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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해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전편을 못 보신 분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1) 요즘 대세인 대마도 낚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대마도 낚시 첫날, 벵에돔 낚시 도중 우연히 돌돔 잡은 상원아빠님
대마도에 입도해 민숙집에 여정을 풀면 오후 1시. 곧바로 점심을 먹고 낚시하러 갑니다. 주어진 낚시 시간은 길어야 3~4시간 정도. 그렇게 우리는 모처럼 대마도에서 벵에돔 낚시를 즐기는데 상원아빠님이 잡으라는 벵에돔은 안 잡고 줄무늬 물고기를 올립니다.
42cm급 돌돔
이 녀석의 이름은 돌돔. 그래 봐야 물고기일 뿐인데 온갖 화려한 수식어는 다 갖다 붙이는 녀석이죠. 대표적인 별명이 '갯바위의 폭군', '횟감의 황제'입니다.
횟집만 다니신 분들은 '줄돔'이라 부르는데 그러면 돌돔이 서운할 겁니다. 줄돔은 양식산으로 길러진 어린 치어(주로 1년생)를 일컫는 말로 주로 뼈째썰기(세꼬시)로 사용됩니다. 분명, 돌돔의 유전자를 가졌기에 어린 줄돔의 맛도 뛰어나지만, 그래도 야생에서 포식자를 피해 전복이나 소라, 성게 따위를 먹어치우며 자란 돌돔과 어디 비교가 되겠습니까? ^^
하여 돌돔 낚시를 즐기는 낚시인들은 유독 자부심이 강한 편입니다. 이 돌돔이 갯바위에서 할 수 있는 바다낚시의 끝판왕이기도 하지만, 한 마리를 잡아도 그 성취감이 여타 어종보다 월등히 높기에 돌돔의 손맛과 입맛을 본 이들이라면, 돌돔 앓이를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어쨌든 상원아빠님은 지금까지 바다낚시를 하면서 이만한 돌돔은 처음 잡아봤답니다. 처음 잡은 돌돔인 만큼 잘 살려두었다가 집으로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요. 고맙게도 일행을 위해 흔쾌히 찬조해 준 덕분에 맛을 볼 수 있었습니다.
민숙집에 맡겼더니 이렇게 나와버렸다
첫날은 늦어서 회를 못 떴고, 2일 차 저녁이 돼서야 먹을 수 있었는데요. 이곳은 대마도에서 유명한 낚시 민숙입니다. 한국인이 운영하기 때문에 언어 소통은 문제없습니다. 이날 특별히 민숙집 실장님에게 돌돔회 좀 떠 달라 부탁하였는데요. 저는 그냥 평소와 다름없이 접시에 내올 줄 알았는데 이렇게 나와버린 겁니다.
"누가 이렇게 한 거예요?"
"회는 제가 떴고, 장식은 주방에서(일본 분들이 음식을 조리함) 해주었답니다."
사실 바쁜 실장님 붙잡아 놓고 부탁한 것이라 회만 떠주어도 감사한 일인데 이렇게 신경을 써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어안이 벙벙한 저와 일행.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옆에 소주병 보이시나요? 돌돔 쓸개주입니다. (크~ 실장님 센스가)
이 돌돔 쓸개주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습니다. 다른 생선 쓸개는 버리지만, 돌돔만큼은 쓸개가 약이 된다고 하죠. 지금이야 전복이며 소라며 성게에 가격을 매기면서 인간의 미식 재료가 되고 있지만, 인간이 즐겨 먹기 이전에는 돌돔의 한 끼 식사였을 겁니다.
이날 우리가 맛본 돌돔은 몸길이 42cm이며, 무게는 1.3kg 정도 예상됩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의하면 돌돔은 4년 동안 자랐을 때 28.5cm가 된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성장 속도는 느려져 42cm가 되려면 최소 6~7년 이상이 지나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 딸이 만으로 3살인데 이 돌돔은 우리 딸이 태어나기 훨씬 이전에 태어난 것이라 기분이 좀 묘합니다. 어쨌든 6~7년 동안 자라면서 먹어치운 해산물의 양도 상당할 것이고 그것을 가격으로 환산하면 수백만 원어치는 될 텐데 그런 먹잇감을 소화해온 이 쓸개주가 유난히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언젠가 평도로 돌돔 낚시를 갔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돌돔 쓸개주의 효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당시 돌돔 낚시꾼들이 쓸개주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엿들었는데요. 쓸개주를 마시면, 한동안은 잔병치레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2월 말에 이 쓸개주를 먹었는데 지금 몸살감기로 엄청 고생 중입니다. 쩝.
이날 창원에서 오신 김진인 형제분과 동석했습니다. 형제끼리 낚시 다니는 모습도 좋아 보이지만, 무엇보다도 사이가 좋다는 점에서 저를 되돌아보게 하는군요. ^^;; 나이가 들어서 형제끼리 사이좋기가 쉽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이분들은 우리와 함께 돌돔회를 맛본 것이 행운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마음이 잘 맞는 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비록, 이국에서의 인연이었지만, 고국에서도 꾸준히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겨울의 끝자락에서 맛보는 돌돔회는 처음입니다. 지금까지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맛보았지만,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라 지금껏 제가 알던 맛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도 궁금하였습니다. 아직은 산란기에 들지 않은 암컷 돌돔인데요. 일단 맛있습니다.
5월이 되면 맛이 덜할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바닷속 환경이 겨울이라 겨울 돌돔의 특징인 청초하면서 깔끔한 맛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기름기가 적당히 밴 고소함이 팡팡 터지는 가을 돌돔에 비할 순 없지만, 대신 씹으면 씹을수록 단물이 나오고 살포시 고소한 맛을 내는 것이 마치 만나면 만날수록 진국처럼 느껴지는 여자친구 같은 느낌입니다. 지금의 제 아내처럼 말이죠. ^^;;
돌돔 껍질 데침(일명 유비끼)
혹시나 빼먹었나 싶었는데 역시 돌돔 껍질은 버리지 않고 꼬들꼬들 데쳐서 냈습니다. 특별한 맛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질기지 않고 꼬들꼬들한 식감이 왜 돌돔 껍질 돌돔 껍질 하는지 알게 되는 맛. 다른 생선 껍질로 하면 이런 맛이 안 나죠.
긴꼬리벵에돔 껍질구이 회
돌돔의 관심으로 저만치 밀려나 있던 긴꼬리벵에돔. 하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영롱한 속살을 자랑합니다. 얇게 썬 흰 근육의 투명도 좀 보세요. 그 사이 희끗희끗하게 보이는 힘줄 같은 근섬유질은 수백 km를 회유하며 세찬 물살을 가르는 힘의 근원일 것입니다. 딱 보아도 젓가락으로 집으면 찰랑거릴 것 같은 탄력감. 느껴지시지요?
씹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여기에 살짝 탄 듯한 껍질의 불맛이 가미되면서 급기야 지방의 농후한 맛도 느껴집니다. 껍질과 붉은색 혈합육 사이에 얇게 낀 지방층에서 말입니다. (시간이 좀 지나 이런 글 쓸 때가 가장 괴롭네요. 아흑 ㅠㅠ)
자연산 돌돔회가 든든히 지켜준 민숙집 바비큐 한상
대략 요런 것들로 숯불에 구워 먹습니다. 대마도로 낚시오면 주로 2박 3일이거나 3박 4일이 많은데요. 일정 중 하루는 바비큐 식사가 포함됩니다. 손님마다 일정이 다르니 누군가는 운이 좋아 바비큐가 두 번씩 돌아올 만도 한데 희한하게도 그런 일은 없습니다.
대마도 하면 주요 양식업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가리비이고 하나는 진주 양식이죠. 미네만 인근에서 양식된 가리비입니다. 알이 굵고 맛도 좋은데 아마도 현장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숯불에 구워 먹으니 그렇겠죠? (집에선 이 맛이 안 날듯.) 이 가리비는 민숙집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데요. 가끔 낚시를 꽝치면 가리비라도 사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ㅎㅎ
삼겹살도 빠질 수 없는 별미입니다. 원래 낚시꾼들은 회보다 삼겹살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죠. 제가 느끼기로는 우리나라 삼겹살과 맛이 좀 다른 느낌입니다. 지방이 많지 않고 살코기 비율도 비교적 높은데도 맛은 고소한..
그렇게 대마도에서의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대마도 낚시 3일 차, 새벽
이날은 파도가 완전히 죽었습니다. 파도가 죽고 바람도 잠잠해지면, 무조건 외양으로 나가는 게 유리합니다. 우리는 미네만을 빠져나와 북쪽으로 20분간 달려왔습니다. 평소에는 파도 때문에 위험해서 내리지 못하는 특급 포인트에 내리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낚시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부진하던 최필님이 전날 4짜 긴꼬리벵에돔을 잡고 나자 어복이 붙었는지 이날도 순조로운 출발을 보입니다. 뭐가 낚일까요?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 살려줄 수밖에 없었던 벵에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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