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에 민어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횟감이 아니여서 자료도 많지 않고 별도의 취재도 하지 않았습니다. 수년간 바다낚시를 즐기면서 좋은 횟감을 많이 접할 수 있었던 것도 요인입니다. 굳이 비싼 가격을 치르면서까지 민어를 사 먹을 동기는 부족했던 것이지요.

 

그러다가 작년부터 민어와 관련해 정보를 수집해 왔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유통되지 않았던 중국산 양식 민어가 최근 대거 유통됨에 따라 원산지가 혼탁해지고, 여름 보양식이라는 의미가 희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민어와 관련해 한두 개의 글이 발행될 예정인데 그 내용 중에는 소비자는 물론, 대다수 상인과 조리사들도 모르는 충격적인 내용도 포함합니다.

 

 

민어로 자주 둔갑되는 가짜 민어(일명 점성어)

 

중국산 양식 민어 이야기는 다음 편에 자세히 소개하기로 하고, 우선은 민어로 자주 둔갑해 팔리는 점성어(홍민어)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복달임 음식이니 여름 보양식이니 하면서 민어가 소개됩니다. 이제는 민어를 몰랐던 사람들도 민어를 찾아 먹을 만큼 친근해졌는데요. 여기에는 비싸고 고급스러운 민어란 인식에 숟가락만 얹어 득을 보는 횟감이 있습니다. 바로 점성어.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점성어는 100% 중국산 양식입니다. 서양에서는 RED DRUM이라 불리는데 산란기 때 우는 소리가 마치 드럼 소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원래 서식지는 미국 플로리다와 멕시코 해안으로 이어지는 대서양으로 몸집이 크고 손맛이 좋아 미국에서는 스포츠 피싱으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러다가 남획으로 개체 수가 줄자 텍사스의 한 양식장에서 종묘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한국의 한 양식업자가 사들여 중국에서 양식하게 된 것이 오늘날 우리가 먹게 된 점성어의 시초입니다. 

 

점성어의 표준명은 홍민어입니다. 이름과 모양이 민어와 비슷해 여름철 대표 보양 식재료인 민어로 자주 둔갑됩니다. 그렇다면 외형으로는 어떻게 구별할까요? 아래 사진으로 알아봅니다.  

 

 

<사진 1> 표준명 민어

 

요즘 수산시장에 가면 계근표를 단 민어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민어 유통의 90%가 현지에서 피를 빼 빙장으로 운송되는 선어입니다. 민어의 전반적인 모습은 이러합니다. 8~9월 산란철을 앞두고 있어 살찐 모습이며, 회색과 은색이 돕니다.

 

 

<사진 2> 표준명 홍민어(점성어)

 

사진은 민어로 자주 둔갑되는 점성어입니다. 중국에서 횟감용으로 양식되므로 99.5% 이상 활어로 유통됩니다. 그러니 수조에서 활기차게 헤엄치는 것은 모두 점성어나 중국산 양식 민어로 보아도 무리가 없습니다. 소량이지만 점성어도 선어로 유통됩니다. 그것을 민어로 속여 파는 것은 최악의 기만입니다. 

 

선어로 유통되는 점성어는 수조에서 죽었거나 혹은 가끔 잡히는 자연산입니다. 원 서식지는 대서양인데 지금은 국내 바다에도 서식하게 되었던 것. 그렇게 된 이유가 흥미로운데 중국산 양식 활어는 주로 통영을 거쳐 들어옵니다. 부두로 옮기는 과정에서 탈출한 개체가 인근 해역에 정착한 것인데 이것이 그물이나 낚시에 가끔 잡힙니다

 

중요한 것은 수조에 진짜 민어는 없다는 것입니다. 민어의 90% 이상이 선어로 유통되고, 나머지가 활어로 유통되는데 활어로 들어온다더라도 모두 뒤집어져 배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유는 부레에 공기가 차서입니다. 부레에 공기가 차면, 그 공기를 빼주지 않는 한 고기는 중심을 잡지 못합니다. 게다가 수조의 바닷물은 서식지 환경과도 차이가 있습니다. 수온, 수압, 염분농도 등등.. 이렇게 차이가 나면 부레에 공기가 차지 않아도 고기는 뒤집어집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활 민어는 수조에 들어가도 제대로 헤엄치지 못하고 곧 죽을 것처럼 허우적댑니다. 누가 보면 맛이 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게 진짜 민어일 확률이 높은 것입니다.

 

 

<사진 3> 민어의 꼬리

 

다시 민어로 돌아와서 꼬리를 보면, 선어로 유통되기 때문에 칼에 찍힌 자국을 볼 수 있습니다.(사진의 a) 이는 피를 뺀 흔적입니다. 꼬리지느러미는 붉은색을 띠며, 그 끝은 아주 얇고 섬세한 가닥으로 되어 있습니다.(사진의 b)

 

 

<사진 4> 점성어의 꼬리

 

사진은 점성어의 꼬리입니다. 우선 b를 주목하십시오. <사진 3> 민어 꼬리와 비교해 보면 모양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점성어는 이 어류의 특징인 검은 반점이 찍혀 있습니다.(사진의 a) 이 점은 개체에 따라 몸에 나기도 하며, 꼬리에만 2~3개가 나기도 합니다. 매우 드문 경우이나 꼬리에 점이 없는 개체도 더러 있습니다. 점이 없으면 민어로 둔갑하기 좋은 상태가 됩니다.

 

 

<사진 5> 민어 대가리

 

굳이 꼬리에 점이 있는지를 보지 않아도 민어와 점성어는 대가리부터 체형과 채색까지 모두 다릅니다. 잘 보면 그 차이를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민어 대가리는 옆으로 누운 삼각형을 하고 있습니다. 비늘 크기가 작으며, 아래턱이 위턱과 거의 같은 선상에 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빛깔도 은색을 띱니다.

 

 

<사진 6> 점성어 대가리

 

점성어는 대가리가 크고 민어보다 훨씬 둥글둥글합니다. 수조에 든 점성어는 대부분 누런빛을 띱니다.

 

 

옆에서 보면 아래턱이 위턱보다 안으로 들어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좀 어벙한 인상이죠. 비늘도 민어에서 볼 수 없는 상당한 크기를 자랑합니다.

 

이렇듯 민어와 가짜민어(점성어)는 외형에서 적잖은 차이가 나므로 일반 소비자가 조금만 눈여겨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고른 민어가 회로 나왔을 때 점성어로 둔갑하는가입니다. 손님이 민어를 제대로 골라도 회를 치는 과정에서 점성어로 바꿔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회를 받았을 때 민어와 점성어의 차이점, 무엇이 있을까요?

 

 

<사진 7> 민어회

 

사진은 민어회입니다. 민어회는 다양한 부위가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사진 8> 민어 부레

 

민어회를 주문했는데 부레가 없다면, 그건 민어가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1~2kg 미만의 작은 민어를 떴다면 부레가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진 9> 민어 뱃살

 

뱃살도 나와야 합니다. 민어가 클수록 뱃살도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민어란 생선이 크기에 비해 비늘이 작습니다. 비늘이 작은 생선일수록 껍질이 질기지 않아서 이렇게 마츠카와 타이(뜨거운 물을 부어 껍질만 익힌 생선회 처리의 한 방식)식으로 내놓을 수 있습니다. 점성어를 저렇게 하면 질겨서 못 먹죠.

 

 

<사진 10> 점성어회

 

점성어회는 이런 식으로 구성됩니다. 특수부위랄 것도 없이 등살과 뱃살 꼬릿살로만 구분됩니다. 지금부터는 민어회와 점성어회를 교차로 비교하겠습니다.

 

 

<사진 11> 활 민어회

 

요즘 활 민어회를 취급하는 업소가 늘고 있습니다. 활 민어를 잡아도 12시간 이상 숙성해서 파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선어회와 비교하면 색 차이가 좀 납니다. 활 민어는 근육이 우윳빛인데 선어는 살짝 붉은 색이 돌죠. 활 민어라도 피를 잘 못 빼면 붉은 기운이 돌 수 있습니다. 또한, 혈합육(사진의 붉은 살)을 보면 밝은 선홍색이 보이는데 이것이 민어회의 특징입니다.

 

 

<사진 12> 점성어회

 

반면, 점성어는 혈합육이 매우 붉다는 점에서 민어와 구분됩니다. 

 

 

<사진 14> 점성어회

 

점성어회도 부위별로 나누면 크게 등살과 뱃살, 꼬릿살로 나눌 수 있습니다.

 

a : 등살

b : 꼬릿살

c : 뱃살

 

색이 모두 붉지만, 특히 꼬릿쪽으로 갈수록 색채가 진하고 강렬합니다. (또 질깁니다.)

 

 

<사진 15> 기름기가 낀 점성어회

 

비록, 점성어가 양식이긴 해도 엄연히 제철이 있습니다. 민어와 마찬가지로 8~10월 사이에 산란하므로 여름이 제철입니다. 따라서 겨울에 회를 뜬 점성어와 여름에 회를 뜬 점성어에는 색에 적잖은 차이가 납니다. 사진은 여름에 회를 뜬 점섬어입니다. 붉은 혈합육 위로 허옇게 뜬 지방층이 보이는데요. 어떤 생선회든 이러한 지방층이 많이 낄수록 제철에 가깝고 맛이 좋습니다. 

 

 

출처 : MBC

 

그런데 얼마 전 MBC 뉴스에서는 점성어와 민어를 비교할 때 단편적인 사실만 보도해 염려되었습니다. 점성어는 살이 빨갛고 민어는 흰색이라는 건데요. 둘 다 제철에는 살에 허연 기름이 끼며, 둘 다 제철이 아니면 살에 기름이 끼지 않습니다. 즉, 철마다 색이 다르고, 조리사의 칼질 방향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부분이라 단순히 색으로만 구분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점성어회는 붉고, 민어회는 희다는 사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사진 14>의 점성어회는 허옇게 지방이 으니 민어라고 착각할 수 있게 됩니다.

 

 

<사진 16> 껍질 탈피 과정에서 지방층이 깎였거나 애초에 없었던 민어회

 

민어회는 기름기가 끼는 6월부터 8월까지가 가장 맛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8월부터는 일부 산란을 마친 개체가 잡히기 때문에 허연 지방층이 없을 수 있으며, 아무래도 수놈보다 알을 낳는 암놈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민어는 수놈이 암놈보다 맛있고 가격이 높습니다.)

 

또한, 민어가 6~7kg 이상으로 크면, 그만큼 껍질을 벗기는 작업도 섬세함을 요합니다. 조리사마다 기량 차가 있어 껍질을 탈피할 때 칼질이 서툴면, 껍질에 붙은 지방층을 깎아버리는 실수를 합니다. 이 경우 제아무리 제철 민어라도 뉴스 보도에 나온 하얀 지방층을 볼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선홍색 혈합육만 보일 텐데 그걸 점성어라 착각하면 곤란하겠죠.

 

 

<사진 17> 점성어의 특징 중 하나가 질기고 흰 섬유질에 있다

 

점성어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로 흰 섬유질이 있습니다. 보통 힘줄이라고 하죠. 민어도 있지만, 간격이 매우 넓습니다. 점성어의 힘줄은 상대적으로 촘촘히 박혀 있어 씹을 때 질기다고 느껴지는 원인입니다. 그나마 여름에 먹는 제철 점성어는 덜한데 겨울 점성어는 지방이 빠져 맛이 맹하고, 씹고 씹어도 힘줄은 남아 좀처럼 삼키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겨울에 맛본 점성어도 올립니다. 이곳은 강남에서 나름 있기 있는 선술집입니다. 사진은 모둠회인데 a와 b는 점성어입니다.

 

 

<사진 18> 지방층이 없는 겨울 점성어회

 

겨울 점성어는 지방이 빠져 여름 점성어에 보이는 허연 지방층을 볼 수 없습니다. 허연 지방층이 없으니 진하고 붉은 혈합육만 도드라집니다. 민어회와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만약에 민어회를 주문했는데 위와 같은 회가 나왔거나 혹은 지금까지 소개한 점성어의 특징을 보인다면, 그건 민어가 아닙니다.

 

있으면 말복이라 민어 수요가 크게 느는 만큼 가짜 민어를 경계해야 할 때입니다. 그나마 산지는 덜한데 수도권의 모든 수산시장과 해산물 뷔페, 여기에 제철 민어를 특가로 판다며 홍보하는 선술집과 횟집은 '일부' 점성어를 민어로 둔갑할 확률이 있습니다. 모처럼 비싼 돈 주면서 자연산 민어를 먹기로 했는데 가격은 민어의 1/5도 안 되는 점성어를 민어로 알고 먹었다면 곤란하겠지요.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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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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