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리조트 매거진 - Summer 2018에 기고한 Commentary 입니다.

 

 

 

바다의 왕자 감성돔. 물속 깊은 바닥에 웅크려 조개나 홍합 따위를 깨부수어 먹고 살 녀석이 수면 가까이에서 어슬렁거리는 일은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일렁이는 수면 아래 내비친 거대하고 우람한 자태.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의 모습이다.

 

그래 ‘타카이’라는 포인트 명을 따서 타카이 영감이라고 불러드리자. 영감에 홀린 나는  크릴 미끼로 집요하게 노렸지만, 거침없이 외면당한다. 낌새를 알아차리는 데는 능수능란하다. 그렇게 세 시간이 지났다. 나도 영감을 보고 있고 영감도 내 존재를 의식하는 듯하다. 옛말에 ‘눈에 보이는 물고기는 잡지 못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 말에 더욱 오기가 난다.

 

때마침 갯바위 벽에서 발견한 삿갓조개. 전복처럼 꼬득할 것 같은 조갯살을 발라 바늘에 꿰어 던졌더니 웬일인지 덥석 문다. 그리곤 게걸스럽게 씹어먹는 모습에서 심장이 요동친다. 처음부터 이상했던 녀석, 어쩌면 긴 삶의 끝을 예감한 것은 아닌지. 지금 채면 십중팔구 낚는데 나도 모르게 머뭇거렸다. 단 몇 초라도 이 순간을 즐기고 싶었던 걸까?

 

오만 가지 생각이 교차한 가운데 영감은 반쯤 씹어먹고 있었다. 더 지체하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이쯤에서 낚싯대를 힘차게 세운다. “영감님, 정말 미안해”.

 

- 어류 칼럼니스트 김지민 -

 

아래는 원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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