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30분, 통영 오곡도

 

4월 초순, 오랜만에 통영 내만권 섬을 찾았습니다. 며칠 전부터 이어졌다는꽃 감성돔의 랠리 소식에 급하게 찾았는데요. 현장 분위기는 끝물이라는 반응입니다.

 

"고기가 그저께까진 나왔는데 어제부터 안 나오더라고요."  

"아이고 뒷북인가 ㅠㅠ"

 

감성돔 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채비도 물때도 심지어 실력도 아닌, 랠리 시점. 특히, 초봄에 이어지는 벚꽃 감성돔과 늦봄에 이어지는 산란 감성돔은 낚시의 지속 시기가 매우 짧습니다. 바짝 나올 때 잡아내지 못한다면, 뭐 뒷북이죠.  

 

 

모름지기 시작이 반이라는데 지금은 반을 까먹고 시작한 기분이랄까. 어쨌든 이날은 쯔리겐 인스트럭터이자 한조무역 박범수 대표님과 함께했습니다. 아직은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새벽. 해무로 가득한 바다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며 왠지 모를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선장은 수심 8~11m 주고 30m 장타를 치라고 합니다. 그래서 중량감이 있는 5B 찌로 반유동 채비를 하였습니다. 물이 가질 않아 5B 찌로도 바닥층 공략이 가능한데 더욱이 이런 필드 상황이라면 녀석들의 입질도 예민할 수 있으니 여부력을 줄이는 것이 좋겠지요. 수심은 바닥 확인을 위해 12m 이상을 주고 포인트를 탐색해 봅니다. 

 

 

한두 번 흘려보니 가까운 곳은 여뿌리가 길게 이어지면서 수심 5m도 안 되는 것 같고, 여뿌리를 피해서 흘려도 6~7m선멀리 던져도 8m 선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은 간조라 선장이 말한 수심과 조류는 나오지 않은 듯하고요. 아직은 해가 뜨지 않았으니 우측 홈통으로 던져서 볼락이라도 노려볼까 합니다. 

 

이때 X 지점에서 찌가 자물자물 들어가는데 이것이 해초 걸림이냐 입질이냐를 두고 잠시 쟤고 있었는데 찌가 쏙 빨려 들어갑니다. 왔다. 챔질!

 

 

30cm급 전갱이가 하층에서 물고 올라옵니다. 이런 식으로 네 마리를 잡아 놓습니다. 우리 딸 반찬감이 되겠지요. ^^

 

 

이날은 월요일인데도 갯바위가 비좁을 정도로 많은 꾼들이 들어왔습니다. 다들 감성돔 랠리 소식을 듣고 왔겠죠? 과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정말 있는지 지켜보기로 합니다.

 

 

저 멀리 멸치 떼가 우르르 몰려든다

 

아마도 지금 시각이라면 해가 뜨고도 남았을 텐데요. 이곳이 오곡도 북서쪽 포인트라 해를 등져서인 것도 있지만, 잔뜩 낀 해무에 햇빛이 완전히 차단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햇빛이 본격적으로 비추면 전갱이가 물러가고 그 자리에 감성돔이 들어오겠지요. 이른 아침이라 일단은 가까운 곳부터 노려보는데

 

 

꽃갯지렁이의 촉수로 추정

 

올라오는 것은 산호, 해초, 그리고 꽃갯지렁이의 촉수로 추정되는 것이 전부입니다. 해초밭이라 봄 감성돔 포인트는 맞는데 전갱이 외에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고.

 

 

이때 박범수 대표님이 형광등급 학공치를 올립니다. 사진에는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지만, 몸길이 40cm는 족히 되는 녀석이었죠.

 

 

초들물이 들면서 조류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 조류에는 5B 찌로 30m 이상 깊은 수심을 공략하기가 어려워 1호 반유동으로 바꿉니다. 조류가 오른쪽으로 뻗어주어야 감성돔이 무는데 지 상황은 옆으로 흐르는 듯하다가 안으로 들어오고 있어서 흘림 반경이 썩 좋지 못합니다.

 

 

가시망둑(방언 좃쟁이)

 

이때 바닥층에서 끄집어 낸 가시망둑.

 

 

쥐노래미

 

이어서 30cm급 쥐노래미를 확인합니다. 고기가 매우 찹니다. 수온 10~11도 사이가 예상되죠. 수온은 찬데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전날 수온. 어제 수온이 10도였다면 오늘은 해볼 만한 승부가 될 것이고, 어제 수온이 13도였다면 이미 꽝의 기운이 도사리고 있겠죠.

 

 

이때 건너편 여에서 낚싯대가 힘차게 휘어집니다. 와~ 크다하는데, 일단 휨새로 보아 숭어 아니면 감성돔이 확실해 보이지만

 

 

오곡도를 거셨네요. (...) 포인트 주변 지형을 보아하니 제가 내린 자리와 저 자리가 이 근방에서는 베스트 포인트로 보입니다.

 

 

왼쪽은 안으로 굽어 들어간 지형인데 이런 포인트는 좀 더 장타가 요구될 것이며, 그날 물때에 따라 감성돔이 안쪽으로 바짝 들어오는 날에나 낚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 확률로 보아선 제가 선 자리와 조금 전 오곡도를 건 자리가 최고일 듯한데.

 

 

문제는 감성돔이 코빼기도 안 비춘다는 것. 이날은 해무가 매우 짙으니 선박 등의 항해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림은 그림입니다. 해무 길을 타고 가는 듯한 느낌.

 

 

어느새 해는 중천에 떴습니다. 저와 박 대표님 모두 이렇다 할 입질이 없는 가운데 봄에 살이 올라 통통해진 망상어가 잔 손맛을 선사합니다.

 

 

이어서 볼락 한 마리. 반찬감 안 되는 것은 다 방생합니다.

 

 

포인트에는 숭어 떼만이 어슬렁거리는 무료한 상황.

 

 

박 대표님은 대를 접었고, 저는 끝까지 남아 철수 직전 극적인 감성돔 한 마리를 위해 열심히 쪼아보는데

 

 

철수 시각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거짓말같이 잠겨 드는 찌. 찌들어가는 속도로 보아 해초나 밑걸림은 아니고, 뭔가가 물긴 물었습니다. 조금만 더. 더 들어가야 챔질을...

 

 

 

"드디어 한 마리 왔다."

 

 

작은 잡어로 추정됩니다. 챔질할 때 벗겨졌네요. ^^; 이제 10분 남았습니다. 정리해야죠.

 

 

포인트에 밑밥이 흩날려서 물청소합니다. 짐 정리하는 와중에도 낚싯대는 끝까지 접지 않고 흘리고 있습니다. 행여라도 막판에 줄을 확 가져가는 입질이 들어올까 봐 저렇게 바닥에 내려놨는데요.

 

 

철수 후 꿀맛 같은 식사

 

마 밥이나 먹고 집에나 갑시다. 가는 길에 들러 충무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데요. 충무김밥 하면 관광객 등쳐먹기 좋은 음식이라고들 하지만(실제로 현지 사람들은 잘 안 먹죠.) 그래도 저는 통영에 올 때면 이 집을 들릅니다. 

 

 

멍게는 중앙시장에서 사 왔습니다. 제철이라 향도 좋고 싱싱더군요. 결국, 오곡도 감성돔 낚시는 먹방으로 끝내고 말았습니다. ^^; 저는 조만간 후포로 떠날 예정입니다. 그곳에서 좋은 소식 가지고 오겠습니다. 다음 조행기를 보시려면 →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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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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