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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말에 다녀온 대마도 낚시를 연재합니다. 첫 회는 프롤로그 형식으로 3박 4일간 주마등처럼 스친 순간을 담아봅니다. 더불어 대마도 낚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즐길 포인트까지..
맑고 푸른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우는 기분
꿈에 그리던 대물 벵에돔을 낚아낸 순간
이것이 겨울 바다의 흑기사, 벵에돔
언제 벵에돔을 이렇게 잡아보겠냐며
우릴 즐겁게 했던 긴꼬리벵에돔 군단의 습격
제철 맞은 화살오징어(동해 한치)가 숙소 앞까지 들어온 날
국내에선 보기 드문 '입술무늬갑오징어'의 입질 러쉬까지
심지어 현지에서는 시가로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닭새우(크레이피쉬, 이세에비)까지 잡히는 곳
이 역시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자연산 돌돔회, 직접 잡아다 썰어 먹는 맛이 수산시장에 비할 수 없다
요즘 대마도를 찾는 여행객 및 낚시객이 많이 늘었습니다. 낚시를 소재로 한 TV 방송의 영향도 있겠고, 낚시가 국민 레포츠로서 관심받은 탓도 있을 겁니다. 대마도 하면 낚시 천국으로 대변되지만, 뭐든 포화상태에 이르면 그때부터는 파이 나눠 먹기가 됩니다. 어자원은 한정되고 낚시 인구는 늘고 있는 요즘이죠.
그나마 예전에는 관련 정보가 미흡해 진입장벽이 높았는데 최근에는 정보가 넘쳐나는 탓에 누구나 손쉽게 따라가고 흉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른 부작용은 말 안 해도 아실 겁니다. 낚싯대만 담그면 퍽퍽 하고 물어줄 것 알았는데 현실은 낚시가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는 점. 천혜의 어자원을 가진 대마도인 것은 맞지만, 시기와 날씨, 그때그때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고기 한 상자 챙겨가기도 버겁습니다.
낚시 인구가 느니 포인트 경쟁도 생길 것이고요. 비슷한 환경에서 낚시한다면, 조금이라도 낚시에 사전 지식이 있고 경험 많은 꾼이 고기를 좀 더 잡아가는.. 그래서 예전처럼 대충 던져 고기를 잡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하는 것이 현지에서 느낀 중론입니다.
그나마 대마도가 한정된 어자원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주의보, 악천후 같은 자연 현상 때문입니다. 혹한의 날씨야말로 어자원을 보호하는 유일한 방패가 되니까요. 그러니 우리가 사전에 취할 조치는 '준비라도 철저히'가 아닌가 싶습니다. 날씨야 운이 따라야 하더라도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함으로써 대비할 여지는 있으니까요. 이와 관련해서는 예전에 쓴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관련 글 : 대마도 낚시 여행의 빛과 그늘)
대마도에 머무른 시간은 3박 4일인데 길면 길고 짧으면 짧다는 표현, 여기서는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무진장.. 한없이 짧게만 느껴졌던 4일간의 낚시. 그 상황을 실시간으로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시간을 붙잡고 싶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혹한기 대마도 낚시의 성공 요인'은 크게 네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역순으로 소개하자면 네 번째는 준비물입니다. 벵에돔 낚시면 벵에돔 낚시, 돌돔 낚시면 돌돔 낚시. 저마다 시즌과 어종에 맞는 준비물이 있습니다. 이왕이면 고수들이 쓰는 낚시용품과 소품을 그대로 흉내 내는 것만으로도 반절 이상은 먹고 들어간다고 봅니다. 이번에 일행 중 한 명이 손톱만 한 소품 하나가 잘못돼서 낚시를 그르친 적이 있었습니다.(어디까지나 추정이지만) 찌, 수중쿠션, 봉돌, 솔채, 특히, 원줄과 목줄, 바늘은 검증된 브랜드와 제품으로 쓰시길 권합니다.
세 번째는 날씨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풍향과 풍속, 파고를 따져야 하는 바다 날씨가 되겠죠. 그런데 날씨는 불가항력적인 요소라 인간이 대비할 수 없고, 또 이길 수도 없습니다. 이기려고 하면 그날은 사고가 납니다. 그냥 운에 맡기는 것이 상책입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시즌. 시즌을 잘 포착해서 가는 것입니다. 고기가 갯가로 붙는 시기가 따로 있습니다. 대마도 벵에돔 낚시는 겨울이 시즌으로 알려졌지만, 겨울도 넓게 보면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까지 꽤 광범위합니다. 게다가 대마도가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 있고, 가운데 산맥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지형이 판이해 지역마다 시즌도 미묘하게 다릅니다.
고기가 붙는 시기도 매년 편차가 있습니다. 작년에는 1월에 고기가 터져서 올해도 1월에 갔더니 꽝이네? 이런 경우 흔히 접할 겁니다. 원인은 정말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산란철이 늦어지지기도 하고, 엘리뇨나 라리냐 때문일 수도 있으며, 혹은 윤달이 꼈을 수도 있고, 올해의 경우 한파가 길게 지속되는 날이 많아 수온 반등이 늦어서 그렇다는 둥 하여간 인간이 정확하게 집어낼 수 없는 자연환경 문제로 고기가 잘 잡히는 시기는 매 년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기가 붙었는지 여부는 현지 민숙집 및 가이드(스텝)으로부터 정보를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하겠죠. 정확히 알고 가는 것과 대충 시기를 맞춰 가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낚시 재미도, 조과도, 모든 것이 말입니다.
그렇다면 낚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즐길 포인트 대망의 1위. 즉, 최우선으로 꼽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파도밭에서의 여치기 낚시
호수처럼 잔잔한 미내만, 아소만 낚시
외해 직벽 갯바위
바로 함께할 '사람'. 낚시 파트너가 아닌가 싶습니다.
낚시를 하다 보면 내가 어떤 환경에서 낚시하게 될지 예상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모든 것은 현장에 도착해야만 알 수 있습니다. 저는 3박 4일 동안 다양한 필드 환경을 접했는데 여기에 변화무쌍한 날씨까지 신경 쓰고 대비하려니 머리가 아팠습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습니다.
왜 즐겁게 낚시하러 가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때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이 모든 것을 촉발한 것은 다름 아닌 '조과'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 혼자 낚시하는 것이라면, 조과야 어떻든 다음을 기약하면 됩니다. 저는 그래도 대마도를 일 년에 세 번 정도는 방문하니까요. 물론, 그렇다더라도 조과 부실로 인해 조행기는 재미가 떨어지고 월간지 칼럼도 걱정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여기에 함께 챙겨야 할 동행인이 있다면, 머리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비용도 만만치 않은 대마도 낚시라 일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분. 또 다른 한 분은 5년 만에 왔기 때문에 여기서 부실한 조과로 철수하게 되면, 저 하나 믿고 동행하였기에 제 마음이 편치 않은 겁니다.
이번 대마도 낚시에 함께한 상원아빠님과 최필님
그래서 낚시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는 잘 모르는 사람과 동행 출조하는 낚시인들이 더러 있습니다. 심지어 온라인상에서 만난 생면부지 사람들끼리 만나 카풀로 출조하기도 하는데요.(비용 절약 때문이지만)
저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저의 낚시 동반자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내였습니다. 지금은 육아로 바다를 거의 찾지 못하고 있기에 지금은 아내를 대신할 만큼 마음이 맞고 편한 사람과 낚시를 다닙니다. 그래야 촬영을 부려먹을 수 있죠.
낚시 혹은 낚시 여행에서 서로 간의 마음이 맞고 잘 통한다는 것. 이는 조과 이상으로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낚시를 다니다 보면 조과가 안 좋을 때도 있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영등철(어한기)에는 어딜 가도 조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럴 때 사람 잘못 만나면 니 탓 네 탓 할 수도 있고, 낚시하는 내내 의견이 안 맞아 고생할 수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사진이 필요한데 옆에서 낚시하기도 바쁜 사람 붙잡고선 사진 좀 찍어달라 부탁하기도 좀 그렇고. ^^; (게다가 혼자 고기 잡고선, 꽝 친 사람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말하기는 더더욱 염치없어 보이고)
마음이 맞는 편한 사람. 꽝을 쳐도 서로 간에 불편하지 않은 사람. 심지어 나만 고기 잡고 나머지 분들이 꽝을 쳐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 비유가 좀 이상하지만, 어쨌든 그 정도로 허물없이 다닐 수 있는 낚시 파트너가 중요하다는 것. 그 사람들이 누구냐에 따라 3박 4일이 즐거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과 낚시, 낚시와 사람, 사실은 그게 전부였다
대마도에서 처음 만난 분들과의 인연, 낚시라는 공통된 관심사 앞에는 나이도 학력도 지위도 없다. 모두가 하나같이 낚시가 좋아서 온 사람들일 뿐.
이번 조행은 아내 대신 세 남자의 여정이라 다소 칙칙할 수 있겠으나, 모처럼 성공적으로 치른 대마도 낚시 조행기도 기대해 주시기 바라면서 첫 회를 마치겠습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 우연히 낚인 갯바위의 폭군 돌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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