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주 1회씩은 시화방조제에 가는 것 같습니다. 지금 시각은 새벽 3시. 방조제에 도착한 저는 집에서 미리 만든 채비를 펼칩니다. 오징어 미끼를 꿰어 던지는데요. 바로 입질이 들어옵니다.

 

 

경기도 안산시 시화방조제

 

첫수로 작은 우럭 한 마리. 기준치 미달로 방생합니다. 오징어 미끼가 멀쩡하다면 최대한 재활용하는 편입니다. 이날은 달도 뜨지 않은 그음 사리라 굉장히 어둡습니다. 조류가 어찌나 빠른지 조금만 멀리 던지면 채비가 날아가는데요.

 

이 바람에 멀리 던지지는 못하고 그냥 10m 전방으로만 던진 후 살살 끌어오면서 낚시합니다. 그냥 흘릴 때보단 이렇게 살살 끌어주는 편이 확률이 높은데 아마도 오징어 미끼가 웜처럼 움직이니 덥석 무는 것이겠죠.

 

 

몇 차례 캐스팅에 이번에는 제법 준수한 우럭이 잡힙니다. "겨우 이정도 가지고?"라고 할 수 있지만, 여긴 시화방조제니까요. 이 정도 우럭은 제법 준수한 씨알이라 할 수 있겠죠.

 

혹자는 가을이 깊어갈수록 우럭도 씨알이 좋아진다는데요. 만약에 우럭이 1~2년생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몇 년을 사는 어종입니다. 다시 말해, 1~2개월만으로는 눈에 띄게 성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12월에도 시화방조제에서 낚시 해봤지만, 한번 잔 씨알이 낚이면 그날은 계속 그런 것만 잡히더군요.

 

 

제 생각은 그래요. 우럭의 씨알 선별은 그냥 바다에 맡기자. 어쨌든 지금부터 잡히는 우럭은 맛이 제법 들기 때문에 회로 먹어도 좋지만, 바짝 튀겨 소스를 부은 우럭 탕수도 맛있습니다. 딱 요 정도 사이즈가 탕수해 먹기 좋은 씨알이지요.

 

전자찌는 너무 밝지 않게 4.5mm 케미를 장착한 막대찌를 사용했습니다. 미약한 어신에도 깜빡하기 때문에 바로 채기 용이하죠. 시화방조제에서 우럭 낚시를 할 때는 헤드랜턴 불빛도 바다에 비추지 않게 각별히 신경 씁니다. 채비 손볼 때는 항상 뒤돌아서.. ^^

 

몇 번 던지다 안 나와서 낚시 자리를 옮깁니다. 그래 봐야 몇 미터 이동인데요. 조류가 일방적으로 흐르는 곳보다는 서로 뒤엉켜서 빙글빙글 도는 지점을 찾습니다.

 

 

시화방조제에 웬 점농어가?

 

새로 옮긴 자리에서 찌를 흘리는데 이번에는 총알처럼 들어갑니다. 채보니 힘이 상당해요. 잠깐의 실랑이 끝에 들어뽕하는데 웬 길쭉한 녀석이 올라옵니다. 불빛을 비추자 점이 선명한 점농어. 제가 이날 농어를 노리긴 했는데 이렇게 덥석 물어주니 반갑네요.

 

다만, 씨알은 너무 잘아서 방생합니다. 저런 것이 한 마리만 다니진 않을 겁니다. 서둘러 같은 지점에 찌를 진입시키자 이번에도 찌를 휙 가져갑니다. 찌 들어가는 모양새가 딱 농어죠. 

 

 

점농어

 

좀 전에 잡힌 녀석보다는 크지만,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 씨알. 어쨌든 점농어는 점농어입니다. 원래 시화방조제는 이맘때 점농어가 낚입니다. 비록, 낱마리이긴 하지만 그 시기를 살펴보면 8월에서 10월 중순까지 두 달 남짓한 기간이죠. 물론, 해마다 절기 따라 차이는 있는데 대략적인 시기가 그렇다는 것이고요. 11월부터는 농어 구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흠.. 다음에는 오징어 미끼 말고 바이브레이션 달아서 루어 낚시를 해볼까요? 농어는 그게 반응이 빠른데.

 

 

계속해서 점농어를 노려봤으나 애럭들만 달려듭니다. 오늘은 낚시가 쉽지 않네요. 평균 씨알이 예전만 못합니다. 

 

 

시화방조제에서 낚이는 우럭은 대부분 이런 씨알

 

조류 때문에 멀리 던지기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까운 곳에 던지면 밑걸리고. 수심 조절로 타협하자니 우럭이 바닥에만 입질하는 것 같아 그조차 마땅치 않고. 해서 할 수 있는 조치는 찌를 흘릴 때 뒷줄을 잡았다 놓았다 하면서 미끼를 살짝 뜨게 했다가 가라앉히기를 반복. 

 

다시금 찌가 들어갑니다. 살며시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선 우럭. 아~ 뱉어버리네요. 그 상태로 10초 정도 뒀더니 다시 찌가 살짝 잠기길래 바로 챕니다. 결과는 그럭저럭 먹을 만한 씨알의 우럭.

 

이날은 입질이 너무 예민해 헛챔질만 수십 번 했어요. 바늘에 설 걸리다 빠지기도 하고. 뭐랄까? 그믐달이라 기대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활성도가 좋지 못하고 씨알도 잡니다. 

 

 

입질은 계속 들어오는데 대부분 잔씨알이라 낚시의 흥미를 잃은 입질의 추억. 이제 30분 후면 일출이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삼치 루어를 준비해야겠죠.

 

 

으아~ 보세요. 새벽 되니까 엄청나게 몰려듭니다. 이 바다에 삼치보다 사람이 더 많겠네 ㅎㅎ

 

 

이건 뭐 거의 낚시대회 수준 아닌가요? 옆 사람과의 간격이 3~4m. 스푼 루어를 똑바로 던져도 조류가 옆으로 흐르기 때문에 뒤늦게 던진 사람과 엉키기 일쑵니다. 한두 번 걸리고 나자, 똑바로 캐스팅하더라도 옆 사람이 던진 걸 확인한 다음에 캐스팅하니 덜 엉키네요. 

 

그건 그렇고, 과연 수많은 사람 중 누가 삼치를 낚아 올릴까요? 순간 제게 입질이 들어옵니다. 릴링 중 강력한 진동이 온몸을 휘감자 반사적으로 챔질. 속으로 "앗싸!" 한 번 외쳐주고 릴링하는데 어어~~ 힘이?

 

낚싯대가 완전히 꺾어져서 처음에는 옆 사람과 걸렸나 싶었죠. 그런데 입질 맞습니다. 양옆을 보니 모두 채비 점검 중. 그렇다는 것은? 얼굴은 확인 못 했지만, 아마 삼치로 추정되는 녀석이 옆으로 째는데요. 그 힘이 이제껏 낚은 삼치와 다릅니다

 

"설마 대삼치?"

 

대삼치까진 아니더라도 60cm급은 되겠다 싶은 삼치와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가는데 아~ 이럴 때는 제 채비가 다소 빈약하단 생각이 듭니다. 낚싯대 허릿심이 받치질 못하네요. (에깅대라 ㅠㅠ)

 

드랙을 살짝 조이고요. 낚싯대를 반대방향으로 돌려세우며 꾸역꾸역 릴링합니다. 근처 사람들 시선은 모두 제게 쏠리는 중. (시화방조제 낚시는 이런 맛으로 하는가요? ^^;;)

 

혼자서 랜딩 못하면 옆 사람한테 부탁을..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까지 쓸데없이 생각하면서 삼치를 끌어 올리는데 갑자기 텅~ 순간 낚싯대가 가볍습니다. 너무 여유를 부렸나요. 중간에 텐션을 느끼지 못해 재빨리 감았는데 그때 바늘에 빠진 모양입니다.

 

이걸 낚았다면, 제가 낚은 시화방조제 삼치 중에선 기록어가 됐을 텐데 ㅠㅠ 

 

 

멸치

 

이후 눈시울이 불거진 저는(눈에 먼지 들어가서임~) 놓친 삼치 잡아내겠다고 열심히 던지고 감기를 반복했지만, 바늘에 딸려온 것은 멸치 한 마리. 훑친 것이 아닌 멸치가 바늘을 물고 올라오더군요. 허허~  

 

잘 됐다 싶어 멸치를 꿰어 던져보았으나 삼치는 반응이 없습니다.

 

 

이후 어떤 수심층을 공략하든, 어떤 릴링 속도로 감든 제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해보았지만 허사였습니다. 루어도 바꿔보고요.

 

 

스푼도 바꿔 봅니다만, 모두 허사. 이제는 시화방조제도 슬슬 '꽝의 본색'을 드러내나요?

 

 

삼치 낚시하러 온 서울 수도권 강태공들, 경기도 시화방조제

 

주변에도 고기 잡는 사람 하나 없으니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지금 시각은 7시. 이때까지 주변에 삼치 한 마리도 안 나왔다면, 더 해봐야 소용없다는 것. 미련을 버리고 낚싯대를 접습니다.

 

 

그리곤 이 장면을 마지막으로 철수합니다.

 

 

시화방조제는 쓰레기 좀 어떻게 할 수 없을까요? 것 참 너무들 해요.

 

 

이날 시화방조제 낚시 조과

 

작은 건 다 방생하고 먹을 것만 챙겼는데요. 라이브웰을 가져간 터라 집까지 살려올 수 있었습니다. 점농어는 작아서 회로는 맛이 없을 것 같고, 우럭도 얼마 전에 회를 먹었으니 이번에는 다른 요리를 해볼까 합니다.

 

그래도 시화방조제는 작년 12월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4번을 갔는데 아직은 꽝이 없습니다. 이번 주 목요일 새벽에 마지막으로 삼치 낚시에 도전하고요. 해 뜨면 학공치를 노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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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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