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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마도 낚시, 철수 직전 극적으로 잡은 대물 감성돔
가족과 함께한 봄 대마도 낚시, 2일 차 오후입니다. 앞서 오전에는 홀로 출조했다가 철수 직전에 50cm급 감성돔 한 마리를 잡았고, 오후에는 같은 자리에 아내와 딸을 데리고 갑니다.
미네만 이까다마에
숙소에서 배를 타고 10분이면 닿는 미네만의 어느 포인트. 갯바위 지형이 낚시하라고 만든 것처럼 평평해 야영도 가능합니다. 다만 만조가 되면 텐트 친 자리 바로 아래까지 잠긴다는 점. 지금 시각은 오후 2시이고 간조를 앞두고 있습니다. 텐트는 이번 대마도 낚시뿐 아니라 앞으로 있을 우리 가족의 생활낚시를 위해 새롭게 장만.
둘 중 한 사람은 딸을 봐야 하기에 낚싯대는 한 대만 펴기로 합니다. 앞서 오전 낚시에서 지형과 수심은 파악했으니 그 정보를 토대로 아내에게 낚시를 시킵니다. 과연 아내는 오짜 감성돔을 낚아내며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지..
채비는 B 전유동
#. 아내의 장비와 채비
로드 : 머모피 사이버티탄3 1-530
릴 : 시마노 BBX 하이퍼포스 3000번 LBD릴
원줄 : Zen 세미 플로트 3호
어신찌 : 쯔리겐 슈퍼 익스퍼트 B / 조수우끼고무 L
목줄 : 토레이 슈퍼 L-EX 리미티드 2호
바늘 : 감성돔 바늘 3~4호
이날 물때는 3물이고 간조를 앞두고 있습니다. 철수 시각인 6시까지 초들물~중들물을 노릴 수 있으니 지금보다는 초들물이 시작되는 3시 이후가 기대됩니다. 남서풍이 제법 불고 있어서 텐트를 고정하지 않으면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던지면 펴지는 원터치 텐트라 고정핀이 있지만, 여기서는 사용하기가 번거로워 낚시 가방으로 고정해 놓습니다.
대물 감성돔을 노리는 지점은 전방 7~8m 앞 수중여 부근. 다만, 맞바람이 불고 있어 그보다 두 배는 먼 거리인 15m 정도에 채비를 안착시키고 서서히 가라앉혀 수중여 부근을 훑는 식으로 공략해 봅니다.
이때는 바람이 굉장히 불고 있어서 딸은 텐트에 들어가 있었고
잠시 후 아내가 쏨뱅이로 첫수를 올립니다.
이어서 복어를 연달아 잡는 아내. 그것을 들고 자세를 잡아 보이는 딸.
오후 3시. 초들물이 들고 있는 현 상황은 일단 복어 천국입니다. 다행히 전갱이나 고등어 같은 성가신 잡어는 없는 대신 복어가 많아서 바늘 몇 개를 헌납하고 맙니다. 바늘까지 뚝 잘라 먹는 범인은 대부분 복어.
엄마가 낚시하는 모습에 자극받았는지 딸도 낚시하겠다고 나섭니다. 제가 가진 낚싯대 중 가장 짧은 루어대에 전유동 채비를 만들어 주었는데요. 길이는 짧아도 엄연히 어른들이 쓰는 낚싯대로 갯바위 전유동 낚시라니~ 다섯 살부터 너무 고난도의 낚시를 하게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군요. 이다음에 스무 살이 되면 갯바위 낚시 경력이 벌써 15년 차. ^^;
딸이 노리는 구간은 갯바위 가장자리. 찌가 쏙 들어가는지만 보라 했더니 어느새 챔질까지 하는 딸. 챔질하자마자 본능적으로 릴을 감습니다.
그리하여 생애 처음으로 어랭이를 낚아 봅니다. 제가 낚시를 가면 딸의 밥반찬을 위해 커다란 어랭이는 몇 마리 챙기는데요. 딸은 평소 먹기만 하던 생선의 실물을 이제야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한편, 아내는 감성돔 공략에 집중합니다. 복어의 기승을 피해 나름의 방법으로 해법을 찾고 있는 아내. 이때부터 밑밥은 포인트에 1~2 주걱, 발 앞에 2~3주걱 뿌리며 잡어를 묶어두기 시작합니다.
전방 7~8m 수중여를 공략하다가 이번에는 가까운 곳을 공략 중인데 채비가 내리는 도중 찌가 쏜살같이 들어갑니다.
퍽퍽하고 무는 이 녀석.
다름 아닌 졸복입니다.
손바닥에 올리고 머리를 쓰담 쓰담 해주면
배를 부풀리는 졸복.
이렇게 보니 약간 두꺼비 같기도. 딸에게 만져보라 하였는데 미끈거리는 느낌이 신기해서 계속 쓰담 쓰담 해주는 딸.
보기에는 귀여운 녀석이지만, 여러 사람 죽이는 맹독을 품었다고 알려줍니다. 그래서 이 복어만큼은 아빠도 어찌할 수 없다며 바다로 돌려보냅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딸이 하나하나 배워나가겠지요.
어른 낚싯대로 전유동 낚시를 시도하는 어린 딸
복어를 놔준 이후 딸은 더욱 낚시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어랭이가 걸려들지, 복어가 걸려들지, 아니면 다른 무엇이 걸려들지 알 수 없는 바다에서 찌만 보고 그것을 입질 신호로 받아들여야 하는 일종의 놀이 같은 것. 중간에 숭어 떼가 엄청나게 들어오는 것도 보았고, 40cm가 넘는 황줄깜정이가 갯바위 가장자리에 돌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만약, 딸의 채비를 물기라고 한다면 딸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우니 제가 나서야 합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캐스팅은 무리더라도 챔질과 파이팅까지는 가르쳐야겠습니다.
오후 4시. 어느덧 바람이 잦아들면서 평화롭고 한적한 갯바위 낚시가 이어집니다. 아내의 감성돔 낚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서 역할을 바꾸기로 합니다. 이번에는 제가 감성돔을 노리기로 하고, 아내는 딸을 봐주기로 합니다. 딸의 구명복 끈이 길게 늘어졌네요. 이동하다 발에 걸릴 수도 있으니 저런 자투리 끈은 짧게 다시 매줍니다.
오후 4시가 지난 시점. 이제는 슬슬 감성돔이 들어올 때가 되었는데... 저만치에서 흐르던 찌가 자물자물하더니 스르륵 미끄러져 들어갑니다.
복어 당첨! 수심 6~7m 부근을 집요하게 노리는데 대부분 복어 아니면 어랭이. 이제 남은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점점 압박감이 죄여 옵니다. 여기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해도 우리 가족에게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마도까지 왔는데 감성돔 얼굴은... 아니 그보다는 딸과 함께 배를 타고 들어온 첫 갯바위 낚시에서 커다란 감성돔을 보여주게 된다면, 딸이 어떤 자극을 받게 될지도 무척 궁금하기에 꼭 잡아내고 말 것이라 다짐합니다.
이때 딸이 뭔가를 낚아 올립니다. 힘이 센지 릴을 감는 고사리손에서 약간의 힘겨움이 느껴지는데요. 설마 딸이 감성돔을 잡은 걸까? 릴링에 힘이 들어가자 엄마가 와서 돕습니다.
커다란 쏨뱅이를 잡은 딸
역광에 눈이 부신 나머지 그만 눈을 질끈 감아버린 딸. 어쨌든 딸이 한 건 했습니다. 커다란 쏨뱅이를 잡아낸 딸은 '힘들어~' 한마디 하더니 자기는 좀 쉬고 있겠답니다. ㅎㅎ
거의 발 앞에서 잡은 것 같은데요. 등잔 밑이 어둡다고 발밑에 이런 쏨뱅이들이 웅크리고 있었으니(밑걸림 없이 낚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번에는 추가 타를 위해 아내가 나섭니다.
채비 내리자마자 강력한 입질이 들어오는데 좀 전부터 요 밑에 뭔가가 있습니다. 크고 방추형으로 생긴 뭔가가 그림자처럼 어슬렁거리더니 결국 아내의 채비를 물었습니다. 낚싯대는 수면 아래 처박혔고 '찌이익~ '하며 드랙이 나가는가 싶더니 그대로 터지고 맙니다. 뭔지는 몰라도 엄청난 녀석입니다.
채비를 정비한 아내. 다시 던져 입질을 받아내는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당한 씨알의 숭어입니다. 숭어임을 확인한 아내는 이전보다 적극적인 파이팅을 하기보다는 약간 가지고 노는 듯합니다. (....) 드랙이 나갔다 멈추었다 실랑이를 벌이며 손맛을 즐기는 아내.
이제 숭어 힘은 충분히 뺐으니 뜰채질만 남았는데 수면까지 다 올려놓고 터트립니다. 이런~!!! (딸에게 숭어 좀 보여주려 했건만) 아쉬운 마음에 다시 한번 숭어를 노리는 아내. 뒤에서 낚싯대를 달라는 딸.
시간은 어느새 오후 5시 15분. 짐 정리도 해야 하니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앞으로 30분. 이렇게 낚시하면 시간 참 빨리 갑니다. 30분 안에 감성돔을 잡을 확률이 얼마나 있을지 생각하자니 기분이 찹찹합니다.
이때 수중여 부근을 흐르던 찌가 살짝 흔들립니다. 오전에 대물 감성돔을 히트했던 바로 그 지점입니다. 노심초사 지켜보는데 찌가 스르륵 잠기더니 또다시 멈춥니다. "아~ 이것 봐라" 하고 있는데 순간 찌가 그 자리에서 순삭!
"왔다 왔어!"
전형적인 잡어 입질을 참아가며 받아낸 묵직한 찌내림. 챔질하자마자 대를 세워보니 일단은 씨알이 큽니다. 휨새로 보나 움직임으로 보나 황줄깜정이나 벵에돔이 아님은 확실. 혹시 참돔일까요?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참돔이나 감성돔이면 좋은데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봐선 대물 숭어나 독가시치일 확률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걸 아내가 걸었어야 내용이 재밌어지는데 ㅠㅠ)
꾸욱~ 하고 들어가는 액션으로 보아 독가시치도 아닌 듯. 이제 남은 확률은 감성돔과 숭어입니다. 제발 감성돔이길 하며 간절히 바라는데 초릿대가 수면 가까이 박히면서 한두 차례 LB(레버 브레이크)를 짧게 쏘았다 잡아줍니다. 목줄에 걸릴 혹시 모를 부하에 힘을 분산 시킨 겁니다. 만약, 이것이 감성돔이라면 한두 마리 추가 타가 있을 수도 있으니 포인트에 밑밥을 주어 녀석들을 달래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만약 한두 마리가 포인트 내로 들어와 있다면 방금 던진 밑밥으로 하여금 경계심을 허물고 계속해서 먹이활동을 하길 기대한 겁니다.
잠깐의 실랑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녀석은 더욱 기세등등하게 처박습니다. 이에 질세라 저도 낚싯대를 곧추세워 틈을 주지 않습니다. 이 정도 실랑이면 슬슬 힘이 풀릴 때도 된 것 같은데~
이윽고 항복하고 떠오른 녀석. 수면 아래 일렁이는 빛깔과 모양에 촉각을 곤두세우는데 다행히 은빛 번쩍한 감성돔입니다. 캬~ 대물 감성돔을 오전에 한 마리, 오후에 한 마리 잡아내다니. 더도 말고 이렇게만 나와줘도 낚시할 만한데요. 그래도 그렇지 꼭 철수 직전에야 겨우 모습을 드러내 주니 이렇게 사람 마음을 애태울 수 있나요.
어쨌든 방심은 금물입니다. 아직 뜰채에 담지 않으면 내 고기가 아니죠. 죽음을 예감한 녀석은 이 시점에서 마지막 몸부림을 칩니다. 이때 바늘이 부러지거나 벗겨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죠. 몇 초간 시간이 들더라도 차분하게 끌고 옵니다.
이윽고 뜰채에 담기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이 모습을 아내와 딸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제 마무리합니다. 낚시하면서 가장 두근거리고 기쁜 순간, 그것도 가족과 함께하니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요.
원하는 대상어를 낚아내면 바늘이 어디쯤 박혔는지 살피는 편입니다. 박힌 위치를 보면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서 챔질 타이밍이나 챔질 방향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 그래서 좀 전의 챔질 타이밍을 기억하며 살펴보는데, 약은 입질에도 충분히 참아가며 챔질한 탓에 바늘은 잘 박혔지만, 위치상으로는 조금 위험했습니다.
보시다시피 대물 감성돔은 융모가 매우 단단해 운이 나쁘면 바늘이 제대로 박히지 않아 파이팅 도중 벗겨지기도 합니다. 그 점이 염려되다 보니 한번 걸고 나서도 두세 번 확인 챔질을 해주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51cm급 감성돔을 잡아낸 필자, 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다
지금껏 보았던 물고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크기에 딸이 잠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것이 아빠가 말했던 바다의 왕자 감성돔이야"
철갑을 두른 은빛 갑옷, 건들면 당장에라도 찌를 듯 곧추세운 날카로운 등지느러미 가시.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풍채와 우람함. 비록, 이렇게 낚여 사진을 찍히는 순간까지도 위풍당당함을 잃지 않는 감성돔. 왜 바다의 왕자란 별명이 붙었는지 이 장면에서도 조금은 알 수 있겠지요.
꼬리를 좀 더 만지면 51cm까지 나오는데 우선은 50cm라고 해둡시다. ^^;
감성돔이 확인된 지금부터는 아내가 낚싯대를 잡습니다. (좀 전에 감성돔을 아내가 잡았어야 했는데 그 아쉬움이 가시질 않는군요. ㅠㅠ)
해도 뉘엿뉘엿 지고, 입질은 뚝 끊겼으니 슬슬 철수 준비를 합니다. 뭔가 아쉽네요. 저와 아내가 사이좋게 한 마리씩 했다면 금상첨화인데 아무래도 그 미션은 내일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민숙집에서 저녁 식사
갯바위 벵에돔 시즌이 끝난 이때(4월 말)는 선상 낚시로 잡은 벵에돔으로 회를 쳐서 내어옵니다.
한창 애교 많고 장난기 가득한 42개월 딸
대마도에 입도한 첫날만 해도 집에 가자던 딸이 하룻밤 푹 자고 나니까 완전히 살아났습니다. 앞으로 세 밤 자고 집에 간다니까 열 밤은 자고 가야 한다며 벌써 아쉬워하는 딸. 어쨌든 오늘 하루도 잘 버텨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함께 배를 타고 나가 갯바위 낚시를 시도했는데 거기서 운 좋게 대물 감성돔을 잡았고, 딸도 다양한 어종으로 낚시를 즐길 수 있음이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딸에게 물었습니다.
"선착장 낚시가 좋아 갯바위 낚시가 좋아?"
딸의 대답은 갯바위 낚시. 역시 우리 가족은 갯바위 체질인가 봅니다. ^^; 오전에는 각자 찢어져서 낚시를(저는 갯바위에서, 아내와 딸은 선착장에서)하고 오후에는 갯바위까지 나름 종일 낚시에 피곤할 만도 할 텐데 낮잠 없이 잘 버텨준 딸이 대견스럽습니다.
여기서 하룻밤을 보낸 우리 가족은 대마도 낚시 3일 차를 맞이합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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