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민어 고르기, 국내산과 중국산 구별법(민어, 홍민어, 점성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장보기에 고심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지역마다 차례상에 올려질 생선을 고르는 안목도 이때가 가장 필요할 텐데, 오늘은 혼동할 수 있는 민어와 홍민어의 구별법에 관해

알아보고 모레는 국내산과 수입산 도미의 구별법에 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

 

민어와 홍민어는 글자 그대로 한 끗발 차이지만, 이 둘의 상업적 가치는 매우 큽니다.

추석 시즌에는 일시적으로 원산지 표기 의무 단속을 시행하고 있어 중국산 홍민어가 국산 민어로 둔갑해 팔릴 리는 없겠지만, 원산지

표기 단속에는 반드시 사각지대가 있기 미련이고, 주로 횟감으로 유통되던 홍민어가 지금은 선어로도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둔갑의 온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올여름에는 속초에 있는 한 지하 활어매장에서 중국산 홍민어가 민어로 둔갑해 팔다 적발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한 상인이 관광객을 상대로 홍민어를 여름철 보양 음식인 민어로 속이며 비싼 값에 팔다가 이를 미심쩍어한 소비자가

시청에 민원을 넣어 단속에 걸렸고 그 결과는 '경고 조치'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 적이 있었죠.

 

이렇듯 중국산 홍민어를 여름철 보양음식인 민어로 속여 팔아도 계도하거나 훈방조치에 지나지 않고 있어, 수산물 원산지 표시 의무는

물론, 어종 둔갑에 대한 법적 처벌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앞서 민어와 홍민어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여전히

두 어종에 대해 모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홍민어는 어떤 어류인지, 민어와는 어떤 차이가 나는지 알아봅니다.

 

 

<사진 1> 통치 민어

 

우리가 제사상과 차례상에 올리는 민어는 모두 '통치'입니다.

통치는 길이 33cm 이상이면서도 무게 1kg 이하의 어린 민어를 가리키는 전라남도의 방언입니다.

길이가 33cm 이상이어야 하는 이유는 현행법상 민어의 어획 가능 체장이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33cm 이상으로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시장 어물전에 길이 33cm 미만의 어린 민어가 보이면, 그것은 불법 조업이며 팔아서도 구입해서도 안 됩니다.

 

민어가 잘 나기로 유명한 신안군에서는 예부터 차례상에 올려지는 민어를 통치라 불렀습니다.

'통째로 올려지는 생선'이란 뜻의 통치는 민어로 가는 관문이자 청소년기에 해당하며, 주로 구이나 찜, 전, 탕으로 이용되는데 워낙

민어값이 비싸자 그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통치회가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통치는 민어와 똑같이 날 부레를 별미로 치며,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게 하나 없는 귀물로 취급받고 있죠.

 

이 통치 민어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가격이 평소보다 오른 상태에서 소비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데 가장 소비가 활발히 이뤄지는

시기도 바로 이때입니다. 통치 민어는 주로 유자망과 같은 그물로 어획되다 보니 올라오는 도중 그물에 감기거나 그물코에 이리 쓸리고

저리 쓸리고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민어일수록 생존율이 낮으므로 활어보다는 대부분 선어로

유통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잡힌 통치 민어는 전국의 백화점, 마트, 재래시장 등지에서 팔리는데 추석 명절을 앞두고 차례상에

올릴 통치 민어를 고르겠다면 유심히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1) 꼬리지느러미의 손상 여부는 맛으로 직결된다.

<사진 1>은 무게 1kg 정도의 통치 민어로 꼬리지느러미가 대체로 붉은색을 띱니다. 

이렇게 붉은색을 띤 민어는 그물로 잡은 것으로 그물코에 치여서 벌겋게 된 것입니다. 가장 좋은 민어는 주낙으로 잡아 꼬리가 제 색을

띠고 상처 하나 없는 것이지만, 그런 민어를 시중에서 찾아보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그나마 우리가 육안으로 보고 고를 수 있는 상태

좋은 민어는 꼬리지느러미의 손상 정도가 경미한 것으로 그물코에 찢기고 쓸려 스트레스를 받는 민어보다는 온전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민어는 스트레스에 의해 육질이 덜 물러진 것이므로 맛에 관여합니다. 어차피 차례상에 올려질 생선이므로 이러한 속사정을

잘 모른다 해도 외관이 깨끗한 생선을 고르는 것은 제수용 생선을 고르는 첫 번째 조건이 되겠지요.

 

 

2) 동공의 투명도와 비늘 손상 여부

생선의 선도는 동공의 투명도와 비례합니다. 동공이 맑고 투명할수록 선도가 살아있는 것으로 조업한 지 48시간 이내의 생선이라면,

대체로 동공의 투명도가 살아있습니다. 횟감으로 사용할 순 없어도 조리해서 먹기에는 괜찮은 선도라 할 수 있죠. 그런 것을 떠나더라도

차례상에 올려지는 생선은 동두서미(東頭西尾)가 기본으로 생선 머리가 동쪽을 향하기 때문에 특히, 오른쪽 눈알의 손상 여부는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비늘은 외부의 균과 기생충의 침입을 막아주는 방패와 같습니다. 비늘이 떨어진 부분은 제일 먼저 선도 저하가

일어나므로 비늘이 떨어진 민어는 피합니다.

 

3) 눌러보았을 때 탄탄해야 한다.

생선은 죽은 뒤 48~56시간까지는 근육의 탄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눌러보았을 때 단단한 느낌이 들어야 합니다. 

만약, 눌러보았을 때 손가락이 쉬 들어가거나 물컹한 느낌이 나게 되면, 그 생선은 오래된 생선으로 전문용어로는 해경과 자기소화에

들어간 것이니 구입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진 2> 홍민어(점성어)

 

시중에는 민어와 유사한 종류인 홍민어(일명 점성어)가 선어로 유통되기도 합니다. 주로 활어로만 유통하던 홍민어이지만, 오랜 기간

팔리지 않아 재고로 쌓였거나 혹은 다른 이유로 죽어버린 홍민어를 헐값에 내놓기도 하니 민어와 혼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홍민어가 민어와 혼동이 되는 이유는 외형상 비슷한 것도 한몫하지만, 우리나라 학자들이 이 어류의 표준명을 지을 때 '홍민어'로

명명한 것도 상당 부분 차지합니다. 개인적으로 상거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작명이 굉장히 거슬리며 홍민어도 이 중 하나로 왜 굳이 

홍민어란 이름으로 지어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사실 홍민어는 어류 분류학상으로는 민어와 같은 과로 먼 사촌지간입니다.

그런데 맛과 상업적 가치로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회로 맛보면 민어는 부드럽게 씹히지만, 홍민어는 다소 질기며 입에 남습니다.

 

원래 홍민어는 멕시코 해류가 받치는 곳에 사는 외래종으로 미국에서는 인기 있는 낚시 대상어였습니다.

그것을 한국 업자들이 가져다 중국에서 키우기 시작한 게 발단,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홍민어는 전량 중국 양식산이며 수율이

좋고 값은 저렴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횟감을 취급하는 곳이라면 선호하기도 하지요.

 

현재 홍민어는 '점성어'란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수산시장은 물론, 주로 초밥집, 횟집, 각종 뷔페 등에서 취급, 심지어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호텔에서도 홍민어를 내놓고 있습니다. 홍민어(점성어)가 식용어로서 적합한지 어떤지의 여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내용은 관련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관련 글 : 유명 호텔 뷔페의 배신, 점성어 사용이 문제되는 이유)

 

 

※ 자연산 홍민어도 있다.

홍민어는 외래종이지만, 지금은 우리 바다에 소수나마 서식하고 있습니다.

중국산 양식 활어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루트는 인천과 통영인데 이중 통영으로 들어올 때 배에서 물건을 내리다가 탈출한 개체가 

부산, 통영 지방을 중심으로 서식 중이며 번식을 하였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몇 년 전에는 부산에서 낚시하던 한 남자가

중국에서 귀히 여기는 '황순어(시가 2~3억)'를 낚아 화제가 되었는데 알고 보니 이것이 점성어로 밝혀져 헐값에 경매된 웃지 못할

사연도 있었습니다.

 

앞서 홍민어는 여름 보양식으로 알려진 민어와 모양에서 매우 흡사해 혼동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다행히 이 둘의 차이는 전문가가

아니어도 알아볼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 이 부분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2>의 홍민어 사진을 보면 꼬리지느러미에

엄지손톱만 한 검은점이 박혀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특징 때문에 홍민어는 점성어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름에서 민어와는 한 끗발 차이지만, 가격은 민어의 1/10 수준이므로 이 둘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1/10 수준까지 벌어지지 않습니다. 업자들이 활 홍민어를 1kg에 3만원 수준으로 올려서 팔기 때문입니다.)

 

 

민어와 돗돔은 각각 홍민어와 동갈돗돔으로 표기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횟집에서는 홍민어를 민어로 표기해 놓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단속이 시급해 보입니다.

반대로 우리가 구입하는 민어는 중국산으로 잘 들어오지 않으며, 간혹 일본산 냉동 민어가 들어오긴 하지만, 그것은 '동갈민어'로

민어와는 종류가 다릅니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알려진 민어(참민어)는 개펄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히려 암반이 발달한 곳으로는 잘

회유하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민어는 일본에선 보기 드문 생선이며, 서식 조건도 맞지 않아 일본산 민어가 들어올 확률은 없습니다.

민어의 회유는 동중국해에서 제주도를 거친 뒤, 6~7월부터는 전남 신안으로 들어와 서해 군산까지 진출한 다음, 10월부터는 월동을

위해 따듯한 바다를 찾아 남하하는 회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주로 개펄이 발달한 제주도의 일부 해역과 서해 상에서 어획된 것이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것이니 안심하고 먹어도 됩니다.

 

홍민어가 민어로 둔갑해 팔릴 리는 없겠지만, 민어와 홍민어는 이름과 외형이 비슷하면서도 가격과 맛에서는 많은 차이를 보이므로

상거래에 혼란을 주는 원산지와 어종 허위 표시는 강력히 단속해야 할 것입니다.

모레는 국내산과 수입산 도미 구별법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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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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