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피볼락(우럭)

 

우럭 하면 광어 다음으로 많이 먹는 국민 횟감입니다. 지금 제 앞에는 갓 잡은 우럭이 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기력이 없어 보입니다? 파닥거리며 심하게 저항할 줄 알았는데 그저 운명을 받아들이는 듯 저항을 포기하고 가쁜 숨만 몰아쉽니다.

 

또 다른 우럭과 광어, 도미도 수조에 꺼내어 보았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낚시로 갓 잡은 생선도 처음에는 발버둥 치는가 싶더니 땅바닥에 내려놓자 움직임을 멈추고 숨만 몰아쉽니다. 

 

 

 

고등어

 

이번에는 등푸른생선인 고등어를 꺼내 봅니다. 그랬더니 어떤 녀석들은 격렬히 날뛰고, 또 어떤 녀석들은 마치 경련이 온 것처럼 파르르 떱니다. 이 고등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죽어버렸습니다. 여기서 우럭과 고등어의 차이가 있습니다. 생선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아도 알 수 있는 차이지요. 특히, 껍질을 벗기면 색에서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우럭은 흰살생선, 고등어는 붉은살생선"

 

 

 

이번에는 바닷물을 담아 놓은 통에 몇몇 활어를 풀어 넣었습니다. 줄무늬가 있는 것은 값비싼 돌돔(줄돔)이고, 나머지는 벵에돔입니다. 바닷물을 넉넉히 담지 않았는데도 2시간 정도 살리는 데는 문제없습니다.

 

 

이번에는 기포기를 틀었습니다. 산소가 공급되자 반나절 이상 살아있습니다. 아마 더 내버려 둬도 죽지 않고 살아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궁금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곳에 고등어를 넣어두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오래 버텨야 한 시간.. 대부분 그 전에 죽어버립니다. 기포기로 산소를 공급해도 소용없습니다. 어째서 고등어는 그토록 빨리 죽는 걸까요? 익히 알려졌듯이 성질이 급해서일까요?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아무리 성질이 급해도 죽음과 맞바꾸지는 않습니다. 고등어, 참치가 빨리 죽는 진짜 이유는 바로

 

"산소 부족에 의한 폐사"

 

즉, 숨을 쉬지 못해 죽는 겁니다. 그럼 우럭 같은 흰살생선은 왜 오랫동안 버틸까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이번에는 장소를 인도양으로 옮겨봅니다.

 

 

인도양의 참치잡이 현장

 

제가 인도양 한복판에서 참치잡이를 했을 때입니다. 낚시는 생선의 싱싱함을 가장 잘 살린 조업 방식입니다. 그물을 비롯한 다양한 조업 방식이 있지만, 몸에 상처 하나 내지 않고 온전히 걷어 올리는 것으로 연승 주낙과 낚시만 한 것도 없겠지요. 위 사진은 낚시로 잡은 참치들입니다. 이날 다양한 종류가 잡혔는데요. 모두 잡자마자 파르르 떨며 죽어버렸습니다.

 

#. 고등어, 참치가 빨리 죽는 진짜 이유

참치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달리는 회유성 어류입니다. 고등어도 가수면 상태를 제하면 쉴새 없이 돌아다닙니다. 이렇게 운동량이 많은 어류는 그만큼 많은 산소량이 필요합니다. 산소가 많이 필요한 어종은 바닷속 산소량이 아무리 많아 멈춘 상태에서는 호흡할 수 없습니다. 쉴새 없이 움직이면서 물을 빨아들여야만 아가미를 통한 호흡이 가능해집니다.

 

 

사각형 수조에 넣어둔 전어는 원형 수조에 넣어둔 전어보다 생명력이 짧다(사각형 수조에 넣어두면 계속 부딪혀서 코가 붓고 스트레스가 쌓여 일찍 죽는 것이다.)

 

그래서 고등어나 전어 같은 붉은살생선은 사각형 수조보다 원형 수조에 넣어 둡니다. 원형 수조에서 빙글빙글 돌게 해야 오래 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고등어 전어를 사각형 수조에 넣어두면 어떻게 될까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사각 유리 벽에 부딪히면서 코에 상처가 나고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죽어갑니다. 

 

 

#. 부레가 없거나 그 기능이 퇴화수록 빨리 죽는다

흰살생선과 붉은살생선의 또 다른 차이는 부레입니다. 우럭, 도미처럼 부레가 발달한 생선은 수중에 한없이 멈출 수 있습니다. 부레를 이용해 공기를 조절하면 몸이 뒤집히지 않고 균형을 잡아줍니다동시에 부레는 공기주머니 역할도 합니다. 물밖에 꺼내졌을 때 발버둥 치지 않은 이유도 부레에 의한 호흡이 잠시나마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참치와 고등어는 부레가 없거나, 있어도 그 기능은 퇴화한 상태입니다. 삼치와 개다랑어는 부레가 아예 없습니다. 고등어와 참다랑어, 눈다랑어와 황다랑어는 부레가 있으나 그 기능이 퇴화해 흰살생선만 못합니다. 공기를 가두는 기능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물 밖에 나오는 즉시 호흡은 중단되며 수분 이내 산소 부족으로 폐사하는 것입니다.

 

 

민어는 성질이 급해 빨리 죽는 생선으로 유명하지만, 정작 빨리 죽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 민어는 흰살생선인데 왜 빨리 죽을까?

그렇다면 흰살생선인 민어는 왜 잡히자마자 금방 죽을까요? 아시다시피 민어는 선어회의 대명사입니다. 어획 후 금방 죽으니 활어로 유통하기가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민어는 전체 유통량 중 80% 이상이 사진처럼 빙장으로 운송되며, 주로 선어회로 즐기는 이유입니다.

 

민어와 병어가 빨리 죽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물 조업에 의한 스트레스 및 훼손입니다. 그물을 깔아두면 그새 잡힌 민어가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는데 그때 기력을 잃고 신체 일부는 훼손됩니다. 주낙 어획은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만, 깊은 수심에서 급격히 수면으로 올리기 때문에 수압차를 견디지 못한 채 부레가 부풉니다.

 

부레가 부풀면 공기주머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호흡에 지장이 생기고, 결국에는 호흡곤란에 의한 폐사로 이어집니다. 이런 민어를 어떻게든 살리려면 부레 속 공기를 빼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업 중에는 다른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부푼 민어는 그대로 뒤집어진채 유통됩니다. 시장에 가끔 보이는 활 민어가 대부분 뒤집혀 허우적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준 심해성 어류인 붉은쏨뱅이

 

#. 흰살생선인데 금방 죽는 경우

흰살생선이든 붉은살생선이든 일단 그물에 걸리면 발버둥 치다 죽는 것이 기본이고, 깊은 바다에서 낚시로 잡힌 흰살생선은 수압차로 죽습니다. 사진은 붉은쏨뱅이입니다. 일반 쏨뱅이와 달리 수심 40~50m 이하에만 서식하는 준 심해성 어류인데요. 깊은 바다에 서식하는 어류가 이렇다 할 감압 없이 수면 위로 올려지면, 급격한 수압차를 견디지 못해 눈알이나 위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옵니다. 부레는 빵빵하게 부풀 것이며, 이로 인해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죽어가겠지요.

 

 

참다랑어 등살(아카미)

 

정리하자면, 고등어 참치가 빨리 죽는 이유는 다른 생선보다 많은 활동력, 운동량, 그로 인한 산소 요구량이 많기 때문입니다. 부레가 없거나 설령 있어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헤엄을 중단하는 즉시 호흡도 중단됩니다. 빠른 속도로 헤엄치면서 숨을 쉬는 구조라 평생 멈출 수 없는 폭주 기관차 신세인 것이지요.

 

분명 생선에겐 괴로운 일이지만, 그 열매는 달콤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빨갛고 먹음직스러운 참치회는 참치가 대양을 누비면서 많은 산소를 빨아들인 결과인데요산소는 근육 내 미오글로빈과 결합하면서 붉은색을 내고, 그것이 우리에게는 더욱 먹음직스럽게 보일 것입니다. 그러니 입에 넣는 순간, 평생을 내달린 참치의 노고가 헛되지 않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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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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