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 낙지죽 만드는 법(아내를 위한 남편의 봉사요리)

 

어제 강도다리 편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못 보신 분을 위해 "맛의 충격, 강도다리 회"를 링크로 걸어드리면서 제게 주어진 재료를 갖고 간단한 한 끼 식사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가장 왼쪽에 있는 건 자연산 돌멍게. 표준명은 '끈멍게'라고 합니다. 표준명과 모양이 불일치하는데요.
비슷한 예로는 우렁쉥이가 있고 멍게는 방언이었다가 얼마 전, 멍게도 우렁쉥이와 함께 표준명이 되었습니다.
실생활에서 사용될만한 친근한 이름이 표준명으로 많이 채택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나저나 이걸로 어떻게 만들어야 잘 만들었다고 소문이 날까? 식재료를 앞에 두고 멀뚱히 생각에 잠긴 저는 마치 외국 요리 프로그램에 출전한 선수
마냥 곰곰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일단 멍게와 해삼은 익혀서 먹을 수 있는 요리 법을 몰라 생으로 먹기로 했고요.
낙지와 전복을 이용해 죽을 만들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죽 끓이기는 처음 시도라 어설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적당한 분량의 쌀을 물과 함께 섞어 갈아주는데요. 그냥 대충 갈아도 됩니다.


당근과 애호박을 잘게 다져 놓고요.


전복은 숟가락을 이용해 분리하고 살과 내장 역시 분리합니다.
전복도 암컷과 수컷이 있는데요. 내장(게우)를 보면 녹색 계열이 암치이고 노란색 계열은 수치입니다.
성별에 따라 색이 다른 이유는 서식 환경과 수심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컷은 얕은 바다에 살고 암컷은 그보다 깊은 바다에 사는데
이들이 섭취하는 먹잇감의 색깔이 내장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살만 분리해서 먹기 좋게 썰었습니다. 전복 내장은 칼로 다져놓습니다.
낙지도 먹기 좋은 크기로 다듬어 놓고요.



전복죽이나 해물죽 만드는 순서가 제각각인데요. 저는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전복 내장부터 볶았습니다.


대충 빻은 쌀을 넣고 함께 볶아줍니다. 저만한 전복 두 개면 사실 1인분에 해당하는 양인데 쌀은 5인분을 ^^;
그러다 보니 전복 내장의 푸릇한 색이 많이 희석되었습니다. 주어진 재료로 5인분을 만들려다 보니 그리되었어요.


물을 충분히 뭇고 끓이다가 몽글몽글해질 때 다진 채소를 넣고 마저 끊입니다.


멍게 손질

죽이 끓는 동안 멍게와 해삼을 손질하였습니다.
멍게 손질은 다음에 자세히 다룰 예정이니 오늘은 사진으로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죽이 익어갈 때 마지막으로 전복과 낙지를 투입. 1분 안에 불을 끕니다.
그리고 좀 더 놔두면 뜨거운 죽 속에서 마저 익어요. 낙지는 너무 익히면 질겨지니 주의.


돌멍게, 해삼, 멍게는 회로 먹었습니다.


하루쯤 숙성한 멍게

일반적으로 멍게는 살아있는 걸 즉석에서 손질해 먹어야 신선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멍게도 생선회와 똑같습니다. 수조에서 다 죽어가는 멍게를 손질해 즉석에서 먹는 것보다, 팔팔한 멍게를 즉살시킨 후 하루쯤 숙성해서 먹으면
향이 더 좋아진다는 사실. 물론, 선도에도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전복 낙지죽 완성


낙지는 지방이 거의 없고 타우린, 무기질, 아미노산이 많아 원기 회복에 좋은 재료로 알려졌습니다. 전복은 말할 것도 없고요. ^^
특히, 임산부에 좋은데요. 이렇게 쌀을 갈아서 죽을 쑤면 소화 흡수에도 도움이 됩니다.
낚시하시는 분들 생선만 가져가지 마시고 한 번쯤 요리해서 대접해 보심이 어떨까요?
혹은 가족의 누군가가 아플 때 근처 시장에서 전복과 낙지 좀 사다 죽을 끓여주면 좋은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전복 대비 쌀을 많이 넣어 특유의 전복 내장 색이 우러나지 못했지만, 요즘 마트에 나가면 아기 손바닥만 한 전복 네 마리가 만 원밖에 안 할 정도로
양식 전복이 저렴해졌으니 전복죽 용도로 사볼 만하고요. 또, 조개 코너에 가면 모둠 해물이 있습니다.
알새우, 조개, 오징어 살 등을 모아다 1~2천 원에 파는 건데 그걸 사서 끊이니 씹히는 맛이 일품입니다.
게우 색깔 제대로 나는 전복죽은 다음에 다시 소개하기를 약속드리면서, 오늘 글은 여기서 마칩니다.

※ 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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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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