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회를 먹고 고래회충에 감염될 확률


 

"울산의 갯바위에서 한 남자가 낚시를 합니다. 이 남자가 잡은 망상어라는 물고기에서 수십 마리의 고래회충이 발견되었습니다.

다른 망상어도 배를 까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 기생충이 고래회충에 속하는 '필로메트리(Philometrides)'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고래회충에 감염된 생선을 잘못 먹었을 경우 극심한 복통, 구토, 설사가 동반될 수 있으며 구충제가 안 들고 내시경으로 하나하나 빼내야

한다며 조심할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에 보도된 고래회충 뉴스 내용입니다. 이 내용은 16일인 어제까지 이어졌고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생선회 기피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상에 나온 기생충은 고래회충이 아니며 일본에서도 다른 종으로 규정하고 있는 필로메트리목 '필로메트라'로 불리는 선충입니다.

이 기생충은 고래를 종숙주로 하지 않는 기생충으로 인체에는 기생하지 않으며 감염 보고도 사실상 없습니다.

그런 기생충을 고래회충으로 규정하고 조심하라고 보도한 것은 유감입니다. 더구나 고래회충과는 상관없는 양식산 광어를 화면에 송출함으로써 마치

우리가 평소에 먹는 생선회에 고래회충이 나올 수 있다는 뉘앙스를 심었는데요. 사실관계도 맞지 않을뿐더러 이런 식으로 불필요한 편견을 심어주는

언론의 보도 방식은 옳지 않습니다. 

 

물론, 고래회충에 감염되었을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따르는 것은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회나 초밥을 먹고 고래회충에 감염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 우리가 먹는 생선회는 고래회충 감염률이 극히 낮아

고래회충은 우리가 주로 먹는 양식산 횟감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용하는 횟집과 일식집은 90% 이상 양식산을 취급합니다.

우럭, 광어, 농어, 도미, 감성돔, 노래미, 줄돔(돌돔), 강도다리 등등 이들 양식산 활어 횟감은 냉동 정어리나 고등어 따위를 분쇄한 사료를 먹고 자라므로

고래회충에 감염될 일이 극히 희박한 것이죠.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는 횟집과 일식집만 수백, 수천 곳에 이르고 하루 동안 다녀간 손님만 해도 수천 명이라고 가정할 때 그들 중 생선회나 초밥을 먹고

고래회충에 감염된 사례가 얼마나 있는지 그 확률을 따져본다면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일 년 365일 횟집을 장사해 본 사람도 생선을 손질하면서 고래회충을 보았다거나 혹은 다녀간 손님 중에 누군가가 감염돼 신고가 들어왔거나 하는 사례를

목격한 적은 없거나 있어도 매우 드문 일입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설령 고래회충이 양식산 어류에 있었다고 가정해 봅니다.

고래회충은 주로 내장에 기생하기 때문에 이는 손질 과정에서 제거됩니다. 그래도 희박한 확률이나마 고래회충이 근육에 있었다고 칩시다.

그것도 칼질 과정에서 끊기지 않고 살아남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것이 우리 입에 들어가더라도 대부분 1cm 남짓한 유충이기에 얼마 못 가 죽습니다.

 

간혹 3cm에 이르는 놈이 우리 뱃속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가정해 봅니다.

씹는 과정에서도 운 좋게 살아남아 그대로 살아서 들어갔다고 하면 그것이 위장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인데 이러한 확률은 우리가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재수 없게 사고 날 확률보다도 더 희박합니다. 그 희박한 확률이 두려워서 회와 초밥을 멀리하겠다는 것은 사고가 두려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이지요.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희귀한 사건에 대해 미리 과민 반응하는 것.

과연 합리적인 현상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단지 고래회충은 언론에 있어 이슈화하기에 좋은 재료일 뿐이며 실제로 우리가 회를 먹고 감염될 확률은 극히 드문 것입니다.

 

그런데도 고래회충에 감염된 사례는 드물게나마 1년에 몇 차례 정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1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수천만 명이 회와 초밥을 먹어도 잘 감염되지 않는 고래회충을 그들은 희박한 발생확률을 뚫고 감염된 것입니다.

한마디로 대중교통 이용하려다 재수 없게 사고 난 것과 다름없는 것이지요. (1년에 대중교통 사고와 고래회충 감염 사례 건수를 비교해 보면 재밌겠네요.)

그렇다면 그들은 어쩌다가 고래회충에 감염된 것일까요?

 

 

갈치구이에서 나온 고래회충

 

#. 고래회충에 감염되는 경우

고래회충은 주로 자연산에서 기생합니다. 우리가 평소 먹는 고등어, 청어, 명태, 대구, 오징어, 갈치, 임연수어 등 거의 모든 바닷물고기에서 조금씩

기생하고 있으며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그런데도 이들 생선을 먹고 고래회충에 감염되지 않은 이유는 대부분 가열해 먹기 때문이며, 일부

회를 먹는다 하더라도 손질 과정에서 제거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래의 경우에는 고래회충 감염률이 높아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1) 해안가에 인접한 수산시장이나 좌판에서 죽은 생선이나 혹은 죽기 직전에 놓인 생선으로 회를 뜰 경우

2) 해안가에 인접한 수산시장이나 좌판 중 일부 비위생적으로 손질하는 경우. (예 : 도마와 칼 하나로 손질부터 썰기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곳)

   회를 뜰 때는 손질용 칼과 도마를 따로 써야 합니다. 그런데 회 뜨는 아낙네들을 보고 있자면 좀 불안한 것이 나무 도마 하나로 손질부터 썰기까지

   전부 처리 하더군요. 물론, 그렇게 해도 고래회충에 감염되는 건 아니지만, 재수 없으면 칼에 묻어 회로 옮길 수 있는 것이며 애초에 고래회충을 떠나

   그런 비위생적인 처리 과정은 여름철 발병하는 비브리오나 식중독균을 오염시킬 우려도 있습니다.

   이제는 그런 식의 처리 방식은 좀 고쳐져야 하지 않을까요? 다들 재래시장이 먹고살기 어렵다지만, 기본적인 위생이 안 되니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3) 죽어버린 자연산 생선으로 회를 뜨는 경우. (주로 낚시꾼들이 조심해야겠지요)

4) 근육 속 침투 이행률에 의해 감염되는 경우.

 

4)번은 부연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고래회충은 일반적으로 산 생선의 내장에만 기생하며 숙주가 죽으면 수 시간 이내 내장을 벗어나 살 속으로 파고드는 습성을 가집니다.

그런데 확률은 매우 낮지만 산 생선의 근육에서도 고래회충이 발견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이를 '근육 속 침투 이행률'이라고 제가 임의로 이름을 붙여보겠습니다.

아래는 도쿄 건강 안전 연구센터에서 밝힌 자료로 각 현에서 어획된 고등어의 고래회충 감염 확률과 근육 이행률을 조사한 것입니다.

비록, 우리나라 해역에서 실시한 연구 결과는 아니지만, 이 자료에는 우리가 주로 소비하는 고등어 계군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우리가 먹는 고등어에도

이 정도 기생확률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 쿠로시오 계군 고등어의 샘플 조사 결과

고등어는 크게 두 무리가 있는데 쿠로시오 계군과 태평양 계군이 있습니다.

쿠로시오 계군은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북상해 동중국해, 제주도, 그리고 우리나라의 남해와 서해, 동해로 군집이 갈라는 고등어 어군을 말합니다.

우리가 시장에서 사 먹는 고등어는 99% 쿠로시오 계군 고등어에 속합니다. 이 고등어 무리 중 일부는 동해로 빠지는데 아래의 도표는 쿠로시오 계군의

고등어가 잡히는 주요 산지의 고래회충 감염률을 보여줍니다. 

 

 산지

 샘플 조사한 마릿수

 검출된 개체수

(근육에서 발견된 개체수)

 총 개체수

(근육에서 발견된 총 개체수)

 1마리당 평균 기생 수

 

 나가사키 현

 30

27(1) 

2721(1) 

 90.7

 

 후쿠오카 현

 13

 13(1)

 1206(2)

 92.8

 

 시마네 현

 9

 9(0)

 90(0)

 10

 

 후쿠이 현

 18

 6(1)

 36(1)

 2

 

 이시카와 현

 16

 8(0)

 20(0)

 1.3

 

 

※ 고등어에 내장에서 기생하는 고래회충 4073마리 중 4마리가 근육에 발견됨으로써 근육속 침투 이행률은 0.1%입니다.

※ 쿠로시오 계군 고등어에는 가장 흔한 유형인 아니사키스 심플렉스(Anisakis simplex C)와 나선형으로 돌돌 마는 습성을 가지는 아니사키스

    페그레피(Anisakis pegreffii) 두 종이 발견되었습니다.

 

 

#. 태평양 계군 고등어의 샘플 조사 결과

태평양 계군은 일본 혼슈의 동남 해역을 타고 북상과 남하를 반복하는 군집으로 쿠로시오 계군과 달리 외해(外海)로만 회유하는 대양성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전적 종류는 같으나 회유되는 지역의 서식 환경과 먹이에 따라 채색과 무늬에서 조금 차이가 나는데 이러한 태평양 계군의

고등어는 전량 일본산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냉동으로 수입되어 들어온 적이 있었죠.

고등어 계군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예전에 쓴 글이 있으니 관련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관련 글 : 국민들이 모르고 있는 고등어 방사능의 진실, 정말 안전할까?)

 

 산지

샘플 조사한 마릿수 

 검출된 개체수

(근육에서 발견된 개체수)

 총 개체수

(근육에서 발견된 총 개체수) 

 1마리당 평균 기생 수

오이타 현 

 6

 0(0)

0(0) 

 0

 고치 현

 6

 6(4)

 42(4)

 7

효고 현

 8

 6(0)

 27(0)

 3.4

 미에

 15

 7(5)

 42(10)

 2.8

 가나가와 현

 14

 12(5)

 150(7)

 10.7

 미야기 현

 11

 9(6)

 53(12)

 4.8

 이와테 현

 23

 21(5)

 141(6)

 6.1

 아오모리 현

 10

 7(2)

 35(6)

 3.5

 치바 현

 39

 31(13)

 243(35)

 6.2

 

※ 고등어에 내장에서 기생하는 고래회충 7333마리 중 81마리가 근육에 발견됨으로써 근육속 침투 이행률은 11.10%를 보입니다.

※ 태평양 계군 고등어에는 아니사키스 심플렉스(Anisakis simplex C)를 비롯해 아니사키스 페그레피(Anisakis pegreffii), 아니사키스 심플렉스

   센스 스트릭토(Anisakis simplex sensu stricto) 세 종이 모두 발견되었습니다.

 

쿠로시오 계군과 태평양 계군의 샘플 조사 결과를 합산한 결과 총 218마리의 고등어의 배를 갈랐고 그중 4806마리의 고래회충이 검출되었으며

그중에서 85마리는 근육에서 검출되었습니다. 1마리당 평균 감염수는 22마리이며 근육 속 침투 이행률은 1.76%가 나왔습니다.

이 조사결과는 어디까지나 살이 무른 고등어에 한정해서지만 감염된 전체 고래회충 중 1.76%는 이미 근육에 파고들어 있었다는 내용입니다.

 

위 조사 결과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태평양 계군(일본산 고등어)보다 쿠로시오 계군(우리가 먹는 고등어)의 감염률이 훨씬 높았다는 점.

산지의 위도가 낮을수록(수온이 높은 해역일수록) 고래회충 감염률이 비교적 높다는 점.

그런데 오이타 현에 채집된 고등어에서는 단 한 마리의 고래회충도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

고래회충 발생 비율은 쿠로시오 계군이 많았지만, 근육 속 침투 이행률은 태평양 계군이 두드러지게 많았다는 점.

이 부분은 아니사키스 종류에 따른 습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산 은갈치 내장에서 발견된 고래회충

 

갈치 한 마리에서 검출한 고래회충

 

최근 잇따른 고래회충 보도 때문에 저 역시 새삼스럽지도 않은 고래회충에 관해 다시 한 번 고찰할 수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실생활에서 접하는 고래회충으로 갈치나 고등어의 내장에서 흔히 보는 경우입니다.

고등어의 고래회충은 내장을 빼고 염장 처리한 자반보다 생물 고등어에 주로 많이 보입니다. 물론, 내장에 기생하며 이 역시 손질 과정에서 제거되므로

실제로 우리가 반찬으로 먹으면서 고래회충을 접할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위 도표에서 말해주고 있는 0.1%대의 근육 속 침투 이행률을 제외한다면 말이죠.

 

다만 갈치의 경우는 내장을 제거하지 않은 채 토막 내 팔다 보니 이렇게 먹다보면 내장에서 다량의 고래회충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식사 중 살펴보니 한 마리당 기생확률은 거의 90% 이상이었으며 마리당 10~20마리 정도 검출되었습니다. 

그중에서 이미 근육으로 침투한 개체는 딱 한 마리 보았습니다. 근육에 파고든다 해도 내장에서 가장 가까운 뱃살 부위고요. 

(고래회충이 모터가 달린 벌레도 아닌데 그 속도로 꼬리나 다른 근육까지 가기에는 매우 험난합니다. ^^;) 

어차피 죽어버린 고래회충이야 단백질 덩어리일 뿐인데 다만, 보기에는 혐오스러우니 살만 잘 발라먹으면 될 일입니다.

그러므로 반찬에 고래회충이 몇 마리 나왔다는 이유로 항의하거나 반품 소동을 벌이는 것은 과한 대처라는 것이지요.

 

고래회충은 인류가 생선을 먹기 시작할 때부터 함께 해왔습니다. 다만 최근에 와서 집중적으로 조명이 된 탓에 많은 소비자들이 인지하게 된 것일 뿐 우리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고래회충을 먹어 왔으니까요. 이를 새삼스럽게 들추어서 감염 확률이 극히 희박한 양식산 횟감의 소비에 악영향을 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설령, 자연산 회를 먹는다 해도 손질 과정에서 제거됩니다. 다만 앞서 자료에서 보여주었듯이 근육 속 침투 이행률이라는 극히 작은

확률이 존재하므로(이것도 살이 무른 고등어에 한해서지 돔 종류는 없다고 봐야 함) 정말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사고 날 확률로 아다리 걸려 병원에서

내시경을 당해야 하는 사례가 간혹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 확률이 우리가 생선회와 초밥을 먹는 데 있어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한 번쯤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고래회충은 분명 조심해야 할 기생충이지만 무조건 큰일난다, 무섭다. 식의 이슈화 양산은 객관적 보도를 지향해야 할 언론의 자세가 아닙니다.

아무쪼록 이번 보도로 인해 애꿎은 횟집과 수산시장이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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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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