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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는 못된 낚시터다
해넘이에 입질의 추억
흔히 대마도를 낚시 천국으로 알고 있지만, 나는 저 사진에서 다시금 의문이 든다. 4짜 한 마리 잡겠다고 온종일 추위에 떨다가 기적같이 들어온 입질을 터트렸을 때의 허무함. 낚시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온종일 낚시해도 한두 마리 잡을까 말까 한 영등철. 언제 들어올지 모를 입질에 온 신경을 찌에 두는데 갑작스레 들어가 버리는 찌. 반사적으로 챘더니 한두 번 꾹꾹 하다 팅. 순간적인 판단 실수로 새벽부터 공들인 출조를 망치고 철수할 때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암담하고, 무엇보다도 터트렸을 때의 긴박한 순간이 자꾸만 떠올라 잠도 오지 않는다. 그런 고생으로 낚시를 다니다가 한두 마리 잡으면 얼마나 기쁘고 감격에 북받치는지. 고생스럽긴 해도 4짜 한두 마리 잡겠다고 공들인 시간과 노력이 일순간 보상받는 기분이다.
그런데 대마도는 그런 초심을 가차 없이 파괴하는 못된 곳이었다. 사진은 해넘이에 4짜급 벵에돔을 질질 끌어올리는 장면인데 저러다 몇 마리 벗겨지고 터트려도 아쉬움의 탄식 하나 없다. 저시간 때 만큼은 던지면 매번 저런 씨알이니 한두 마리 놓쳐도 다시 던져서 잡으면 그만이다. 한두 마리 잡아다가 가족과 함께 썰어 먹으려던 꾼의 소소한 일탈이 이곳에서는 우습게 되는 것. 반복되는 조과에 초심의 기분도 메말라간다. 고기를 걸고 끌어올리는 와중에 옆 일행이 그저 먼바다만 바라보는 것으로도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한 마디로 대마도는 '한두 마리 잡아가겠다는 꾼의 간절함 따위는 개나 줘라.'라고 말하는 못된 낚시터였다.
문제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지나고 나면 저때의 상황이 그리워진다는 것. 언제 또 찾아갈지 모르지만, 본인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빨리 잊어버려야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생초보 때 쓴 조행기 몇 번을 아래에 링크로 걸면서 글을 마칠까 한다. 그나저나 저 사진을 보고 있으니 멀쩡한 허리가 다 아플 지경이다. ^^;
추신 : 제주도에 잠시 볼일(낚시) 보러 갑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글로나마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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