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경기도 시화방조제

 

요즘은 매주 1회 시화방조제로 출조하는 1인입니다. 때는 18일 목요일 아침. 동틀 무렵에 맞추어 삼치낚시 시작.

 

 

20분째 캐스팅만 하고 있는데 한 사람이 오더니 첫 캐스팅에서 보란 듯이 삼치를 잡아냅니다. 그리곤 석축 사이로 떨구더니 약간 불안한 자세로 삼치를 줍고 있는 모습입니다.

 

 

삼치 스푼

 

오전 8시까지 열심히 했지만, 결과는 꽝. 최근 몇 주 동안 시화방조제를 다니면서 얻은 조과로 우럭은 평타 수준(점농어는 손님 고기). 그런데 삼치 조과는 썩 좋지 못합니다. 이때도 옆 사람이 잡은 삼치 한 마리가 처음이자 마지막. 피딩 타임인데도 계속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는 삼치낚시를 그만하고 우럭이나 학꽁치로 전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시화방조제 큰가리섬과 인천 신항, 더 멀리는 바다를 메꿔서 만든 송도 국제도시가 보인다

 

시간은 오전 8시. 찬바람이 매섭습니다. 나름 대비를 하고 왔는데요. 제가 10월의 바다를 너무 가볍게 생각했는지 으슬으슬 춥습니다. 이날은 학꽁치 밑밥까지 준비했는데 마음 같아서는 그냥 낚싯대 접고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학꽁치가 잘 나오리란 보장도 없고요. 여기서 서너 시간을 벌벌 떨면서 서 있느니 차라리 일찍 철수해서 바쁜 업무라도 보는 편이 나을 지도요.

 

 

해가 뜨면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평일 오전인데도 이 정도니 주말에는 얼마나 많을까요? 그나저나 깜깜한 새벽에 잘못 밟았다 미끄러질 뻔했던 석축. 지금 이렇게 보니 엄청나게 위험했네요.

 

일단 밑밥을 챙겨왔으니 학꽁치 낚시를 시도해 보고요. 안 되면 바로 짐 싸들고 철수할 생각입니다. 작년 12월부터 시작된 시화방조제 낚시가 이번 출조로 5회째를 맞이합니다. 아직은 꽝이 없었는데 이날은 꽝 치기 일보 직전입니다. 앞으로 세 번 던져서 안 물면, 그냥 이대로 마감해야 할듯 싶어요.

 

 

학꽁치 채비는 이단찌 채비가 진리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가볍고 낭창낭창한 1호 530 낚싯대.

릴 : 2500번 LBD

원줄 : 1.5호

어신찌(던질찌) : B찌 구멍찌

목줄 : 1.2호

목줄찌(어신찌) : 5B 목줄찌 → 제로 목줄찌로 교체

바늘 : 학꽁치 바늘

봉돌 : 목줄찌 바로 아래에 B봉돌 부착.

 

제가 하는 학꽁치 채비,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갈게요. 우선 원줄에 무게감 있는 구멍찌를 끼웁니다. 여기선 B찌를 썼는데 사실 부력은 아무거나 써도 상관없어요. 왜냐하면, 이 찌는 어신을 보는 용도가 아닌, 채비를 멀리 보내는 용도니까. 

 

찌 밑에는 찌멈춤봉을 달아줍니다.(위 사진 참고) 그리고 50cm 아래에 작은 도래로 매듭하고요.

 

 

목줄에 목줄찌를 부착한 모습

 

거기에 최대한 얇은 목줄을 약 50~60cm 길이로 답니다. 사진과 같이 찌고무(사진의 초록색)를 넣어주시고요. 목줄찌를 끼워서 수심을 조절합니다. 수심 조절은 찌고무에서 바늘까지가 되겠죠. 찌고무를 마치 면사매듭처럼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수심을 조절하는데 여기서는 수면 아래를 유영할 학꽁치를 노릴 것이니 대략 20~30cm 정도만 줍니다. 마무리로 학꽁치 바늘을 달고요.

 

목줄찌 바로 아래 B봉돌 하나 달아줍니다. 지금 제 수중에는 5B짜리 목줄찌뿐이어서 할 수 없이 이걸 쓰는데 그렇다고 학꽁치 낚시에서 5B 봉돌을 달면 수면에 뜬 학꽁치를 잡아내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이라도 부력을 상쇄하고나 B봉돌 하나만 달았는데 실은 이것도 학꽁치 낚시에서는 무겁죠.

 

학꽁치 바늘은 시판되는 학꽁치 채비(스티로폼 연주찌 달린 제품)에 있는 바늘을 떼서 씁니다. 저는 시판되는 연주찌 채비보다 이렇게 목줄찌 달아서 하는 것이 편합니다. 이유는 시인성 때문인데요. 아무래도 목줄찌를 쓰는 편이 시인성이 좋고, 또 시인성이 좋아야 어신을 빨리 캐치해서 마릿수가 유리해지겠지요.  

 

 

미끼는 학꽁치용 곤쟁이 크릴을 씁니다.

 

 

일반 크릴은 너무 커서 사용이 어렵죠. 잘라 써도 바늘에 맞지 않으니 쉽게 떨어져 나갑니다. 감성돔, 벵에돔, 학꽁치 낚시는 저마다 맞는 크릴 사이즈가 있습니다. 이렇게 바늘 크기에 꼭 맞는 크릴을 써주는 것이 미끼도 잘 안 떨어지면서 입질과 히트 확률이 높아지겠지요. 

 

 

첫 캐스팅에서 학꽁치

 

이제 첫 캐스팅을 하는데 던지자마자 목줄찌를 휘릭~ 가져갑니다. 낚싯대를 으로 툭 치자 히트! 이 정도 사이즈면 볼펜급을 벗어난 매직펜 급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밑밥을 한 주걱 뿌리니 수면에 학꽁치가 모여드는 것이 보입니다. 해가 뜨면서 학꽁치 활성도도 덩달아 오를 텐데요. 지금부터는 편광안경을 쓰고 해야 합니다. 제 주변에 편광안경 없이 학꽁치 낚시를 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 작은 어신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놓치지 않고 봐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해가 뜨는 상황에서는 챔질이 늦어질 겁니다. 편광안경에 따라 조과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죠.

 

이후의 상황은 1타 1피로 이어졌습니다. 1 곤쟁이에 1 학꽁치. 혼자서 낚시하다 보니 캐스팅이라든지 챔질, 파이팅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대신에 최근 영입한 고프로로 학꽁치 낚시 장면을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조만간 올리겠습니다. ^^

 

 

점점 쌓이고 있는 학꽁치들

 

중간 조과입니다. 라이브웰을 가져왔더라면 집까지 살려서 갈 수 있었는데 짐을 줄이기 위해 두레박 하나만 가져왔어요. 이럴 때 생수 얼음 넣어주면 학꽁치가 죽더라도 낚시하는 동안에는 아주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해가 뜨면서 추웠던 날씨도 살짝 누그러집니다. 중간에 삽질(원줄 트러블이 생겨서 채비 전체를 갈아야 했던)만 안 했어도 좀 더 잡을 수 있었을 텐데.. 이제 핑계는 그만하고 지금부터는 더도 말고 열 마리만 더 잡고 철수하자 마음먹습니다.

 

 

주변에 학꽁치 낚시하는 분도 더러 있는데요. 대부분은 11시 만조에 맞춰서 온 삼치꾼들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상황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학꽁치가 수면에 완전히 떴는데 입질은 전보다 약아졌어요. 5B 목줄찌면 학꽁치 낚시에서 고부력입니다. 크릴을 물기만 하고 끌고 가질 않으니 목줄찌가 요지부동이죠.

 

그래서 지금은 제로 목줄찌를 달아야 할 상황인데 집에 놓고 왔어요. ㅠㅠ 제로 목줄찌를 대신해 뭐라도 달아야 하는데 불행 중 다행인지 벵에돔 낚시할 때 쓰던 매치봉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상황에 따라 목줄찌 대용으로 쓸 수 있거든요.

 

찌고무는 작은 것으로 바꾸고 여기에 매치봉을 끼웁니다. 부력이 제로라 봉돌은 떼버립니다. 수심은 수면에서 약 20cm만 주고 캐스팅하는데요.

 

 

지금부터는 매치봉이 어신찌 역할을 하게 되겠죠. 작아서 시인성은 별로네요. 어신찌가 쏙 들어가거나 옆으로 눕게 되면 입질이니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데..

 

 

확실히 제로 부력이라 그런지 그리 입질이 약던 학꽁치들이 이제는 어신찌를 사정없이 끌고 가버립니다. 순간 옆으로 '탁'하고 치면서 히트!

 

 

이런 식으로 학꽁치 몇 마리를 더 잡고선 철수합니다. 갑자기 바람이 터졌는데요. 확실히 학꽁치는 바람 불면 숨어버리기 때문에 낚시가 까다로워집니다. 밑밥으로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일시적이라 마릿수로 연결되기가 쉽지 않죠. 그러니 행여나 시화방조제로 학꽁치 낚시를 하시겠다면 풍향과 풍속을 꼭 참고하세요.

 

풍향이 북동-동이면 뒷바람이기 때문에 학꽁치 낚시가 수월할 거예요. 반대로 북서-서면 앞바람이기 때문에 그때는 풍속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그랬을 때 풍속이 7m/s를 넘어간다면, 그날은 학꽁치 낚시를 포기하는 것이 좋겠지요.

 

 

철수하는데 한 루어꾼이 오더니 첫 캐스팅에 또 삼치 한 마리를 낚아 올립니다. 이날 같은 자리에서만 두 마리째. 시간이 11시인데 삼치가 걸린 이유는 만조라 그렇습니다. 한낮에 만조가 겹치면 삼치가 잡힐 수 있는데 그래 봐야 낱마리죠. 그것을 아시는지 한 마리 잡곤 바로 이동해버립니다.

 

 

날씨는 좋아 보이는데 바람이 터져서 당장은 학꽁치 낚시가 어려울 겁니다. 저는 이제 철수합니다. 여기 몇 번 왔다 갔다 하면 운동될 듯. ^^

 

 

시화방조제 물 보십시요. 정말 깨끗합니다.

 

 

손질하면서 세보니 총 35마리.

 

 

약 25cm, 매직급 학꽁치

 

평균 사이즈는 이 정도입니다. 이 씨알은 10월 말로 갈수록 더 커질 거예요. 잘하면 형광등 급도 노려볼 만 하겠습니다. 제 생각에 올해 시화방조제 학꽁치 낚시는 11월 초가 끝물일 것 같습니다. 그 전에 한 번은 더 해볼 생각입니다. 지금 제가 구상하는 학꽁치 요리가 몇 개 있어서 식재료도 구할 겸 말입니다.

 

 

집에 오자마자 열심히 손질했는데요. 35마리 손질이 이렇게 빡십니다. 헉헉 ㅠㅠ 너무 많이 잡아도 문제

 

 

학꽁치 회

 

그래도 서울, 수도권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힘든 아주 싱싱한 학꽁치 회가 있잖아요. 이걸로 새벽잠 포기하면서 낚시했던 노고를 위로해 봅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학꽁치 회. 아내가 맛있다며 칭찬해주니 기분이 좋아요. 손질할 때만 해도 "내 다시는 학꽁치 낚시를 하나 봐라."했는데 회 맛을 보고 나서는 다시 가고 싶어졌습니다. ^^;

 

참고로 학꽁치 회는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고급 식재료죠. 다만, 이렇게 회로 드시려면 손질을 잘해야 합니다. 몇 가지 철칙이 있고, 이 부분이 안 되면 비릴 수 있는데요. 조만간 학꽁치 손질 편도 올리겠습니다.

 

 

학꽁치 튀김

 

이날은 가장 기본이 되는 학꽁치 요리를 했습니다. 회도 좋지만, 학꽁치 튀김은 누구나 좋아할 맛이죠. 뒤에 보이는 뼈 튀김은 아이들 간식거리나 맥주 안주로도 아주 좋습니다. 

 

이번 주는 아주 특별한 분과 함께 통영으로 감성돔 낚시를 떠납니다. 시화방조제 학꽁치 낚시는 다음 주 정도에 다시 계획하고 있으니 곧 좋은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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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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