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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가사군도
간재미는 개펄, 모래가 발달한 수심 50m 전후에서 많이 서식하는 가오리과 생선입니다. 주로 한국의 서해와 남해에서 많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전남 가사군도에서 잡히는 간재미를 최고로 칩니다. 진도와 더불어 이곳의 간재미가 좋은 이유는 양질의 개펄이 발달했기 때문인데요. 숭어와 비슷하게 개펄의 유기질을 흡입해 거를 건 거르고 그 속에 있는 플랑크톤, 영양염류, 갑각류 등을 먹고 자라므로 개펄의 질이 좋을수록 간재미의 비육 상태도 좋아 살이 통통하고 맛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런 간재미가 남해(거제, 통영)에서도 잘 잡힙니다. 4월에 포스팅했던 "봄 도다리 조업 현장을 가다(상), 사람들은 잘 모르는 도다리 상식" 편에서도 곧잘 올라온 게 간재미였고 풍화리에서 유행하는 선외기(무동력 배) 낚시에서도 자주 모습을 보입니다. 주로 겨울에 잘 낚이는데요.
통영의 어부에게 간재미의 제철을 물어보면 '겨울'이라는 답변을 듣는 것도 겨울에 한창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마다 12~2월이면, 간재미 잡이가 한창인데요. 이때의 간재미는 살이 오르고 뼈(연골)가 연해 별미인 지느러미살을 뼈째 씹어 먹기 좋다는 점.
그런데 해마다 봄이면 충남 당진에서도 간재미가 제철을 맞습니다. 이쪽의 어부에게 물어보면, 간재미 제철이 봄으로 4~6월, 가장 맛있다고 해요.
이쯤 되니 간재미의 정체가 궁금해집니다. 과연 이 녀석은 언제가 제철일까요? 남해에서 잡히는 간재미와 서해에서 잡히는 간재미는 다른 어종일까요? 간재미와 홍어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이 장에서 결론을 내어드리고자 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 될 거라는 사실입니다. ^^
새벽에 일찌감치 눈을 뜬 저는 진도 청용 마을에서 배를 타고 가사군도로 향했습니다. 참고로 이때는 세월호 사고가 나기 꼭 일주일 전이었습니다. 지금에서야 이 글을 올리는 이유도 세월호 사고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제는 마을 주민들이 삶과 조업의 정상화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 아픔은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되지만, 진도 주민이 원하는 건 예전의 활기찬 섬 관광지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간재미는 진도의 대표적인 특산물입니다. 그중에서도 청용리 간재미가 특히 좋다고 알려졌습니다. 청용 마을에서 배를 타고 10~15분간 나가면 가사군도에 이릅니다. 가사군도는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그 사이로 떨어지는 '세방 낙조'가 일품입니다.
전날에는 모두가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가사군도의 낙조를 감상했지만, 지금은 아무나 갈 수 없는 해역으로 직접 가고 있습니다. 아침은 먹을 시간이 없으니 가볍게 커피와 빵으로 때우는 중. ^^
김승렬 선장님
이날 간재미와 농어 주낙까지 두루두루 보여주실 선장님입니다. 성격이 괴팍하다고 소문났는데요. 실제로도 그런 면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옆에서 보기 민망할 정도로 선원을 갈구고 무뚝뚝하고 욕쟁이까지. 그런데 그런 겉모습과는 달리 속은 따듯한 분이시더군요. 사실 촬영도 싫다 싫다 하면서 가까스로 협조받은 거라 조업 내내 툴툴거리셨지만, 생각한 것 이상으로 도와주시곤 했죠. 어촌 분들이 겉으로는 딱딱해 보일지 몰라도 속으로는 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촬영 뒷이야기입니다만, 원래는 아침 8시에 승선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7시로 당겨졌어요. 그리고 전날 밤, 또다시 당겨져 6시까지 오랍니다. 촬영팀들은 피곤해했죠. '일부러 골탕먹이려고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여기에 한 수 더 떠서 새벽부터 소주 3병을 사오라고 주문까지. 이 시간에 이런 어촌 마을에서 어떻게 소주를 구해야 한단 말인지.
결국, 진도시로 나가 편의점에서 살 수 있었는데요. 아침부터 소주 3병을 마시고 조업을 시작하실 모양인 듯하여 바짝 긴장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술을 드렸더니 그 용도가
이 배의 유일한 선원
바다의 신에게 고사를 지내기 위함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알콜이 안 들어가면 조업 못 한다고 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단순히 기우였습니다. 그렇게 한 병을 바다에 까고 나머지 두 병은 조용히 쟁겨 놓으시는 선장님. ^^
간재미 조업은 주낙 방식으로 낚습니다. 미끼는 산 보리새우인데요. 이미 배에 오르기 전부터 가득 끼워서 준비해왔더군요.
미처 끼우지 못한 바늘은 현장에서 이동 중에 뀁니다. 이들에게 시간은 '돈'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함이지요. 이런 식으로 7~8통을 준비합니다.
그리고는 선장의 지시에 따라 주낙을 차례대로 풉니다. 이 작업은 아주 신속 정확히 이뤄져야만 합니다. 간재미 포인트에 다다른 배는 바늘이 넓게 뿌려지게끔 저속으로 모는데 이때 줄이 엉킨 채로 내려가거나 바늘이 어딘가에 꽂히면 결국, 어구의 손실로 이어지겠고 그 결과는 황금 같은 아침 시간에 시간을 낭비하는 꼴이 되겠지요.
안전사고와도 직결되므로 선장이 호통치는 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는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7~8통의 주낙을 바다에 깔아 놓은 뒤 기다리는 틈을 타 농어 주낙을 깔러 포인트를 이동합니다.
포인트에 다다르자 서둘러 보리새우를 건져 올립니다. 이번에는 농어 주낙 차례인데요. 해마다 이맘때면(4월) 봄 농어가 연안 가까이 거슬러 올라와 먹이 활동을 하면서 잘 걸려든다고 합니다.
보리새우
물칸에서 갓 꺼낸 아주 싱싱한 보리새우입니다. 이런 건 서울에서 구경하기가 쉽지 않죠. 구입하더라도 비싼 가격을 내야 할 겁니다. 이것을 라면에 넣고 그대로 끓이면, 리얼 새우탕이 되겠지요. 이 싱싱한 보리새우를 보니 지금이라도 한 냄비 끓여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씨알 굵은 농어에게 양보하렵니다. ^^
농어를 낚는 방식도 주낙입니다. 그런데 간재미와는 공략 수심층이 달라요. 간재미는 개펄 바닥에 서식하는 까닭에 무거운 추를 달아서 던져 넣지만, 농어는 하층과 중층을 오가므로 바늘을 약간씩 띄웁니다. 앞에 '찌'처럼 보이는 붉은색이 부력제예요. 부력제는 바늘을 수중에 띄우는 역할을 합니다. 손에 든 것은 추인데 가장 마지막에 던져 넣어 전체적으로 채비를 눌러주는 역할을 하지요. 그러니까 추 1개에 부력제 3개가 한 세트입니다.
물속에서 바늘이 늘어진 모습을 상상해 볼까요? 추에 가까운 바늘일수록 바닥에 깔릴 테고 추에서 멀어진 바늘일수록 부력제로 인해 위로 뜰 것입니다. 결국, 바닥에서 중층까지 대각선 모양으로 늘어트려 농어의 입질을 기다리는 방식입니다. 이는 지금 시즌의 농어가 중하층에서 입질할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제 바늘을 전부 깔았으니 걷어 올리는 작업만이 남았습니다. 다시 좀 전의 간재미 포인트로 이동하여 깔아두었던 주낙을 걷습니다.
처음에는 붕장어 새끼만 올라왔습니다. 한동안 간재미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죠. 8개의 어구 중 2~3개를 성과 없이 끝낸 것입니다. 선장님과 선원의 표정이 어둡네요.
간재미
그러다가 첫 포문을 열면서 간재미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녀석들이 군집을 이루며 생활하는 탓에 한 마리가 올라오면 줄줄이 올라오더군요. 결과적으로 이날 조업은 어느 정도 성공이었습니다. 한창때 비하면 만족할만한 조업량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당은 했다는 분위기입니다.
<사진 1> 간재미의 바른말은 '홍어'이다.
#. 간재미는 어떤 어종인가?
일단 서해에서 잡히는 간재미, 남해에서 잡히는 간재미는 모두 '같은 종'입니다. 간재미는 이들 지역에서 불리는 방언이며, 표준명은 '상어가오리'입니다. 이와 비슷한 '노랑가오리'가 있는데 서해에서는 두 어종을 구분하지 않고 '간재미'라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간재미는 '상어가오리'를 지칭합니다. 노랑가오리는 상어가오리와 비교했을 때 생김새와 색깔도 다를 뿐 아니라 크기 자체도 다릅니다. 노랑가오리는 전장 1m 이상 자라는 대형 가오리이며, 꼬리 끝에는 독침이 있어 찔리면 위험합니다. 하지만 맛은 상어가오리를 능가할 정도로 좋아 특별한 상황에서나 맛볼 수 있는 진미 중의 진미지요.
여기까지가 간재미에 관해 일반적으로 나도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간재미에 대해 좀 안다는 분'들도 뒤통수 맞을 만한 내용일 듯합니다. 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간재미에 관한 가장 간단한(?) 상식부터 짚어드리고자 합니다.
<사진 1>에 그어 놓은 라인은 가오리과 어종과 홍어과 어종을 구분하는 아주 중요한 척도가 됩니다. 그것은 '코'가 둥그스름하냐 혹은 뾰족하게 나왔느냐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1번 라인 : 가오리과 생선
2번 라인 : 여기서 부터 홍어과 생선(간재미 포함)
3번 라인 : 참홍어
홍어, 가오리과 생선의 꼬리에는 크든 작든 가시가 있으므로 이 부분을 손으로 잡으면 다칠 수 있다.
간재미의 표준명은 '상어가오리'입니다. 그러나 이 상어가오리가 전남 일대에서 잡히는 '홍어'와 같은 종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드물 것입니다. 간재미는 개체 변이가 있어 잡히는 지역에 따라 색깔과 무늬가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서 어부들은 '종류가 다른 것이 아닌가?' 하여 홍어와 간재미를 다르게 취급하였다 합니다.
일부 지역에서 간재미라 불리게 된 것이 전국적으로 확산했을 때는 이미 걷잡을 수 없게 되었죠. 간재미는 가오리과 어종도 아닌 홍어과 어종도 아닌 그 중간에 애매하게 자리 잡은 어종으로 비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유전자 감식 결과, 상어가오리는 간재미, 홍어, 묵가오리 등 각 지역에서 다르게 불렸던 것들이 모두 같은 종으로 판명 났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명칭의 통일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국제동식물 명명규약'에 따르면 같은 종에 이름이 여러 개일 경우 가장 먼저 붙여진 이름이 정식명이 되고 그 뒤로 붙여진 이름은 정식명에 귀속되는 '이명(異名)'이 된다고 하는군요.
따라서 간재미의 정식명은 '홍어'이며, 상어가오리가 이명으로 따라붙게 됩니다. 참고로 홍어와 참홍어는 완전히 다른 어종입니다. (참홍어는 흑산도 일대에서 자생하는 매우 값비싼 홍어과 어종) 이름 앞에 '참', '돌', '개', '가' 등이 붙느냐 안 붙느냐에 따라 어류 분류도 확 달라지고 가격, 가치 등 모든 게 달라지는 신기한 물고기의 세계. ^^; 정리하자면,
참홍어 ≠ 홍어 = 간재미 = 상어가오리 = 묵가오리
인터넷 댓글을 보면, 전라도 사람을 비하할 때 쓰는 말로 '전라도 홍어들'이라 하는데 이 홍어가 경상도에도 많이 잡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다에는 국경이 없고 어지간한 물고기도 서로 왕래하는데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지역감정을 앞세워 서로를 비하하는 현상이 얼마나 한심하고 부끄러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참홍어와 홍어는 구분돼야 하며, 나머지는 같은 종을 지칭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홍어와 간재미를 서로 다른 어종으로 취급하고 있지요. 어부, 상인, 어촌 마을 사람들은 이러한 물고기 명을 어릴 때부터 보고 듣고 자라왔기 때문에 쉬이 고쳐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병어와 덕자 병어가 있습니다. 이 둘도 유전학상 같은 종인데 일부 상인과 어부들은 '전혀 다른 종'으로 오해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덕대'란 어종이 끼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병어와 덕대는 서로 다른 어종이나 외형상으로는 매우 흡사하게 생겼습니다. 이 둘은 모두 60cm 이상 자라는 병어과 생선이고요. 그러다 보니 30cm가 넘어가는 덕대를 '덕자'로 잘못 불리게 되면서 서로 다른 종이라고 시시비를 가리게 된 것입니다. 원래 덕자란 이름은 30cm가 넘어가는 큰 병어에 붙여졌는데 오늘날 덕대에게도 이 명칭이 붙여지면서 혼선을 가져오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간재미 시식을 위해 칼을 갈고
선장님께서 청용 앞바다에서 낚인 살오른 간재미 맛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무척 기대되는 순간인데요. ^^ 이번에 낚인 녀석으로 회를 칠 거라는데 이왕이면 암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유는 암놈이 수컷보다 좀 더 연해 횟감으로 알맞기 때문입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간재미 한 마리가 올라왔는데요. 운 좋게도 암놈이 걸려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회가 떠졌습니다. 바다에서 올린 지 몇 초 안 되어 살이 잘려나간 모습. ㅠㅠ 녀석은 여전히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선장님은 가차 없이 지느러미살 몇 점을 썰어 맛보여 줬습니다. 저도 숱하게 회를 쳐왔지만, 이 장면은 군침이 돌기보다는 간재미가 좀 안쓰럽다는 생각부터 들더군요. 인간의 미식을 위해 희생당해야 했던 간재미 처녀에게 잠시 묵념을. (--)(__)
선장님은 청용 마을 앞바다가 개펄이 좋아 이곳에서 잡힌 간재미를 으뜸으로 친다고 합니다. 살은 도톰하고 껍질은 얇아 이렇게 껍질채 먹어도 상관없다고 하네요. 갓 잡은 간재미 회는 선장님이 권해주는 방식으로 맛을 봤는데요. 바로 어부들이 먹는 방식입니다. 일단 초고추장을 듬뿍 찍은 다음, 전라도식 묵은지와 함께 싸서 먹는 것입니다. 살점을 너무 두툼하게 썰어놔서 한 입에 들어갈지 모르겠네요. 일단 시도해 보겠습니다.
"오물오물"
하도 크게 썰어줘서 씹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말도 못하겠습니다. 씹기 바쁩니다. 전라도식 묵은지 맛이 강하여 고기가 내어주는 단물은 느끼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제법이었습니다. 그런데 껍질은 질겨 벗기는 편이 낫을 듯합니다. 아무리 이곳 간재미의 껍질이 부드럽다 하지만, 그래도 껍질은 껍질인가 봅니다. ^^
간재미도 여러 부위가 나오지만, 그중 지느러미살을 으뜸으로 치는 이유는 작은 연골을 씹을 때 독특한 식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 연골은 6월 이후부터 억세져 뼈째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간재미 제철이 6월까지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여간 저에게는 색다른 체험이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이렇게 먹어보지 못할 간재미 회를 묵은지에 싸서 먹어보다니. 게다가 바다에서 건진 지 1분도 안 돼 해체된 거잖아요. 도시인들의 눈에는 야만적일지 몰라도 이곳 어촌 사람들에게는 늘 먹던 방식일 겁니다.
#. 간재미 제철은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
간재미의 제철도 지역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남해는 12~2월까지가 가장 맛이 좋고, 진도를 비롯한 서해는 이보다 늦은 3~6월 사이로 알려졌습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저는 위도에 따른 산란 시기의 차이로 보고 있습니다. 문치가자미와 마찬가지로 간재미 역시 위도가 낮을수록 산란이 빨라 제철이 빠르고, 서해로 갈수록 특히, 충남 당진의 경우 위도가 높으므로 그만큼 산란시기도 늦어져 제철도 늦지 않나 싶습니다.
<사진 2> 왼쪽이 수컷이고 오른쪽이 암컷이다.
#. 간재미의 암수 구분
간재미 암수 구분은 일반인들도 쉬이 알 수 있을 정도로 쉽습니다. 암수 구분은 '생식기'가 달린 여부를 보고 판단하는데요. 꼬리 양옆에 기다란 생식기가 달려 있으면 수컷, 생식기가 없으면 암컷입니다.
수컷을 뒤집어 보면 꼬리 사이로 기다란 생식기가 두 가닥 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암컷은 그러한 생식기가 달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항문은 꼭 무슨 치핵 걸린 것 마냥 부풀어 올라있네요. 조업 현장을 지켜보면서 알게 된 것은 암놈의 항문이 대부분 저런 모양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수십 마리의 샘플을 보고 판단한 게 아니므로 항문 모양으로 암수를 구별하는 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간재미는 개체 변이를 일으켜 서식 환경에 따라 채색과 무늬가 조금씩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서해산 간재미는 색이 누렇고 짙으며 민무늬인 데 비해 남해산은 채색이 조금 밝고 날개 지느러미에 '눈 모양'의 점이 박혀 있습니다. 그런데 <사진 2>를 보면, 서해산과 남해산의 특징을 갖춘 간재미가 한 지역에서 올라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왼쪽의 간재미가 남해산의 특징을 보이고 오른쪽의 간재미가 서해산의 특징을 보이곤 하는데요. 이것이 지역이나 서식환경과 상관없는 개체 변이 때문인지 아니면, 이곳이 남해와 서해의 중간 기착점이어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간재미 조업을 마친 배는 아침에 뿌려둔 농어 주낙을 걷으러 포인트를 이동합니다. 평소 간재미, 간재미 이름은 많이 들어봤을 텐데요. 간재미에 관한 재미난 상식이 더 있지만, 그것은 다음 포스팅을 위해 아껴두기로 하고 일단은 오늘 글만으로도 평소 궁금했던 간재미 상식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으리라 봅니다. 다음 편은 농어 주낙 현장과 더불어 이곳에서나 맛볼 수 있는 별미를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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