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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도의 어느 해산물 식당, 인도네시아 술라웨이섬
마나도에서 촬영을 마친 저와 <성난 물고기> 팀은 부톤으로 향하기 전 이곳에서 마지막 식사를 가지기로 합니다. 도착한 곳은 현지 운전 기사의 추천으로 오게 된 그야말로 현지인들만 북적거리는 해산물 전문 식당.
좀 더 마나도스러운 식사를 바랐는데 적중했습니다. 숯불 생선구이는 이곳 마나도 사람들이 흔히 즐기는 전통 음식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인지 마나도에는 이런 유형의 음식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마치 광장시장의 생선구이 골목이 떠오를 만큼 생선구이 냄새로 가득하지만, 막상 숯불에 올려진 생선은 우리의 그것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생선을 굽고 있는지 살피기로 합니다.
크고 작은 생선에 토막난 생선까지 숯불에 올려지는데요. 이렇게 봐서는 정확히 뭘 굽는지 알 수 없습니다.
마나도에서 별미로 손꼽히는 가지 구이입니다. 지난 번에 먹은 가지 구이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는데요.(가지를 숯불에 구웠더니 완전히 다른 음식이 돼버린 것처럼 살살 녹았죠.) 이번에도 기대가 됩니다.
우리는 주문을 위해 생선 진열대 앞에 멈췄습니다. 여기서 원하는 생선과 해산물을 고르면, 저울을 달고 무게에 따라 값을 매기는 식입니다. 조리비가 포함된 가격인지는 모르겠지만, 밥과 반찬, 음료는 별도로 시키는데요. 그래봐야 얼마 안 나옵니다. 참으로 눌러 살고 싶어지는 착한 물가죠. ^^;
그나저나 이 많은 생선 중 어떤 걸 구워야 맛있게 먹었다고 소문날지 고민이 됩니다. 맛있는 물고기와 맛없는 물고기를 어떻게 알고 골라야 할까요? 당연히 생선이니 신선도가 최우선인데 여기에 올려진 생선은 대부분 신선할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로 하고 골라보겠습니다. 우선 제 눈에는 크게 세 가지 그룹이 눈에 들어옵니다.
1) 빨간 물고기 : 다금바리 사촌격인 무늬바리 종류입니다.
2) 은색 물고기 : 전갱이와 사촌격인 줄전갱이입니다.
3) 점박이 물고기 : 역시 다금바리와 사촌격인 갈색둥근바리 종류입니다. 필리핀에서는 '라푸라푸'라 부르며,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이거 너네가 좋아하는 다금바리지? 여기선 저렴하게 드셔"라면서 덤탱이 쓰는 물고기이기도 하죠. 다만, 동남아 국가에서는 라푸라푸도 고급 어종이기는 합니다.
무늬바리
우선 빨간물고기를 볼까요? 오키나와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에서는 고급 요리 재료인 무늬바리입니다. 저는 이 녀석을 선택하기로 합니다.
갈색둥근바리
역시 동남아 국가에서는 고급 어종 취급을 받는 바리과(그루퍼) 어류입니다. 다금바리와 사촌이긴 한데 맛은 훨씬 못합니다. (어디까지나 회 맛으로 따지자면) 먹으려고 했다가 인원수에 비해 너무 커서 포기.
별무늬갈전갱이(호시카이와리, ホシカイワリ)
요즘 수산시장에 가면 맛이 좋기로 유명한 '흑점줄전갱이(시마아지)'가 일본 양식산으로 들어오는데요. 같은 어종은 아니지만, 시마아지와는 사촌입니다. 육질과 맛도 비슷해 일본에서는 고급 어종으로 여기죠. 다만, 이 녀석의 분포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데 일본 남부에서 호주 북부, 뉴칼레도니아, 아프리카, 인도양까지 아열대 및 열대를 아우를 만큼 광범위하게 서식합니다.
이렇게 광범위한 위도에 걸쳐 분포하는 어류는 최대한 찬물에 서식할수록(좀 더 북반구이거나, 좀 더 남반구이거나) 맛이 좋아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적도 부근에서 잡힌 이 녀석은 선택에서 제외토록 합니다. 게다가 눈동자가 맛이 갔어요. 신선해 보이지가 않습니다.
어린 줄전갱이
아열대 및 열대 해역에 주로 서식하는 줄전갱이입니다. 스포츠 피싱 대상어로도 손색없을 만큼 크게 자라지만, 대형 개체는 일부 시가테라(식중독을 유발하는 독소)가 들었고, 작은 것은 맛이 없으며, 전반적으로 살에 수분이 많아 튀겨먹을 때나 맛이 있는, 보통은 맛이 없어서 즐겨먹는 식용어는 아닙니다.
줄전갱이는 적도 해역을 중심으로 서식하지만, 겨울에는 제주도에도 한시적으로 나타났다가 낚시로 잡히곤 합니다. 크기는 주로 25cm 전후인 어린 개체인데요. 자기 의지와는 상관 없이 난류에 실려 왔다가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디인가?" 하다 서식 환경이 맞지 않아 소멸되는 사멸회유어죠.
작은 전갱이과 어류인데 우리 딸내미 반찬감 크기라 넘어갑니다.
그리고 무늬오징가 있습니다. (선택)
황다랑어로 추정되는 참치 토막도 선택합니다.
무게를 잰 다음 테이블에서 기다리면
참치 토막 구이
이렇게 숯불에 구워져 나옵니다. 숯불 구이라 약간의 숯향이 날 법도 한데 저렴한 야자탄을 쓰는지 그런 향은 나질 않네요.
참치 턱살 구이
참치 턱살은 우리가 흔히 '가마도로'라 부르는 고급 부위를 말합니다. 생선회 문화가 없는 이곳에서는 보통 구이로 먹습니다. 딱딱한 뼈 사이사이로 살덩이가 제법 많아 발라먹는 재미가 있는데요. 무엇보다도 맛이 좋아 포기할 수 없는 부위이기도 합니다. 이곳 마나도에서 이런저런 생선구이를 먹어봤지만, 맛으로는 참치 턱살이 최고였습니다.
좀 전에 고른 무늬오징어도 잘 구워져 나옵니다. 야들야들하면서 적당히 씹히는 식감이 역시 오징어의 제왕답습니다.
무늬바리 구이
제가 고른 두 마리의 무늬바리 중 하나입니다. 그루퍼 종류라 살이 탱글탱글합니다. 맛도 무난한데요. 한 가지 의아한 것은 소금간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곳에서 파는 생선구이는 한결같이 간을 하지 않더군요. 겨우 두 집을 둘러본 것이라 마나도의 생선 구이가 전부 그렇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말입니다.
마나도의 매운 소스 중 하나인 Dabu-dabu
제 생각에는 생선에 소금을 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생선과 곁들여먹는 이 소스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북부 지방은 비교적 추운 기후(?)로 몸에 열을 내기 위해 매운 음식을 곁들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표적인 소스가 바로 다부다부인데요. '이칸 바카르(Ikan bakar)'라 불리는 인도네시아식 숯불 생선구이와는 찰떡 궁합입니다.
그렇다더라도 소금 간을 한 것과 하지 않은 것에는 맛에 적잖은 차이가 날 텐데 말입니다. 매운 소스를 곁들인다고는 하나 결국에는 간이 배지 않은 살과 곁들이는거라 양념과 살이 따로 논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어쨌든 다부다부(Dabu-dabu)라 불리는 이 소스는 생선구이와 정말 잘 어울리는데요. 몸에 열을 내기 좋은 신선한 고추를 듬뿍 넣어 한국의 매운맛과 비견될 만큼 화끈한 맛이 특징입니다. 재료는 여기서 재배되는 새눈고추(Bird's eye Chili)를 비롯해 다진 샬롯, 깔라만시 즙, 터머릭, 갈랑강(생강과), 토마토, 소금, 설탕, 오일 등으로 만드는데 그 맛이 멕시코의 살사와 유사한 풍미를 내면서 한국인의 입맛에도 착 감기는 맛입니다.
마나도식 삼발소스라 불리며, 이곳의 명물인 이칸 바카르(숯불 생선구이)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 우리네 식으로 치면 마치 밥과 김치가 빠지지 않는 식탁처럼 말입니다.
여기 또 다른 매운 소스가 있습니다. 소스라기보다는 해산물과 곁들여먹는 매운 조미료에 가까운데요. 맛을 보니 웬 다데기 양념장?
"아주머니 여기 순대국 한 그릇 추가요"
라고 할 뻔했던 맛. 뭐죠? 한국 음식점인가? ^^;
숯불 생선구이와 마나도식 매운 삼발 소스의 궁합은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그 만큼 한국 음식과 닮은 것이 이곳 마나도 음식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단순히 고추의 알싸하고 얼얼한 통각만으로 자극을 주는 캡사이신의 맛이 아닌, 짜고 달고 신맛이 충분히 가미되면서 느껴지는 풍부한 맛은 더위에 지칠대로 지친 제 입맛을 제대로 깨워주었습니다. 마나도 음식이 매운 맛으로 대변되는 만큼 한국인의 기질과도 일정 부분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이르지만,
구운 가지가 참 맛있네요.
나머지 반찬들도
모양에서 맛까지 어쩜 한국 음식을 쏙 빼닮았을까? 계속 먹고 있으니 기분이 묘합니다. 분명 이곳은 술라웨시섬 최북단이고, 적도에서 약간 북쪽에 치우친 열대 도시인데 음식에서 적잖은 공통점이 발견된다는 점이 흥미롭기도하고.
매운 맛을 좋아하는 기질에서는 분명 한국인과 유사점을 찾을 법도 한데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는 못합니다. 우리나라 매운고추와는 다른 톡 쏨에서 고추 기질만큼은 다름이 느껴지는데 말입니다. (여기서 인문학에 약한 제 밑천이 드러나는듯 ㅠㅠ)
우리에게는 제법 익숙한 밥과 생선구이의 조합
생선구이에 흰쌀밥을 곁들이는 것도 우리에게는 익숙한 조합. 어떻게 먹는지 옆 테이블 현지인의 먹는 습관을 관찰했는데요. 우리처럼 밥 위에 생선구이를 올려먹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여럿이 반찬을 공유하는 문화도 우리네 식탁 풍경과 닮았다
마나도 음식은 자신을 마나도인이라 부르는 '미나핫사(Minahasssa)' 부족의 전통 요리와 한때 식민 지배를 했던 포르투갈 및 네덜란드의 영향을 받아 인도네시아에서도 좀 처럼 보기 드문 음식 문화로 발전했습니다. 특히, 술라웨시섬 북부는 이슬람권 지배를 받는 다른 인도네시아 지역과 달리 개신교도가 많습니다. 따라서 무슬림의 할랄 음식을 추구하지는 않죠.
그래서인지 마나도 음식은 돼지고기를 비롯해 소와 닭고기, 생선, 심지어 뱀과 멧돼지, 개, 박쥐에 이르기까지 재료에 별다른 구애를 받지 않습니다. 향신료는 고추를 비롯해 생강, 다진마늘, 라임(혹은 깔라만시) 즙 정도가 사용된 양념을 고기에 발라 굽거나 소스로 이용되는 정도라 한국 음식처럼 맛있게 맵고 우리 입에도 잘 맞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술라웨시섬의 주도인 코타 마나도는 현재 관광 및 휴양지로 개발 및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에 한국에서의 직항도 고려하고 있죠. (지금은 발리를 경유해야 합니다.) 마나도에 오시면 한국 음식만큼 맛있게 매운 이곳의 전통 음식을 한 번쯤은 맛보시길 권합니다. 아래 제가 이용한 식당 정보를 공유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 마나도 해산물 요리 전문식당
상호 : Warung AfishA - Aneka Ikan Bakar(구글 지도에서 상호 치면 바로 검색)
영업 시간 : 매주 오전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휴무일 없음)
주소 : Jl. Balai Kota, Tikala Ares, Tikala, Kota Manado, Sulawesi Utara, Indone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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