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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면이 바다인 한국은 바다낚시 인구가 전체 인구수에 비해 많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추산되는 낚시 인구는 500만 명이라고 하지만, 이는 한 번이라도 낚싯대를 쥐어 본 인구를 다 합한 숫자로 보인다.
실질적으로 바다낚시를 즐기는 인구는 10만 명이 좀 안 되는 것 같은데 이 정도 인구만 해도 한정된 바다에서 포인트 경쟁이 일어나기 충분한 숫자다.
바다낚시는 분명 자연과 함께하는 취미인데 실상은 사람들끼리 부대껴야 함을 피할 수 없다.
저어기 저 아래 수염이 지긋한 노인이 고무신 신고 걸터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며 사색에 잠기는 수묵화다운 풍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운치를 느끼려면 인적 드문 곳으로 가야 한다. 나만의 비밀스러운 냉장고 포인트가 있으면 모를까, 대부분은 발 꼬랑내 나는 시커먼 남정네들 사이에
낑겨 있다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될 때까지 선실에서 기다려야 할 처지다. 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운치라고는 지지리도 찾아볼 수 없는 전투 현장에서 낚시를 하다 보면 이따금 진상을 만날 때가 있는데 적어도 이글을 보는 분들은 그러지
않기를 다짐하면서 "해선 안 될 바다낚시 진상 종합 선물세트"의 유형을 소개할까 한다. 내가 지금까지 낚시하러 다니면서 겪은 일들이다. ^^;
■ 무대뽀로 끼어들기
갯바위에 배를 대더니 보란 듯이 앞에서 낚시하는 현지꾼, 정말 답 없다.
때는 화사한 봄날. 여수 가막만에서 감성돔 낚시를 하고 있을 때였다.
노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감성돔이 나오는 포인트라며 선장이 일러줬다. 며칠 전만 해도 4짜가 몇 마리 나오는 명당인데 감사하게도 낚시점에서
나를 알아보고 멀리서 왔으니 손맛 좀 보고 가라며 우리 일행을 이곳에 내려주었다. 때는 만조였고 이곳이 독립여라 물에 잠겨있었다.
사내 셋이서 겨우 발을 딛고 서 있을 만큼 좁은 땅이었는데 한 30분 기다리자 물이 서서히 빠지며 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밑밥을 30 주걱을 5m 전방에 뿌리고 옆 사람은 담배 한 대 태우고 나는 룰루랄라 뜰채 펴고 채비를 만들었다.
두근 반 세근 반으로 캐스팅. 멋지게 들어간다. 조류도 예쁘게 흘러주고 원하는 그림대로 착착 진행, 야 오늘 뭔가 되려나 보다.
그런데 멀리서 부아앙~ 요란한 엔진음을 내고 지나가는 듯 싶더니만 이 근방에서 엔진을 꺼버리네.
설마 설마 하는데 갯바위에다 밧줄을 묶더니 보트가 둥둥 떠서 사진처럼 전방 15m쯤에 닻을 내리는 것이다.
그 뒤에 일어난 일은 내 눈을 의심할 만큼 뻔뻔했다. 위 사진은 내가 선 자리의 측면이 아닌 바로 정면이다.
우리가 먼저 도착해 찌를 흘리고 있는데 거기에 바로 배를 대더니 버젓이 막대찌를 던져 놓고 낚시하는 게 아닌가?
사진에서 보다시피 가로로 가로질러서 말이다.
"와~ 이건 초대박!!!!!"
욕이 나와야 할 상황인데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나머지 대박을 외치고 말았다.
처음 몇 번은 눈치를 줬다. 그런데 마스크로 안면을 가린 이 사람은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지금까지 낚시하면서 황당한 일도 많이 겪었지만, 이렇게 뻔뻔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이렇게 보란 듯이 자리를 가로챌 수도 있는 거구나.
이 상황을 어떻게 타파해야 할까 싶어 일행과 상의해 보는데, 육성을 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보아하니 육성을 내서 자리를 옮길 사람 같았으면 이 같은 짓을 하지 않았으리라. 육성을 내다보면 언성이 높아질 테고, 언성이 높아지면 고성이
오가는 상황을 얼마나 자주 보아왔는가? 그럴 때마다 나는 "둘 다 똑같은 놈들"이라며 혀를 끌끌 찼는데 이번에는 내가 그럴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 날 함께한 일행도 그렇지만, 내 성향도 낚시터에서는 웬만하면 타인과 마찰을 일으키지 말고 자연과 벗 삼아 즐거운 낚시를 하고 오자! 주의다.
"그래. 셋이서 함께 할 수도 있지"
그런데 문제는 저 사람의 찌 위치다. 대각선도 아니고 완전히 가로질러 캐스팅하니 낚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대책이 안 선다.
결국, 발 앞에만 찌를 동동거리는데 밑 걸림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아까부터 보자 보자 하니깐 밑밥을 하나도 안 치네?
그리고는 우리가 밑밥 치는 자리에다 찌를 갖다 놓기까지 한다. 와~ ㅎㅎ
나중에는 자기도 너무했나 싶은지 딱 한 주걱 치더라. 밑밥을 가지고 오긴 했나 보다.
하다가 고기가 안 되는지 낚싯대를 접고 떠날 채비를 한다. 그래 잘 생각했다. 빨리 좀 가라.
시각은 오전 8시. 그렇게 아침 물때를 허무하게 보냈다. 시간상 좀 늦었지만, 보트가 떠나면 곧바로 공략을 해주겠노라! 그러고 있는데 배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좀처럼 갈 기미가 없다. 닻을 끌어 올리던 중 물속에 걸려 꼼짝달싹 못 하고 있는 것이였다. 우리의 손이 닿았을 거 같으면 어떻게든
도와서 빨리 떠나게끔 해주고 싶은데 밧줄에 매달린 보트가 조류를 받아 한쪽으로 쏠린 상태에서 혼자 낑낑거리기를 수십 분. 아주 끝까지 민폐군.
그렇게 보트는 낚싯대를 접고 나서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고, 그렇게 감성돔 낚시는 제대로 망치고 말았다. ㅠㅠ
■ 어르신께 꾸지람? 과도한 오지랖
추자도 어느 민박집에서
몇 년 전 아내와 함께 2박 3일 일정으로 추자도를 찾았다. 섬 민박집에서 장박해 보면 알겠지만, 저녁 식사를 다른 손님들과 함께 먹기도 한다.
이때는 부산에서 온 세 명의 낚시꾼이 일주일 째 장박 중이라며 낚시 영웅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처음엔 소주를 주거나 받거니 하며 '부부가 함께 낚시해서 보기 좋네', '울 마누라는 한 번 하더니 이런 거 왜 하냐고 때려치던데' 등등 처음에는 화색이
돌았다. 그런데 일행 중 가장 노장으로 보이는 분이 난데없이 내 젓가락질을 가지고 지적을 하기 시작했다.
젓가락 잡는 방법이 틀렸다. 중지 손가락 위치가 잘못됐다. 그래 가지고 어찌 음식을 먹느냐? 한국 사람이 젓가락질도 제대로 못해서 되겠느냐?
나보다 연장자이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 보는 사람인데 마치 어린아이 꾸중하듯 말하니 대략 난감이다.
듣고 있던 일행들은 '술이 과해서' 라며 이해하라고 해서 그냥 웃음으로 넘기기는 했다.
여기서 젓가락 지적질은 대충 끝나는가 싶었다. 그런데 젓가락 자세 교정을 지금 당장 하란다.
못 이기는 척하기는 했는데 먹던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둘이서 조용히 밥 먹고 자리를 떴다.
음식을 먹는데 어느 정도의 격식은 중요하다. 그것이 남들이 봤을 때 눈살 찌푸릴 만한 태도이거나 에티켓이 아니라면 고쳐져야 하는 게 당연지사.
그런데 젓가락질 자세가 잘못됐다고 상대에게 피해 가는 건 아닐 게다. 그렇다고 눈에 띌 만큼 이상한 자세도 아니다.
단지 가운뎃 손가락 위치가 조금 잘못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걸로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면박당할 수도 있구나. 세상 참 희한타. ㅎㅎ
■ 바로 앞에서 보트 낚시
삼천포 방파제에서
위 사진은 조류가 좌에서 우로 흐르고 있었다. 보트 위의 꾼들을 봐도 조류 방향을 알 수 있다.
우리는 10시 방향으로 넉넉히 캐스팅했지만, 몇 초 안 되 밧줄에 채비가 닿아 걷어 올려야 했다. 그렇다고 밧줄을 넘겨서 흘리기에는 무리다.
찌를 밧줄 밑으로 통과시켜 흘리면 저 사람들과 엉킬 위험이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사실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보트 낚시가 달갑지 않더라. 감성돔이든 참돔이든 흘림낚시를 해야 한다는 건 본인들이 더 잘 알 텐데.
그리고 흘리는 반경이 넓으면 넓을수록 입질 확률도 올라갈 것이다. 그런데 저렇게 밧줄로 선을 그어 버리면 방파제에 있는 사람은 어떻게 흘리라고?
운전할 때도 직진 차량이 우선이듯, 방파제 낚시와 보트 낚시가 함께 공존해야 할 상황이라면 방파제 특히, 테트라포트에서 낚시하는 사람을 우선 배려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때는 겨울이었고 영하 4도까지 내려가는 혹독한 날씨였다.
손이 얼얼해 감각이 없는 날씨 속에서 남자도 하기 힘든 장타를 여자가 날리며 테트라포트에 서 있어도 저 분들, 눈 하나 까딱 안 한다.
화가 난 아내는 보트 바로 옆으로 채비를 날렸다.
"보트에게 고맙다"
장타 치기 싫어하는 아내가 이날 어디서 힘이 나왔는지 장타를 막 날리더라. 덕분에 장타 연습은 신나게 하고 왔다.
내 블로그에도 분명 보트 낚시를 즐기는 분들이 이 글을 볼 텐데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쓰레기는 애교, 썩은 내에 맨탈 붕괴
고인 물에서 악취가 났던 안경섬 등대 포인트
작년 8월에 다녀간 안경섬의 모습이다.
조행기에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여기 고인 물은 며칠을 썩었는지 낚시하는 내내 심한 악취를 맡아야 했다.
물만 썩으면 말을 안 한다. 애꿎은 잡어들은 왜 살려주지 않고 이곳에다 버려두는지 이해할 수 없다.
여기 버려진 잡어들은 며칠 간 썩어 문드러져 삭을 대로 삭았다. 날벌레는 꼬이지, 찌에 집중할만하면 코끝이 찡할 정도로 쿡쿡 쑤시는 악취.
악취를 맡으며 하는 낚시는 말 그대로 '악취미'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들 섬을 관리하고 청소해 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안경섬 전문 출조점을 운영하는 김정욱 프로가 안경섬 무료 하선 이벤트를 열어 이곳을 청소했던 적이 있었다.
7~8명의 꾼을 초대해 섬 청소를 돕고, 대신 승선료는 무료로 한 것인데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이런 이벤트가 전국 각지에 있었으면 좋겠다.
거제도 서이말 삼각여 포인트
우리 부부가 전국 곳곳으로 낚시하러 다니며 느낀 것은 갯바위 청결도가 지역별로 다르다는 것이다.
거제 분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올 때마다 더럽다고 느꼈던 곳이 거제도였다.
다른 꾼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거제도 현지꾼들만 이렇게 하는 건 아닐 것이다. 부산에서도 많이 오고, 나 같이 서울에서
오는 분들도 있겠지만, 어쨌든 거제도, 욕지도, 좌사리도 등을 보면 유난히 더러운 포인트가 많은 것 같다.
이는 단순히 지역 문제는 아닐 것이다. 포인트가 좋아 사람 손을 많이 탄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일 게다.
제주도 새섬에서 낚시를 마치고 쓰레기를 수거한 결과
제주도는 그나마 깨끗한 편인데 도보권 포인트 중 일부는 이렇게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었다.
소주병, 태운 흔적, 가끔 중국에서 밀려온 쓰레기까지. 낚시를 마치고 모아보니 큰 봉지로 두 개가 나왔다.
제발 자신이 가져온 쓰레기만큼은 되 가져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야영 낚시를 갈 때마다 우리 부부를 괴롭히는 악취가 있다.
낚시하다 보면 어디선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악취. 어떤 건 시간이 오래돼 말라 비틀어진 나머지 씁쓸한 냄새를 동반하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또옹~"
추자도 밖미역에서 똥냄새 맡으며 낚시했던 기억,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그것은 시간도 얼마 안 된 듯한 신선한(?) 것이었다.
도대체 뭘 먹고 싸서 그런 냄새가 나는 건지. 똥파리가 시커멓게 달려들어 주변을 장악했고, 우리 부부는 냄새를 피해 좋은 포인트를 마다하고 옆으로
옮겨 낚시했던 적이 있었다. 제발 일을 보려면 바다를 향해 궁뎅이를 까자! 그리고 두레박으로 흔적을 없애 주길 바란다.
■ 남의 채비 자르는 건 양반, 고기는 왜 챙기는데?
줄만 자른 게 아니다, 기분도 싹뚝 잘렸다.
올 초에 있었던 선상낚시 이야기다. 선상 낚시를 하다 보면 옆 사람, 뒷사람과 채비가 종종 엉킨다.
일단 채비가 엉키면 누구 잘못이랄 것도 없이 서로 눈인사를 주고받는다. 상대가 채비를 풀면 '죄송합니다', 혹은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하는 게 예의로
알고 있다. 그런데 가끔은 말도 없이 상대방 채비를 잘라버리는 경우가 있다.
열기낚시 도중에 있었던 일인데 아내와 뒷 사람 채비가 서로 엉켰나 보다. 뒤에서 "줄 푸세요." 하길래 풀었다.
그리곤 한참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길래 뒤돌아 보니 그분은 일찌감치 아내 채비를 끊고 거기에 달린 고기까지 챙기는 게 아닌가?
"감으세요." 라는 말 한마디도 없이 말이다. 그 일을 당한 아내는 즉각 나에게 말하지 않고, 수 분이 지나서야 내게 다가와 넌지시 당했던 이야기를
꺼내더라. 왜 이제 와서 말하느냐고 했더니, 말하면 시끄러워질까 봐 모처럼 낚시인데 좋게좋게 하자 싶어서 지금 얘기한 거란다.
이 얘기를 지난 3월에 쓴 적이 있었다. 그때 달린 댓글 하나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그러니깐 이 분은 전후 사정은 안 보고 처음부터 아내가 잘못한 것으로 못을 박고 쓴 거다.
채비를 자른 현지꾼도 그런 생각이 있어서 자른 거겠지.
'여자니깐'
당연히 여자가 실수했겠지 싶은 남성 중심적인 사고가 은연중에 들어간 게 아닐까?
자기 줄 엉킨 건 짜증 나고 남이 줄 엉킨건 괜찮은 걸까? 이것이 원래 선상낚시 룰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자연을 벗 삼아 즐기는 취미라
하기에는 고기에 대한 인간의 욕심도 예의도 도를 넘었다.
출조점을 통해서 가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데, 현지꾼들과 섞여서 가면 이런 일이 한 번은 벌어지는 것 같다.
■ 이 넓은 포인트를 둘이서 쓰겠다?
차귀도 목여
작년 가을, 두 달 동안 제주에 머물렀을 때 이야기다. '밥곰'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는 블로그 독자님을 모시고 첫 동출을 위해 차귀도로 향했다.
우리는 모 낚시점에서 운영하는 고무보트를 타고 차귀도 목여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마침 현지꾼 두 분이 낚시 중이었다.
사진에 보다시피 '목여' 포인트 정말 넓은 곳이다. 많으면 7~8명까지도 내릴 수 있다. 사진에 1번과 2번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다.
목여에 도착하니 2번에 두 명이 낚시 중이어서 우리는 1번에 배를 대고 내리려고 했다.
그런데 저분들이 손짓으로 내리지 말라고 한다. 선장도 황당하고 우리 일행도 황당했다. 우리라고 해봐야 나와 아내, 밥곰님 세 명이 전부다.
대체 왜 그러냐고 했더니 "여기는 OO낚시 보트가 내릴 수 있는 관할이 아니다." 라며 하선을 못 하게 막는 게 아닌가?
그렇게 한동안 대치 중이었다가 선장과 현지꾼이 서로 육두문자를 날리기 시작했다. 내가 보기에는 선장이 "둘만 낚시하면서 왜 못 내리게 하는데?"
라며 윽박지른 것이 현지꾼은 '욕'인 줄 알고 바로 육두문자로 대응한 게 아닐까 싶은데 어쨌든 먼저 욕을 한 건 현지꾼이었다.
그러자 한 성깔 해 보이는 선장이 엔진을 잠시 끄고 똑같이 육두문자를 날렸다. "카고 낚시나 하는 주제에" 라며.
제주도에는 카고 낚시하는 분들이 많다. 이것도 엄연한 낚시 장르이자 방법이라 비하한 건 잘못된 거지만, 저 넓은 포인트를 둘이서 차지하겠다는
현지꾼이 너무한다 싶었다. 결국, 우리는 기수를 돌려 다른 포인트에 내렸고 거기서 보기 좋게 꽝을 쳤다.
그리고 저녁이 돼서야 목여로 옮길 수 있었다. 그리고 해 질 녘에 벵에돔 몇 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목여에 있던 현지꾼은 소OO호 아니면 한OO호 손님인데 거기 유어선을 이용하는 한 무조건 오후 5시에 철수해야 한다.
(차귀도의 두 유어선은 격일로 운항하는데 무조건 오후 5시면 철수한다. 동절기로 접어드니 4시에 철수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차귀도는 현재 해 질 녘을 노리기가 사실상 어렵다. 앞으로 나는 차귀도를 새벽 출조만 할 것이다.)
■ 선실 매너가 실종된 한국의 갯바위 낚시, 흡연은 덤
비좁은 선실에 떡하니 자리 차지하고 자는 꾼들
갯바위 낚시 좀 다닌 분들은 이런 광경을 자주 보았을 것이다. 너무 익숙한 장면일까? 이제는 이상할 것도 없다.
물론 자리가 널럴하다면 다리를 쭉 뻗고 자도 별 상관이 없다. 문제는 자리가 없어 앉지도 못하고 밖에서 벌벌 떨고 있는 꾼들이 있을 때다.
여름에는 상관없지만, 가을로 접어드는 지금부터 겨울까지는 새벽공기가 무척 찰 뿐만 아니라 조금만 날이 안 좋으면 갑판 위로 파도가 튀어 낚시 시작도
전에 옷이 흠뻑 젖는다. 이런 날에는 전원이 선실 내로 들어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갯바위 유어선은 배마다 구조가 다르긴 하나 사진에 보이는 선실에서 열댓 명이 앉을 수 있고, 조타실 밑에 계단을 밟고 내려가면 거기서도
몇 분이 앉아갈 수 있는 구조다. 보통 한 배 정원이 20명 전후인데 이 인원이 모두 선실에 있으려면 엄밀히 말해 어느 누가 누워선 안 되는 것이다.
특히, 새벽에 출조를 나갈 때는 자리가 비좁아 섣불리 눕지 못하니 서로가 바짝 붙어 앉아 가는 편인데 철수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철수할 때 선실에 들어가 보면 몇몇 분들이 대짜로 누워있다. 운이 좋으면 발 냄새나는 입구 쪽에 쭈그리고 앉아 갈 때가 많고, 그마저 여의치 않으면
밖으로 쫓겨나 옆 사람이 연신 피워대는 담배 냄새만 죽어라 맡아야 할 것이다.
정원 초과한 선장도 문제다. 해경이 검사하러 오면 몇몇 손님을 밖으로 빼돌리질 않나, 조타실 밑에 수 분간 처박아 놓고 숨어있으라고 하질 않나.
해경이 들어와 인원을 세는 동안 구석에 숨어서 숨죽이고 있어야 하는데 자기들이 돈 몇 푼 벌고자 하는 부담을 왜 손님에게 전가하는지.
한파가 불어닥친 지난 2월, 거문도까지 3시간이 걸리는 열기 낚싯배로 선실에 앉을 곳이 없자 우리 부부는 밖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이른 새벽에는 누구나 피곤할 것이다. 그나마 수도권에서 출조점 버스를 타고 온 꾼들은 오면서 새우잠이라도 잘 수 있지만, 현지꾼들은 거리가
가까워도 새벽부터 준비하느라 피곤할 만도 하다. 정 피곤해서 자는 건데 그걸 가지고 뭐라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대짜로 누워서 스마트폰질 하는 인간은 대체 뭐람? 누구는 앉을 자리가 없어 신발장에 쭈그리고 있고, 그마저도 자리가 없어 추운
겨울의 새벽에 밖에 서 있는데도 남 생각은 아랑곳하지 않고 누워서 게임질이다. 옆에서 보다 못한 꾼이
"아저씨 누워서 게임만 할 거면 일어나세요"
그랬더니 자기도 미안했는지 게임 끄고 잔다.
게 중에는 분명 아내와 눈 마주친 사람도 있었는데 이 분들은 투철한 '남녀평등' 의식을 가졌는지 여자라고 양보하는 일은 흔치 않다.
누워있는 분들 보다는 오히려 앉아있는 분들이 양보했다.
#. 선실에서 흡연하는 인간들
지금까지 몇 번을 겪었고 그때마다 참았는데 이제 그런 사람이 보이면 바로 '파이팅 모드'다. ^^
작년에 추자 절명여 갔을 때였다. 너울 때문에 들썩이는 선실 내부가 안 그래도 불편해 죽겠고, 또 전날 관탈도에서 낚시하다 넘어져 허리를 삐끗하는
바람에 통증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였다. 새벽에 설잠을 자는 것도 한계가 있고 아내와 나는 그렇게 쭈그리고 앉아 있는데 옆에서 스멀스멀 담배 냄새가
나는 게 아닌가? 나는 밖에서 피우는 담배 연기가 안으로 들어왔겠지 싶어 대수롭지 않게 있는데 고개를 돌리니 놀랍게도 구석에 누워있는 분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선실 내부에 흡연자들만 가득해도 남이 피는 담배 연기는 맡기가 거북하다는 걸 본인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어찌 저렇게 피고 앉았을까?
순간 나도 모르게 욱하고 말았다. 목구멍에서 이 씨X이 올라오려다 간신히 참고선
"거기 아저씨"
"네?"
"아니 아저씨 말고 그 옆에 담배 피는 아저씨"
"(슬그머니 쳐다본다.)"
"담배는 나가서 피시죠?"
좋게 말할 수도 있었던 상황인데 나도 모르게 고성을 내고 말았다. 순간 자고 있던 몇 분이 깼고, 선실 내부는 잠깐 싸했다.
태우던 담배를 손가락에 끼우고 잠시 눈치를 살피던 꾼은 조타실 옆문으로 나갔다.
조타실에서 연신 줄담배를 피우는 것도 문제다. 그 연기의 일부는 옆 창문을 통해 빠져나가지만, 일부는 선실로 그대로 유입된다.
자는 사람이나 앉아서 가는 사람이나 끊임없이 들어오는 담배 연기에 상당히 곤혹스럽다. 대게 조타실에서 담배피는 유형은 단골 손님들.
어떻게든 좋은 포인트에 내려보고자 선장 옆에 붙어있는 건 상관없는데 제발 줄 담배만은 자제 좀 했음 좋겠다.
선상 낚시도 마찬가지. 옆 사람 골초라면 온종일 고생한다. ^^
쉬지 않고 피워대는 줄담배를 연신 맡으며 고패질해야 하는데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돌아삔다. ㅎㅎ
그렇다고 담배를 못 피게 할 수도 없고.
한국은 낚시 산업이 발달한 나라지만, 꾼들의 의식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누가 그러더라. "바다 좋아하고 사람치고 악한 사람 없다고" 솔직히 나는 그 말에 동의 못 한다.
물론 매너와 인심이 좋고 멋진 분들도 많지만, 출조해 보면 뜻밖에 개매너가 많다.
고기 욕심에 눈이 멀어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하는 꾼들이 의외로 많았다.
처음 이 글을 쓸 때는 가볍게 웃으며 공감하는 글을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나 자기 한탄조로 빠져버렸다.
이 부분은 너그러이 양해를 구한다. ^^; 그렇다고 안 좋은 일만 겪은 것은 결코 아니다. 반대로 '고마웠던 일, 훈훈한 이야기'도 많았다.
다음 시간에는 그런 이야기를 위주로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몇 개의 사례를 말했지만, 이것 말고도 시정되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해당한 분들이 있다면, 앞으로 잘 좀 해보자. 모두가 즐거운 낚시를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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