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인 비운의 스토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ㅠㅠ

 

 

경남 진해, 삼포항

 

이날은 무박 2일 한치낚시하러 온 날. 서울에서 출발한 저는 오후 4시쯤 진해 삼포항에 도착해 출항 준비를 서두릅니다. 출항에 앞서 한조 크리에이티브의 박범수 대표께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한치 이카메탈에 관한 낚시 방법을 설명 중입니다.

 

※ 한치 이카 메탈게임이란?

기존의 한치낚시는 한치가 먹이로 착각하기 쉬운 새우 모양의 에기(슷테)를 주렁주렁 매달기에 상대적으로 둔탁하고 무거운 낚싯대로 행해집니다. 이 때문에 낮은 확률과 손맛의 묘미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을 보완한 것이 이카 메탈게임. 얇고 낭창한 낚싯대에 2~3개의 에기만을 달아 채비가 가볍고 손맛의 재미를 극대화한 게임입니다. 사용자가 직접 액션을 주어 한치의 흥미를 유도하니 입질 확률을 높이고 마릿수 낚시도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

 

 

대표님이 한조 크리에이티브 직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직원분들은 한치낚시가 처음이라는데요. 과연 이날 얼마나 잡아낼 수 있을지..

 

 

이 날 주력으로 사용하게 될 메탈리스트입니다. 소위 한치 킬러로 통하는 이카메탈입니다. 선상에서 하는 낚시라 조류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무게(g)를 갖추고 있습니다. 

 

 

삼포항 방파제 풍경

 

오후 5시, 출항하면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휴일을 맞아 커플 단위로 찾은 낚시객들이 눈에 띕니다.

 

 

자체 태양광으로 돌아가는 창원 솔라 타워

 

한치낚시는 한치가 야행성인 특성상 밤에만 이뤄집니다. 보통 오후 5시에 출항해 밤새 낚시한 뒤, 익일 새벽 5시 30분쯤 입항합니다. 갈치낚시와 같은 패턴이죠.  

 

 

채비가 간단하고 낚시방법도 쉬워 초심자도 따라 하기 쉽습니다. 낚싯대는 초릿대가 낭창한 주꾸미 갑오징어대가 무난합니다. 릴은 선장이 말한 목표 수심층까지 정확히 내려야 하기 때문에 사진과 같이 수심계가 표시되는 베이트 릴을 장착하고, PE 라인은 0.6~1호를 씁니다.

 

 

가벼운 중량과 움직임으로 한치를 유혹하는 이카스키테

 

채비는 시판 중인 한치 채비를 사용하는데 보통 두 개의 에기를 매달 수 있는 2단 채비를 사용합니다. 채비를 도래에 매단 뒤 위쪽에는 가벼운 이카스키테(슷테)를 달고.

 

 

이날은 60g짜리 메탈리스트를 사용했다

 

맨 아래는 추 역할까지 하는 메탈리스트(이카메탈)을 답니다. 한치 채비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가볍고 간결하죠?

 

 

진해에서 두 시간가량 달려 나왔습니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풍(물돛)을 놓고 낚시를 시작합니다. 이때가 오후 7시. 아직은 날이 완전히 저물지 않아 입질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들 몸풀기 차원에서 채비를 내리는 것 같은데요. 밤샘 낚시라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할 겁니다.  

 

 

예상대로 한치 입질이 없으니 곧바로 저녁 식사를 합니다.  

 

 

선사에서 준비한 메뉴는 얼큰한 육개장.

 

 

육개장에 밥 말아 호로록 먹으니 든든합니다.

 

 

낚시는 안 하고 이러고 있으니 왠지 바다 소풍 나온 기분. ^^

 

#. 비운의 한치낚시가 시작되다.

저의 한치낚시는 10개월 만입니다. 시즌이 6~9월로 짧은 편이라 이때 바짝 즐기지 못하면 또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저의 경우 일 년에 2~3회 정도 할까 말까 해 아직은 전문 장비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이날도 박범수 대표께서 준비한 낚싯대를 빌려 썼는데요. 이 낚싯대로 인해 저는 비운의 한치낚시를 경험하게 됩니다.  

 

제목에 쓴 것처럼 '담그면 나오는 한치'라서 충격인 것도 있지만, 누구나 잡아내는 상황에서 혼자 잡지 못해 더욱 충격이었던 한치낚시. 제게 낚싯대를 건네는 박범수 대표께서 이런 말을 하십니다.

 

"그래도 이 중에서는 네가 낚시 실력이 가장 좋은 것 같으니 이걸로 줄게"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시마O 브랜드의 낚싯대라 가장 좋은 걸로 빌려준건가 싶었는데... 그런 생각은 엄청난 착각임을 알게 되었으니..

 

 

선장이 막걸리를 뿌리며 풍어를 기원합니다.

 

 

오후 9시, 본격적으로 한치 낚시가 시작되는데 시작과 동시에 한조 크리에이티브의 임부장님이 첫수를 올립니다.

 

 

한치낚시가 처음이라더니 잘만 낚으시네요. 게다가 사진을 보십시오. 한치가 와락 덮친 것도 아니고 촉수 하나 살포시 얹었는데 어신을 받아냅니다. (이때만 해도 운이 좋았겠지 싶었는데..)

 

 

연달아 두 마리를 잡아냅니다. 이번에는 씨알도 굵어요.

 

 

이어서 제 옆 사람도 시동을 걸기 시작합니다. 앞서 한치낚시의 피딩타임에 관해 들었을 때는 아무래도 집어등이 켜지기 시작한 초반보단 후반부로 갈수록 입질 빈도가 높아진다기에 저 역시 후반에 집중하자 마음 먹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예상을 완전히 깨고 시작부터 폭풍 입질이 이어집니다.

 

 

이번에는 한치 낚시가 처음이라는 한조 크리에이티브 팀장님이 첫수를 개시합니다.

 

 

한치 입질은 배의 위치와 상관 없이 종횡무진 이어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수심 30m에 어군이 잡혔는데 지금은 어느새 5m까지 떠오른 상황. 급기야 수심 3m에서 한치 떼가 급습합니다. 못 믿기시는 분들을 위해 자료 화면을 준비.

 

 

한치가 수면 가까이 떠오른 상황(사진출처 : 황금물결호)

 

이 사진은 한치낚시하면서 수면을 유심히 관찰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줍니다. 수면 아래 허연 비닐처럼 보이는 것이 전부 한치입니다. 이날도 한치가 수심 3~5m까지 뜨면서 많은 낚시인을 흥분시켰는데요. 이쯤 되면 한치 못 잡는 사람이 바보죠. ^^;

 

 

한치낚시가 처음인 제 아내. 저랑 이야기하던 도중 훅 잡아당기는 초릿대에 깜짝 놀라서 챔질. 드디어 첫수를 올리는 순간입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치를 낚아 올린 아내

 

"축하해!"

 

그런데 "아직도 못 낚고 있냐"면서 약 올리는 박범수 대표님.

 

 

배스 낚시를 즐긴다는 대표님의 누님도 소리소문없이 낚으시고.

 

 

한치낚시가 처음이라던 한조 크리에이티브 직원분들이 제일 많이 낚고 있습니다.

 

 

절 약 올리는데 재미 들린 박범수 대표님도 연신 한치를 뽑아 올리고..

 

 

초반에 부진하던 아내도 한치 몇 마리 잡아내더니 이제는 완전히 감을 잡은 듯합니다.

 

 

이번에는 채비 내리자마자 챔질하더니 연달아 한치를 뽑아 올리는 아내. 

 

 

낚시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느새 쿨러 바닥은 보이지 않을 만큼 잡혔습니다. 이렇게 한치가 뜨는 상황이라면 초보자도 고수도 없습니다. 조심스럽게 전원 쿨러조황이 예상되고, 너나 할 것 없이 한치를 뽑는 와중에 여태껏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자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입질의 추억"

 

이상하다 이상해. 채비가 꼬였나? 이까메탈 색상이 잘못되었나? 별의별 생각을 해보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합니다. 뚱 선장도 '입질님은 비늘 있는 고기만 잘 잡으시는가벼~'라고 놀리는 상황. ㅎㅎ

 

 

제가 제 몫을 해야 둘이서 열심히 잡은 티가 날 텐데요. 전혀 잡아내질 못하고 있으니 아내 혼자 쿨러 채우느라 수고 중입니다.

 

 

아내가 사용하는 이카메탈 색상을 참고하고,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색도 참고해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상황과 색상은 무관해 보입니다. 대체 원인이 뭘까?

 

 

그사이 감 잡은 아내는 묵묵히 자기 몫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많이 잡으면 우리 딸 돌보고 있는 언니에게도 나눠주고, 친정에도 갖다 주고 싶겠죠.

 

현재 이 배의 승선 인원은 17명. 두 시간이 지나도록 첫수를 올리지 못한 유일한 사람은 바로 나한치낚시 처음 하는 것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날은 무슨 귀신에 홀린 것처럼 입질을 받아내지 못하는 겁니다. ㅠㅠ

 

초릿대에 온 신경을 집중해보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는 낚싯대. 상황이 이러하자 보다 못한 박범수 대표께서 제 장비와 채비를 살핍니다.

 

"이상 없는데 왜 이리 못 잡아?"

"(낸들 아나유 ㅠㅠ)"

 

 

담그면 나오는 충격의 한치낚시. 그것을 찹찹한 심정으로 바라만 봐야 하는 심정이란.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답답한 마음 가눌 길이 없자 아무 상관도 없는 채비를 싹 바꿔봅니다. 그러나 채비를 바꿔도 달라지지 않은 상황. 한치가 3m까지 떠올라도, 15m 아래로 가라앉아도 양옆에 있는 사람에게만 걸릴 뿐. 어떻게 내 채비만 피해서 낚일 수 있는 거냐고!

 

이때 박범수 대표님과 누님이 동시에 한치를 올립니다. 자포자기한 마음에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데..

 

 

갑자기 임부장님과 네이버 블로거 박선비님까지 한치를 잡아 올리더니.

 

 

네 사람이 동시에 한치 클럽 가입(축).

 

 

이때 또 한 명이 한치를 낚아 클럽에 가입했으니.

 

 

다름 아닌 제 아내입니다. 무려 다섯 명이 동시에 한치를 든 진풍경이 연출. 순간 제 낚싯대가 움찔합니다.

 

"입질이다. 입질!"

 

한 손에는 카메라를, 다른 한 손에는 혹시 모를 입질을 대비해 낚싯대를 들고 있었는데 거기서 훅 잡아당기는 입질이 들어온 겁니다.

 

"앗싸 왔다!"

"드디어 입질님이 첫수를 하는군요!"

 

순간 초릿대가 펴지면서 상황 종료. 이게 어떻게 받아낸 입질인데.. ㅠㅠ (결국, 한치 클럽에 가입하지 못한 유일한 사람이 되고)

 

 

시간은 11시 20분. 본격적인 한치 낚시가 시작된 지 두 시간이 지났을 즈음. 드디어 제게 첫 입질이 들어옵니다.

 

 

쭈욱 잡아당기는 적극적인 먹성에 챔질.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한 지 2시간 23분 만에 첫 수를 올린 필자

 

드디어 천신만고 끝에 한치 한 마리를 올리는 데 성공합니다. (축하해주세요. ㅠㅠ)

 

 

새로 바꾼 이카메탈에 반응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제가 알지 못한 어떤 원인이 있으리~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제야 눈길이 가게 된 낚싯대와 세부 사양. 순간 뭐지?

 

"대표님. 혹시 제게 빌려주신 이 낚싯대 용도가 뭐죠?"

"그거? 지깅대인데"

"네?"

 

 

수심 5m에서 15m 사이로 오르락내리락하는 한치를 쫓아 채비를 내리면 어김없이 올라타는 통통한 한치들. 이제는 촉수 다리 하나 얹은 것만으로도 입질을 간파하는 아내.

 

"지....지깅대라고요?"

"응. 라이트 지깅대. 그래서 말했잖아. 네가 여기선 낚시를 제일 잘하는 것 같으니까 이걸 준거라고. 그런데 아니었어. 내가 너무 과대평가했나 봐"

 

여러분, 한치낚시에서 낚싯대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꼭 낚시 못 하는 사람이 장비탓 하는데요. 한치낚시만큼은 장비탓 해도 됩니다. ^^;; 실제로 한치낚시는 촉수 다리 하나 얹을 만큼 약은 입질을 보일 때 그것을 간파하고 챔질하는 사람이 한 마리라도 더 잡는 게임입니다.

 

초릿대가 무디면 아무리 한치가 올라타더라도 입질을 간파할 수 없어요. 낚싯대 성질에 따라 조과차이가 2~5배 이상 납니다. 그러니 적어도 이카 메탈게임에서는 초릿대와 허리 비율이 8:2로 낭창하거나, 그보다 뻣뻣하더라도 7:3 비율은 되는 낚싯대를 써주시길 당부합니다. 그래야 한치 다리의 미세한 중량감을 느끼고 대응할 수 있으니까요. 

 

 

한 예로 제가 사용하는 지깅대를 초심자가 사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아마 이런 호상황에서도 10마리 이상 잡아내지 못했을 거라는군요. 뒤늦게 지깅대의 뻣뻣함으로 한치 입질을 간파한 저는..

 

 

쌍걸이에 성공합니다.

 

 

사진가 뱀모기님도 쌍걸이에 성공

 

그러나 제가 쌍걸이를 할 정도면, 다른 분들도 쌍걸이를 한다는 것. ^^; 어쨌든 뻣뻣한 지깅대로도 한치 입질을 간파하기 시작했으니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따라가야죠.

 

 

자정 무렵, 손님들이 잡은 한치를 1인 1마리씩 걷어가더니 손질에 들어갑니다. 당연히 회를 치기 위함인데요. 이것 말고도 한치낚시 현장에서나 먹을 법한 별미가 준비되고 있습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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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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