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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를 못 보신 분은 여기를 클릭 → 바다낚시 처음 하는 딸이 잡은 생애 첫 고기
그날 저녁, 민숙집 식당
이날 저녁 식사
손님이 모두 빠진 목요일이라 민숙집은 텅 비었습니다. 내일부터 손님들이 몰린다니 그 전까지는 여유와 한가로움을 느껴보기로 합니다. 마트에서 사 온 맥주를 꺼내고요. 오늘 하루 정말 수고 많았다며 서로를 토닥여 줍니다.
그런데 좀 전까지 신나게 낚시하던 딸은 지친 기색이 역력해요. 딸이 그럽니다. "우리 낚시 그만하고 집에 가자고." 여기가 뿅 하면 집에 갈 만큼 가까운 거리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앞으로 네 밤을 더 자야 한다는 말에 딸의 얼굴은 실망감으로 가득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꼭두새벽부터 잠든 딸을 업고 나와야 했거든요. 뭐든 첫날이 가장 피곤할 때입니다. 지금은 피곤해서 집에 가자는 말이 나오지만, 하룻밤 푹 자고 나면 또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전갱이 난방쯔케
그건 그렇고 새콤달콤한 소스를 곁들인 전갱이 난방쯔케가 입맛을 돋우네요. 낚시하다 잡힌 작은 전갱이도 충분히 맛있는 반찬거리가 될 수 있음을 이 음식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마도 낚시 2일 차 아침
다음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계획한 대로 아내와 딸이 잠든 사이 저는 홀로 오전 낚시를 해볼까 합니다. 포인트는 미네만에 자리한 '이까다마에'라는 곳입니다. 처음 내려보는 자리인데요. 발판이 꼭 낚시하라고 만든 것 같죠.
"여기서 감성돔 못 잡으면 바보 됩니다."
라며 강력하게 추천해준 지주임 스텝. 그러니까 이 자리는 많은 마릿수는 아니더라도 잡으면 대물일 확률이 높고요. 못해도 한 마리씩은 꼭꼭 나와준다는 자리입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괜히 부담스럽죠. 설마 고기가 있는데 못 잡아낼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혹시라도 못 잡고 철수한다면 체면이 말이 아닐 것 같으니 말입니다.
아무튼, 지금은 만조라 포인트가 많이 잠긴 상태. 다소 비좁지만, 혼자서 낚시하기에는 이보다 좋을 수 없습니다. 낚시를 위한 모든 세팅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예전 같았으면 곧바로 밑밥을 주고 캐스팅했을 텐데요. 요새는 괜히 주위를 둘러보며 감상에 젖을 때가 많습니다.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인지 ^^;)
감성돔 채비는 B 전유동으로 시작
#. 나의 채비와 장비
로드 : 엔에스 알바트로스 치누 1-530
릴 : 시마노 BBX 하이퍼포스 3000번 LBD릴
원줄 : Zen 세미 플로트 3호
어신찌 : 쯔리겐 구레전과 B / 조수우끼고무 L
목줄 : 토레이 슈퍼 L-EX 리미티트 2호
바늘 : 감성돔 바늘 4호
7~8m 전방에 자리한 수중여 근처를 집중적으로 노린다
포인트 수심은 6~7m. 4m 목줄이 정렬되고 조수우끼고무가 눈에 보일락말락 내려가기만 해도 미끼는 감성돔 입질 수심층에 진입합니다. 0호나 G2 찌를 써도 될 만한 수심이지만, 지금은 원줄이 두껍고 맞바람도 불고 있어서 채비 내림이 좋지 못해요. 그래서 B 봉돌 하나를 도래 바로 아래에 물린 채 나머지 4m 목줄을 자연스럽게 늘어트리는 방식으로 수중여 근처를 노립니다. 그리고 첫 캐스팅에서 제법 시원한 입질이 들어오는데..
벵에돔이 배가 고팠나 봅니다. 덥석덥석 무네요.
낚시하면서 건너편 산기슭을 보는데 사슴 가족이 내려와 풀을 뜯어 먹으며 놀고 있습니다. 대마도에도 노루가 서식하는지는 모르지만, 대부분 사슴이라고 합니다. 워낙 개체 수가 많아서 정해진 기간에는 사냥도 허가하고 있죠.
좀 더 자중이 나가는 찌로 교체
맞바람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전방 7~8m 앞 수중여를 노리는데도 캐스팅이 버겁습니다. 게다가 조류는 발밑으로 들어오고 있어 못해도 15m 이상은 날려야 채비 정렬되는 시간을 벌 수 있죠. 그러니 7.5g의 소형찌를 빼고 같은 부력인 10.9g 찌로 바꿉니다.
그래 봐야 3g 차이지만, 캐스팅 비거리가 달라집니다. 전방 15m에 안착한 찌는 안으로 들어오는 조류에 서서히 밀리고 있습니다. 채비 정렬이 되었을 즈음 수중여 근처를 지나야 하는데 체류 시간이 그리 길지 않네요. 입질 확률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듯합니다. ㅠㅠ
어쨌든 지금은 수중여 자락에 밑밥이 쌓이게 품질하면서 동시에 발밑에도 조금씩 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바다가 서서히 깨어나는데 어느새 숭어 떼가 들어왔습니다. 벵에돔처럼 보이는 크고 널찍한 고기도 보이는데요. 황줄깜정이입니다.
처음 한두 시간은 작은 벵에돔 외에 입질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초썰물이 진행되는 찰나 감성돔으로 의심되는 찌내림이 이어집니다. 살짝 흔들리던 찌가 수면 아래로 잠기기 시작. 챔질을 준비하는데 어느새 찌가 쑤욱 가라앉습니다. 전형적인 감성돔의 찌내림. 챔질하자 가당찮은 힘이 전해집니다. 꾹꾹~
"와~ 크다."
차분히 릴링해 녀석을 상층으로 띄우는데 갑자기 낚싯대 휨새에 변화가 생깁니다. 시종일관 꾹꾹 처박으며 절 흥분시킨 좀 전의 움직임과 달리 이번에는 '따따따' 하며 낚싯대를 쥐어흔드는 겁니다. 고기를 확인하진 못했지만, 저도 모르게 아쉬운 탄식이 흘러나옵니다.
"제발 흔들지마. 여기서 이러면 안 돼 ㅠㅠ"
약 40cm급 독가시치(따치)
올라온 것은 손맛이 '따따따' 거려서 따치라 불리는 독가시치. 저 완전히 열 받았습니다. 파이팅 중반까지는 온전히 감성돔이라 믿었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바늘 걸린 부위가 묘한 겁니다. 입이 아닌 몸통에 걸리면 평소보다 더 강렬한 힘을 느낄 수 있기에 못해도 4짜 후반은 됨직한 감성돔이라고 착각했던 것. (게다가 이놈의 독가시치가 제게 복수의 칼을 갈았는지 결국, 마지막 날 손질하다 독가시에 찔리고 말았죠.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찔린 부위가 시큰거려 고생 중입니다.)
줄도화돔을 잡은 딸
한편, 같은 시각 민숙집 선착장에서는 느지막이 일어난 아내와 딸이 낚시를 시작합니다.
줄도화돔에 이어 이번에는 제법 당찬 손맛을 보는 딸.
요런 전갱이가 선착장 주변으로 엄청나게 깔려있습니다. 반찬감 장만해야죠. ^^ 어젯밤에는 빨리 집에 가고 싶다던 딸. 이날 다시 물어보니 여기서 열 밤은 자고 가잡니다. ㅎㅎ
시간은 어느새 오전 10시. 해는 벌써 중천에 걸리기 시작했고 철수 시각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낚시 안 되네요. 설마 이 좋은 포인트에서 감성돔 한 마리 못 잡을까? 싶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되는 상황. 최근 저의 감성돔 성적은 좋지 못합니다. 벌써 4월 한 달만 해도 통영에서 꽝치고, 후포에서 꽝치고 현재 2연꽝입니다.
감성돔 낚시는 3할이면 잘 한 것이고요. 보통은 2할 5푼 정도로 봅니다. 다섯 번 출조해 한 번 만나면 평타라고 생각할 만큼 요즘 감성돔 얼굴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시간은 10시 30분. 배는 11시에 오기로 하였으니 제게 남은 시간은 30분도 채 남지 않은 겁니다. 이제는 피딩 시간도 지났고요. 잡어만 스멀스멀 피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녀석의 입질을 받아낼 수 있을지 골몰히 생각해보지만, 뾰족한 묘수가 없습니다.
지금껏 하던 방법이 틀린 것도 아니고, 수심도 맞고 채비도 나쁘지 않은데 뭐가 문제인 것인지. 이쯤이면 괜히 혼란스럽습니다. 혹시라도 내가 놓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이때 수중여 부근으로 흐르던 찌가 살짝 잠깁니다. 잡어가 건드리나 싶어 지켜보는데요. 스르륵 들어가는 찌. 전형적인 감성돔의 찌내림입니다.
"옳거니 왔다!"
그런데 앗? 아아악~!... 챔질하자마자 약 0.5초간 힘을 느껴보고 바늘이 벗겨져 버렸습니다. 허무(...) 그 짧은 찰나의 순간, 힘을 가늠해보니 찌 들어가는 모양새도 그렇고, 꾹꾹 하는 힘도 그렇고, 영락없는 대물 감성돔 같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자니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싸우다 터트린 것이 아닌, 걸자마자 벗겨져서 녀석이 겁을 먹었거나 포인트를 빠져나가진 않았을 거란 생각입니다. 그러면서도 오만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죠. 그래 봤자 또 다시 독가시치였을지도..
아무튼, 서둘러 크릴을 꿰어 던집니다. 시간은 이제 15분 남았습니다. 잠시 후 찌는 좀 전에 입질 받았던 곳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그리곤 거짓말같이 깜빡입니다. 뭔지는 몰라도 어떤 녀석이 크릴을 건드리는 겁니다. "물어라~ 물어" 속으로 외치는데..
찌가 도로 올라옵니다. 상당히 예민한 녀석이네요. 아직 크릴이 달려있을까? 달리지 않다면, 빨리 걷고 던지는 게 나을까? 머릿속이 복잡하지만, 일단은 크릴이 달려있을 것이라 가정하고, 뒷줄견제에 들어갑니다. 뒷줄을 살며시 잡아당겼다 놓는데..
이때 다시 찌가 깜빡하더니 수면 아래에 멈추어 섰습니다. 어떤 놈인지 몰라도 굉장히 애타게 만드네요. 아직은 기다려야 합니다. 10초 정도 지났을까? 살짝 잠긴 찌가 조금씩 들어가더니 갑자기 빠른 속도로 사라집니다. 감성돔 3단 입질! 바로 이거다 이거!
챔질하는데 좀 전의 독가시치와는 다르게 낚싯대 전체를 지그시 누르면서 쭈욱 처박습니다.
"와~ 세다"
드랙이 나가는 것을 조이고, LB 브레이크로 녀석의 움직임을 통제하기 시작. 그래 봐야 처박을 때 자세 낮추는 대신 딱 한 번 브레이크를 쏴주는 정도였지만, 감성돔을 상대로 목줄은 2호고 주변에 몰이라고 할 만한 해초 더미가 많지 않으니 파이팅이 든든합니다.
한동안 실랑이 끝에 항복하고 올라오는 녀석. 수면에 살짝 비친 빛깔에서 희비가 엇갈릴 텐데 혹시라도 노란색이기만 해봐라! 하니
철수 직전 극적으로 잡아낸 50cm급 감성돔
다행히 은빛이 번쩍번쩍 빛나는 감성돔입니다. 휴~ 이것으로 체면은 겨우 유지하겠네 ^^;
감성돔 3단 입질을 모두 보고 챘는데도 아슬하게 걸린 바늘. 한창 예민할 시기라 그런지 참고 또 참아가며 낚아낸 보람이 있습니다.
평소였다면 여기서 이런저런 사진 찍느라 시간을 허비했을지 모르지만, 이젠 저도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이 상태에서 저는 냅다 바늘만 빼고 서둘러 크릴을 꿰어 던졌습니다. 동시에 밑밥도 친 다음 낚싯대를 내려놓습니다.
인증샷은 캐스팅을 하고 난 다음입니다. 한 손으로 드는데 만만치 않네요. 그러면서도 찌 들어갈까 봐 곁눈질로 보고 있습니다. 물 밑에 감성돔이 몇 마리 들어왔다면 한두 마리는 더 잡아야 합니다. 시계를 보니 10시 50분. 이제는 배 올 때 됐습니다. ㅠㅠ
혼자서 찍는 거라 이게 최선일 듯. 이 상태에서 녀석이 팔딱거리기라도 한다면? 예전 같으면 자연 방생했겠지만, 여기서는 팔딱거려봐야 갯바위 ^^
아쉽게도 후속타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낚싯대 접지도 못했는데 배가 옵니다. 순간 제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낚시한 짐을 그대로 놓고 철수하는 겁니다. 밥만 먹고 오후에 다시 들어오기. 그때는 아내와 딸이 합류할 예정입니다.
밥만 먹고 올 테니 잘 있거라~
감성돔 못 잡았으면 지금쯤 어깨가 무겁다 못해 뻐근했을 텐데, 그나마 한 마리라도 잡았으니 마음의 짐을 덜었습니다. 철수하면서 본 풍경인데요. 저 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이층집과 선착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낮에도 유동인구라곤 찾아볼 수 없는 한적함. 북적대는 항구의 역동성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한적함이 그립기도 합니다. (집값이나 알아볼까)
이어서 참돔 양식장과 미네 체육관이 보이고
민숙집 선착장으로 진입합니다.
예상대로 아내와 딸이 열낚 중인데요. 아빠가 감성돔을 잡았는지 못 잡았는지가 관건인 이 시점에서..
저는 보란 듯이 자랑할 수 있었습니다. ^^; (독가시치는 왜 들고 왔데..)
정확히 50cm를 가리키는 감성돔. 4박 5일 일정 중 초반부터 오짜 감성돔을 잡아냈으니 출발이 좋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소만은 씨알이 작은데 마릿수가 되고, 미네만은 한 마리를 걸어도 씨알이 크다고 합니다. 현재 상황으로는 말이죠.
아내와 딸은 전갱이를 잡아 놓았는데요.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황색 전갱이와 청색 전갱이가 있습니다. 황색 전갱이가 마치 청색 전갱이를 왕따시키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 아내는 둘의 차이가 뭐냐고 묻습니다. (이런 내 글을 제대로 안 읽나 보군.)
전갱이(위), 가라지(아래)
새삼스럽지만, 그래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비교해 봅니다. 둘 다 전갱이과 어류지만, 위에 황색 전갱이가 우리가 알고 있는 전갱이입니다. 일본에서는 '마아지(マアジ)'라 부르죠. 여기서 '마(マ)'는 우리 말로 '참'과 같습니다. 참전갱이란 뜻이죠. 그만큼 맛이 있기 때문에 붙여진 말입니다.
그렇다면 아래의 청색 전갱이는 무엇이냐. 같은 전갱이과 어류지만 우리 말로는 가라지라 부릅니다. 단순히 색의 차이만 나는 것이 아닌, 측선(실선)의 모양이 다르죠. 전갱이 옆 지느러미와 측선이 꺾어지는 모양을 비교해 보면 차이를 실감하실 겁니다. 참고로 가라지는 전갱이보다 맛이 떨어집니다.
오짜 감성돔을 잡고 제대로 된 사진을 남기지 못했기에 이번에는 들고 찍어봅니다. 그러던 이때 선착장에서 "왔다"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분명 아내의 목소리인데 뛰어가 보니..
선착장에서 능성어를 잡은 아내
전갱이만 잡다가 바닥 찍어보니 웬 능성어가. 아직 낚시가 끝난 게 아니라는 아내. 제가 잡은 감성돔보다 더 고급 어종인 능성어를 잡았다며 팔딱팔딱 좋아하는 모습이란 ㅎㅎ
점심 식사를 마친 우리 가족은 이제 본격적인 갯바위 낚시에 돌입합니다. 좀 전에 낚시 짐을 놔두고 왔는데요. 이제는 아내와 딸과 함께 그곳으로 향합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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