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들통난 아내의 거짓말


 

 

"두 분 취미가 맞아서 좋으시겠어요."

 

줄곧 바다낚시를 함께 했던 우리 부부는 이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낚시 조행기를 올리거나 혹은 현장(바다)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도 이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서로 취미가 맞으니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아내는 억장이 무너진다고 한다.

취미가 맞기는 무슨, 내가 일방적으로 맞춰주는 거지!

그럼 지금까지 나와 함께 했던 입질의 추억은 전부 위선이었단 말이야? 이 말에 아내는 답했다.

 

"위선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가 낚시에 미쳐서 즐기는 수준은 솔직히 아니잖아? 낚시 문제로 싸우기 싫어서 내가 마지못해 따라가 준거지."

 

그렇다면 지금까지 재밌다며 낚은 고기들은 다 뭐야? 

 

"그니까 그게 재밌어하는 척을 한 거지. 벵에돔 4짜? 감성돔 5짜? 잡아봐야 회밖에 더 썰리겠나.

 그거 잡아서 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손맛도 별로 없구만."

 

허허허.

 

"다른 여자들은 낚시터에 따라가 준 것도 용한데 나는 그 낚시를 하기까지 했어. 그것만 해도 감사할 줄 알아야지. 이제 더이상 낚시할 일은 없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을 께. 정말 낚시가 재미 없었는데 억지로 해준 거였어?

 

"그럼 낚시가 정말 재밌어서 한 줄 알았어? 착각도 적당히 해야지. 갯바위가면 쓰레기에 똥 냄새에. 꾼들 매너 없지.

 춥지, 배고프지, 이건 뭐 화장실도 없으니 그저 참아야 하지. 돈 깨지지. 고생은 고생대로 하지. 서울서 거까지 가서 그 짓을 왜 하냐? 쯧쯧쯧"

 

나는 할 말을 잃음(...)

 

"이제는 낚시 갈 일도 없고 그 조행긴가 뭔가에 내 얼굴 팔리지 않아서 좋고 속이 다 후련하네"

 

그러다가 하루는 우리 부부의 옛 추억도 회상해 볼 겸 사진을 뒤적거렸는데 우리 부부가 바다낚시에 입문하고 처음으로 남해로 진출한 사진들이

눈에 띄었다. 사실 우리 부부는 낚시를 시작한 지 처음 몇 년은 수도권과 충남권 방파제에서만 즐길 수밖에 없었다. 둘 다 맞벌이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여건상 시간을 쪼개어 갈 수 있었던 곳이 대략 그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조과는 늘 신통치가 않았다. 잘 낚아야 손바닥만 한 우럭이 고작.

그래서 좀 더 시야를 넓히고자 눈을 돌린 곳이 거제도였다.

 

 

2008년 9월, 거제도 팔랑포 방파제가는 길에서

 

위 사진은 바다낚시에 입문한지 5~6년 차. 그제야 우리 부부는 서해권을 벗어나 처음으로 남해에 진출해 낚싯대를 담그게 됐다.

그 장소는 거제도 팔랑포 방파제였다. 이때만 해도 낚시하기 싫다는 아내를 어떻게든 설득해(외도 관광을 미끼로) 여름 휴가를 맞추고 거제도로 내려왔는데

위 사진을 보니 낚시가 설렜던 것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닌 것 같다. 당시 아내는 살림통과 뜰채, 낚싯대까지 들고 내려갔는데 앞에 바다가 보이자 발걸음이

더욱 빨라진 것으로 추측이 됐다. 사진 찍느라 밍기적거리는 나를 돌아보는 저 표정에서는 '재촉'이 느껴진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마치 놀이공원을 앞에 둔 어린 아이처럼.

 

그리고 이날 저녁, 나는 복어를 첫수로 낚았고 아내는 무려 벵에돔으로 신고식을 치뤘다.

다음 날 아침에는 장승포 갯바위에 들어갔는데 나는 감성돔 한 마리에 큰 거 한방 쏘고 아내는 감성돔 두 마리에 독가시치를 잡아 손맛을 톡톡히 봤다.

이날 이후 우리 부부는 서해를 벗어나 남해를 주무대로 삼으며 갯바위 낚시에 빠져들게 되었다.

오늘날 입질의 추억이 여기까지 온 것도 회사를 그만두고 글쟁이가 되려했을 때에도 뒤에서 나를 믿고 따라준 아내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이제는 결혼 7년만에 낳은 딸래미를 돌보느라 정신 없는 여느 엄마가 돼버렸지만, 낚시가 싫다던 그녀의 거짓말은 지금까지 함께하며 희노애락을 즐긴

수많은 사진이 말해주고 있었다. 굳이 고기를 낚아올린 사진을 들추어낼 필요도 없었다.

위 사진만으로도 아내가 낚시를 즐김에 있어서 어느 정도 설렘을 가졌는지 잘 표현해 주지 않았을까?

며칠 후 나는 아내에게 다시 물었다. 지금 당장 낚시를 하겠다면, 어떤 낚시가 가장 하고 싶으냐고.

 

"그야 당연히 긴꼬리벵에.."

 

딱 들켰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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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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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10 16: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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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ㅎㅎㅎㅎ 손맛에 한번 빠지면.... 결국 낚시를 끊기는 힘들다니깐요..^^
  2. 2015.03.10 17: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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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추억을 한켠씩 쌓아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네요 ^^
    • 2015.03.11 11: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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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뒤적거리다 보면 글에 대한 영감이 자주 떠오르기도 합니다~ㅎㅎ
  3. 차차
    2015.03.10 18: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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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모님 귀여우시네요^^부부의 취미가 같다면 그 또한 행복일듯 합니다 .
    • 2015.03.11 11: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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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같아질 수 밖에 없는거지요. 그래도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이 바다를 멀리해야하는 아내의 운명입니다.
  4. 기와그림
    2015.03.11 03: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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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ㅎㅎㅎ 딱 걸리셨네요 ㅋ
    • 2015.03.11 11: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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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한번 작대기를 바다에 드리우며 추억을 쌓고 싶으네요.
      그때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5. 2015.03.11 07: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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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기 싫어도 하다보면 빠져드는게 낙시의 매력이죠~ㅋㅋ
  6. 빽공
    2015.03.11 12: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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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봤습니다. ^^

    그간 조행기를 보면 두분이서 내기(?)낚시 같은것을 종종 하시더군요.

    아내분쪽 승률이 더 높았던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래서 오히려 남편분보다 더 낚시를 즐기시는 분이신가보다..했는데 ㅋ

    저만의 착각인가요? ㅋ
    • 2015.03.13 10: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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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의 승률을 높이려면 그 뒤에서 뒷바라지가 엄청나게 들어갑니다. ^^; 또 그래야만 아내가 낚시의 재미줄을 끊지 않으니까요.
  7. 2015.03.12 00: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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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앗 사모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재미있으시네요 :) 앞으로도 두분이서 재미없는 낚시 ㅋㅁㅋ 알콩달콩 잘 다니시길 @0@!!!!
  8. 기차화통
    2015.03.12 10: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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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게 사시는 두분...아름답습니다...부럽기도 하구요...ㅎㅎㅎ
    딱 들키신 아내분의 이쁜 거짓말에 웃음이 나옵니다
    앞으로도 내내 가족들의 행복을 빌어드립니다^^
    • 2015.03.13 10:28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언제 딸래미와도 갯바위에 설 지 아직은 깜깜하네요.
      기차화통님의 훈훈한 댓글에 힘을 얻어갑니다.
  9. 개똥이아빠
    2015.03.12 11: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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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읽고나서 드는 생각은..두분 다 정말 멋지십니다...^^
  10. 2015.03.12 19: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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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ㅎㅎㅎㅎ 괜히 어복부인님이 아니시죵~! ^^
  11. 유랑자
    2015.12.08 11: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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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하는말로 숟가락 놓기전에는 낚시는 끊기 힘든 취미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도 가끔씩 집사람과 낚시를 가는데, 좋아서 낚시를 같이 한다는 얘기는 절대 안하더군요.
  12. 자환이아빠
    2016.05.18 20: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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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ㅎㅎㅎ
    "긴꼬리벵에" 에서....냄새가 나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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