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이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수산물로 킹크랩과 대게가 빠질 수 없습니다. 대게와 관련해서는 작년에 쓴 글이 있으니 참고하시고, (관련 글 : 제철 맞은 대게, 고르는 방법 및 가정에서 손쉽게 찌기) '킹크랩 구입 노하우 상편'에서는 킹크랩 구입 시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상식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대게 다리는 10개, 킹크랩(왕게) 다리는 8개로 전혀 다른 분류에 속한다 

 

#. 킹크랩(왕게)과 대게의 차이

표준명은 '왕게'지만, 우리에게 킹크랩이란 이름이 더욱 친숙한 이 게는 사실 소라게(게고둥)과에 속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흔히 먹는 대게와 홍게, 꽃게, 범게, 털게 등 일반적인 바닷게 범주에는 속하지 않습니다.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학자들이 생물 종을 분류할 때는 전적으로 신체적인 특성을 고려합니다. 대게는 집게 다리를 포함해 한쪽이 5개로 총 10개를 가졌지만, 킹크랩은 집게 다리를 포함해 한쪽이 4개로 총 8개에 불과합니다. 이는 소라게와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코코넛 크랩과 같은 신체 구조로 일반적인 바닷게와는 완전히 다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킹크랩, 블루와 레드의 차이점

과거에는 킹크랩을 단일 종으로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레드와와 블루로 구분해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색이 다른 것이 아닌 '생물 종' 자체가 다른 것으로 영어권에서는 '레드 킹크랩(Red king crab)'과 '블루 킹크랩(Blue king crab)'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레드와 블루를 구별해서 팔고는 있지만, 소비자의 인식은 여전히 미흡합니다.

 

레드와 블루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맛과 시세입니다. 레드는 '표준명 왕게', 즉 오리지널 킹크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블루는 '표준명 청색 왕게'로 왕게와는 다른 종입니다. 오리지널 킹크랩인 레드 물량이 달리면, 러시아와 일부 노르웨이에서 블루가 들어옵니다. 맛은 레드가 블루보다 나은데 그 차이가 미묘해 한 자리에 놓고 비교 시식하지 않으면 맛의 차이를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한겨울보다는 킹크랩의 살 수율이 좀더 높은 2~4월에 주로 사 먹는데 그때마다 느낀 것은 '좋은 킹크랩은 비대한 중량만큼 살도 꽉 차고 단맛이 돈다는 점'입니다. 레드와 블루의 맛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하는 상인도 계신데 이는 어디까지나 활게를 쪘을 때 이야깁니다. 활게를 찌면 맛이 비슷하지만, 문제는 찌고 나서 2~3일 정도 지나면서부터입니다. 레드는 찌고 나서 2~3일이 지나도 단맛이 빠지지 않지만, 블루는 단맛이 빠지고 퍽퍽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통은 찌고 나서 바로 먹으니 그 차이를 알 수 없지만, 요즘처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찐 게를 주문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게를 잡아다 찌고 포장해서 배송하는데 최소 하루는 걸립니다. 여차여차 주말이 끼거나 곧 있으면 다가올 설 연휴에 배송이 밀리기라도 한다면 2~3일은 기본으로 걸리는데 그럴 때 레드와 블루를 먹어보면 맛과 식감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죠. 


 

 

맛에 차이가 나는 만큼 시세도 레드가 블루보다 kg당 5천원 정도 비싼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것도 시기마다 물량 수급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데 어떨 때는 레드와 블루가 같은 가격에 팔리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kg당 1만 원씩 차이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결국, 수산시장에서 활게를 사다 쪄먹을 것이라면, 레드나 블루나 맛에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므로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블루를 고르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 현재(1월 중순) 수도권 수산시장을 기준으로 한 킹크랩 레드와 블루 시세는 kg당 각각 65,000원과 60,000원 수준입니다. 대체로 노량진과 가락동, 구리, 평촌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나 소래포구는 만원 가량 비싸더군요. 킹크랩은 1마리에 1.5~2kg대가 많습니다. 큰 것은 3kg이 넘어가는 것도 있지만, 그런 것은 흔치 않습니다. 수도권 시세를 기준으로 kg당 6만원을 적용한다면, 2kg짜리 한 마리 구입 가격은 단순 계산으로 12만원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저울치기, 물치기 같은 수법 없이 정량을 계측했을 때 이야기입니다. 킹크랩은 지금이 가장 비쌀 때이며, 3월로 넘어가면서 안정세를 보일 전망입니다.

 

아래는 킹크랩, 레드와 블루의 정확한 구별법입니다.

 

 

킹크랩 레드(표준명 왕게)

 

#. 킹크랩, 레드와 블루 구별법

크랩 구별 포인트는 돌기 개수를 표시한 (a)와 다리 색을 표시한 (b)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킹크랩 레드와 블루를 개별적으로 보면 채색의 차이를 실감하지 못하지만, 둘을 나란히 놓으면 확실히 블루가 레드보다 채색이 밝고 전체적으로 청색기가 돌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더욱 확실한 구별법은 (a)로 표시된 육각형의 돌기 개수를 세어보는 것입니다. 저 부분의 돌기가 6개면 레드이고, 4개면 블루입니다. 아래 사진은 이 부분을 확대한 것입니다.

 

 

킹크랩 레드의 돌기 개수는 여섯 개이다

 

레드는 몸통 정중앙의 육각형 안에 여섯 개의 돌기가 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돌기나 채색 외에도 레드와 블루를 구분하는 신체적 특징은 많지만, 이 이상 파고들면 해양생물학이 돼버리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킹크랩 블루(표준명 청색 왕게)

 

사진은 킹크랩 블루입니다. 블루 킹크랩(Blue king crab)이라는 이름답게 (b)로 표시한 다리에는 푸르스름한 빛깔을 띠고 있습니다. (8개의 다리 모두 가장자리에 푸른색을 띕니다.) 가장 큰 차이는 돌기 개수입니다. 여섯 개인 킹크랩 레드와 달리 블루는 네 개입니다. 좀 더 확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킹크랩 블루의 돌기 개수는 네 개이다

 

킹크랩 블루도 몸통 중앙에 6각형으로 된 각장이 있고 그 안에는 4개의 돌기가 있습니다. 물론, 이것을 100% 맹신해서는 안 됩니다. 1/500도 안 되는 확률이지만, 킹크랩 블루 중에는 간혹 5개나 6개의 돌기를 가진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블루는 대체로 4개의 돌기를 가지기 때문에 이것으로 구별해도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하나사키(사진 출처 : http://www.zukan-bouz.com/syu/ハナサキガニ)

 

제 수중에는 사진이 없어서 일본 도감에서 퍼왔습니다. 사진은 국내에서도 유통, 일본에서는 '하나사키(ハナサキ)'로 취급되는 킹크랩의 일종입니다. 킹크랩 레드와 블루보다 몸집이 작고, 어획량도 적으며, 생산되는 지역 또한 한정적이어서 귀하게 취급받지만, 맛은 일반 킹크랩과 비슷하다는 평부터 더 뛰어나다는 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이러한 내용은 구전으로만 확인됐을 뿐, 본인이 직접 먹어보고 내린 결론이 아니므로 이 부분은 건너뛰겠습니다.

 

앞서 레드와 블루의 차이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성장 크기는 원조 킹크랩이라 할 수 있는 레드가 블루보다 더 크게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학술지에서는 무게 11kg, 다리 벌린 길이만도 1.5m가 넘게 자란다고 보고됩니다. 경북 울진에서는 작년 이맘때 킹크랩(왕게)로 추정되는 6kg대의 거대한 게가 잡혀 화재가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사진을 분석해 본 결과 레드 킹크랩이었습니다. 2008년에는 국내에서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킹크랩이 왕돌초에 집단 서식하고 있음이 밝혀지면서 비상한 관심을 부르기도 했는데 이때 어획된 킹크랩은 블루였습니다. 이 사실만 보더라도 국내에는 적은 개체나마 레드와 블루가 모두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죠.

 

사실 레드와 블루의 서식지는 일정 부분 겹치지만, 블루가 레드보다 찬 수온에 견디고 좀 더 북쪽에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북극해는 물론, 북극해에서 가장 가까운 알래스카 베링 해 일대에 집단 서식해 이 지역의 왕게 어획을 다룬 '극한의 직업'을 기억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이에 비해 레드는 블루보다 조금 남쪽이면서 상대적으로 덜 찬 수온에 서식지를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 동해에서 잡혔던 킹크랩도 상당수가 레드였을 것이라고 추론하지만, 최근 블루가 잇따라 잡히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과연 이 종이 국내에 자연 서식으로 남하한 것인지, 아니면 러시아에서 가져온 킹크랩 블루 중 일부 상품가치가 낮은 게를 속초 앞바다에 버려지면서 자생한 것인지는 조사해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실제로 러시아산 대게의 경우는 운송 과정에서 속초나 고성 앞바다에 일부 상품가치가 떨어진 개체를 방류하기도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 킹크랩을 대하는 구체화 된 인식이 필요해

우리보다 킹크랩 소비량이 많은 일본에서는 더욱 엄격하게 레드와 블루를 구분해서 팔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레드 킹크랩은 '왕게(タラバガニ)'로 취급하기 때문에 유사 종인 블루(청색 왕게)를 왕게로 파는 것은 엄연히 단속 대상입니다. 오프라인 전단지나 온라인 홍보 자료에 레드 사진을 올려놓고 블루를 파는 것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맛과 시세 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블루를 킹크랩(왕게)으로 팔거나 그렇게 인지하는 것에도 선을 그어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킹크랩을 대하는 소비자의 인식이 단순해 이점을 이용한 상술이 여전합니다. 주로 시세가 조금 저렴한 블루를 레드로 둔갑하는 것인데 특히, 온라인 쇼핑몰에서 택배로 배송할 때와 쪄서 온 경우가 그러합니다. 레드와 블루는 찐 후에도 각장의 돌기 개수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수산시장이든 쇼핑몰을 통해서이든 소비자가 킹크랩을 구입할 때 좀 더 적극적으로 블루와 레드를 구분하고 이 둘의 맛과 시세 차이를 인지한다면, 그만큼 바가지 상술을 당할 염려도 블루를 레드로 둔갑하는 사례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킹크랩 구입 노하우 하편에서는 내용을 좀 더 발전시켜서 좋은 킹크랩을 구입하는 팁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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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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