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칼 하나, 도마 하나로만 회를 치면 여러 위생적인 문제에 노출될 수 있다.

 

예전에 직장 상사들과 함께 서해로 낚시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때는 초여름이었고 감성돔 낚시를 갔는데 숭어만 몇 마리 잡았습니다. 이대로 철수하기가 아쉬워 인근 횟집에 들렀지요. 저를 포함해 넷이서 자연산 광어 한 마리와 우리가 잡은 숭어 한 마리를 회로 떠달라 하였습니다.

 

몇 가지 반찬이 깔리고 푸짐하게 썬 회가 한 접시 나옵니다. 운전도 해야 하니 기분만 내자며 소주 한 병으로 가볍게 목을 축입니다. 회가 축축하긴 했지만, 그럭저럭 먹고 돌아왔습니다. 문제는 며칠이 지나서입니다.

 

직장 상사 중 한 분이 A형 간염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것입니다. 며칠간 일도 못 하고 고생이 심했습니다. 그때 문득 생각이 나더군요. A형 간염의 잠복기도 그렇고 의심 가는 음식물도 그렇고 그날 낚시하러 갔다가 사 먹은 광어나 숭어회가 의심되었습니다. 회 말고는 문제가 될 만한 음식을 먹지 않았으니까요. 

 

 

주방 위생만 청결해도 여름 생선회를 먹고 탈이 날 확률은 매우 낮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A형 간염은 B형이나 C형처럼 혈액으로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물을 먹을 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니까 위생이 불결하거나 오염된 음식과 물을 먹으면 발병할 수 있는 겁니다. 이는 생선 자체가 감염되었다기보다는 주방 위생(식기, 도마, 칼 등)이 불결하니 생선회로 옮겨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A형 간염은 후진국형 질병으로 분류합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에서 제법 흔한 질병이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 식중독에 걸리는 경우

그건 그렇고 그날 생선회를 먹은 사람은 넷인데 왜 하필 한 사람만 걸렸을까요? 알려진 대로 A형 간염이나 식중독, 장염 비브리오는 모두 위생 상태가 불결해서 생기는 질병입니다. 여름에 관리가 소홀한 '날 음식'을 먹고 걸리는데, 면역력이 정상이라면 바이러스를 걸러주므로 별다른 자각 없이 넘어갑니다. 

 

문제는 면역력이 약한 고위험군입니다. 장염 비브리오는 당뇨와 고혈압간질환자나 만성 신부전증을 앓는 환자는 물론, 면역체계가 저하된 고령 환자들이 잘 걸립니다. 

 

A형 간염과 장염 같은 식중독도 면역력에 이상이 생기면 감염될 수 있습니다. 가령, 여름에 생선회로 회식하는 날, 본인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면역력이 떨어졌다고 판단된다면, 그날은 회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생관념이 엄격한 곳이라면 상관없지만, 모든 식당이 위생관념을 철저히 지키지는 않으니까요.

 

위생의 사각지대에 놓인 횟집도 일부 있을 것이고, 시장 좌판에서 막 썰어주는 회도 있을 것이며, 활어 난전과 같이 겉으로는 싱싱해 보이는 활어를 취급하지만, 칼이나 도마 등 가장 중요한 조리 도구가 위생적이지 못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전날 과음이나 과로를 했다거나 몸살감기, 편도염 등을 앓는 등 전반적인 몸 상태가 좋지 못하다면, A형 간염과 장염에 노출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이날 A형 간염에 걸린 상사는 몸살감기를 앓았을 때 회를 먹었습니다. 다른 균과 싸우느라 면역력이 부쩍 약해진 틈을 타 발병한 것으로 볼 수 있으니 연관성이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겠지요.

 

 

시장 좌판에서 회를 떠주는 아낙

 

재래시장 좌판에서 회를 써는 아낙들은 위생에 신경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도마 하나로 손질부터 포 뜨고 썰기까지 하면, 본인은 편할지 모르나 오염이 걱정되기 때문에 회를 물에 빨아야 합니다. 회를 물에 빨면 수용성 맛 성분이 달아나버려 맛과 식감에서 손해입니다. 


이런 위생적인 문제에서 한 걸음 나아가려면 칼과 도마의 철저한 분업화를 지향해야 합니다. 위생 검열이 엄격한 업소(고급 일식집, 대형 마트 등)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횟감을 손질하고 써는데 위생 문제만 해결된다면, 아무리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라도 위험할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먹는 생선회는 대부분 양식입니다. 양식 활어는 특별히 관리된 수온에서 순치를 거치고 소매점으로 유통됩니다. 여름철 미적지근한 바닷물을 끌어쓰다 콜레라(2016년 8월, 거제) 같은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 해안가의 일부 횟집보다는 정제된 해수를 돈으로 구입해 쓰는 업소가 믿음직스러운 것입니다.  

 

상처 없는 온전한 활어라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는 생선 살 속으로 침투하지 못합니다. 대게 비늘과 지느러미, 아가미 같은 표면에만 붙어 있기 때문에 손질부터 접시에 담기까지 각 조리 도구의 분업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각종 식기와 도마, 칼은 자주 소독하고, 그 역할을 분담한다면 여름철 생선회를 먹고 탈이 날 확률은 확연히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름 생선회가 무조건 탈을 일으킨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며, 위에 거론한 몇 가지 조건에 위생적인 문제가 겹치면 식중독에 걸리는 것이니 횟집을 이용할 때는 위생 관념이 검증되고 깨끗한 횟집, 大도미 大광어 등 잘 관리된 커다란 양식 활어를 취급하는 업소, 대형 마트 등 위험 요소가 적은 곳을 이용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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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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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7.24 13:08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좋은 내용이긴 한데, 현실적으로 이렇게 하는 장사꾼이 있을지....
    • 2018.07.24 13:29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라면 그것부터 이미 좋은 내용이라곤 할 수 없죠. ^^
      재래시장가면 흔한 정도가 아니라 일상입니다.
  2. 브라더
    2018.07.24 14:13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바구니에 얼음조각이라도 넣고 도마만 추가해도 좋아지겠네요~
  3. 파르리
    2018.07.31 15:53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수산시장에 가보면
    기생충걱정하는사람이나 탈날걱정하는사람은 많은데 도마 개수나 청결(생선 피,껍질같은 이물질)을 신경쓰는사람은 정말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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