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지는 글입니다. 상편을 못 보신 분은 여기를 클릭 → 바다낚시 도중 짜장면 시켜먹기

 

 

이날의 결과

 

반드시 먹기 위해 낚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낚시하면서 부차적으로 얻는 미식의 즐거움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거나, 횟집에서 상품으로 내놓기 쉽지 않은 것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그것을 취하는 기분은 가끔 오묘할 때가 있죠.

 

시가로 팔려야 할 횟감을 막 썰어서 볼품없이 먹어치우는가 하면, 값나가는 횟감을 냉동실에 던져두었다가 반찬이나 해 먹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값나가는 생선을 이렇게 먹어도 되는가 싶어 괜스레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어쨌든 오늘은 결과부터 보여주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위 사진은 이날의 결과입니다. 직접 잡은 것이면 참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함이 조금은 야속합니다.

 

 

시간은 4시 30분. 차 안에서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그새 출조객들이 늘었습니다. 지금부터 해질 때까지, 혹은 밤이 깊어갈 무렵까지 감성돔이 가장 잘 낚일 시간대라 저도 서둘러 낚시를 시작하는데요.

 

 

표준명 문치가자미(도다리)

 

제가 자는 사이 한조무역 박범수 대표께서 도다리 한 마리를 잡아 놓았습니다. 손으로 들어보는데 씨알이 상당합니다. 4월이라 살도 제법 붙었군요.

 

 

어느 새부터 잡어가 들어왔는지 채비 내리는 족족 미끼가 없어집니다. 이럴 때 사용하려고 알새우 몇 마리를 보관해 두었는데요. 좀 전에 중국집 짜장면과 양장피를 배달시켜 먹었을 때 건진 바로 그 새우입니다.

 

 

오후 5시를 넘길 무렵, 드디어 박범수 대표께서 당찬 입질을 받아냅니다. 휨새로 보아 상당한 씨알임이 분명한데 문제는 저게 감성돔인지 황어인지가 관건입니다. 뜰채질하는데 수면에서 한창 실랑이가 벌어지는 것이 왠지 감성돔이 아닐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

 

 

아~이건 멀리서 봐도 황어입니다. 황~ 이로써 이날 황어만 다섯 마리째. 이후로는 입질 뚝 끊깁니다.

 

시간은 6시. 한창 긴장하며 찌를 흘려야 할 시간인데도 몇몇 현지꾼들은 철수하기 시작합니다. 곧 해넘이인데 철수를 한다니. 상황이 안 좋긴 한가 봅니다. 하기야 입질이 들어오려면 이미 시작했어야 했는데, 상황이 이렇다는 것은 더 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것.

 

이 사실을 알고 있어도 선뜻 낚싯대를 접을 수 없는 심정이란 것이 있습니다. 다시 먼 길을 달려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심정도. 휴~

 

 

저녁 7시 40분, 철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7시 반까지 해보았으나 역시나 입질은 없었습니다. 최필님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네요.

 

"그래. 낚시하러 오면 뭐하나 소고기나 묵지..가 아니고 쓰레기나 줍지"

 

 

 

"잠깐 주웠는데도 쓰레기가 이렇게 많이 나와요."

 

 

안혁진프로 피싱샵, 후포

 

가게로 돌아온 우리는 안혁진프로 피싱샵 대표께서 잡아다 놓은 감성돔 두 마리를 얻었습니다. 그나저나 낚시로 잡은 활어를 이렇게 수조에 보관할 수 있다는 것. 참으로 부러운 일이죠.

 

 

그리하여 박대표님이 잡은 왕도다리와 혁진씨가 준 감성돔 두 마리를 들고

 

 

인근의 회 센타로 갑니다. 서울 올라가더라도 밥은 먹고 올라가야죠.

 

 

그곳에서 전복골뱅이(보라골뱅이) 1kg을 사고

 

 

멍게도 1kg 삽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횟감. 횟감은 여기서 고르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져온 활어를 맡기고

 

 

2층으로 올라갑니다. 앞서 상회에서 번호표를 나눠주는데요. 여기서는 그 번호를 보고 어느 상회 손님인지, 어떤 음식을 주문했는지 파악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도 이용 가격이 1인 얼마로 발생하는데 그리 비싸지는 않았습니다. 초장값 얼마에 + 골뱅이 삶아주고 매운탕 끓여준 가격이 더해져 셋이서 1.8만 원 정도 나옵니다.

 

 

기본적인 반찬과 함께 우리가 맡겨둔 횟감이 이렇게 썰어져 나옵니다.

 

 

감성돔과 도다리회

 

현지에서는 사쿠라 다이라고 하죠. 우리 말로는 '벚꽃 감성돔'. 그 아래는 도다리. 여기서 활어회로 나온 감성돔 회는 딱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식감입니다. 아직 사후경직에도 들어가지 않은 터라 약간은 물컹하면서 찹쌀떡 씹는 질김이 있습니다. 제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은 이런 식감이 생각날 때가 있죠.

 

 

문치가자미(도다리) 회

 

4월의 도다리는 살이 덜 찬 것이 많았는데 이번에 잡힌 녀석은 두께도 제법 나가고 살도 꽤 많이 차서(산란을 제법 일찍 했을 듯) 씹는 맛도 있고, 은은한 단맛까지 납니다. 이대로라면 동해 지역에서 낚이는 5~6월의 도다리 회가 매우 기대되는데요.

 

 

전복골뱅이(표준명 관절매물고둥)는 그 이름답게 꼬들꼬들 씹히고, 무엇보다도 노란 내장(똥)이 구수한 맛을 줍니다.

 

 

멍게 1kg 사니까 나오는 실수율은 약 250g 정도 될 듯. 지금이 한창 맛있을 때죠.

 

 

반찬으로 나온 백골뱅이(근데 너무 어리고 작다. ㅠㅠ) 쏙 빼먹는 재미. 모두 소주 안줏감인데 운전 때문에 술도 못 마시고, 곤혹입니다.

 

 

셋이서 먹기에는 회가 많습니다. 대량으로 남아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는데요. 이럴 때 요긴하게 써먹을 방법이 있죠. 우선 대접에 공깃밥 두 개를 엎습니다.

 

 

쌈 싸 먹으라고 나온 상추와 깻잎을 대충 잘라 넣습니다.

 

 

남은 회를 쏟아붓습니다. 먹다 남은 골뱅이 숙회도 모조리 집어넣은 역대급 회덮밥 완성.

 

 

그리곤 양념이랄 것도 없이 초고추장만 적당히 부어서 쓱쓱 비비면..

 

 

이런 비주얼로 재탄생합니다.

 

고급 일식집을 제외한, 시중에서 흔히 접하는 회덮밥은 원가가 저렴한 횟감을 쓴다는 사실, 대부분 알고 계실 겁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비벼 먹는 음식일수록 식재료를 눈가림하기 알맞은 것은 사실이죠

 

수조를 갖추지 않은 식당(프랜차이즈 포함)은 주로 녹새치(흑새치) 같은 원양산 냉동 생선회 틸라피아를 많을 쓸 겁니다. 수조를 구비한 횟집은 좀 낫겠지요. 손님들이 먹고 남긴 회를 재활용(음? 어디까지나 일부지만..)

 

괜찮은 곳에는 청새치, 황새치, 연어, 활광어, 활숭어를 쓰겠죠. 하지만 이 모든 것도 낚시하는 사람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것입니다. 자연산 감성돔과 도다리가 뭉텅뭉텅 들어간 회덮밥. 어디서 팔지도 않고 또 팔 수도 없는 특별함을 담아서 회포를 푸는 것도 낚시의 낭만이 아닌가 싶은데요.

 

비단 자연산 감성돔과 도다리 때문이 아니라, 손수 낚기 위해 들인 그 노고와 정성이 이루 말할 수 없기에 아주 쬐금 더 특별하지 않나 싶습니다.

 

 

식사는 매운탕과 함께..

 

 

회덮밥은 각자 앞접시에 덜어서

 

 

이렇게 한 움큼 퍼다 입안 가득 넣습니다. 초고추장 맛으로 먹는 회덮밥이라지만, 기분상으로는 벚꽃이 만개할 무렵의 바다 맛이 들어있는 듯합니다. 비록, 꽝을 쳤지만 어복은 전적으로 본인의 몫이겠지요. 이날 좋은 자리 안내해 준 안혁진프로와 함께 시간 내서 좋은 추억 만들어 주신 박범수 대표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며, 후포 감성돔 낚시 조행기를 마칩니다.

 

이제 저는 최초로 어린 딸과 함께 가족 낚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4박 5일 동안 물고기가 아닌 행복을 낚아 오겠습니다.

 

#. 동해 후포 낚시 문의

안혁진프로 피싱샵(054-787-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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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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