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감용으로 유통 중인 선어 민어

 

'민어(民魚)' 제철이 한창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산란을 위해 제주 먼바다에서 신안으로 진출합니다. 예전에는 연평도 앞바다까지 북상했고 엄청난 어획량을 거두면서 민어 파시가 열린 시절도 있습니다. 그로부터 30~4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지금은 지구 온난화와 남획으로 인해 제한된 해역에만 출몰하며 어획량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사실 민어가 대중들에게 알려진 시점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국민 총생산량이 오르면서 외식 문화와 먹방 열풍이 불기 시작할 무렵인 2000년 중반, 민어는 각종 TV 프로그램과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그전에는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찾아 먹었던 별미였을 뿐, 지금처럼 예약 주문을 해야 하거나 여름 복날이면 꼭 챙겨 먹어야 할 보양식처럼 인식하지는 않았던 것이지요. 그래서 알아봅니다.

 

"여름 보양식 '민어'를 먹기 전에 알아야 할 5가지 상식"

 

 

두툼하게 썰어 더욱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민어회

 

1. 민어의 원 명칭은 '면어'였다.
민어는 몸길이 1m에 이르는 농어목 민어과 생선입니다. 같은 민어과로는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조기(말리면 굴비)가 있습니다. 즉, 민어는 조기 사촌쯤 되는 생선이나 몸집은 조기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이러한 생선을 '민어'로 부르게 된 유래를 찾아보면 엉뚱하게도 발음의 편리성에 기인합니다.

 

아시다시피 민어는 백성 '민(民)'에 고기 '어(魚)'자를 씁니다. 그러다 보니 마치 백성이 흔히 먹는 물고기처럼 이해하기 쉬운데요. 먹을거리가 귀한 그 옛날, 특히 선박과 어로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과거에는 이 민어가 개체 수와 상관없이 엄청나게 귀한 물고기였습니다. 지금처럼 운송 수단도 마땅치 않았을 뿐 아니라 냉장 기술도 좋지 못했기에 내륙 사람들이 싱싱한 민어를 맛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일이었죠.

 

 

 

민어는 백성이 잡지만, 먹는 사람은 주로 임금을 비롯해 왕실 고위 관료들입니다. 이시진의 '본초강목(本草綱目)'을 살피면 민어라는 이름의 유래가 나오는데 주로 '석수어(石首魚)'와 '면어(鮸魚)'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석수어는 민어 대가리에 이석이 있기 때문이고,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면어(鮸魚)'입니다.

 

면어는 조기와 생선을 의미하는 면어(鮸魚)로 '면(鮸)'을 쉽게 부르기 위해 '민(民)'으로 바꿔 불렀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민어라 불리게 된 시초입니다. 임금은 이 특출한 민어 맛을 백성들과 함께 나누고자 '민어'라 불렀다는 말도 있지만, 알고 보면 이 민어는 백성과는 상관없는 물고기였던 것입니다.

 

 

 

 

2. 민어는 복날 음식이 아니었다.
민어는 따듯한 바닷물을 좋아하는 난류성 어류입니다. 그래서 한겨울이면 바닷물이 따듯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로 내려가 있다가 이듬해 봄이 와야 한반도 연안으로 진출합니다. 지도에 민어 어장을 표시했는데요. 보시다시피 민어는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누출 지역과도 거리가 멀기 때문에 아직은 방사능 걱정이 없는 어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민어가 여름 제철 생선이자 복달임 음식으로 인식하지만, 실제 복달임 음식으로 크게 주목받은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그러나 살펴보면 민어는 겨울에도 맛이 떨어지지 않는 어종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는데요.

 

모름지기 생선의 제철이란 몸 안에 지방을 가두는 산란철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민어 산란기는 8~9월. 그러니 지방을 가두는 6~7월로 이때가 가장 맛있으며, 공교롭게도 7월 복날이 겹치면서 수요가 부쩍 늘자 가격도 크게 올랐습니다. 그런데 민어가 가장 잘 잡히는 시기는 산란기에 접어드는 8월 이후부터 9월까지입니다.

 

8월 이후에는 민어가 알을 배고, 어떤 민어는 이미 알을 낳아 홀쭉해져 그 맛이 6~7월만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어 제철을 8~9월까지 생각한 이유는 단순히 이때가 가장 많이 잡히기 때문일 뿐, 엄밀히 맛으로 따지자면 산란을 준비하는 6~7월이 제대로 된 제철이라 할 수 있습니다.

 

 

3월에 맛본 민어회, 마치 대방어 뱃살에서나 볼법한 섬세한 지방은 겨울 민어도 맛이 있음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또한, 겨울에 따듯한 남쪽 바다를 찾아 회유하는 민어는 월동을 나기 위해 몸안에 지방을 가둡니다. 산란 준비와는 별개로 지방을 축적해 두기 때문에 겨울에도 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민어는 '여름 민어' 혹은 '제철 보양식'이라는 과도한 마케팅이 수요를 불렀고, 남획을 부추겼으며, 그 결과 공급의 불균형을 이루면서 불필요하게 비싸진 경우라 볼 수 있습니다.

 

 

<사진 1> 진짜 활민어는 이렇게 뒤집힌 채 숨만 뻐끔 쉬며 허우적댄다

 

3. 민어가 죽어서 오는 이유.
아시다시피 민어는 선어회의 대명사입니다. 성질이 급해 빨리 죽어서라고 알려졌는데 실제로는 성질이 급해서가 아니고, 그물에 치이고 쓸리다 보니 기력을 다해 죽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먹는 민어는 대부분 산지에서 얼음을 채워서 가져온 선어 횟감입니다.

 

선어 횟감의 대명사인 민어도 최근 활어를 찾는 수요에 힘입어 활어 유통량이 느는 추세입니다. 연승 주낙(낚싯바늘)으로 걷어 올린 민어는 몸에 상처 하나 없어 상품성은 높은데 깊은 수심에서 단숨에 올리기 때문에 수압 차로 인해 부레가 부풉니다.

 

부레가 부풀면 어창에 넣어두어도 생명력이 오래가지 않습니다. 잡자마자 '피징(부레에 찬 공기를 빼주는 것)'을 해주어야 활어로 유통할 수 있는데 이는 전체 유통량의 10%도 안 됩니다.

 

이렇듯 활민어가 귀하다 보니 가격은 선어보다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활민어가 선어 민어보다 맛이 특출나게 좋은 것도 아닙니다. 활어회냐 선어회냐의 문제는 오로지 개인 취향이고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에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진 2> 중국산 홍민어(점성어)

 

#. 양식 민어는 민어가 아니다. 둔갑에 주의해야

민어를 구매하러 갔는데 상인이 활민어를 권한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짜 활민어는 <사진 1>과 같이 온전한 상태로 수조 속을 헤엄치지 못합니다. 만약, 상인이 수조에서 팔팔한 민어를 꺼낸다면, 그것은 민어가 아닌 민어 유사어종입니다. 민어로 둔갑하는 민어 유사어종은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1) 홍민어(학명 : Sciaenops ocellatus)
2) 큰민어(학명 : Argyrosomus japonicus)

 

<사진 2>는 홍민어입니다. 꼬리에 점이 있어서 주로 점성어라 부르는데, 이 홍민어는 민어보다 비늘이 크며, 껍질은 두껍고 질깁니다. 부레가 있기는 하나, 볼품없이 작으며, 너무 질겨서 식용에 적절하지는 않습니다. 
 

 

<사진 3> 중국산 큰민어


사진은 민어와 매우 유사하게 생긴 '큰민어'란 종입니다. 이름만 비슷할 뿐, 민어와는 아무런 관련도, 종의 유사성도 없습니다. 홍민어와 큰민어는 모두 중국에서 양식돼 한국으로 수출합니다. 한국에서 민어가 큰 인기를 끌자 여름 한철 출하량을 대폭 늘립니다. 그 결과 우리 주변에는 큰민어가 대거 유통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것이 '양식 민어'라는 이름으로 팔린다는 것입니다.

 

큰민어를 사들일 때 가격은 kg당 15,000원 혹은 그 이하. 그런데 이것이 여름 보양식 민어로 둔갑하면 kg당 최소 5만 원 이상을 받으며 심각한 경우 현재 민어 시세인 7~8만 원에 팔릴 수도 있는 만큼, 민어 구입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 참고

중국에서는 민어를 양식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수조에서 팔팔하게 돌아다니는 양식 민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금 우리가 맛볼 수 있는 양식 민어는 국내에서 양식에 성공한 것뿐이며, 수산시장이 아닌 마트에서 포장회로 판매되고 있다는 점 참고 바랍니다.

 

 

민어전

 

민어 껍질과 부레

 

민어매운탕

 

5. 민어는 암컷보다 수컷이 맛있고, 크면 클수록 맛있다.

민어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것이 없는 생선입니다. 민어회는 물론, 민어탕, 민어회무침, 민어구이, 민어 전, 여기에 부산물로 내어온 음식이 일품인데요. 민어 하면 떠오르는 生 부레회, 민어 껍질 숙회, 민어 뼈다짐, 말린 민어 어란, 민어 생간, 민어 내장 데침, 그리고 민어 부레를 이용한 부레회덮밥과 석류탕이 있습니다.

 

민어는 암컷보다 수컷이 맛있기로 유명합니다. 그 이유는 산란철인 8~9월에도 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며(암컷은 알을 낳기 때문에 살과 지방이 빠짐), 수컷만이 가지는 덧살(민어 뱃살에 붙어 있는 특수부위)도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어를 드시려면 최소 7~8kg 이상인 大 민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횟집 및 상회를 이용하시는 것이 이 여름에 민어회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입니다. 민어회를 구입하면 딸려오는 부산물(부레, 껍질, 서덜 뼈)도 확인하시고요. 굳이 비싼 돈을 주면서 활민어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아무쪼록 이 글이 민어의 구매력과 상식을 높이는데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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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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