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감의 황제, 돌돔(자연산)

 

피서철 행락객을 상대로 양식산을 자연산으로 가장 많이 둔갑시키는 횟감 중 하나가 돌돔입니다. 특히, 해수욕장 인파가 몰리는 부산의 경우 일본산 양식 돌돔이 대거 들어오는 곳임에도 양식은 보기 드문(?)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횟감의 황제라는 인식, 여기에 성게, 전복, 소라 같은 고급 해산물만 깨 먹으며 살아왔으니 그 영양분을 고스란히 가진 돌돔 쓸개가 바다의 웅담으로 알려지면서 좌빈의 연장자나 허약체질이 술에 타 먹기도 하는데요. 실상은 사료 먹고 자란 양식산 돌돔의 의미 없는 쓸개주를 드신 것일 수도 있습니다.

 

돔이 가진 '고급어종'으로서의 이미지와 상품 가치를 좀 더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양식산을 자연산으로 속이거나 둔갑해서 파는 행위가 있습니다전문가가 아닌 한 돌돔은 양식산과 자연산 구별이 쉽지 않은 어종입니다. 

 

지금부터 쓰는 내용은 양식산 돌돔과 자연산 돌돔의 완벽한 구별법입니다. 제가 이 구별 포인트를 알아내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예전에 낚시한 사진을 모두 꺼내 시장에서 찍은 양식산 돌돔과 정밀 분석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낸 결론은 아래와 같습니다.

 

 

<사진 1> 자연산 돌돔

 

#. 자연산과 양식 돌돔, 한눈에 구별하는 방법

낚시로 잡은 자연산 돌돔입니다. 지금부터는 동그라미 표시 안에 있는 뒷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를 유심히 보시기 바랍니다. 모양도 모양이지만, 지느러미의 갈라짐이나 헤짐이 거의 없고 선이 깔끔하게 떨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 2> 자연산 돌돔(뺀찌 사이즈)

 

마찬가지로 낚시로 잡은 돌돔인데 지느러미 선이 곱고 매끄럽습니다.

 

 

<사진 3> 자연산 돌돔(2kg 이상)

 

이번에는 자연산 성체 돌돔입니다. 뒷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의 선을 주목하십시오. 아래 사진에서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자연산 돌돔과 양식 돌돔을 구별하는 포인트를 숫자로 표시해 보았습니다.

 

1) 꼬리지느러미 모서리

모서리가 깎이거나 둥글지지 않습니다. 자연산 돌돔은 이 부분이 비교적 뾰족한 편입니다. 

 

2) 꼬리지느러미 가운데

꼬리지느러미 가운데가 살짝 들어가서 V(브이)자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 1>처럼 돌돔이 긴장 상태에 놓이면 지느러미가 일시적으로 펴지면서 일자로 보이기도 하나, 평소에는 가운데가 살짝 들어간 모양이며, 갈라짐 없이 깔끔한 선을 가집니다.

 

3) 뒷지느러미 모양

자연산은 모서리에서 안쪽으로 움푹 팬 호미 모양이 특징입니다.

 

 

<사진 4> 양식산 돌돔

 

사진은 수산시장에서 촬영한 양식산 돌돔입니다. 포인트가 되는 지느러미 부분을 좀 더 확대해 보겠습니다.

 

 

 

1) 꼬리지느러미 모서리

모서리가 일부 깎였고 둥글둥글합니다. 양식산 돌돔은 이 부분이 매우 둥그렇거나 아예 훼손되어 있기도 합니다. 

 

2) 꼬리지느러미 가운데

꼬리지느러미 가운데가 들어가지 않아서 모양이 일자입니다. 갈라지고 헤져서 선이 깔끔하지 않으며 굴곡이 심합니다.

 

3) 뒷지느러미 모양

자연산은 안쪽으로 움푹 팬 호미 모양이지만, 양식산은 이 부분도 일자로 떨어집니다. 마찬가지로 선이 매끄럽지 못하고 굴곡이 있습니다. 

 

 

꼬리지느러미가 닳아 있으면 그 돌돔은 99% 양식산입니다. 시중에는 이런 양식산 돌돔이 많이 유통되지만, 유독 바가지 상술이 기승을 부리는 휴가철에는 일부 비양심 상인이 자연산 돌돔으로 둔갑해 팔기도 합니다.

 

 

자연산과 양식산 여부를 떠나 몸에 상처가 난 것은 2차 감염의 우려 및 스트레스가 많은 활어이므로 피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사진 5> 양식산 강담돔

 

수도권 수산시장에서는 범돔으로 잘못 불리고 있는 강담돔입니다. 강담돔은 돌돔의 사촌인 만큼 맛과 모양이 비슷하며 식성까지 닮았습니다. 돌돔만큼 특별한 횟감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편이며, 양식산도 제법 유통됩니다. 가두리 양식 환경의 특성상 좁은 우리에 사육 밀집도가 높다 보니 서로 부대끼 그물망에 쓸리면서 꼬리지느러미가 닳고 벌겋게 부어오르는 특징을 보입니다.

 

 

<사진 6> 자연산 강담돔

 

반면, 자연산 강담돔 꼬리는 선이 매끄럽고 깨끗합니다. 돌돔과 강담돔뿐 아니라 참돔도 마찬가지입니다. 꼬리지느러미 모서리가 날카롭게 각이 지고 선이 매끄러우면 자연산, 반대로 모서리가 라운드지고 닳아있으면 99% 양식입니다.

 

벵에돔의 경우 덩치 큰 놈이 작은 놈을 계속 쫓아다니며 괴롭히는데 수조를 보면 꼬리지느러미를 물어뜯는 경우를 심심찮게 봅니다. 이렇듯 사육 밀집도가 높은 양식산은 이런저런 이유로 꼬리지느러미가 훼손되어 있고, 자연산은 매끄럽고 상처나 갈라짐이 없는 편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돌돔, 강담돔, 참돔에 한해 산지에서 자연산을 고집하겠다면, 이러한 특징을 알아야 자연산으로 둔갑한 양식산에 속지 않고 드실 수 있습니다.

 

 

돌돔 위장에서 나온 소라껍데기

 

지금까지는 소비자가 수조 속 활어를 보고 이것이 양식인지 자연산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구별법이었습니다. 직접 손질할 기회가 있다면, 위장 속 내용물로도 이것이 양식인지 자연산인지 알 수 있습니다. 양식산 돌돔은 출하 후 소매상으로 유통되기까지 먹이활동이 거의 없습니다. 위장에 별다른 내용물이 나오지 않겠죠.

 

자연산은 최근까지 먹이 활동한 내역이 위장에 남는데 특히, 소화가 잘 안 되는 전복이나 소라껍데기가 남아 있는 경우를 봅니다. 돌돔은 이런 먹잇감을 껍질 채 부숴 먹고, 성게는 부리로 쪼아서 그 안에 든 알(생식소)를 홀짝홀짝 빨아먹는가 하면, 성질 급한 녀석은 성게 가시고 몸통이고 할 것 없이 와작 씹어먹기 때문에 위장에는 소화되다 만 성게 가시가 대거 나오기도 합니다.

 

 

<사진 6> 어린 양식산 돌돔(줄돔)

 

#. 어린 돌돔(줄돔)의 자연산과 양식산 구별법

양식한 어린 돌돔을 시장에서는 '줄돔'이라 부릅니다. 줄돔은 대게 1년생으로 몸길이 20cm 정도로만 키워 출하하기 때문에 양식장에서는 타산이 좋은 어종입니다. 그런데 어린 줄돔은 지금까지 설명한 구별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아직은 지느러미에 상처가 나기 전이라 자연산 돌돔처럼 선이 매끄럽고 해지지 않습니다. 다만, 뒷지느러미가 일부 해지고 일자 모양이라는 점에서 <사진 2>의 자연산 어린 돌돔과는 차이가 납니다.

 

 

#. 큰 돌돔은 대부분 일본산

어린 줄돔은 국산과 중국산 양식이 대부분이라면, 큰 돌돔은 일본산 양식이 독보적으로 수입됩니다. 일본에서 돌돔 생산량이 가장 많은 다섯 곳을 꼽으라면 나가사키 현, 구마모토 현, 오이타 현, 와카야마 현, 가고시마 현입니다. 이들 지역은 연중 수온이 20 전후로 높아 돌돔을 크게 성장시키기 적합한 곳입니다.

 

돌돔은 1년생이 약 20cm인데 일본의 양식장에서는 23cm로 같은 기간 성장률이 높습니다. 이후 성장 속도는 둔화해 국내와 중국에서는 1년만 키우고 출하하지만, 일본은 3~4년까지 키워 무게 2.5kg 혹은 그 이상으로도 키워내므로 단지 크기가 크다고 해서 자연산 돌돔이라고 속단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 돌돔 쓸개주, 알고 먹어야

모든 횟감 중에 최고란 수식어가 붙는 돌돔. 이러한 돌돔의 특별함은 어디서 나올까요? 생선회 맛은 종의 특성에 따른 선천적 요인도 있지만, 수온과 먹잇감 같은 후천적 요인에도 적잖은 영향을 받습니다. 돌돔이 다른 횟감보다 고급스럽고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그간 먹어치운 먹잇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성게, 소라, 전복, 게고둥 등 산채로 팔면 수백만 원은 족히 나올 만큼을 성장하면서 먹어치우기 때문에 돌돔 쓸개가 바다의 웅담이라며 각별히 여기는 것일 겁니다. 

 

그러나 양식으로 길러진 돌돔은 이러한 특성에서 배제됩니다. 양식산 활어는 단기간에 살을 찌우고 성장시키는데 초점이 모아집니다. 단백질은 물론, 지방 요구량이 많아서 고등어 같은 냉동 분쇄육에 항생제나 성장촉진제를 섞기도 하고, 어분과 기름을 짜고 난 대두의 찌꺼기에 비타민 같은 영양소를 적절히 섞은 배합사료가 쓰입니다.

 

즉, 같은 돌돔이라도 자연산과 양식산의 먹잇감이 완전히 달라 크게 성장할수록 육질과 맛, 향미에서는 적잖은 차이가 나는데 여기에는 쓸개도 예외가 아닙니다. 게다가 돌돔 쓸개의 효능은 완벽하게 밝혀진 것이 없고, 어디까지나 민간의 구전으로 전해지는 것입니다. 제가 들은 민담은 매년 돌돔 낚시를 즐긴다는 섬사람이 돌돔 쓸개를 먹고 나서부터는 그간 있었던 잔병치레가 몇 달간 싹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민담으로 전해 들은 것이며, 양식산 돌돔은 이조차도 해당하지 않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 돌돔, 가격 대비 좋은 횟감은 아니다

돌돔은 자연산과 양식산의 가격 차이가 꽤 큽니다. 상품성을 높이고자 양식을 자연산으로 둔갑해 가격을 부풀리는데 실제로 통영 중앙시장의 양식 돌돔 시세는 1kg 미만인 작은 돌돔인 경우 kg당 3만 원 선이며, 수도권이라 하더라도 5만 원을 넘지 않아야 적정가입니다. 그런데 해마다 휴가철이면, 크기도 그리 크지 않은 양식 돌돔을 kg에 12만 원 이상 받습니다. 자연산이라 원래는 12만 원을 받아야 하는데 10만 원만 받겠다며 선심 쓰는 척하지만, 실제 그 돌돔의 적정가는 5만 원 안쪽이었으니 휴가철만 되면 별다른 근거 없이 가격만 올려 받는 셈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숙박업도 마찬가지긴 합니다.)

 

1kg을 훌쩍 넘기는 성체인 경우 양식은 8만 원선, 자연산은 10~12만 원선을 받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것도 저울 조작이나 바구니를 이용한 중량 부풀리기를 하지 않고 정량을 준수할 때입니다. 일부 비양심 상인은 여기에 중량까지 부풀리고 있으니 눈에 보이는 것보다 좀 더 폭리를 취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은 어디까지나 '일부 비양심 상인'에 한해서지만, 평소 굳건히 원칙을 지키며 장사해오다가도 매년 휴가철이면 앞집 옆집이 그렇게 장사하니 심지가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비하는 것은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이 되겠지요. 조만간 농어와 민어 편도 올릴 예정이지만, 한여름에 먹어서 탈이 적고 맛까지 챙길 수 있는 제철 횟감으로 돌돔, 농어, 민어가 대표적으로 꼽히는 만큼 자연산을 고를 땐 오늘 내용을 잘 참고해 불필요한 상술에 당하지 않기를 당부합니다. 

 

<<더보기>>

수산시장 활어회 무게 속이는 저울 조작의 심각성

국산, 수입 수산물 구별법(9), 국산과 수입산 도미(참돔) 구별법

좌광우도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봄 도다리대신 가자미로 쑥국 끓였을 때 차이는?

진품 다금바리(アラ)회, 숨가빴던 시식기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3971)
유튜브(입질의추억tv) (581)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3)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03-19 16:15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