔지가 꽤 오래되었습니다.
주어진 취침 시간은 9시부터 새벽 2시 반까지. 우리 부부는 서둘러 잠을 청합니다. 마지막 날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꿈꾸며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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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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