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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2019년 4월 18일 목요일. 3년 만에 돌아온 임연수어를 낚기 위해 양양 수산항 방파제를 찾았습니다. 원래는 건너편 큰 방파제에서 했는데 지금 공사 중이라서 진입이 금지됐어요. 그래서 작은 방파제로 왔습니다.
언제 봐도 기분 좋은 갯바위. 올해는 자주 다닐 수 있겠지요? ^^
이곳 수산항에는 마리나가 들어서 제법 이국적인 풍경마저 자아냅니다. 날씨도 화창하고 바람도 적당해 낚시하기 좋은 여건을 보이는데요. 문제는 임연수어 조황이겠지요.
때는 2016년 경으로 돌아갑니다. 그때도 4월 초중순 경이었는데 소식 듣고 찾아가서 했던 첫 임연수어 낚시에서 4시간 동안 80 여수를 낚아내었습니다. 한 번의 굵고 짧은 낚시로 한 달치 반찬감을 톡톡히 마련했는데요. 이후 해마다 이맘 때면 임연수어 낚시를 계획했지만, 웬일인지 예전 같지 않은 조황 소식에 출조를 주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2년을 보내고 2019년이 돌아왔습니다. 알고 보니 최근 임연수어의 회유 패턴은 3년 주기로 찾아왔습니다. 물론, 동해 가까운 바다에선 매년 선상낚시로 임연수어 조황이 있었지만, 이렇게 연안 가까이 붙어 방파제 낚시가 호황인 경우는 3년 주기라는 것. 지난 2013년, 2016년, 그리고 올해입니다.
올해는 유독 이른 시기부터 출몰해 고성 일대에서 호조황을 비치다가 3월 말부터는 속초와 양양 일대 방파제에서 주로 낚이고 있습니다. 수산항 방파제는 이제 막 시작된 느낌인데요. 그래서인지 북적여야 할 방파제가 아직은 한산합니다. 아침 7시 반쯤에 도착해 자리를 살피는데 때마침 먼저 온 분이 황어를 낚고 계십니다.
채비를 준비하는데 반대편 분께선 제법 굵은 씨알의 임연수어를 낚고 계시더군요. 쭉 지켜보니 입질이 많진 않았습니다. 잊을만하면 들어오는데 일단 잡히면 씨알 하나는 굵직하더군요.
채비는 3B 막대찌 채비입니다. 면사매듭을 이용해 그때그때마다 수심을 조절하면서 해야 합니다. 지금은 바닥권에서 입질이 오니까 5~6m 정도에 맞추고 시작해 봅니다.
이곳은 수심 5~6m권을 보였고, 조금 더 멀리 치면 7m 정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밑밥에 떠오르는 활성도는 기대하기 어려우니 우선 바닥층부터 노리는데요.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저만 입질을 못 받고 양쪽에선 두세 마리씩 잡고 있었습니다. 빨리 수심층을 찾아내고 입질 패턴을 파악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때 저와 함께한 최필님이 성게를 연달아 2마리나 건집니다. 성게만 골라 낚기도 힘들 텐데.. 실은 3마리 잡았지만, 한 마리는 랜딩 중 떨궜어요. 그 정도로 이곳 방파제에는 성게가 많은가 봅니다.
시간은 흘러흘러 오전 11시를 가리킵니다. 오전에 일찍 온 분들은 이미 몇 수를 했고, 8시부터 10시까지는 소강상태로 정적만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11시가 되자 해가 중천에 걸리면서 임연수어들이 밑밥에 반응해 수심 3m권까지 떠오릅니다.
이때만 해도 하층만 노리던 저는 아차 싶었습니다. 옆 분이 캐스팅하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연달아 낚아내는데요. 이 장면에서 임연수어가 떴음을 느끼고 곧바로 면사 매듭을 조절해 수심 3.5m로 맞췄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저만 쏙 빼놓고 입질이 들어오는 게 아니겠어요?
어라어라? 아무리 그래도 이 쉬운 임연수어를 왜 혼자 못 낚을까? 이때만 해도 제 찌 부력에 문제가 있었음을 간파하기 못했습니다. 무언가 찌를 건드리는 입질이 들어오긴 했는데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 것이 화근입니다. 그간 낚시를 소홀히 하면서 감을 잃은 걸까요?
다 같은 막대찌지만, 옆 현지꾼의 찌는 찌톱이 수면 위로 살짝 나올 만큼 예민하게 세팅되었음을 이제야 알게 된 것입니다. 이는 임연수어 낚시의 기본이거늘, 어째서 이 중요한 부분을 간과했단 말인지.
제가 사용한 3B찌는 여부력이 제법 있었습니다. 잔존부력을 줄이기 위해 B봉돌을 하나씩 추가하며 찌맞춤을 하는데요. 결국, 도래 밑에 B봉돌 2개와 2B봉돌 하나를 달아야 찌톱이 수면 위로 5cm가량 나오면서 예민하게 맞출 수 있었던 것입니다.
허송 낚시로 시간을 허비한 입질의 추억. 이제야 임연수어를 낚아 올립니다. 그것도 바닥층에서요. 떴다길래 수심을 올렸더니 입질이 잠잠하더랍니다. 이날 임연수어가 밑밥에 반응해 떠오름을 유지한 시간은 고작 10~15분 정도. 그 사이 현지꾼들은 3~4마리씩 잡았고, 저는 여전히 0마리.
뒤늦게 수심을 올려보지만, 임연수어는 다시 하층으로 내려가고 난 뒤였습니다. 변덕스럽고 약은 녀석을 꼬득이기 위한 술래잡기는 오전 12시가 돼서야 끝이 났습니다. 차 막히기 전에 서울로 돌아가야 해서 이 녀석을 마지막으로 대를 접으려던 찰나~
왠지 모를 아쉬움에 유튜브용 카메라를 켜고 마지막 캐스팅을 합니다. 제게 남은 밑밥은 단 두 주걱. 마지막 캐스팅에 찌가 깔짝대는 입질이 들어오는데요. 가져가질 않아서 마냥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면 위 원줄을 감으며 챔질 준비를 하며 그렇게 30초를 재고 있었는데요. 이제 겨우 찌가 깜빡하며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임연수어겠지 싶어 챔질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힘이 당찹니다. 뜰채를 펴지 않아 손으로 랜딩하기까지 몇 초간 실랑이를 하고..
잡아낸 녀석은 다름 아닌 황선생. 이때만 해도 황선생 한 마리가 영상 올린지 3일 만에 15만 조회수를 안겨주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요. 평소라면 방생하고 말았을 황어를 이날은 왠지 챙기고 싶었습니다. 예전부터 궁금했거든요. 황어의 회맛이! 더불어 황어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도 소개하고 싶어서, 이날 집에 도착하자마자 고단한 몸을 뒤로 하고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황어는 강원도 재래시장에서 가끔 숭어나 농어로 둔갑되기도 합니다. 영상에서 이 이야기를 하자 몇몇 분들이 "어떻게 황어와 농어를 구별하지 못할 수 있느냐"며 반문하지만, 지금도 일부 상인은 관광객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을 상대로 상술을 부립니다.
낚시를 하는 사람이야 황어와 농어를 구별하지만, 생선에 지식이 없는 일반 소비자나 노인분들은 상술에 당할 수밖에 없죠. 이게 통하니까 성행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제 글을 보는 여러분들은 물론, 우리의 부모님들이 동해를 여행할 때 황어가 농어로 둔갑할 수 있음을 인지하시길 바랍니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황어를 회 떠보면 숭어와 닯았습니다. 앞에선 숭어 보여주고, 테이블에는 황어회가 나올 수도 있고요. 가농어니 황농어니 가당치 않은 말로 현혹하여 농어 가격을 받고 판매하기도 합니다.
숭어와 농어 자체가 값비싼 횟감이 아닌데 어떻게 황어를 속여파느냐고도 반문하지만, 황어는 숭어나 농어 시세조차 안 되는, 어쩌면 시세 형성도 되지 않을 만큼 헐값입니다. 그러니 kg당 2~3원씩 받고 파는 숭어, 농어 대신 kg당 5천 원도 안 되는 황어를 끼워 팔면 차익을 남길 수 있겠지요?
이것은 최필님이 잡은 성게. 흔히 '보라성게'라 부르지만, 이 성게의 정확한 명칭은 '둥근성게'입니다. 보라성게는 주로 남해에 서식하고, 둥근성게는 동해에 분포하는데요. 이 둘의 모양이 매우 흡사하기에 동해 사람들은 구분 없이 둥근성게를 보라성게라 부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라성게든 둥근성게든 우리가 먹는 알(생식소)가 차오르는 시기는 5~7월 경으로 비슷합니다.
지금이 4월이니 잘 하면 알을 얻을 수 있겠단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성게 두 마리면 성게 초밥 2~3피스가 가능하기에 집에 가서 열어보자 했지요. 결과는 꽝이었습니다. 아직은 이른지 생식소가 발달 중이었어요. 성게를 맛있게 먹어본 적이 없는 아내를 위해 가장 싱싱한 성게 초밥을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ㅠㅠ
이후 저는 일행과 함께 점심을 먹으려고 동명활어센타를 찾았습니다. 바로 앞에 '호객행위 근절'이란 플래카드가 버젓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호객행위가 엄청났습니다. 입구 쪽은 늘 손님 붙잡아두려고 호객을 하니 저는 최대한 구석으로 들어가 몇몇 횟감을 구매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사진 한 바구니가 5만 원.
구성은 씨알 굵은 전복치, 망챙이, 볼락류, 기름가자미, 잡어(횟대 종류), 멍게 정도입니다.
우선 망챙이부터 살펴볼까요? 표준명은 고무꺽정이, 현지에선 주로 '망챙이'로 통합니다. 매운탕으로 맛있는 어종인데 저는 회맛이 궁금해 횟감으로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회 떠주는 집과 커뮤니케이션 미스로 이 한 마리를 통으로 매운탕에 집어넣어 버렸네요.
이것은 전복치로 유명한 괴도라치입니다. 5만 원짜리 바구니에서 주연이 이 녀석이고 나머지가 보조로 딸린 것인데 정작 전복치는 제철이 아니어서 그런지 그리 인상적이진 않았습니다.
현지에선 종류 불문 '볼락'으로 불리지만, 세부 종을 살피면 동해에서만 서식하는 탁자볼락입니다. 이날 맛본 회 중 넘버원이었죠.
그 외 기름가자미(현지에선 물가자미로 통용), 가시횟대가 함께 곁들여졌는데요. 일행과 저는 만장일치로 탁자볼락 > 기름가자미 > 전복치 > 가시횟대 순이었습니다.
만 오천 원 주고 구매한 활새우도 있어요.
요건 꽃새우. (표준명 물렁가시붉은새우)
요건 흔히 닭새우라 부르는데 진짜 닭새우는 따로 있고 요 녀석의 표준명은 가시배새우죠. 위에 꽃새우와 이 녀석, 그리고 도화새우까지 해서 흔히 독도새우 3인방이라 부릅니다. 도화새우도 맛보려 했는데 이날은 없어서 둘만 비교했어요. 꽃새우와 가시배새우는 호불호가 갈렸습니다. 꽃새우는 부드러우면서 달짝지근하고, 가시배새우는 살이 탱탱하면서 달짝지근하고.
마무리는 식사와 고무꺽정이가 들어간 매운탕. 국물 맛이 좋았습니다. ^^ 이제 슬슬 봄이니 본격적인 출조 계획을 세워야 할 텐데요. 아 그전에 노후화된 제 차부터 처리를 하고, 새 차를 뽑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예요.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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