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후포의 어느 해안가

 

서울에서 밤새 달려 도착한 곳은 동해 후포의 어느 해안가. 새벽 2시 반에 일어나 여기까지 달려오려니 힘듭니다. 이 서울꾼의 비애란 ㅠㅠ

 

 

오전 9시, 포인트에 도착

 

감성돔 낚시는 주로 저녁에 되는데 뭣 하러 아침 일찍 왔을까요? 이유는 달리 없죠.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를 확보하기 위함이겠지요.

 

 

동해 감성돔 낚시는 여밭과 모래밭이 적절히 섞인 낮은 지형을 공략하는 것이 핵심

 

지금 시각은 오전 10시. 감성돔이 낚일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할 일도 없으니 지형도 파악해 겸 낚시를 시작해 봅니다.

 

 

채비는 감성돔 전용 낚싯대에 1호 반유동. 수심에 비해 꽤 무거운 채비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맞바람을 이기고 40m 정도 장타를 쳐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무겁고 둔탁한 찌를 선택합니다. 대신 작은 봉돌을 두 개 달아서 찌가 잠방잠방 잠길 만큼 잔존부력을 없앱니다.

 

이왕이면 목줄 윗부분에 달아주는 것이 좋겠지요. 수심이라고 해봐야 3~4m이니 이렇게 파도 없는 날에는 목줄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늘어트려 해초나 여밭을 살짝살짝 터치하듯 흘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캐스팅만 하면 끝.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고기 잡힐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때가 오면 괜히 설렙니다.

 

 

밑밥은 크릴 4장에 3.5kg짜리 마루큐 집어제 한 봉과 국산 파우더 한 봉을 섞어서 준비.

 

 

오늘 저와 함께 해주신 분은 한조무역 박범수 대표님과 독자 최필님.

 

 

제가 선 자리는 전방 30~40m 부근에 뻗어 있는 수중여 부근을 노린다고 합니다. 파도가 칠 때는 1.5~2호 반유동도 불사한다는데 지금은 보시다시피 바다가 잔잔합니다. 동해 감성돔은 파도가 치고 물색이 탁해져야 가까이 붙는데요. 지금은 시간도 시간이지만, 저녁이 되어도 파도가 일지 않는다면 오늘은 감성돔 보기가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개볼락(방언 꺽저구)

 

몇 차례 캐스팅으로 지형을 파악하던 중 찌가 자물자물합니다. 앞서 몇 차례 밑걸림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기다리지 않고 낚싯대를 천천히 뽑아 드는데요. 이때 토도독 하고 전해지는 잡어스러운 입질. 다름 아닌 개볼락입니다. 너무 앙증맞은 씨알이죠.

 

 

그때 저편에 계신 분(한때 쯔리겐 FG 회원분이셨던)이 뭔가를 걸고 뜰채질을 준비합니다. 설마 이 시각에 감성돔?

 

 

길쭉한 것이 황어입니다. 제가 잡은 것은 아니지만, 동해 감성돔 낚시에서 황어를 보면 왠지 불길한 징조처럼 여기기도 해요. 이름도 그렇잖아요. 황어 잡으면 그날 낚시는 '황'. 물론, 실제로는 황어가 감성돔 낚시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한참 낚시를 하다 보니 이제는 낚시인들이 한둘씩 자리를 잡습니다. 해변에는 원투낚시가 여럿 설치된 모습이고요. 대부분 감성돔이나 도다리 정도 노릴 것입니다.

 

 

이때 황어 낚으신 분의 낚싯대가 또다시 휘어집니다.

 

 

또 황이네요. ㅎㅎ

 

시간은 오후 1시. 어차피 지금은 낚시가 될 시간이 아니니 괜한 힘만 빼기보다는 나중을 위해 체력을 비축해 두기로 합니다. 우리는 저분과 함께 중국집 짜장면을 시켜 먹기로 했습니다.

 

 

주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짜장면 배달이 옵니다. 캬~ 역시 배달의 민족 아니랄까 봐. 요새 배달이 안 닿는 데가 없을 정도죠.

 

 

양장피까지.. 박 대표님이 쏘셨는데요. 지금껏 방파제에서 짜장면이나 짬뽕은 시켜봤어도 양장피는 처음입니다. 과연 바닷가에서 먹는 양장피 맛은 어떨지.

 

 

솔직히 엄청나게 맛있다고는 말 못 합니다. 면발은 탱탱 불었고요. 양장피에 으레 들어가는 해파리도 요새는 귀하고 비싸졌는지 해파리 모양을  전분 덩어리만 가득했죠. 그래도..  

 

 

그래도 바다낚시 도중에 시켜먹는 짜장면과 양장피 맛은 남달랐습니다. 살랑살랑 부는 바닷바람(이날은 좀 찼습니다. ㅠㅠ) 맞으며 먹으니 어찌나 꿀맛이던지. 예전에 방파제에서 시켜 본 적은 있었지만, 갯바위 낚시 도중 짜장면을 시켜먹는 경우는 처음입니다. 동해의 장점이죠. 그래서인지 기분도 맛도 새롭게 다가옵니다.

 

식사를 마쳐도 이제 겨우 2시. 본격적인 감성돔 낚시는 오후 4시부터라 그때를 위해 차에서 잠시 눈을 붙였습니다.

 

 

오후 4시 30분. 본격적인 낚시가 시작될 즈음

 

얼마나 잤을까?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10분. 박 대표님과 최필님이 낚시에 매진할 동안 저는 그야말로 꿀잠을 자다 깼습니다. 조황을 살피니 예상대로 감성돔은 나오지 않았지만, 황어 다수와 왕 도다리 한 마리를 잡은 상태입니다.

 

부시시 일어난 저는 다시 복장을 갖추고 접전지로 향합니다. 좀 전에 먹었던 양장피와 짜장면에서 알새우 몇 개를 챙겨두었는데요. 행여나 복어 같은 잡어 성화에 대비해 대체 미끼로 쓸 생각입니다. 양장피의 겨자 소스와 짜장 소스가 묻은 새우라 감성돔이 이 맛을 알아주길 바라면서 말이죠. ^^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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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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