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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해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전편을 못 보신 분은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세요.
1) 요즘 대세인 대마도 낚시, 놓치지 말아야 할 즐길 포인트
3) 대마도 낚시, 남자들의 로망 대물 벵에돔을 포획하다
대마도 서쪽 해안의 어느 포인트
대마도 낚시 2일 차. 오후 들어 너울이 급격히 죽었습니다. 바다는 장판이 되어가고 있군요. 이게 참 어려운 것이 바다가 너무 거세도 낚시하기 어렵고, 바다가 너무 장판이면 입질이 없어서 걱정입니다. 적당한 파도와 물색, 조류, 수온까지 네 박자가 모두 맞는 날을 미리 예상하고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죠.
어쨌든 우리는 미네만을 벗어나 외해로 진입하는 길목에 있는 '후타마타'란 독립여에 도착했습니다. 독립여다 보니 사방이 바다로 감싸여 있습니다.
사방이 바다인 이곳에는 언제 어디서 고기가 터질지 모릅니다. 북동쪽 미네만을 바라본 이 자리가 메인 포인트이긴 한데요.
남쪽을 바라보는 물골 자리도 한 번씩 대물이 나오기 때문에 저는 2개 조로 나눠서 담가보기로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날 바다가 장판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여 주변으로 포말이 치는 이곳이 입질 받을 확률이 높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는 요즘 기세가 좋은 상원아빠님에게 맡겼습니다.
저와 최필님은 미네만을 바라본 자리에 밑밥통을 놓습니다. 최필님은 아직 이렇다 할 손맛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제가 밀착해서 지켜볼 예정입니다. 그나저나 조용한 바다에서 낚시하면 언제나 마음이 설렙니다. 입질이 없을 거라고 예상은 되지만, 이렇게 한적하고 평화로운 바닷가를 보면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것 자체가 힐링이 됩니다.
0C(제로씨) 채비로 공략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엔에스 알바트로스 1.5-530
릴 : 시마노 BBX 하이퍼포스 2500번 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1.5호 서스펜드 타입
어신찌 : 쯔리겐 슈퍼 익스퍼트 0C, 조수우끼고무 M
목줄 : 토레이 토너먼터 SS 1.7호
바늘 : 벵에돔 전용 바늘 6호 → 5호로 변경
아무래도 필드가 조용하고 파도도 없으니 녀석들이 경계심을 품고 갯바위 근처로 접근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장타를 염두에 둔 제로씨 잠수찌에 g5 봉돌을 물려 중층에서 바닥층까지 훑어볼 생각입니다.
낚시를 시작하는데 기온이 많이 오르는지 덥습니다. 2월 말인데 덥다니, 확실히 남녘에서 봄이 오는가 싶습니다.
첫수로 황놀래기(어랭이) 한 마리가 하층에서 물고 올라옵니다. 계속 쪼아보는데 물속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아요. 이날 황놀래기만 대체 몇 마리를 잡은 건지.
황놀래기 외에 반응이 없자 최필님은 자리를 서쪽으로 옮기고.
저도 덩달아 옮겨봅니다. 이로써 동쪽에 낮은 여밭을 제외한 삼면을 훑게 됩니다. 여럿이 가면 좋은 점이 이런 것. 고기가 어디서 나올지 몰라도 보초는 설 수 있으니까요. ^^
그런데 최필님이 잡은 것은 무점황놀래기. 계속 던져보니 이곳은 아주 그냥 놀래기(어랭이) 밭입니다. 상위 포식자도 없고, 벵에돔도 활동하지 않는 그야말로 평화로운 바다. 상황이 이러니 저의 시선은 자꾸만 상원아빠쪽으로 향합니다. 혹시라도 대를 세우지는 않는지 지켜보기 위함인데요. 아니나 다를까 이때!
남쪽 물골 자리에서 낚시 중인 상원아빠님이 이번에도 첫수를 올립니다. 그러고 보니 대마도 와서 세 타임 출조했는데 세 타임 모두 첫수를 올리는 쾌거를 이루셨군요. 우리가 낚시 내기를 할 때는 주로 씨알로 만 원빵을 거는데 왜 고스톱도 첫 뻑이 있지 않습니까? 다음부터는 상원아빠님의 특기인 첫 수로 만 원빵을 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상원아빠님 자리에서 벵에돔이 확인되자 우리도 밑밥통 들고 그곳으로 튀었습니다. ^^
남쪽 물골 자리입니다. 전방에 여가 하나 보이죠. 그 사이를 셋이 나란히 노리는데요. 상원아빠님이 다시 입질을 받아냅니다.
30cm급 벵에돔이지만, 어쨌든 밑밥이 들어간지 한 시간 정도 지나면서 녀석들도 반응하는 듯합니다.
이번에는 제게 입질이 들어옵니다. 상원아빠님이 흘린 자리에서만 입질이 집중되고 있어서, 상원아빠님이 채비를 점검하는 틈을 타 그곳에 흘렸더니 여지없이 쭉 빨고 들어갑니다.
30cm급 벵에돔
저도 한 마리 했습니다. 오전에는 한 마리를 잡아도 대물인데 오후에는 파도가 잦아지면서, 왠지 마릿수 분위기로 가는 듯.
이어서 상원아빠님이 비슷한 씨알의 벵에돔을 올립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최필님. 보다 못한 제가 한 마디 합니다.
"좀 잡으라고~~"
햐~ 이러면 속이 타들어가죠. 안 그래도 최필님은 오전에 無입질, 無벵에돔, 無손맛까지. 어지간하면 한창 시즌에 대마도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3無'를 경험했습니다. 나중에 술자리에서 알게 된 것이지만, 최필님은 이날 보따리 싸고 집에 가고 싶었다고 합니다. 자기 손맛 못 본 건 둘째 치고 형님들에게 민폐만 끼친다고. 저는 당치도 않은 생각이라며 다독이는데 상황은 갈수록 묘하게만 흘러가니 저도 답답한 마음 가눌 길이 없었죠.
곧바로 최필님이 벵에돔을 올리긴 했는데 간신히 키핑할 만한 씨알입니다. 이런 것도 마릿수가 된다면 나쁘지 않은 상황이겠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입질의 여신은 최필님을 점점 더 외면하는 듯 보입니다. 상원아빠님과 제가 번갈아가며 잡는 상황인데..
여기서 최필님이 뭔가를 걸었습니다. 이때가 오후 3시 30분경. 순간적인 힘에 낚싯대는 꺾여 들어갔고, 옆에서 지켜보기 불안할 정도로 터지기 일보 직전인 상황에서 최필님은 차분히 버티고만 있습니다.
상원아빠님이 뜰채 지원에 나서고
담아낸 녀석은 벵에돔이 아닌 무려 '긴꼬리벵에돔'.
41cm 긴꼬리벵에돔을 낚은 최필님
와우~ 이때는 뭐랄까. 일 년 가뭄에 단비가 내린 기분이랄까요. 제가 낚은 기분에 얼른 뛰어갔습니다. 나중에 계측하니 41cm급 긴꼬리벵에돔. 벵에돔 낚시 경험이 적은 최필님은 갯바위에서 잡은 최대어가 되었을 겁니다.
바늘도 적절히 박혔습니다. 긴꼬리벵에돔은 벵에돔과 달리 융모가 단단한 편입니다. 바늘을 삼켰다면, 쉽게 올리지 못했을 겁니다.
해가 뉘엿뉘엿 기우는 시점에서 낚인 긴꼬리벵에돔이라 우리는 후속타를 염두에 두고 계속해서 쪼아봤습니다. 그런데 긴꼬리벵에돔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째서 최필님에게만 낚인 걸까? 최필님이 선 자리는 이 넓은 독립여에서 곳부리의 형태를 띠고 있었고, 조류도 바깥으로 돌아나가는 상황이라 외해에 있던 긴꼬리벵에돔이 밑밥 냄새에 이끌려 단독으로 들어오다 걸려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필님이 그 자리에서 후속타를 노리는 사이 저에게는 애꿎은 어랭이만 잡힙니다.
그런데 좀 전부터 신경 쓰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물수리 한 마리가 계속해서 제 주변을 맴돌며 호시탐탐 저를 공격하려고
가 아니고.. 제가 놔준 어랭이가 수면에서 철푸덕거리자 그걸 낚아채려고 하는 모습입니다. 제가 신경이 쓰인 것은 낚아채는 장면을 찍어? 말어? 하면서 고민에 빠졌던 것.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시간은 4시 30분. 이제는 뭐라도 입질이 들어와야 할 시점입니다. 혹시나 싶어 처음 던졌던 북동쪽 자리를 노려봤지만, 여전히 어랭이들 성화에 못 이겨 다시 남쪽 물골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이때 곳부리에서 긴꼬리벵에돔 후속타를 노리던 상원아빠님이 엄청난 입질을 받았습니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꼼짝하지 않은 녀석에 질세라 상원아빠님은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데요. 이 어종의 이름은 '대마도'였습니다. 쩝 ㅠㅠ
저도 하마터면 대마도를 걸 뻔했습니다. 하도 입질이 없자 바닥까지 샅샅이 긁는데 이때 뭔가가 덜컥 물더니 굴속으로 쪼르르 들어가 박힌 겁니다. 꼼짝달싹 못하던 저는 낚싯대를 이리저리 놀리며 녀석을 빼내는데요.
대물인 줄 알고 달려온 상원아빠님의 뜰채로 퍼내듯 잡아낸 것은
먹음직스러운 쏨뱅이였습니다. 매운탕의 제왕이죠. ^^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저뭅니다. 벵에돔 낚시에서 가장 피딩타임이어야 할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입질이 없다는 것은 여기서 더 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것. 적어도 제 경험에 의하면 그랬습니다. 물론, 밤 사이 김이나 해초 따위를 뜯어 먹으려고 갯바위 가장 자리까지 접근하기도 하지만, 지금 당장은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원동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날 잡은 벵에돔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필자
철수 시각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만 접고 정리에 들어갑니다.
이날 조황은 셋이서 한 것치고 부진합니다. 어랭이는 계속 방생만 하다가 막판에 몇 마리 챙겼습니다. 반찬으로 한 마리씩 구워주면 우리 딸이 잘 먹거든요. 어랭이도 소금구이를 하면 꽤 맛있는 어종입니다. 살이 부들부들해서 가시만 잘 발라주면, 아이들 밥반찬으로 그만이죠.
철수길은 늘 아쉽다
이렇게 해서 대마도 낚시 2일 차를 마쳤습니다. 뭔가 좀 아쉽습니다. 바다가 갑자기 장판이 돼버린 것도 아쉽고. 민숙집으로 돌아와 물칸을 보는데요. 계속 이렇게 낚시했다가는 한 사람 몰아주기 밖에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내일은 무언가 특단의 조치를 내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 특단의 조치에서 우리의 최필님은 물 만난 고기처럼 엄청난 활약을 하게 됩니다.
좀 전에 잡은 41cm급 긴꼬리벵에돔이 전환점이 된 걸까요? 낚시는 실력도 중요하고 날씨도 중요하지만, 많은 낚시인들이 부정할 수 없는 '기세'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풀 꺾인 기세가 어떤 전환점을 계기로 반등하는 시점이 오는데요. 아마도 최필님은 이때 낚은 긴꼬리벵에돔이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날 저녁, 민숙집의 바비큐 식사
그건 그렇고. 어제 상원아빠님이 잡은 돌돔을 여기서 먹을지, 집으로 가져가서 먹을지 결정해야 하는데요. 상원아빠님이 흔쾌히 내주셔서 갓 잡은 돌돔을 하루 정도 적응(순치)시킨 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 수도권 수산시장을 기준으로 양식산 돌돔 1kg 가격이 11~14만 원 정도 합니다. 41cm 돌돔이면 1kg을 조금 넘길 겁니다. 자연산이라 부르는 게 값인데요.
그 돌돔을 민숙집 실장님께 회로 부탁했습니다. 그리곤 우리 앞에 등장한 모습에 모두가 깜짝 놀라고 말았죠. 아니 돌돔에 무슨 짓을 한거야 ㅎㅎ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 낚시로 잡은 돌돔 민숙집에 맡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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