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 뒤풀이의 좋은 예(한치회, 감성돔회, 홍게)



    후포 거일리의 해변

    어제 글 (내겐 색달랐던 동해안 낚시)에 이어 낚시꾼의 뒤풀이를 소개합니다.
    낚시를 마친 후 보트를 싣고자 해변으로 끌고 왔습니다. 세명에서 들고 왔는데 이게 보기보단 무겁더군요.
    덕분에 평소에는 안 쓰던 근력도 써보고 ^^


    이날 잡은 조과로 약 48cm, 42cm, 나머진 3짜 중반의 감성돔들이다.

    이날의 최대어


    박범수 사장님도 한 포즈를 ^^

    대게 철을 맞은 횟집들은 저마다 찜기를 돌리며 맛있는 수증기를 피어 올린다.


    잡은 감성돔 중 일부는 수조에 넣어 보관했다.

    #. 주당은 술을 키핑하지만, 낚시꾼은 횟감을 키핑해
    뒤풀이 장소는 인근의 단골 횟집. 일곱 마리 중 세 마리만 회를 뜨기로 하고 나머지는 수조에 넣어뒀습니다.
    낚시꾼은 식재료를 제공하는 대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어 좋고, 남은 고기는 수조에 넣어둠으로써 횟집은 전시용 효과를 보겠지요.
    낚시를 마친 후 지금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수조에 넣으니 다시 숨을 쉬며 헤엄치는 감성돔의 강인한 생명력. 
    이때 다른 일행이 합류했습니다. 인근 앞바다에서 아주 맛있는 걸 잡았다면서, 이거부터 먹어야 한다며 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한치회"

    이곳 현지꾼이자 후포 지구장님 일행은 인근에서 한치를 열 몇 수 낚았다며 곧바로 합류했습니다.
    한치회 중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는 접시 아래쪽에 누르스름해 보이는 '귀' 부분입니다. 맛은 어땠느냐고요?

    "그야말로 끝내줬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만합니다. 그렇게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먹으니 뒤쪽에 있던 일반 손님이 궁금해서 횟집 주인에게 물어보는 것 같습니다.
    메뉴판에도 적혀있지 않은 저것의 정체가 뭘까? 이 사람들은 전문 낚시꾼인데 앞 바다에서 잡아온 한치라는 말을 듣고서야 납득이 가는듯 합니다.^^

    참고로 도시권 사람들에게 한치란 끈적거림이 많은 재료쯤으로 기억하실 분들 여럿 될 겁니다.
    조금만 지나도 표면이 끈적해져서 맛이 반감되거든요. 서울, 수도권, 그 밖에 내륙지방에서는 이런 활 한치회를 취급하는 곳이 별로 없고, 또 일정 시간
    숙성해서 만드는 한치 초밥은 특유의 끈적함으로 인해 개인적으론 좋아하지 않아요. 
    이 이야기는 늘 살아있는 한치회만 접하는 현지꾼들에겐 도통 이해가 안 될 겁니다. ^^

    우리가 알고 있는 한치의 제철은 여름으로 알고 있으며, 이때의 제주도 밤바다는 수평선을 가득 매운 한치 배들로 가득합니다.
    이렇듯 한치 하면 제주도를 떠올리지만, 이곳 울진에서도 한치가 낚인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미 현지꾼들은 에깅 채비를 이용해 아침저녁으로
    한치 낚시를 즐긴다고 해요. 외해와 인접한 테트라포드나 여치기 위주로 성행하는 감성돔 낚시와는 달리 한치 낚시는 내항에서 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낚시 여건이 한결 좋은 편입니다. 하지만 의외의 사실도 있습니다. 이렇게 한치 낚시가 성행하는 지역임에도 한치 조업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요.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한치 조업은 물론, 한치 선상낚시를 할 수 있는 포인트 개발이 이뤄진다면, 이곳을 회유하는 많은 양의
    한치 자원을 소득으로 환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 봄에 맛보는 한치회의 맛이란
    그 어떤 고급 횟감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을 지녔습니다. 실제로 인근의 공판장에서 거래되는 한치 시세는 마리당 1만원을 넘긴다고 해요.
    그만큼 한치값이 금값입니다. 오히려 감성돔이 한치보다 저렴할 정도.
    몇 번 씹어서는 좀처럼 물러지지 않는 고탄성의 살점. 질긴 것과는 식감의 성격이 다릅니다.
    질김으로 인해 끊어지지 않아 목구멍으로 쉽사리 넘길 수 없는 그런 현상은 없고요. 탄력이 적당해 씹는 즐거움을 줬던 한치회.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게 기본이지만, 저렇게 고추냉이를 한 웅큼 넣어 먹으니 그 맛이 각별합니다.
    한 번은 일본식으로도 먹어봤어요. 작년에 놀러왔던 일본인 친구들을 횟집으로 초대해 식사했던 적이 있는데, 거기서 확인한 문화의 차이 중 하나는
    초고추장이 없는 일본은 멍게, 해삼, 전복등을 먹을 때도 고추냉이를 한 움큼 올려 간장에 찍어 먹는다는 사실입니다.
    한치회를 그렇게 해서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궁합이 괜찮더군요. 오히려 달작한 맛이 느껴지기도 했으니 몇 번은 그렇게 먹어볼만 합니다.


    개인적으로 쌈에다 고추, 마늘 등을 올려서 먹는 걸 즐기진 않지만, 사진을 위해서 한 컷 찍어봤다.

    얇게 저며서 나온 감성돔회

    #. 산란철이 아닌, 이른 봄에 잡히는 자연산 감성돔
    저렇게 얇게 저며서 나와도 워낙 싱싱해서 참으로 쫄깃쫄깃합니다. 만약에 저걸 두껍게 썰었다면 씹는 데 힘 좀 들었을 지두요.
    다만, 저처럼 서울에 사는 꾼들은 현지에서 가져오는 동안 살이 숙성되기 때문에 약간 두껍게 썰어야 할 겁니다.
    현지꾼들은 숙성회 맛을 볼 일이 없으니 이해가 안 갈지도 모르지만,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맛은 있어요.
    그래도 저는 숙성회를 자주 먹어버릇 해서 그런지 이 날 먹은 감성돔 맛이 아주 각별했습니다. 

    일반인들에겐 실례되는 말일지 모르나, 저는 양식 감성돔을 먹어 본 기억이 거의 없어 이 둘을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가 별로 없습니다.
    양쪽 다 먹어보았다면 양식이 따라갈 수 없는 자연산의 우월함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할 텐데요.
    구태여 비싼 돈 들여가며 양식회를 먹을 일은 없으니깐 말입니다. ^^; 참고로 요즘 나오는 봄 감성돔은 산란징후가 없는 개체가 주류라고 해요.
    현지에서 말하는 일명 '사쿠라 다이'는 봄 감성돔으로 5~6월에 들어오는 산란 감성돔과는 명백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고추냉이만 따로 올려놓고 먹는 중이다

    소주 한잔 털어옇고 감성돔 뱃살 한 조각 입에 넣으니 노곤했던 몸이 금새 풀어진다

    간장에 찍지 않고 고추냉이만 올려서 맛을 봅니다.
    그동안 감성돔회는 많이 먹어봤지만, 동해권 감성돔은 처음 먹어봐요.
    꾼들 말로는 이 감성돔도 지역마다 약간씩 맛이 다르다는데요. 다른 건 모르겠지만 한겨울에 가거도에서 맛본 감성돔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가거도에서 맛 본 감성돔은 기름기가 많아 배지근한 느낌이었고, 이곳 감성돔은 담백하고 깔끔했습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계절이 다르고, 씨알도 달랐으며 또 칼질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어 지역의 차이라 보기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쌈 채소, 감성돔회, 한치회로 삼합을 이루었다. 이는 어디에서도 맛보기 어려운 조합일 것이다.

    뽀얀 국물의 감성돔 맑은탕(지리)

    얼큰한 감성돔 매운탕

    이후 자리를 옮겼는데 홍게 박스가 덩그러니. ^^
    이날 먹을 복 터졌나 봅니다. 사진은 후포 지구에서 준비해 주신 홍게에요.
    이 맛있는 홍게를 눈앞에 두고도 배가 불러 양껏 먹을 수 없는 현실이 아쉬웠습니다. ㅎㅎ


    박범수 사장님과 홍게. 씨알이 제법 크다

    홍게는 일반 대게보다 더 깊은 곳에 서식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수심 700~2000m 정도로 포항, 감포, 속초 앞바다까지 서식하는 한류성 대게로 천연에서 우러나온 짠맛이 과하지 않아 산뜻했고, 살에선 단맛이 났던
    홍게였습니다.


    2차 뒤풀이는 돔앤돔(DOM&DOM) 사무실에서

    뒤에 보이는 현수막 디자인에 시선이 가네요.^^
    돔앤돔은 후포에 근거지를 두고 다양한 지역의 회원들과 함께 바다낚시를 즐기는 낚시클럽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이날 모이신 분들은 낚시에서 한딱까리 하는 전문꾼들로 쯔리겐의 한국 지사 팬 클럽인 '쯔리겐 FG' 회원들입니다.

    맨 뒤에 브이자를 하고 계신 쯔리겐 FG 운영자 박범수 명인을 필두로 시계방향으로 후포지구 안덕준님, 감총 안혁진님, 포항지구 박경호님,
    영남지구이자 메니저를 담당하고 있는 임종삼님, 포항지구 박정훈님, 영동지구 박영규님, 그리고 후포 지구장님과 김남규 부회장님까지

    많은 분이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었습니다. 이분들이 바다를 찾으면 고기들은 긴장해야 할 겁니다.^^
    더불어 바다를 아끼고 사랑하며, 낚시하면서 언제나 솔선수범하는 베테랑들이지요.

    제가 생각하는 낚시란? 단순히 고기를 잡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닌, 자연을 이해하고 주어진 상황에 적응해 나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늘날 바다낚시를 보면 자꾸 사람 VS 사람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는데요. 제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사람 대 자연" 입니다. 자연을 상대로 인간은 티끌 같은 존재이기에 늘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다가 주는 혜택으로 인간들이 누리는 이득이 얼마나 많습니까? 때론 모질게 굴며 고생도 시키지만, 그래도 짜릿한 입질의 추억과 함께 이렇게
    여러 지역 사람들을 한 자리에 뭉치게 하며, 도시권에선 쉽사리 맛볼 수 없는 천연의 식재료로 우리들의 입을 호강시키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바다가 주는 혜택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바다와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어서 소중함을 더 느낄런지도 모르겠군요.^^
    저의 후포권 낚시 투어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엔 또 어느 지역, 어떤 포인트가 될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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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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