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과거에 있었던 사례를 통해 '일식의 기본 마인드'에 관해 알아봅니다.

 

 

사진은 모둠회 단품입니다. 흔히 이자까야 같은 선술집에서 볼 수 있는 메뉴입니다. 보기에는 어떻습니까? 제법 먹음직스럽지요?


 

구성을 살피면 이렇습니다. 사진의 숫자에 대한 설명입니다.

 

1) 키조개 관자
2) 황새치 뱃살
3) 숭어
4) 생새우 회
5) 연어
6) 방어
7) 광어

 

이름은 주방장이 알려주는 대로 쓴 건데 이 중에서 틀린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알아맞혀 볼까요? 일곱 가지 중 무엇이 틀렸다고  보십니까? 정답은..

 

2)번 황새치 뱃살입니다. 다시 위 사진을 보십시오. 참치 회 좀 드신 분들은 저게 황새치 뱃살이 아니란 것쯤은 눈치채실 겁니다. 뱃살이 아니면 등살일까요? 저것은 부위를 떠나 황새치와 거리가 있습니다. 참치 유통하시는 분들은 척 보고 아실 텐데요. 근육의 빛깔과 결, 그 사이사이 박힌 '혈점(血點)'으로 보아 새치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돛새치(바쇼)'나 '청새치'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저렴하다고 문제 되진 않습니다. 황새치는 아닌 것 같다고 얘기하자 주방장은 자신 있게 황새치 뱃살이라 말합니다. 정말 몰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손님들의 인식 상 황새치 뱃살을 고급 부위로 알고 있으니 대충 얼버무린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데요.

 

 

반대편에는 학공치 회가 예쁘게 장식되어 나옵니다. 사실 맨눈으로 봐도 선도는 영 아니지만, 여기는 서울이기 때문에 저는 이해합니다. 때는 겨울입니다제철 맞은 학공치는 포항을 중심으로 산지가 형성됩니다. 신선 식품을 공수받을 때는 고속버스나 택배로 받는데요. 고속버스로 받으면 선도에서 유리하지만, 운송비가 비싸기 때문에 어지간해선 택배로 받습니다. 게다가 이 작은 학공치는 숙성도 잘 안 먹히는 횟감이고, 식감도 금방 물러짐을 알기에 그 부분을 감안하는 겁니다.

 

 

갓 잡은 학공치 회

 

참고로 갓 잡은 학공치는 이런 모습이빈다. 다른 생선회도 그렇지만, 학공치는 선도에 따른 투명도에서 차이가 많이 납니다. 위 사진처럼 뒤가 훤히 비칠 만큼 투명한 학공치 회는 갓 잡았을 때나 가능하지요. 그러니 서울, 수도권에서 이런 신선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더라도

 

 

수 시간 지난 학공치 회

 

이 정도는 돼야 손님상에 내놓을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겪는 문제인데요.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생새우 회

 

어두운 빛깔 좀 보세요. 말 안 해주면 '새우장'이라고 해도 믿겠는데 놀랍게도 이것은 생새우 회입니다. 생새우 회인데 이렇게 내장을 제거하지 않으면 모래알이 씹히거나 씁쓸한 맛이 날 수 있습니다. 일식에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위생과 손질, 이 부분이 의심되는 대목이지요. 횟집의 단순한 실수일까요? 아니면 소비자 기만일까요? 

 

결정적인 문제가 나왔습니다. 좀 전에 신선도를 언급한 학공치가 말입니다.

 

 

알까지 까고 있는 학공치 아감벌레


학공치 머리 장식은 잘하면 근사한데 못하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학공치 아가미에 아감벌레가 기생할 확률은 90% 이상. 제가 예전에 학공치 낚시하면서 일일이 세어 본 결과가 그러합니다. 그만큼 학공치 아감벌레가 기생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문제는 이것이 손님상에 올려지는 순간, 더 이상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학공치 한 마리당 기생벌레는 1~2마리, 많게는 3~4마리까지 붙어 있습니다. 손님이 아가미를 들추면서까지 꺼낼 일은 없지만, 손님상에 기생벌레를 포함한 음식이나 장식물이 올려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이 기생벌레가 말입니다. 숙주가 죽으면 바깥으로 기어 나오는 습성이 있습니다. 가령, 학공치가 죽은 지 얼마 안 된 아주 싱싱한 상태였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화기애애한 술자리에서 난데없는 비명이 날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저 학공치가 신선하지 않았다면, 아감벌레는 이미 빠져나갔거나 숙주와 운명을 함께했을 것입니다.

 

이 경우는 후자입니다. 서두에 썼지만, 고속버스든 택배든 산지에서 받은 선어는 기생충이나 기생벌레를 품을 수 있으니 어종에 따라 전처리(살아있을 때 피와 내장을 제거)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다행히 이 학공치는 신선도가 좋지 못해(?) 아감벌레 또한 죽은 상태로 나왔습니다. 아감벌레 생존 여부로 학공치의 신선도가 가늠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기만이라기보다 횟집의 실수로 보이네요. 오늘 내용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1. 횟감용 새우는 머리를 제거했어도 등 쪽 내장까지 제거해야 합니다. 안 하면 맛에 영향을 미치겠죠?
2. 학공치 머리에서 기생벌레가 나왔습니다. 만약, 학공치 선도가 좋았다면 저 기생벌레는 술상으로 기어 나왔을 겁니다.
3. 생새우와 황새치 뱃살, 학공치 회는 횟감으로 낼 만한 선도가 아닙니다. 게다가 황새치 뱃살이라고 주장한 것은 황새치가 아니었고.
4. 회를 먹는데 비늘이 세 번 정도 씹혔습니다. 먹을 때 불쾌감도 일으키지만, 비늘에는 온갖 잡균이 번식하기 때문에 위생적인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있습니다. 

 

일식은 식재료에 관한 이해, 선도 관리, 조리 기술, 그리고 손님을 생각하는 배려까지 적잖은 소양을 요구하는 분야입니다. 마찬가지로 일식을 접하는 손님들도 자신이 먹는 음식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있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무엇인지는 알면 여러 식재료의 다양한 맛을 음미할 수 있고, 식사 시간도 한층 즐거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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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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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9.13 14:2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사진 숫자에 대한 설명까지 보고 든 생각은
    1. 황새치뱃살이 아닌 것 같은데?
    2. 새우는 블랙타이거인가? 회로 먹을 수 있는 건가?
    3. 숭어 마쓰가와?
    였는데, 역시나 좀 이상한 집이었군요. 입질님이 이런 걸 자꾸 가르쳐주셔서 제가 친구들에게 갈수록 더 "까탈스러운 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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