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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해서 이어지는 대마도 낚시 조행기. 지난 편을 못 보신 분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1) 요즘 대세인 대마도 낚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마지막날 밤, 민숙집의 저녁 상차림
3박 4일 일정 중 마지막 밤입니다. 이날 오후 선상낚시로 30~45cm급 벵에돔을 50여수 거두면서 짐짝처럼 무거웠던 마음이 다소 홀가분해졌습니다. 이보다 좋은 상황은 없으리~ 내일 오전, 한 차례 출조가 남아 있지만, 이제는 꽝을 쳐도 상관없습니다. 어쨌든
"맘마 묵자~ㅋ"
식사를 마친 우리는 회포를 풀고자 방에서 맥주 한 잔 하려는데 안주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안줏감 구하러 민숙집 앞 선착장으로 나왔습니다. 민숙집 배들이 떠 있는데요. 이 시간에 낚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래 영상을 올렸습니다.
영상을 플레이하세요
밤바다에 한치가 떠다니는 걸 확인한 저는 곧바로 에깅대를 들고 왔습니다. 몇 차례 캐스팅 끝에 한 마리 히트.
갓 낚은 한치의 자태. 예쁘죠?
이어서 상원아빠님의 히트에 점점 늘어나는 우리의 안줏감 ^^ 지금 한치회를 기다리는 입이 다섯 명입니다. 1인 1한치를 위해 세 마리만 더 낚읍시다. 상원아빠님 인상 좀 피시고요~ ㅋ
에깅대가 없는 최필님은 카드채비에 크릴 매달고 낚시합니다. 이날 선상에서 홀로 19마리를 잡으며 막판 뒷심을 발휘했는데 얼마나 더 잡아야 직성이 풀릴지 계속 뭔가를 낚고 있습니다. 올라온 것은 전갱이네요. 우리 딸 반찬감이랍니다.
이어서 복어도 올립니다. 여기선 말복이라고 부르는데 이 녀석의 표준명은 졸복. 자연산이라 회로 뜨면 맛이 아주 좋습니다. 물론, 그러려면 용기가 필요할 겁니다. 민숙집 손님 중에 복어 회를 썰어드시는 분들이 있다는데요. 저도 나중에 복어 자격증을 따서 동료들과 함께 복어 좀 썰어먹다 다음 날 신문에.. (음)
이왕이면 4월 1일자(만우절)에 '어류 칼럼니스트 김지민씨 복어 먹고 중태에 빠져' 이런 글 올라오면 볼만하겠는데요. ^^; 얼마 전, 만우절에 올린 글도 수위 조절 실패인지 '일부 독자' 분들이 그대로 믿어버리는 상황이 발생. 괜한 장난으로 졸지에 알코올 중독자 되고 있습니다. ㅠㅠ
어쨌든 최필님은 계속해서 전갱이를 낚으며 이날만 마릿수로 30마리를 향해 갑니다. 무고한 바다 생명체를 낚으면서 짓는 저 사악한 표정 보소.
이어서 제게 낚인 것은 다름 아닌 한치.
표준명 화살오징어
이 한치가 두 종류입니다. 쉽게 말해, 제주도로 회유하는 한치가 있고, 우리나라 동해 및 울릉도로 회유하는 한치가 있는데요. 이 둘은 서로 다른 종입니다. 둘 다 맛으로는 빠지지 않지만 특히, 이 녀석은 3월인 지금이 제철입니다. 일본에서는 '야리이까'라고 부르는데 규슈 어느 지방에서는 오징어보다 더 맛있는 진미로 통하죠.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형태를 그대로 유지해 재빨리 썰어내면 오징어가 꿈틀꿈틀 움직이죠. 그게 바로 이 녀석입니다.
방송에서 리포터가 '일반 오징어보다 맛이 좋은 이유'로 청정해역을 꼽았는데요. 그냥 종이 달라서입니다. ^^; (뭐 어디는 청정해역 아니겠습니까. 일반 오징어 잡히는 동해나 울릉도는 말할 것도 없고)
이번에는 씨알이 제법 괜찮은 전갱이가 올라옵니다.
요 녀석도 회를 썰어야겠군요. ^^
그리하여 한 시간 남짓한 시간에 적당히 먹을 만큼만 잡았습니다. 한치가 다섯 마리니 1인 1한치가 가능해진 것. 그런데 민숙집 다른 팀에서 한 마리만 썰어주면 안 되겠냐고 하시니 안 내어드릴 수는 없고. 해서 적당히 먹고 잠자리에 들기로 합니다.
한치 자태 봐요. 크~
재빨리 손질에 들어갑니다.
그리곤 한 접시 뚝딱 만들었습니다. 씹어보니 쫄깃쫄깃하면서 답니다. 참 그러고 보면 민숙집 앞은 무슨 보물 창고 같죠. 작년 이맘때는 낙지가 많이 나와 거의 훌치기로 잡았는데(두레박에 넣어두었더니 그 좁은 구멍을 비집고 탈출해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올해는 한치가 수면에 막 떠다니고요. 얼마 전에는 산란철 광어가 선착장 밑으로 들어와 몇 마리 잡힌 것 같습니다. 이 외에 해삼, 소라는 기본으로 나오고, 통발 내리면 곰장어며 붕장어며, 가끔 운이 좋으면 자바리(제주 다금바리)까지...
3박 4일 대마도 낚시의 종지부를 찍는 마지막 날 새벽
마지막 날이 밝아옵니다. 아직은 동트기 직전.
상원아빠님은 홀로 남아 민숙집 앞 선착장에서 에깅낚시를 하기로 하고. 저와 최필님은 민숙집에서 배로 3분 거리에 있는 0.5번 자리에 내렸습니다. 1번 자리, 2번 자리가 있는데 그보다 더 가까운 0.5번 자리 ^^
얼마나 가까운지 민숙집이 보입니다. 이곳 미네만은 가깝다고 무시하면 안 되는 것이 때만 맞으면 감성돔, 참돔 등 대물을 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 벵에돔은 충분히 잡았으니 이제는 뭔가 다른 빛깔을 보여주자는 생각에 우리는 감성돔과 참돔 포인트에 들어왔습니다.
채비는 B찌 전유동에 봉돌은 g2 하나 물려 탐색을 시작해 봅니다.
뒤로 나무들이 뻗어 있어 사이드 캐스팅으로 장타를 쳐야 하는 0.5번 자리
이곳은 전형적인 리아스식 지형입니다. 미네만 한가운데 수심은 50~60m 혹은 그 이상도 나올 겁니다. 갯바위가 있는 가장자리는 전방 15m까지 낮고 평평한 지대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수심 10m 이상으로 뚝 떨어지는 채널이 나옵니다. 그 부근의 턱을 노리는 것이 이곳에서의 감성돔, 참돔 낚시 방법이죠.
첫 캐스팅에서 바닥을 살짝살짝 더듬는데 쏨뱅이가 걸려듭니다.
최필님이 막판에 한 건 해주면 좋은데..
올라온 것은 해초 뒤집어쓴 쏨뱅이. 저건 딱 매운탕 감입니다. 맑은탕도 좋겠죠. 그런데 들고 포즈 취하다 바늘이 벗겨집니다.
자유를 얻은 쏨뱅이는 그대로 돌 틈에 박히고.. 그것을 빼내려다 안 되니까 보험 삼아 뜰채를 대고 빼내는데 성공. 빠져나온 쏨뱅이는 뜰채에 담기고 맙니다. 운도 없는 녀석.
웬만하면 살려주겠는데 이 녀석은 너무 먹음직스러워서 그만.. ^^; 쏨뱅이한테는 안 됐지만, 입질의 추억의 <꾼의 레피시>를 위해 이 한몸 희생해주길. 너의 희생에 많은 사람이 참고가 될 거야 흑흑 ㅠㅠ
문제는 이후로 입질이 뚝. 밑밥량을 좀 더 늘려가며 낚시하는데 이때 휙 하고 초릿대까지 가져가는 강렬한 입질이 들어옵니다.
"드디어 왔다. 참돔? 감성돔?"
올라온 녀석은 뜻밖에도 30cm급 긴꼬리벵에돔. 초반에 힘이 세서 긴장했습니다. 이 깊숙한 내만에 저런 긴꼬리가 낚일 줄은... 당연히 예상했지만요. ^^; 완연한 성체가 아니면, 대부분 잔잔한 만에서 유어기를 보내는 긴꼬리벵에돔이기에 여기서 좀 더 크면 외해로 나가 세찬 조류를 타고 놀겠지요.
꾸준히 들어간 밑밥이 주변에 있던 고등어를 부른 것 같습니다. 계속 고등어만 낚이는데요. 아무래도 미끼가 하층까지 내려가야 감성돔이든 참돔이든 입질 받게 될 텐데 상층에서 저렇게 물고 늘어지니 낚시가 될 리 없습니다. 대충 마무리하고 철수합니다.
철수를 준비하면서 우연히 최필님의 바구니를 보았는데요. 자기가 핀 담배도 버리지 않고 이렇게 모아둔 것이 보기가 좋습니다. 어차피 저랑 낚시 다니면 이래저래 노출이 되기 때문에 낚시 매너나 공중 의식에 신경 써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요. 그런 것을 떠나 평소에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 참으로 좋아 보입니다. 제가 칭찬하는데 약간 인색한 면이 있는데 이건 마음껏 칭찬해주기로...^^
표준명 닭새우
선착장에 돌아오자 웬 괴물이? 다른 팀이 밤낚시로 잡은 닭새우입니다. 일본에서는 '이세에비'라 부르고, 영어권에서는 '크레이피시'라고 하죠. 언뜻 보면 랍스터처럼 생겼지만, 집게발이 달린 랍스터와는 엄연히 다릅니다. 다만, 국내든 해외든 랍스터처럼 취급하는 경우가 많을 뿐이죠.
이 닭새우는 세 마리를 잡았다는데 그중 한 마리는 밤중에 삶아먹었다고 합니다. 몸길이는 30cm를 넘어서고 무게도 1kg는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본에서 거래되는 통상적인 가격에 대해 알아보니 600g 이상이면 한 마리에 1만엔(한화 10만 원) 정도 합니다. 그것도 죽었거나 자숙한 것을 기준으로 하며, 이렇게 살아있는 닭새우는 부르는 것이 값이죠. 게다가 크기도 1kg가 넘어가서 제 생각에는 마리당 최소 20만 원은 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제 앞에는 얌전히 앉아있는 40만 원, 아니 닭새우들. 어디서 잡았냐 하니 안 알려줍니다. 민숙집 스텝분들도 심지어 대표님도 모릅니다. 이게 맞는거죠. 알려주는 순간 그 일대는 닭새우 잡으려는 한국인들로 쑥대밭이 될 것이 뻔하니까요. 저도 언젠가는 포인트를 찾아낼 겁니다. 그리곤 글을 읽는 여러분의 대리만족을 위해서라도 잡아 보이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말이죠. ^^
여기 또 하나의 괴물이 있는데요. 마침 (벵에돔으로) 식사 중인데 죄송합니다.
표준명 입술무늬갑오징어
뭔가 바보처럼 생긴 녀석을 들어 올리자 벵에돔을 붙잡고 안 놔줍니다. 탁탁 털어서 떨어트렸습니다만, 뒤늦게 생각해보니 그냥 그 상태로 찍는 게 나을 뻔했습니다. 어쨌든 이 녀석도 선착장에서 에깅낚시로 낚였다는데요. 대마도에서 잡히는 갑오징어는 우리나라에 주로 분포하는 참갑오징어와 달리 쿠로시오 난류권에 서식하는 종입니다.
자세히 보면 누가 뽀뽀라도 한 것처럼 입술무늬가 찍혀 있는데요. 그래서 입술무늬갑오징어라 부릅니다. 저런 게 나올 줄 알았다면, 우리도 그냥 선착장에서 에깅낚시나 할걸.
소라는 또 어디서 났는지.. (아마도 선착장에 들어온 것을 뜰채로 건진 것으로 추정)
시간이 없으니 부랴부랴 손질에 들어갑니다. 어창에는 손님마다 잡아 놓은 활어들이 있는데요. 우리 어창도 버글버글합니다. 이 많은 활어를 손질해서 포장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반입니다. 그 시간 안에 이 많은 활어를 피비린내 맡아 가며 손질해야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우리가 잡은 것의 딱 절반.
셋이서 철저한 분업화로 겨우겨우 손질을 마쳤습니다. 저의 손질 순서는 이렇습니다.
피빼기(시메) - 이케시메(횟감용만) - 비늘치기 - 내장빼기 - 세척 - 말리기 - 포장
지금 보시는 것은 세척을 마치고 잠시 말리는 겁니다. 최대한 세워 놓으면 물이 빠지겠죠. 이것을 세 박스로 나누어 담아 각자 한 박스씩 집에 가져가는 겁니다. 이 정도면 체면 좀 살겠죠? ^^
저도 (서울로) 올라가면서 개수대 비워놓으라 하였습니다. 대마도에서 서울까지는 반나절이 걸리니 집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 고맙게도 일루바타님이 서울역으로 마중 나와 준 덕에 집까지 편히 갈 수 있었는데요. 늦은 시간에 제가 당장 해줄 수 있는 보답이란 횟감이라도 몇 마리 챙겨드리는 것.
이미 손질을 다 한 거라 집에서 할 일은 없습니다. 매도 일찍 맞는 게 좋다고, 손질도 될 수 있으면 현장에서 해야죠. 만약에 그걸 미루게 되면요. 이때부터 지옥길이 열릴 것입니다.
이후로는 한 끼 꺼내 먹을 만큼 분할 포장합니다. 횟감을 비롯해 당장 2~3일 안에 먹을 것은 김치냉장고에 넣어두고요. 나머지는 냉동실에 채워 넣습니다. 그렇게 해서 3박 4일 대마도 낚시는 나름대로 훈훈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고, 바쁜 생활로 낚시를 못 가다 얼마 전 통영으로 감성돔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다음 조행기를 보시려면 → 여기를 클릭
- 대마도 낚시 문의
빅마마 피싱 리조트(051-518-8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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