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 자연산 민어(국산)

 

사진은 자연산 민어입니다.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자연산 민어는 모두 국산입니다.

 

 

<사진 2> 양식산 민어(중국), 자연산 민어와 달리 옆줄에 10~15개 정도의 점이 있다

 

사진은 중국에서 양식이 되는 민어입니다. 민어로 종종 둔갑하는 홍민어(점성어)의 경우 꼬리에 점이 있어 누구나 쉽게 구별할 수 있지만, 이 민어는 자연산 민어와 매우 유사해 구별이 쉽지 않습니다. 상인들은 비록, 중국산 양식이긴 해도 점성어가 아닌 진짜 민어라면서 가격을 올리고 판매하고, 일부 비양심 상인은 자연산으로 둔갑시키기도 합니다. 자연산 민어와 양식산 민어의 가격 차이는 최대 3배까지 벌어집니다. 잘 모르는 소비자는 상술에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중국산 양식 민어는 민어가 아닌 다른 어종이라고 지난 글을 통해 밝혔습니다. 표준명은 '큰민어'입니다. 야생에서는 1.8m까지 자란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민어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크게 자라서 붙인 이름일 뿐, 민어와는 종이 다르고 서로 간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 게다가 큰민어라는 이름 자체도 일본에서 따온 말입니다.

 

일본말로 '니베'는 민어이고 '오오'는 크다란 의미. 그래서 오오니베(オオニベ)를 우리말로 직역하면 큰민어이고, 그것이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표준명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겪고 난 이후, 국내 어류도감에 등재된 표준명 중 상당수가 일본명을 그대로 따온 현실입니다.)

 

<사진 1>과 <사진 2>를 보면 자연산 민어와 양식산 큰민어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는데 중국산 큰민어에는 옆줄에 점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수의 차이가 있는데 여기에 관해 자세히 쓴 글이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관련 글 : 국민도 속고 상인도 속은 중국산 양식 민어의 비밀)

 

그렇다면 내가 주문한 회가 자연산 민어인지도 알 수 있을까요? 자연산 민어와 양식 민어는 회를 떴을 때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자연산 민어회

 

#. 자연산과 양식, 회를 떴을 때 차이점

자연산 민어는 크기에 따라 구성이 달라지긴 하지만, 부레와 껍질이 빠지지 않아야 합니다. 여기에 껍질만 살짝 익힌 뱃살까지 부위별로 구성되는 편입니다.

 

 

양식산 큰민어회

 

사진은 최근 민어로 자주 둔갑되고 있는 중국산 양식 큰민어입니다. 빛깔부터 다르죠? 부레는 맛이 형편없고 쪼글쪼글해 넣지 않는데 손님이 달라고 하면, 구색 맞추기로 넣어주기도 합니다. 부레의 비교는 아래쪽에 자세히 서술하겠습니다.

 

 

자연산 민어회의 특징

 

다시 자연산 민어회로 돌아와서 살펴봅니다. 어획 이후 자연산 민어는 금방 죽는 관계로 90% 이상이 선어로 유통됩니다. 나머지는 소량이나마 활어로 유통되는데 부레에 공기가 차기 때문에 살아있더라도 몸이 뒤집어지고 허우적댑니다. 그것을 죽기 전에 피를 빼고 하루 동안 숙성해서 썬 것이 위 사진입니다. 활민어를 잡아다가 비교적 짧은 시간 숙성한 것이어서 근육 색이 매우 밝습니다.

 

선어 민어회의 근육은 이보다 더 붉은데 이 또한 자연산 민어의 특징입니다. 혈합육은 밝고 선명한 선홍색이 나야 하며, 6~7월 사이 사이즈가 좋고 기름진 민어를 뜨면, 선홍색 혈합육에 허연 지방이 끼기도 합니다. 이것이 자연산 민어회의 특징입니다.

 

 

중국산 양식 민어(표준명 큰민어)

 

그러나 중국산 양식 민어회는 빛깔과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근육은 점성어를 닮았고, 혈합육의 빛깔은 숭어와 닮았습니다. 더는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산과 양식의 차이를 사진에서 실감할 것입니다.

 

 

중국산 양식 민어(표준명 큰민어)

 

#. 중국산 양식 민어의 맛은 어떨까?

중국산 양식 큰민어는 점성어처럼 질긴 힘줄을 가집니다. 근육에 희끗희끗하게 보이는 힘줄은 씹을 때 잘 끊기지 않아 전반적으로 식감을 질기게 합니다. 맛도 형편없습니다. 제가 먹은 최악의 횟감에 당당히 리스트를 올렸는데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원래 자연산 큰민어는 일본에서 상당히 고급 횟감으로 인식됩니다. 시중에 유통량은 적으나 일부 서프(해변) 원투 낚시를 즐기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일본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큰민어 낚시를 즐깁니다. 꾼들의 입담으로는 상당히 맛있고 고급스럽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것이 큰민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어디까지나 제철에 잡힌 것을 전제로 합니다. 큰민어의 제철은 겨울입니다. 낚시도 12~5월 사이에 이뤄집니다. 이렇듯 큰민어의 맛은 겨울에 오르는데 국내에서는 주로 여름에 유통합니다. 여름이 제철인 민어 열풍에 숟가락을 얹으려다 보니 그리된 것입니다.

 

맛을 보면 살에 지방 감이 없을 뿐 아니라 매우 질깁니다. 힘줄 때문에 질긴 것도 있지만, 산란 후 살에 지방이 빠지면서 질겅질겅 씹히게 됩니다. 더욱이 이렇게 큰 횟감을 숙성 없이 활어회로 썰어내니 더욱 질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날 중국산 양식 큰민어는 절반도 먹지 못했고, 남은 건 생선전으로 활용했습니다.

 

 

 

#. 자연산과 양식 민어, 점성어와의 비교

자연산 민어와 중국산 양식 민어를 한 자리에 놓고 비교해 봅니다. 빛깔이 완전히 다르죠? 비싼 돈 주고 자연산 민어회를 구입했는데 이렇게 붉은빛이 나는 회를 받았다면, 그 회는 중국산 양식 큰민어이거나 점성어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자연산 민어와 중국산 양식 큰민어, 점성어를 한 자리에 놓고 비교해 봅니다. 자연산 민어는 밝은 근육에 선홍색 혈합육이, 양식산 큰민어는 어둡고 질겨 보이는 힘줄에 핏빛이 나는 혈합육이 도드라집니다. 점성어는 그나마 지금(여름~초가을)이 제철이라 표면에 허연 기름이 꼈고 살에도 지방 감이 느껴지지만,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빛깔에서는 자연산 민어와 구분됩니다. 

 

 

자연산 민어에만 볼 수 있는 부레

 

#. 민어 부레, 자연산과 양식의 차이

자연산과 양식 민어의 결정적인 차이는 부레에 있습니다. 자연산 민어는 부레가 매우 발달했습니다. 부레는 공기주머니 역할로 물속에서 중심을 잡고 뜨거나 가라앉도록 해주는 기관입니다. 보통의 생선에는 쪼글쪼글한 부레(공기주머니)만 있기 마련인데 유독 민어의 부레에는 지방층이 두텁게 발달해 그것을 미식의 재료로 삼는 것입니다.

 

 

자연산 민어 부레와 중국산 양식 큰민어의 부레를 비교해 봅니다. 양에서 차이가 나고 특히, 지방층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사진에는 빠졌지만, 점성어의 경우 부레 자체를 따로 뺄 수 없습니다. 부레가 있긴 하나, 내장을 감싼 막에 쪼글쪼글하게 붙은 수준이라 식용이 어렵습니다.

 

 

a는 지방층, b는 부레 즉, 자연산 민어는 부레에 지방층이 발달해 미식의 재료가 되지만, 양식산 큰민어는 먹기 힘들 정도로 질기고 맛이 없다

 

자연산 민어 부레를 씹으면 처음에는 부레를 감싼 두터운 지방층에 의해 마치 치즈를 먹는 듯한 느낌이 들다가 안쪽의 질긴 심줄(이것이 부레)이 껌처럼 씹힙니다. 껌처럼 씹히긴 해도 계속 씹으면 고소한 맛이 나는데 이렇듯 제철 민어의 부레는 과하게 질기지 않으며, 목 넘김도 어렵지 않습니다. 

 

반면, 중국산 양식 큰민어는 부레에 지방층이 거의 없습니다. 질긴 심줄만 있는데 씹어도 씹어도 별다른 맛이 나지 않으며, 분쇄가 잘 안 됩니다. 결국, 씹다가 뱉게 됩니다. 씹고 즐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이 부레를 민어 부레라며 썰어주는데 잘 모르는 소비자들은 이런 부레가 왜 별미인지 이해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는 그 이유가 명확해졌지요. 중국산 양식 민어는 민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민어가 아닌데 어찌 민어와 같을 수 있겠습니까? 민어와 큰민어는 서식지, 먹이, 생태, 습성 등 모든 면에서 완전히 다른 어류입니다. 그러니 회와 부레에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차이가 있어도 비슷해 보이는 외형과 이름 속에 감추어져 있었지만, 가격(시세)과 맛에서 크게 차이가 나는 만큼 앞으로는 중국산 양식 민어(표준명 큰민어)를 민어란 이름으로 팔지 못하게 해야 하고, 상인들도 자정 능력을 발휘해 구분해서 팔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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