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초복이 코앞입니다. 초복에 가격이 부쩍 오르는 수산물을 꼽으라면 '민어'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민어를 이렇게까지 찾지 않았는데 각종 TV 프로그램과 먹방 열풍에 힘입어 이제 여름 보양식 하면 민어를 떠올릴 만큼 대중들에게 친숙한 생선이 되었습니다.

 

복날이라 수요는 많아지는데 공급량(어획량)은 한정적이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 민어. 현재 민어회 시세는 서울, 수도권 시장을 기준으로 1kg에 7~8만 원으로 형성되고 있습니다. 민어 3kg이면(뼈 무게 포함) 24k 순금 한돈 시세를 넘어섭니다. 이러한 세태를 틈타 숟가락만 얹으려는 '가짜 민어'가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 가짜 민어가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팔리고 있습니다. 양식업자 - 중간상인 - 소매 상인들의 비양심 판매 행태 때문도 있지만, 당국의 졸속 행정도 크게 한몫했던 것. 그래서 오늘은 민어 판매의 충격적인 민낯을 파헤치고 민어 구입 시 주의사항에 관해 알아봅니다.

 

여러분이 민어를 구입할 때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예상 가능한 상술

2) 예상하지 못한 상술

 

첫 번째로 알아볼 것은 예상 가능한 상술입니다.

 

 

꼬리에 점이 있는 점성어(표준명 홍민어)

 

1. 예상 가능한 상술(점성어 → 민어로 둔갑)

몇 해 전부터 여름이면 기승을 부린 상술입니다. 이제는 뉴스와 제 글을 통해 어느 정도 알려졌는데 관광지에서 민어회를 사드시려는 일반 소비자들은 여전히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민어로 둔갑하는 대표적인 횟감은 '중국산 점성어'입니다. 현재 점성어는 전량 중국산 양식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국 각지로 유통됩니다. 단가가 비교적 저렴하고 살도 많이 나와 초밥집과 일반 횟집에서 선호합니다. 수산시장에서는 kg당 20,000~25,000원에 판매됩니다.

 

그런 점성어가 민어로 둔갑하면 kg당 6~8만 원으로 훌쩍 오릅니다. 특히, 민어 산지(목포, 신안)와 거리가 먼 동해안 지역에서 민어회를 찾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점성어를 민어로 둔갑하다 적발되면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 위반 및 허위 판매로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가끔 꼬리에 점이 없는 점성어도 있으니 주의

 

점성어의 특징은 꼬리의 점입니다. 보통은 1개이며 많게는 3~4개까지 찍힌 것도 있습니다. 드문 경우지만, 꼬리에 점이 없는 점성어도 들어옵니다. 이 같은 점성어는 민어로 둔갑할 여지가 있으니 주의를 당부합니다.

 

 

<사진 1> 민어와 점성어의 생김새 및 비늘 비교

 

#. 현재 유통 중인 민어는 99%가 국산이며 자연산이다.

민어와 점성어는 굳이 꼬리에 찍힌 점을 보지 않아도 구별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가 여름 보양식으로 알고 있는 민어는 대부분 국산이고 자연산에만 의존합니다. 작년에 국내 최초로 양식한 민어(표준명 민어)가 출하돼 선어 상태로 마트에 납품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요. 올해는 이런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시중에 접하는 민어는 모두 국산이고 자연산입니다.

 

<사진 1>에서 보시다시피 민어는 대가리가 작고 뾰족한 삼각형입니다. 비늘도 점성어보다 매우 작습니다. 반면, 점성어는 대가리가 크고 머리는 둥글둥글합니다. a라 표시한 아래턱이 위턱보다 들어갔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결정적으로 점성어의 비늘은 민어보다 배 이상 큽니다. 따라서 비늘 털린 껍데기를 데친다고 한들, 민어처럼 야들야들하지 않으며 매우 질깁니다. 또한, 민어에서 별미로 여기는 '부레'는 점성어에도 있지만, 그 크기가 매우 작고 질겨서 식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예상 가능한 상술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사진 2> 표준명 큰민어(학명 : Argyrosomus japonicus)

 

2. 소비자가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상술(큰민어 → 민어로 둔갑)

현재 시중에는 꼬리에 점이 없고 민어와 매우 흡사하게 생긴 '활어'가 급속 유통 중입니다. 이 활어도 중국산 양식(푸젠성으로 추정)으로 길러진 후 대부분 한국으로 수출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 어종이 민어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진의 어종은 정식명이 '큰민어(학명 : Argyrosomus japonicus)'로 '민어(학명 : Miichthys miiuy)'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큰민어는 몸길이 1.5m 이상으로 자라는 대형 어종입니다. 민어의 경우 1m까지 자라는데만 10년이 걸리지만, 큰민어는 5~6년에 불과합니다.

 

 

큰민어의 특징인 측선 반점들

 

그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고 병충해에 강하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일찌감치 양식 대상어로 자리매김했는데, 한국에서 민어가 인기를 끌자 민어와 유사한 큰민어가 몇 년 전부터 급속히 확산한 것입니다. 가격도 kg당 1.5만 원에 불과한 큰민어는 여름 보양식 민어로 둔갑, 그것도 활민어로 둔갑하면서 적게는 kg당 3만 원부터 많게는 5~6만 원 이상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자연산 민어와 자연산 민어처럼 보이게 한 중국산 큰민어

 

#. 자연산 민어는 수조 속을 돌아다니지 않아

자연산 민어 중 90%는 선어(빙장 운송)로 유통됩니다. 이를 이용해 중국산 큰민어를 선어처럼 판매되기도 하니 주의해야 합니다. 자연산 민어 중 일부가 활어로 유통되는데 큰민어처럼 수조 속을 멀쩡히 돌아다니지는 못합니다. 그 이유는 어획 직후 부레가 부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자연산 민어는 배가 풍선처럼 부풀고 몸은 뒤집힌 채 허우적댑니다. 즉, 숨만 붙어있을 뿐 곧 죽을 민어처럼 보이는 것이 진짜 자연산 민어입니다. 

 

반면, 큰민어는 양식장에서 건강한 상태로 출하되기 때문에 수조 속을 활발히 돌아다닙니다. 만약, 자연산 활 민어를 드시고 싶다면 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몸의 균형을 잃고 뒤집힌 채 숨만 가쁘게 쉬는 것을 고르시기 바랍니다. 민어와 큰민어의 외형적 차이는 사진을 통해 충분히 비교되니 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사진 3> 중국산 양식 큰민어

 

#. 회를 떴을 때도 차이가 있을까?

자연산 민어와 큰민어, 점성어 모두 차이가 있습니다. <사진 3>은 문제가 되는 큰민어 회입니다. '민어' 샀는데 이렇게 생긴 회를 받았다면, 큰민어일 확률이 높습니다. 애초에 수조에서 팔팔하게 돌아다니는 활민어를 먹겠다는 생각부터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 4> 중국산 양식 점성어

 

민어를 구입했는데 <사진 4>와 같이 시뻘건 회를 받았다면, 이 또한 민어가 아닙니다. 위 사진은 점성어입니다.

 

 

<사진 5> 자연산 민어

 

자연산 민어는 세 어종 중 가장 연한 선홍색이 납니다. 살은 희고 주름이 없습니다. 점성어에서 나타나는 힘줄이나 투박한 결도 보이지 않습니다. 두툼한 부레와 야들야들한 껍질이 함께 나와야 하며, 껍질째 썬 민어 뱃살도 비늘 털린 자국이 크지 않고 촘촘해야 합니다. (민어 비늘은 작습니다.)

 

 

#. 큰민어가 민어와 같은 종? 정신 나간 수산물 검역소

점성어를 민어로 팔다 적발되면 명백한 위법으로 법적 처벌을 받습니다. 마찬가지로 능성어를 다금바리로, 틸라피아를 도미로 팔아도 법적 처벌을 받습니다. 이 모든 것이 수산물 원산지 표시법을 위반했고 어종까지 둔갑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큰민어를 민어로 팔았을 때는 책임을 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아직은 없습니다. 여기에는 수산물 검역소의 엉터리 분류가 한몫하고 있습니다.

 

 

출처 : 인어교주해적단

 

인어교주해적단이 밝힌 내용에 의하면 수산물 검역소는 중국산 양식 민어를 자연산 민어와 같은 종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합니다. 민어의 정식 학명인 'Miichthys miiuy' 이 같다는 것이 이유인데요.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도감만 찾아도 나오는 내용인데..)

 

민어의 학명은 'Miichthys miiuy)'.  큰민어의 학명은 'Argyrosomus japonicus' 으로 국제동물명명규약상 명백히 다른 종입니다. 일본에서는 민어를 '니베(ニベ)'로, 큰민어는 '오오니베(オオニベ)'로 표기하면서 이종으로 규정합니다. 민어와 큰민어는 서식지와 생태, 습성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결국, 국립수산과학원의 이해 못할 작명 센스와 수산물 검역소의 엉터리 분류가 큰민어를 민어로 둔갑하게 된 단초를 제공하였고, 수산물 종의 세분화와 전문성을 따르지 못해서 일어난 촌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고스란히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가 되겠지요? 

 

큰민어와 민어를 이종으로 분류하고, 큰민어를 민어로 팔면 위법이 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하루빨리 소비자의 알 권리를 되찾고 올바른 상거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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